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 5월 5일
제목: 저는 2042년 미래에서온 익인입니다..
저는 2042년을 살아가고있는 사람입니다.
못믿으시겠지만 진짜예요.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에도 이런 자작게시물이 간혹 올라오곤 했던것같은데.
행여나 익인들이 낚시 게시물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들었다.
게시물이 올라가자마자 여러개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익인1: 낚시
익인2: 빅뱅 누구랑 결혼함?
익인3: 동방신기 재결합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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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인들이 다들 짜고 나한테 몰래카메라를 하는건가?
아님 세상물정에 어두운사람들만 여기에 모여있는건가.
익인들이 묻는건 하나같이 수년전 크게 이슈가 되고 잊혀진 사건들이였다.
신빙성을 주기에 좀 부족해보이는 질문들이였지만 성실히 대답하기로하고
하나 둘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빅뱅의 멤버가 어떤 집안의 여성과 결혼하는지,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은것과 2015년 남북의 통일,
암은 이제 더이상 불치병이 아니고 간단한 처방전만으로 완쾌할수있으며 대한민국 성범죄 처벌이 강화된것,
2013년 동방신기의 재결합과 교육제도의 변화까지 상세하게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니 어느새 댓글은 80개를 넘어가고있었다.
점점 신뢰를 하고있는 익인들이 있는 반면에 여전히 인증해보라며
아우성을 치는 익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 인증을 하면 되겠구나! 사진이 이곳으로 보내진다면 말이지.”
어쩌다 30년 전 과거의 인스티즈에 접속해버렸지만 사진까지 올려질지 모르는거였다.
급한대로 현재 TV에서 방영중인 뉴스와 창밖의 건물들, 그리고 인스티즈에 접속해있는 모니터를 찍어
컴퓨터로 전송시키니 천만 다행으로 첨부가 되었다.
이제 믿으시겠냐는 제목으로 인증을 올리니
익인들은 적잖게 당황한 분위기며 어느새 익잡방의 모든 게시물은 내 이야기로 가득했다.
조작이라느니 진짜인것같다느니 이거 신고해야하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돌아서
내가 섣불리 행동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냥 침착하게 대처하기로했다.
제목: 제발 믿어주세요.
이제 믿으실런지요.
원하는게 있다면 얼마든지 인증가능합니다.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수두룩히 달리는 댓글들.
다들 매우 흥분된상태였고 무서워하는 익인들도 있었다.
사태를 눈치챈 주르륵이 내 게시물들을 보관함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익명성은 사라진지 오래인 몇몇 주요 익인들을 선별한뒤 대화창형식의 창을 만들어서 나를 초대했고
나를 포함해 총 20명의 익인들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내 게시물이 사라지고, 더이상 내가 게시물을 올리지 않자
익명잡담방은 그것을 그냥 헤프닝으로 생각하고 슬슬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선택받은 18명의 익인들과 운영자, 나는 대화를 시작했다.
운영자: 글쓴이 님의 아이피를 추적한 결과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구성방식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구성되있는것같습니다.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글쓴이: 아까도 말했다시피 2042년 미래에서온 사람입니다. 우연찮게 2012년의 인스티즈에 접속이된것같습니다.
익인1: 우리 선택받은거?
익인2: 뭐예요 진짜예요??뭐임 무서워
익인13: 어떡해 지금 꿈아니지 아 뭐야
내가 괜한짓을 했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시작했지만 지금 이대로 사라지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기계와 식어버린 인정속에서 지칠대로 지친삶을 살고있던 중년의 나에게 이런 흥미로운일은 10년만에 처음이였고,
이런 꿈만같은 기회를 날려버고싶지가 않았다.
익인8: 어떻게 접속하게 된건가요?
글쓴이: 우연찮게, 정말 우연찮게 들어왔습니다. 검색엔진에 인스티즈를 치니까 이곳의 주소가 나왔고,
접속해보니 2012년의 인스티즈였습니다.
익인6: 이번이 처음인가요?
글쓴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2012년의 인스티즈에 접속할수있을지 불명확한 상태입니다.
부디 저를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물어볼게있으시다면 지금 이기회에 다 물어보세요.
과거의 사람들에게 기억해달라고 구걸하고있는 판이라니…이게 정말 무슨일이야.
내 한마디에 모두들 경악스러운 탄성과 함께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익인 1~18의 연령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구성되있는듯했다.
익인1: 아, 그럼 정말 2012년에 멸망안하는건가요?
글쓴이: 그렇습니다. 자연재해로인해 크고작은 피해는 있습니다만 멸망하지는않습니다.
익인10: 전쟁은 일어나나요?
글쓴이: 2012년도쯤이면 이미 로마와 그리스등의 나라가 큰 경제난을 겪고있을시기이겠군요,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국가들이 전쟁을 일으킬껍니다. 그 전쟁이 자칫하면 제3차대전으로 이어질뻔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빠른 대처로 3개월만에 종전됩니다.
대신 영국,프랑스를 제외한 유럽국가들의 기세가 매우 떨어지고 몇몇국가들은 사라지게됩니다.
익인 18: 미래엔 어떻게 수업을 하나요?
글쓴이: 종이로된 책은 찾기가 힘듭니다. 종이라는 개념보다는
기계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모두가 개인용 전자기기를 소지한상태에서 입학을 하게됩니다.
도서관도 거의 사라지는 추세고 겨우겨우 유지되는 도서관들도 많이 힘든상태입니다.
텍스트파일로 쉽게 책을 사고팔게되었습니다. 편리하다는 장점이있지만 문학의수준이 예전에 비하면
떨어지지않았나 싶습니다.
과거를 살아가고있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대답들이였다.
평소 로마에 가는게 소원이였다던 익인은 내 대답을 듣고 매우 슬퍼했고, 로마로 가는 날짜를 앞당겨야겠다고했다.
익인8: 그곳의 자연환경은 어떤가요?
글쓴이: 사진으로 보셨다시피 하늘의 색은 그다지 푸르지못합니다.
천연에너지원의 사용량은 늘고 2차에너지원의 사용량은 줄었습니다만은 개발량과 제품생산량이
끝없이 증가하고있어서 딱히 환경이개선되거나 하진않았습니다.
이제 거의 내 말을 백퍼센트 신뢰하기 시작한 익인들이 내 말을 사회에 절대로 알리지 않을것을 맹세하고
다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듯 한동안 말이없었다.
가끔은 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했고, 나에게 궁금한것이 있으면 간단히 물어보는 내용의 대화는어느새 4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이른오후. 그곳과 이곳의 년도는 다르지만 날짜와 시간은 똑같아보였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무언가 아련해지는것을 느끼며 그들에게 실없는 부탁하나를 했다.
글쓴이: 저기.....
익인1: 예?
익인5: 네
익인17: 무슨일이시죠??
익인11: 네?
익인3: 네!
글쓴이: 괜찮다면....30년전의 바깥 사진을..보고싶습니다...
여기 미래일이라고 나와있는것중에
몇몇은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지어낸 이야기임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