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프린스 2호점 01 (부제 : 안녕?) 오랜만에 자보는 낮잠이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침대까지 넘어와 볼을 간지럽힌다. 부드러운 라떼 한 잔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로 시나몬 가루를 솔솔 뿌려서 마시면. 캬.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잠이냐, 커피냐.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갈등하다가 결국 라떼를 선택했다. 일을 그만 두고난 다음 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고작 커피를 내리는 거라니. 나도 참, 정상은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핸드드립을 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원두 가루 위로 물을 조금씩 붓자, 오븐 속의 빵이 부풀어 오르듯 거품과 함께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문득 그 거품을 바라보다가, 어제의 그 남자가 생각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봐도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1시간도 채 만나지 못했고, 커피를 내리는 것도 딱 한 번 봤으면서 도대체 뭘 믿고 날 고용하려는 건지.커피 프린스라면서 왜 여자인 나에게 그 명함을 준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뭐. 하면서, 맛있게 내려진 커피를 들고, 쇼파에 앉았다. 쇼파 위에는 얼마 전에 구독 신청을 해놓고 바빠서 열어 보지도 못한 커피 전문 잡지가 놓여져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문 채로, 찬찬히 잡지의 표지를 살펴보는데, 낯익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커피 프린스 2호점과 4명의 훈남 바리스타들.' 커피 프린스 2호점이라니. 분명 어제 그 남자가 건내 준 쪽지에 적혀 있었던 이름이다. 얼마나 유명한 카페이기에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전문 잡지의 메인 기사를 차지하고 있는걸까. 호기심에 열어본 페이지 첫 장에는, 어제 본 그 남자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김민석. 이름이 김민석이였지, 참.어제 본 그 남자의 둥글둥글한 눈매 때문인지, 전혀 둥그런 이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김민석이라는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릴 때의 기분이 참 묘하게 둥글거렸다. 어제부터 참.. 사람 기분을 묘하게 한다니까.한참을 김민석, 김민석을 중얼거리다가, 모르겠다 하고 다시 책 장을 넘겼다. Q. 그럼 '커피 프린스 2호점'은 여자 바리스타를 전혀 뽑지 않는 건가요? K. 아니요. 사실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얻은거라 정말 남자 바리스타만으로 가볼까도 잠깐 생각했던 적은 있었는데, 드라마는 드라마고 여긴 현실이잖아요.저희도 먹고 살려면 남자 손님들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웃음.) 그래도 명색이 커피 프린스니 많이 뽑지는 않고, 뽑아도 한 명 정도 뽑으려고요. 그 여자분은 아마 저희 커피 프린스의 홍일점이 되겠죠? 홍일점이라. 그래서 나한테 명함을 준 건가.뭐, 이런 이유라면.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뭐, 이렇게 유명한 카페라면 어제처럼 가게 사정이 어려워져 쫓겨나는 일도 없을 것 같았고,처음으로 받아오는 스카웃 제의였기에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뒷 장을 넘겨 더 읽으려다, 왠지 더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잡지를 덮었다. 혹시나 내가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많이 알고 가면 재미없잖아? 하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고 어제 받은 명함에 적힌 번호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렀다. 번호를 누르고 전화번호를 저장하려고, 이름 란에 김.민.석. 이 세글자를 치는 데 또 기분이 묘해졌다. 동글동글. 몽글몽글. 아 진짜 이상해. 하면서 얼른 저장버튼을 눌러버리고,문자 앱을 켰다. [안녕하세요. 저 어제 명함 받은 오징어 에요. 김민석씨 맞으시죠?] 보냈다. 보냈다. 보냈다.지금쯤 출근해서 일하고 있으려나. 어쩌지. 어쩌지. 에이 모르겠다. 안보고 있어야지. 라고 다짐하며 핸드폰을 쇼파 한 쪽 모서리로 확 던져 버렸지만,계속 그 쪽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꿎은 잡지만 들썩거리다가 핸드폰 쪽을 슬쩍 보고, 다시 또 잡지를 들썩이기를 반복하는 데,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어마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핸드폰을 집어 문자를 확인하는 데, [안녕?] 정말 딱 이렇게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에이, 설마 뭐라고 더 적었겠지, 하고 밑으로 내리는 데 정말 저 두 글자가 다였다. 예상치 못한 문자에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다시 문자를 보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보내놓고서는 웃음을 괜히 붙였나?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 하면서 또 쿠션에 머리를 쾅쾅 박고 있는데아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지잉, 하고 답장이 왔다. [지금 잠깐 카페로 올래?] 나. 지금 오라는 거지?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확인해봐도, 그렇게 적힌 게 맞았다. 문자를 읽고 또 읽느라, 답장이 없어서 답답했는지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서울시 **구 **동 12-34번지 커피프린스 2호점] 참 간결하기도 하지. 툴툴대면서도 저절로 욕실로 몸을 옮기는 나였다. 옷은. 