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가 13명인 썰
: 이 썰은 여자가 아닌 남자로 빙의하는 썰입니다
그 점 분명히 감안하시고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종인아. 어디야?'
"저 지금 연습 끝나고 정류장 쪽으로 가고 있어요."
'아, 그럼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왜요?"
'형이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치."
'치가 뭐야, 치가.'
"몰라요. 저 이제 정류장 거의 다 도착해 가요."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 종인아.'
"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고 가장 행복해하는 춤이라지만 오늘따라 괜히 어깨가 쳐지고 힘들기만 했던 종인이었음. 보는 족족 떨어지는 오디션에 이제는 정말 대학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는 끄덕였지만 믿었던 것이 자신을 배신한 것만 같은 기분에 학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태민이 말을 걸어도 간단한 대답으로 대화를 끊어버려 잔뜩 걱정을 머금은 눈빛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종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남징의 눈빛이었음. 자신과는 다르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 어딜 가던 주목을 받던 남징답게 교수님의 사랑과 신임을 얻음은 물론이오 선배들과 후배들의 관심 또한 몰고 다니며 요즘은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빠짐. 대학을 가면서 일주일에 세 번은 꼭 만나던 것을 두 번으로 줄였고 최근에는 이주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 함. 자신이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저 다정하게 품에 안아 토닥여주던 유일한 이가 없으니 지쳐 눈물이 나오다가도 어느새 말라버려 울고 싶어도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바쁜 것을 알기에 자제했던 연락을 해보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도중 울린 핸드폰은 가라앉았던 종인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음.
"종인아!"
"......형."
"어? 야. 종인아. 왜 그래. 울어? 응? 종인아?"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에 결국에는 보고 싶은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올라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남징을 조르고 졸라 찍어뒀던 사진을 보며 핸드폰 액정 위로 남징의 얼굴을 문지르기를 몇 분, 뒤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이 김종인의 눈물샘을 왈칵 터트리게 함.
"우리 종인이가 형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
제 또래에 비해 작은 키는 아니건만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키를 훌쩍 뛰어넘는 남징에 폭 안겨 들어가는 자신이 싫어 평소 남징이 안아주는 것을 꺼려하던 종인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이렇게 안긴 자세가 너무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에 더 눈물이 나는 것만 같음. 다정하게 뒷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남징에 김종인은 더 이상의 틈이 없음에도 몇 번이고 자세를 고치며 안겨듦.
"형이 나쁘네. 오랜만에 보는 건데 종인이 울게 만들고."
"아니야....., 안 나빠.."
선후배에서 연인으로 이어지기 전 위계질서를 워낙에도 따지던 남징이었기에 서로 특별한 존재가 된 후에도 이렇게 남징의 앞에서 모든 것을 풀고 기대기 전까지는 절대 반말을 하지 않음. 사람 없어서 다행이다. 우리 종인이 우는 것도 이렇게 예쁜데 누가 보고 채가면 어떡해. 라는 남징의 장난스러운 말에 조금은 정도를 넘어섰던 울음에 콜록거리면서도 입꼬리를 올리는 종인에 따라 웃는 남징임.
"집 갈래? 데려다 줄까? 아님, 조금 걸을래?"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로의 얼굴도 겨우 정류장 불빛에 의지해야 볼 수 있을 만큼 어둑해져 열려있는 가게라고는 고작 햄버거집 정도라 같이 앉을만한 곳이 없어 아직 물기를 머금은 종인의 눈가를 슥슥 닦아주며 나긋하게 물어오는 질문 중 집에 가자, 데려다줄까?라는 말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 같이 걷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종인임.
"여기 근처에 공원 있었지? 가자."
***
"형.."
"왜, 종인아?"
"저 춤 그만 출까 봐요..."
오는 길에서도, 벤치에 앉아서도. 김종인은 남징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계속해서 바닥만을 쳐다보다가 가끔씩 고개를 올려 남징의 얼굴을 확인한 후 다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만 하는 행동을 반복함. 남징도 처음에는 아직도 얼마 동안 연락을 하지 못 했던 자신에게 화가 난 건가 걱정했지만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이건 김종인이 무언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기억해 냄. 그리고 남징의 예상은 역시나 정확하게 적중했음. 벤치에 앉음과 동시에 잡고 있던 손을 더욱 꽉 쥔 김종인이 입을 열었고 요즘 오디션에서도 학원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징이라 어느 정도는 종인의 입에서 나올 말들을 예측하고 있었지만 춤을 그만둔다는 소리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말임.
"종인아.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잖아.. 한 번만 더 오디션 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자. 아직 수능 많이 남았고 형이 도와줄게. 그래도 형은 종인이가 춤추는 게 가장 좋아. 종인이 네가 정말로 그만두고 싶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형. 저는.. 세상에서 형이 제일 좋아요. 그런데 춤도 형만큼 좋아해요. 형을 만나기 전까지는 정말로 내가 사람이 아닌 춤을 사랑하는 미친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연습도 잘 나오지 않고 뺀질 거리기만 하던 녀석들이 데뷔했다고 학원에 찾아오는 날이 늘어갈수록 정말 죽을 것만 같아요. 나는 왜 안 되나...., 정말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걸까..., 내 선택이 잘 못 된 걸까. 허리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횟수는 더 많아지고 빨라지는데. 왜..."
