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수인 김원필과 박제형이랑 동거하는 썰
같이 살아요
w. 랑데부
※ 원필 - 제페니즈 스피츠
※ 제형 - 러시안 블루
1.
처음부터 이럴려고 한 건 아니다. 이건 진심으로 아주 진심으로,
"안 꺼져?"
"형이 꺼져"
"이게,"
"아!"
아 맞았어, 봤어요 주인? 맞았어요. 원필이 달려와 ㅇㅇ의 품에 안긴다. 아 정확하게는 안겼는데 ㅇㅇ가 안긴 꼴이고. 새로 사온 게임플레이어가 문제였다. 내가 한 세트만 사왔구나 미안해. 내일 하나 더 사다줄게. 둘이 한 시간씩 양보하고 놀아 응? 알겠어요. 싫어. 너무 극명하게 갈린다.
"형아는 지금 두 시간째 하고 있고 필이는 한 번도 못했어요"
"야 너도 아까 했잖아. 두 번"
"필이는 두번하고 형아는 두 시간 했잖아"
원필은 당당하게 ㅇㅇ를 안고 소리쳤다. 이게 ㅇㅇㅇ 있다고 까부네. 제형은 저벅저벅 가다와 원필의 뒷덜미를 잡았다. 아 안놔? 주인 이거 봐요, 박제형이 막 들어올리구. 뭐 박제형? 야 너 따라와. 안 내려놔? 빨리 내려놔. shout up.
정말 애초에 이러려고 한 건 아니다. 오해 말길.
*
"..안녕"
그러니까 한번도 안 키워 봤다고 이런 건. 엄마 딸이 떼어준 솜뭉치를 어쩌다 내가 맡게 된 건지 정말 모르겠지만 작은 스티로폼 박스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막내라고 했다, 가장 늦게 태어났고 가장 작아서 형제에게 치이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를 꺼내 왔다고. 인간으로 처음 마주했을 때도 경계심이 꽤나 컸다.
"..."
"..."
그리고 난 이렇게 큰 지 정말 몰랐거든. 아니 솜뭉치, 주먹만하길래 아기인줄 알았는데 어느 정말 건장한데 좀 아이 같은 남자 사람이 떡하니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내 동거인, 김원필이 있었던 거지. 그러나 눈이 매우 맑았고 또 뭔가 포근한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말을 가르쳐 주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유독 애를 좋아하거나 정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너무 바쁜 현생의 직장인인데, 어떻게 가르쳐주냐고 하나씩.
"...주잉"
"응?"
"....주잉"
주잉? 그게 뭐야. 원필이 가장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었던 말, 그러니까 누군가를 부를 때 이렇게 부르는 거라고 들었는데. 이 사람은 모르는 걸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주잉"
"아 주인, 주인? 주인이라고 한 거야?"
원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써 알아듣고 손뼉을 짝 치니 그 소리에 번뜩 놀라 어깨를 떨었지만 말이다. 형제들한테 이렇게 치여서 그런건가, ㅇㅇ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을때 원필은 갸우뚱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잘 지내보자고 인사하는 건데, 아 이것도 알려줘야 하는.., 어
"...어"
그 작은 손에 원필은 얼굴을 올렸다. 아 이게 아닌데, 어 우선 그래 잘했어. 뭐라도 했으니까 칭찬해줘야겠지? ㅇㅇ의 작은 손바닥 위에 제 얼굴을 턱 얹고 이게 맞냐는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원필의 머리칼을 살살 흩뜨려주었다. 근데 이건 이런 뜻이 아니고 어, ㅇㅇ는 원필의 큰 손을 꼭 잡고 위아래로 살살 흔들었다.
"악수라는 거야 이건"
"...."
"아 못 알아듣지"
등신아 말을 가르치고 이야기를 해줘야지. ㅇㅇ는 앞날이 캄캄했다.
2.
그래도 우리는 평화로웠어요. 적어도 저기 짱 박혀서 일곱시간이나 처 자고 있는 저 형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필아"
"필아 잘 지냈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원필은 작은 몸뚱아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파에서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주잉, 아니 주인 와따. 아닌가 오셨따? 솜뭉치는 ㅇㅇ의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조금 핥고 밖에서 얹고 온 냄새를 킁킁 거리며 맡은 뒤 주인의 입술에 뽀뽀도 했다. 많이 기다렸어? 솜뭉치가 배를 까고 한 바퀴 굴렀다.
"필아 내가 친구 데리고 왔는데"
잘 지내줄 수 있겠어? 솜뭉치 필은 마꾸 고개를 끄덕였다. 주잉이 좋아하는 거면 뭔들 좋아요. ㅇㅇ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케이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케이지를 열었다. 움직이는 거에요? 쟤는 어떻게 생겼죠? 솜뭉치 필은 ㅇㅇ에게 가려져 있는 '친구'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틈새로 솜뭉치를 우겨 넣었다.