너무 튀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노멀하지도 않게 입었다. 화장은 한 듯 안한 듯 연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에 적힌 장소를 찾아갔다. 이 주변인 것 같은데. 하면서 아까 그 남자가 보내준 주소일 것 같은 곳을 두리번 거리는데,유독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발걸음을 옮겨보니,열 댓 명은 되어보이는 여자들 사이로 '커, 린, 2호점' 이라는 글자가 언뜻언뜻 보이는 듯 했다. 정말 유명한 카페였구나, 하고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서려는 데,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한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저기요, 여기 줄 서 있는 거 안 보이세요?""아..음..네, 저는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서요.." 나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덩치에, 사나워 보이는 눈매의 여자는 무섭게 나를 쳐다봤고,나는 정말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 그럼 뭐 때문에 오신 건데요. 설마 뭐 여기 취직이라도 하려고?" 와..헐.. 어떻게 알았지. 네.. 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왠지 그러면 이 자리에서 갈비뼈가 몽땅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뒤로 빠져서 줄에 합류했다. 막상 취직을 해도 험난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누군가가 내 뒤에서 나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강아지를 닮은 듯한 한 남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웃을 때 예쁘게 휘어지는 눈매와, 어딘가 모르게 네모나게 변하는 입가가 귀여웠다. 아니, 그건 뭐 그렇다치고. 생전 처음보는 얼굴인데?하면서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표정을 하고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데,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난 변백현이에요." 네. 뭐 그래서 어쩌라구요.갑자기 뜬금없이 자기 소개를 해오는 그 남자 때문에,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아닌 척 대응했다. "아, 전 오징어에요." 내 대답을 듣고는 다시 눈이 휘어지도록 예쁘게 웃더니, 혼잣말로 '맞네, 맞아.'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작게 "네?" 하고 묻자, 그 남자가 내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일하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네, 저도. 그 남자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하며 생각했다. 이 남자도 정상은 아니구나. 드디어 등장한 백현입니다.다음 등장인물은 누구일까요 호호호, 혹시라도 정말정말 제 이 부족한 글에 암호닉을 신청해 주실 분이 계시다면,댓글 앞에 [] 표시 하고 안에다 적어 주세요 :) ㅠㅠ.. 댓글 수가 너무 적어서,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하나 고민했지만,그래도 댓글 달아주시는 몇 분을 위해 더더 열심히 연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랑합니당 ♥
커피 프린스 2호점 01 (부제 : 안녕?)
오랜만에 자보는 낮잠이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침대까지 넘어와 볼을 간지럽힌다.
부드러운 라떼 한 잔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로 시나몬 가루를 솔솔 뿌려서 마시면.
캬.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잠이냐, 커피냐.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갈등하다가 결국 라떼를 선택했다.
일을 그만 두고난 다음 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고작 커피를 내리는 거라니.
나도 참, 정상은 아닌가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핸드드립을 하기 시작했다.
신선한 원두 가루 위로 물을 조금씩 붓자,
오븐 속의 빵이 부풀어 오르듯 거품과 함께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문득 그 거품을 바라보다가, 어제의 그 남자가 생각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1시간도 채 만나지 못했고, 커피를 내리는 것도 딱 한 번 봤으면서 도대체 뭘 믿고 날 고용하려는 건지.
커피 프린스라면서 왜 여자인 나에게 그 명함을 준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뭐.
하면서, 맛있게 내려진 커피를 들고, 쇼파에 앉았다.
쇼파 위에는 얼마 전에 구독 신청을 해놓고 바빠서 열어 보지도 못한 커피 전문 잡지가 놓여져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문 채로, 찬찬히 잡지의 표지를 살펴보는데,
낯익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커피 프린스 2호점과 4명의 훈남 바리스타들.'
커피 프린스 2호점이라니.
분명 어제 그 남자가 건내 준 쪽지에 적혀 있었던 이름이다.
얼마나 유명한 카페이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전문 잡지의 메인 기사를 차지하고 있는걸까.
호기심에 열어본 페이지 첫 장에는,
어제 본 그 남자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다.
김민석. 이름이 김민석이였지, 참.
어제 본 그 남자의 둥글둥글한 눈매 때문인지, 전혀 둥그런 이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민석이라는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릴 때의 기분이 참 묘하게 둥글거렸다.
어제부터 참.. 사람 기분을 묘하게 한다니까.
한참을 김민석, 김민석을 중얼거리다가, 모르겠다 하고 다시 책 장을 넘겼다.