평소 잘 울지 않던 종인의 눈에서 한번 더 눈물이 차오르자 남징은 다시금 제 품을 빌려줌.
"그래, 우리 종인이.. 많이 힘들었지. 네 선택이 잘 못 된 게 아니야. 만약 다른 사람들이 종인이 네 선택이 잘 못 됐다고 한다 해도 형은 그 선택이 옳다고 말할 거야. 네가 한 모든 선택은 옳은걸. 힘들면 울어도 괜찮아, 종인아. 형은 그러라고 있는 거야. 우리 종인이가 힘들거나 지칠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기쁠 때 축하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행복할 때 같이 웃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형은 종인이랑 만난 거야. 그러니까 참지 마. 눈물이던, 웃음이던 뭐던."
"형, 나는... 나는...., 정말..."
"응. 말 안 해도 돼. 그냥 울어도 돼. 착하다 우리 종인이."
그렇게 어둠으로 완전히 물들여진 하늘이 더욱 깊은 밤이 될 때까지도 두 남자의 인영은 공원에서 사라지지 않았음.
***
'어제 너무 늦게 들어가서 피곤하겠다. 학교 잘 다녀와 종인아.'
"형이야말로 아침 일찍부터 알바가 있으면 있다고 말을 했어야죠. 괜히 미안하게.."
'어허. 미안하기는 무슨. 형이 더 미안하지..'
"안 미안해도 된다니까요? 자꾸 미안하데. 저 이제 버스 타야 돼서 전화 끊을게요."
'알겠어. 학원 가면서 다시 전화해. 안 받으면 꼭 한번 더해보고!'
"네, 네. 끊어요."
'그래. 사랑해, 종인아.'
"저도요.. 저도, 사랑해요."
전화를 끊고 나 자 늦은 시각까지 함께 한 후 집 앞까지 종인을 데려다 주기 위해 왔던 남징이 가기 전 해줬던 짧은 키스가 생각나 괜히 얼굴이 빨갛게 물들여짐. 아직은 아침으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덥다며 부채질을 하는 종인을 힐끗 쳐다보던 여학생의 발간 얼굴은 덤으로. 그렇게 한참을 열을 식히고 있자 다시 울리는 핸드폰에 뜬 남징의 이름에 의아한 종인임. 이제 알바할 시간이라 전화 못할 텐데.. 무슨 일 있나?
"네, 형. 왜 다시 전화하셨어요?"
-..ㅇ..아! ......종인!
"네?"
-종인아! 김종인!
"어..?"
-안 일어나, 김종인!
"아.."
"김종인! 스케줄 늦는다!"
"..남징형?"
"그럼 내가 도경수로 보이냐? 빨리 안 일어나?"
"형이 어떻게.."
"어떻게라니. 무슨 소리야. 오랜만에 잠 좀 푹 잤다고 정신을 못 차리네, 애가."
"잠이요?"
"너 10시간 잔 건 알긴 하냐. 얼마나 푹 자던지.. 난 너 죽은 줄 알았잖아."
"....."
"얼른 일어나라. 이제 너 깨웠으니까 난 씻으러 간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일어나 씻고 있는 건지 자신을 깨운 남징까지 나가자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안에서 그저 김종인은 이게 무슨 일인가 황당할 뿐임.
"그럼, 그게..."
미쳤다, 김종인. 아무리 남징형이 좋고 요즘 힘들었다지만 꿈에서까지 형한테 위로를 받다니.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그래도.."
꿈에서라도 형한테 사랑한다 말할 수 있고 또 사랑한다고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형. 정말로.
휴재는 무슨 너무 빨리 돌아 왔나요.. |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ㅎ..ㅎㅎ.. 그래도 이제 본편은 겨우 두편밖에 안 남았는데 휴재를 한다고 글을 올려놓고 생각을 해보니 너무 찝찝하더라고요.. 그래서 염치 없이 이렇게나 빨리 왔습니다! 싫으시면.... ㄷㅏ시.... 돌아가...는 무슨 절대 안 돌아갈거에옇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튼간에 오늘 편을 보시면서 이게 뭔 소린가 종인이랑 남징이랑 사겼었나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도 계셨...으면 좋겠네요 왜냐하면 낚시니까옇ㅎㅎㅎㅎㅎㅎㅎㅎ 다 꿈이야@!!! 아 ㅅ1발ㄹ 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죄송해욬ㅋㅋㅋㅋ 한번 해보고 싶었어여 이런겈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저는 이만 피자 먹으러 떠납니다!! 짜이찌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