"나와도 돼, 낯설어서 그런가?"
"..."
"Jae coming"
(제이 나와도 돼)
거기서 봤어요. 저보다 엄청 크고 되게 도도한 회색 물건, 아니 움직이는 거였죠. 그게 고양이라는 건 저도 알아여 저는 공부도 하거든요. 제형은 조용하 케이지에서 나와 ㅇㅇ의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어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주려했는데 알아서도 잘 다니는구나. 제형의 무심한 감상이 끝나고 제형은 ㅇㅇ의 무릎에 와 꼬리를 말고 앉았다.
어 거긴 내 자린데.
솜뭉치 필은 ㅇㅇ의 무릎에 앉아 고개를 묻은 제형을 쿡쿡 눌렀다. 거긴 내 자리에요, 나와주세..아! 순간이었다. 제형은 긴 팔로 필을 퍽 밀어내고 제 손을 핥아냈다. 영롱하게 물든 푸른 눈동자가 필을 감흥없이 내려다 보았다.
"필아 괜찮아? 제이 그러지마, 아직 아기야"
ㅇㅇ는 바닥으로 쭉 미끄러진 필을 안았다. 필아 다친데 없어? 필이 자꾸 낑낑거린다. 분명 엄살이지만 놀랐을게 분명하니 ㅇㅇ는 양손으로 필을 쓸어 안정 시켜주었다. 괜찮아 아직 적응이 안 되서 그럴거야. 헤치지 않아, 제이 착해. 주인 저는 저 고양이가 조금 맘에 들지 않아요. 필은 자신을 쓰다듬는 ㅇㅇ의 손을 핥았다. 그러나 그 손은 제형에 의해 막혀 버렸다. 자신을 대할 때와는 달리 조심히 ㅇㅇ의 팔을 발톱으로 긁어 관심을 요구하는 모습에 필은 경악을 머금었다.
저는 저 고양이랑 친해질 수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한 번 친해져 볼게요. 주잉이가 좋아하는 싸가, 아니 고양이니까요.
3.
"...안녕?"
"안녕"
"..말 할 줄 아는구나"
"어"
원필과 처음부터 분위기도 성격도 달랐다. 키가 매우 컸고 앞머리가 눈을 찌를 정도로 내려와 있었고 무엇보다 매우 하얀데다가 굉장히 당당하고 도도했다. 옷이 불편한지 몇 번 목언저리를 잡아 당겼지만 그리 티를 내진 않았다. 원필과 다른 중압감이었다. 원필은 하나하나 가르쳐야 했다면, 중간에 파양 당한 이 제형과는 하나하나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를 몰랐다. 나 완전 주인으로썬 꽝인데, 미안해 제형아.
"너 꽝 아니야"
"응?"
"나 안고 왔잖아"
제형은 의자를 끌어다 앉아 팔을 괴며 이야기를 이었다. 자신을 안고 왔으니 적어도 '꽝'은 아니라는 거다. 사람의 온기를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티가 났다. 그 사실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말이다. 제형은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내며 방 안에 잠들어 있는 원필을 확인했다. 쟤는 뭐하는 놈이야?
"일 년 전부터 같이 산 친구, 예쁘지"
"nope"
(아니)
"..잘 지내줄 수 있겠어?"
"생각은 해볼게"
그리고 우리 좀 친해져야 할 거 같아. 계속 이렇게 뭔가 정적을 나누는 건 이상하잖아? 제형은 마시던 물을 다시 닫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이렇게까지 안 다가와도 되는데, 그리고 ㅇㅇ에게 가깝게 다가가 ㅇㅇ는 당황한 어투로 제형을 올려다 보았다. 아,
"악수"
"아, 어어"
잘 지내보자, 우리.
4.
"야 김원필"
"...오분만"
"밥공기에 개사료 주기 전에 일어나 빨랑"
형은 꼭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 내가 뭘. 제형은 원필을 긴 다리로 꾹꾹 눌러 깨웠다. 가서 ㅇㅇㅇ 깨워와, 출근 시켜야 돼. 원필은 ㅇㅇㅇ의 이름을 듣자마자 졸리운 눈을 비비다 벌떡 일어났다. 주잉 아직 안 일어나써? 급하게 일어나 침실로 달려가는 원필의 목덜미를 잡은 건 제형이었다. 아 왜!
