굽신굽신... | ||
입학, 개학, 개강시즌을 맞아 좀 많이 늦었습니다...하면 변명이겠죠!ㅠㅠ... 그래서 이번은 상중하로 나뉠 좀(?) 긴 쓰레기를 들고 왔습니다. 중간에 크롬이 고장나서 익스플로러로 끝마치는 이 기분....^^ 익스플로러도 모자라 안전모드로 눈 빠져라 쓰고있네요.ㅠㅠㅠ 일주일동안 연재 못한 점 죄송합니다...ㅠㅠ 부족한 글 임에도 읽어주시는 여러분 사랑해요. 정말로!!! + 무슨무슨 글 표절같다 싶으면 바로 말해주셔야 해요... 펑 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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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조용하던 작은 꽃가게에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가게의 구석에서 꽃에 물을 주는 것 같던 작은 남자가 느리게 걸어나와 고개만 굽혀 인사했다. 하얗고 통통한 볼 안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가, 내가 찾는이와 너무도 닮아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목을 가다듬고 뒤를 돌려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김민희 양 가족 되시냐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그 사람 동생 된다고. 민희가 동생 있다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아 섭섭한 기분이 순간 들었다. 나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부탁하듯 물었다. 혹시 여기 민희 있나요? 남자는 또 고개를 저었다. 누나 오늘 아침에 출국 했는데, 못들으셨나봐요. 그럼 그 쪽이 루한씨? 네… 혹시 민희씨 어디 갔는지 알 수… 누나가 당신보면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지 말라고 했어요. 아니, 나한테도 안알려주고 갔어요. 여기 당신한테 쓴 편지는 있어요. 남자가 자신의 하늘색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꽃무늬가 놓인 편지지를 나에게 건넸다. 봉투 앞에 붙은 사슴모양 스티커를 떼어내고 펼치자, 그녀의 작고 단정한 글씨체가 눈에 잡혔다. 침착한 척 하는 눈을 굴려 편지를 읽어 보았다.
루한, 이 편지를 보고 있다면 내 동생인 민석이를 만난거겠죠. 거짓말 한 건 미안해요. 이 편지를 읽고 날 미워하더라도, 내 동생한테는 잘 대해주세요. 말은 차갑게해도, 착한 아이에요.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도 괜찮겠죠? 나는 타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갈거에요. 금방 돌아오지는 않을테니까, 날 잊어요. 난 이제 독신으로 살거에요. 루한은 나보다 예쁘고 똑똑한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아요. 내가 할 말은 많지 않아요. 난 전화번호도 바꾸고, 내 가족과도 연락하지 않을거에요. 우리는 이제 남남이고,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날 기다리지 말아요. 루한,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루한이 싫어진건 아니지만, 사정이 있네요. 미안해요. 잘 지내고요. 아, 앞 뒤가 안맞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루한도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가족들이 기다리잖아요. 그럼 안녕.
뻣뻣해진 고개를 들었다. 남자, 민희가 민석이라고, 동생이라며 잘 대해달라던 남자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왜 울어요. 하는 민석에게 울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다시 떨구자 민석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따라오라고 말했다. 갖가지 식물들을 넘어 나를 끌고간 쪽방의 구석에서 민석은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따뜻한 장판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자 편하게 앉으라며 옆의 이부자리를 걷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정적은 민석이 차를 달여와 나에게 내어주며 말을 걸 때 깨졌다. 우리 누나랑은 몇년 째 였어요? …사년이요. 누나가 매정했네. … 이건 라벤더차에요.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는데, 필요하면 더 끓여서 담아줄게요. 괜찮아요. …여기가 꽃만 파는 것 같죠? 사실 안그래요. 허브도 저쪽에 있고, 필요하면 차도 끓여주고. 차종 많아요. 혹시라도 내가 끓인 차 생각나면 나중에 또 오세요. 누나얘기하려면 아예 오질 마시구요. 민석은 어색함을 무마하려 종알종알 이야기를 해대다 종래에는 하질 말자던 제 누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간간히 고개만 끄덕댔다. 혼자 말하는게 민망한지 조용히 얘기하던 민석도 입을 닫았다.
라벤더차는 썼다. 어릴적에 잠시 먹었던 한약의 맛이었다. 입만 대어보았다가 눈살을 슬금 찌푸리자 민석이 많이 쓰나며, 아기입맛이라며 웃었다. 이내 라벤더차는 원래 차 마니아들만 조금씩 마실 수 있는거라며 마시기가 힘들면 그냥 두라고 했다. 정말 애들입맛이었던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고, 민석이 식은 잔을 거두어 싱크대에 올려놓으며 웃었다. 다소 투정이 많거나 말이 없을 것 처럼 보였던 민석은 생각보다 많이 웃고, 말도 많이 해주었다. 대화를 하는 내내 생각했다. 헤어진 애인의 동생이라지만, 좋은 말동무가 될 수 있겠구나. 허리가 아파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구요?"
"아, 네. 시간이 좀 많이 지난 것 같네요."
"알겠어요. 시간 남으면, 다음에 또 오세요."
"네, 안녕히계세요, 민석씨!"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우리는 말동무 정도가 아니어야 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