"눈 가리고 들어가"
"아 맞다"
잠결에 옷을 하나씩 벗는 습관 때문이었다. 원필은 양 손으로 눈을 가리고 침실을 열었다. 오늘은 멀쩡하게 자고 있어. 그럼 깨워. 원필은 새근새근 잠에 든 ㅇㅇ를 깔아 뭉갰다. 야 야 이 새끼야, 주인 숨 막혀. 아니야 주인은 이거 좋아해
"그건 네가 휴지로 돌아다닐때고"
"휴지 아니거든?"
"...으응"
휴지 아니고 솜뭉치야 뭘 알고 말해. 그거나 그거나, 빨리 깨워 출근 시키게.
원필은 ㅇㅇ를 안고 한참을 침대에서 데굴 데굴 굴렀다. 주잉 안 일어나면 백바퀴 구를거야. 중간중간 헝클어진 머리도 손가락으로 집어 정리해주고 품에 꼭 안겨 ㅇㅇ만의 포근하고 달콤한 향도 맡았다.
"일어나써요?"
"..응"
"그럼 밥 먹자"
"..입맛 없는데"
"형이 해,"
"해놓은 정성이 있으니까 와서 먹어"
빨리 씻고 나와, 그리고 너도 나와. 아 나 주잉이랑 쫌만 더 같이 있을 거야. 쫌만 더 그러면 진짜 때린다. 가기 시러 안 갈래, 침대를 부여잡는 원필에 ㅇㅇ는 원필의 앞머리를 치우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어주었다. 준비하고 나갈게.
"야 나는"
"너 뭐"
제형은 차마 입 밖으로 해달라는 소리는 하지 못했다. 서운하게 이러기냐. 제형은 아무 말도 없이 원필을 질질 끌고 나가 식탁 앞에 앉혔다.
"나는 두 개"
"안돼 하나씩만 했어"
"아 하나만 더 해줘. 한 개는 배도 안 찬단 말이야"
"그냥 쫌 처먹어"
내가 식사당번일 때 형 밥 안 해줄거야.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 되거든? 아침부터 으르렁 거리는 둘의 사이를 가르고 ㅇㅇ가 블라우스를 채우며 낑겨 섰다. 아침 먹고 다투자 다툴거면. 제형은 시럽을 고루 뿌린 펜케이크를 ㅇㅇ의 앞에 내려 놓았고, 대충 시럽을 부은 펜케이크를 원필의 앞에 던져 주었다.
"주잉 오늘 일찍 와요?"
"..어 글쎄, 잘 모르겠어. 이따가 제형이한테 전화할게"
"왜 맨날 제형이형한테 전화해? 나한테도 해주세요"
"김원필 너 휴대폰 없잖아"
그러니까 왜 저는 없냐구요. 니가 게임만 처 하니까 ㅇㅇㅇ가 안 사주는 거 아니야. 형은 쫌 조용히 해바. 원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ㅇㅇ를 살폈다. 집전화로 전화할게 필이가 받아, 그럼 될까? 넴. ㅇㅇ는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확인했다. 어 늦었다, 나 갈..
"치카하고 가요"
"응?"
"삼분"
언제 치약을 짠 건지 입에 턱 물려주는 원필에 ㅇㅇ는 베시시 웃으며 원필의 머리를 흩뜨렸다.
"야 나도"
왜 자꾸 김원필만 해주냐? 아침도 내가 했는데. 제형은 불만에 찬 눈초리로 내려다 보았다. ㅇㅇ는 미안한 눈초리로 손목시계를 손으로 톡톡 치고 거품을 뱉으러 욕실로 향했다. 주잉 삼분 안 돼써요. 지각이야, 저녁에는 사분 할게. ㅇㅇ는 원필의 머리를 흩뜨려주고 제형이 건넨 가방을 어깨에 건채 구두를 구겨 신었다.
"데려다 줘?"
"너 안 피곤하겠어?"
"딱히"
그럼 빨리 말하지 급하게 안 해도 됐잖아. 빨리 나가. 나도 데려가요 주잉. 넌 꺼져.
제형은 차키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ㅇㅇ를 뒤따랐다. 김원필 빨리 떼어놓으려고. 야 너무 한다, 그래도 귀엽고 착하고. 제형이 다시 한 번 ㅇㅇ를 내려다 보았다. 출근하다 싸울래? 아니아니.
ㅇㅇ의 출근이 늦을때면 가끔 제형은 차로 데려다 주곤 했다. 네가 운전 해서 다행이야. 왜 기사로 써먹게? ㅇㅇ는 픽 웃으며 옆에 세워달라고 말했다.
"아 제형아"
"왜"
"고마워. 조심히 가"
ㅇㅇ는 내리기 전 제형의 안경을 조심히 벗기고 이마, 아니 눈 언저리에 입술을 맞추었다. 갈게. 금방 웃으며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드는 ㅇㅇ에 제형은 헛웃음을 뱉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아 귀, 아오.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퐁 솟아오른 귀에 제형은 뒷머리를 헤집고 귀를 집어 넣으려 애썼다. 그래도 김원필 안 데리고 오길 잘 했어.
5.
"사과해 빨리"
"f**k you"
"Jae"
김원필 넌 손 똑바로 안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원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 형이 먼저 때렸어여.
퇴근하고 오니 집안이 아주 난장판일 수 없었다. 지난주 집 안의 분위기 전환 겸 샀던 화분 두 개는 거실 러그에 처참히 깨져있었고 액자며 의자, 소파에 걸어둔 담요는 제형의 방에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고 무엇보다 원필의 뺨에 생긴 깊게 패인 상처와, 제형의 손목에 꼭 물린 상처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미아내"
"난 안 미안해"
"야!"
"뭐 야?"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양팔을 든 것도 내린 것도 아닌 채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던 제형이 원필에게 달려들려 다가왔다. 안돼 그만 그만. 다들 흥분했는지 귀도 꼬리도 곤두서 있었고 원필의 눈에는 방울방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박제형 그만해 진짜로. 나 진짜 화났어, 김원필 너도 울음 안 그쳐?"
그리고 ㅇㅇ는 순간 입을 막았다. 잠시 까먹고 있었다, 원필이 제형보다 더더 어린 나이라는 것을.
뿌앵 울어버리는 원필에 ㅇㅇ는 당황했다. 아 소리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제형은 보기 싫다는듯 제 방으로 문을 꽝 닫고 들어가버렸다. 원필아 소리 지르려는 거 아니었어. 미안해 놀랬어?
"주잉이가 소리 질렀잖아요"
"미안해 그러려고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미안해"
"..나도 미안해요"
원필이 안겼다. 그 큰 품을 안아주었다. 금방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하고 반성하려는 원필에 ㅇㅇ는 머리를 쓸어주었다. 귀가 자꾸 걸려 귀를 살살 만져주니 울음을 멎고 허리를 숙여 원필은 ㅇㅇ의 시선에 맞추어 바라보았다.
"..안 미워요?"
"내가 널 왜 미워해"
"안아주까요"
집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원필은 ㅇㅇ의 시선에 맞추어 끌어 안았다. 제형과 이렇게 한 판씩 하고 나면 애가 크는 거 같기도 하고, ㅇㅇ는 원필의 품에서 한시름을 놓았다. 근데 박제형, 쟤는 또 어떡해.
*
"Jae"
"제형아"
말도 하기 싫은 모양인지 양손을 가지런히 얹고 바라만 보았다. 사람으로 이야기하자, 제형아. 제형은 등을 돌려 몸을 쭉 펴고 누워버렸다. 제형아 나랑 얘기 좀 하자 응? 예민한 제형은 귀를 부르르 떨고 이불 안으로 파고 들었다. 한숨 자고 나와 나 여기에 있을테니까.
정말로 ㅇㅇ는 제형의 침대 앞에서 기다렸다. 아니 그러다 졸았지만,
"야"
"발 저려, 침대 올라와서 자"
ㅇㅇ가 눈을 부비며 떴을 땐 ㅇㅇ의 앞에 쭈구려 마주 앉은 제형이었다. 이제 얘기할 거야? 어. 제형은 먼저 미안하다고 소리를 내었다. 집도 깔끔히 치우겠다고 약속했다. 근데 내가 속상한 건 그것보다 너네 다친 게 더 속상하거든. ㅇㅇ는 제형의 물린 상처에 덮힌 거즈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앙상해가지고, 내가 밥을 안 줘서 혹시 발렸니.
"많이 아프지"
"그닥"
"화해 할 거야?"
"생각해보고"
원필이는 사과할거래. 네가 받아줘, 멋있게. ㅇㅇ는 제형의 내려간 안경을 올려주며 이야기했다. 그 손을 제형은 꼭 잡았다. 보고 싶었어.
"너네랑 좀 더 같이 있을게. 내가 잘못해서 미안해"
"약속 지켜"
미안해 내가 노력할게.
+
"...이거 누구야"
"김원필"
"박제형이요"
..내가 공식밴드는 조심하라고 했지. 싸울때도. 이거 내가 4시간 기다려서 산 거라고 했어 안 했어.
"둘 다 나가"
안 키울 거야 시발, 내 공식밴드 누가 물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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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작품을 준비하며 공백기 아닌 공백기에 해보고 싶었던 소재를 살포시 가볍게 써보았습니다. 필력과 스토리 다 무시하시고 그저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