Q. 그럼 '커피 프린스 2호점'은 여자 바리스타를 전혀 뽑지 않는 건가요?
K. 아니요. 사실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얻은거라 정말 남자 바리스타만으로 가볼까도 잠깐 생각했던 적은 있었는데, 드라마는 드라마고 여긴 현실이잖아요.
저희도 먹고 살려면 남자 손님들도 필요하지 않겠어요? (웃음.) 그래도 명색이 커피 프린스니 많이 뽑지는 않고, 뽑아도 한 명 정도 뽑으려고요.
그 여자분은 아마 저희 커피 프린스의 홍일점이 되겠죠?
홍일점이라. 그래서 나한테 명함을 준 건가.
뭐, 이런 이유라면.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뭐, 이렇게 유명한 카페라면 어제처럼 가게 사정이 어려워져 쫓겨나는 일도 없을 것 같았고,
처음으로 받아오는 스카웃 제의였기에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뒷 장을 넘겨 더 읽으려다, 왠지 더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잡지를 덮었다.
혹시나 내가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많이 알고 가면 재미없잖아?
하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고 어제 받은 명함에 적힌 번호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렀다.
번호를 누르고 전화번호를 저장하려고, 이름 란에 김.민.석. 이 세글자를 치는 데 또 기분이 묘해졌다. 동글동글. 몽글몽글. 아 진짜 이상해. 하면서 얼른 저장버튼을 눌러버리고,문자 앱을 켰다. [안녕하세요. 저 어제 명함 받은 오징어 에요. 김민석씨 맞으시죠?] 보냈다. 보냈다. 보냈다.지금쯤 출근해서 일하고 있으려나. 어쩌지. 어쩌지. 에이 모르겠다. 안보고 있어야지. 라고 다짐하며 핸드폰을 쇼파 한 쪽 모서리로 확 던져 버렸지만,계속 그 쪽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꿎은 잡지만 들썩거리다가 핸드폰 쪽을 슬쩍 보고, 다시 또 잡지를 들썩이기를 반복하는 데,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어마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핸드폰을 집어 문자를 확인하는 데, [안녕?] 정말 딱 이렇게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에이, 설마 뭐라고 더 적었겠지, 하고 밑으로 내리는 데 정말 저 두 글자가 다였다. 예상치 못한 문자에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다시 문자를 보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보내놓고서는 웃음을 괜히 붙였나?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 하면서 또 쿠션에 머리를 쾅쾅 박고 있는데아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지잉, 하고 답장이 왔다. [지금 잠깐 카페로 올래?] 나. 지금 오라는 거지?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확인해봐도, 그렇게 적힌 게 맞았다. 문자를 읽고 또 읽느라, 답장이 없어서 답답했는지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서울시 **구 **동 12-34번지 커피프린스 2호점] 참 간결하기도 하지. 툴툴대면서도 저절로 욕실로 몸을 옮기는 나였다. 옷은. 너무 튀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노멀하지도 않게 입었다. 화장은 한 듯 안한 듯 연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에 적힌 장소를 찾아갔다. 이 주변인 것 같은데. 하면서 아까 그 남자가 보내준 주소일 것 같은 곳을 두리번 거리는데,유독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발걸음을 옮겨보니,열 댓 명은 되어보이는 여자들 사이로 '커, 린, 2호점' 이라는 글자가 언뜻언뜻 보이는 듯 했다. 정말 유명한 카페였구나, 하고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서려는 데,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한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저기요, 여기 줄 서 있는 거 안 보이세요?""아..음..네, 저는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서요.." 나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덩치에, 사나워 보이는 눈매의 여자는 무섭게 나를 쳐다봤고,나는 정말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 그럼 뭐 때문에 오신 건데요. 설마 뭐 여기 취직이라도 하려고?" 와..헐.. 어떻게 알았지. 네.. 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왠지 그러면 이 자리에서 갈비뼈가 몽땅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뒤로 빠져서 줄에 합류했다. 막상 취직을 해도 험난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누군가가 내 뒤에서 나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강아지를 닮은 듯한 한 남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웃을 때 예쁘게 휘어지는 눈매와, 어딘가 모르게 네모나게 변하는 입가가 귀여웠다. 아니, 그건 뭐 그렇다치고. 생전 처음보는 얼굴인데?하면서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표정을 하고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데,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난 변백현이에요." 네. 뭐 그래서 어쩌라구요.갑자기 뜬금없이 자기 소개를 해오는 그 남자 때문에,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아닌 척 대응했다. "아, 전 오징어에요." 내 대답을 듣고는 다시 눈이 휘어지도록 예쁘게 웃더니,
번호를 누르고 전화번호를 저장하려고,
이름 란에 김.민.석. 이 세글자를 치는 데 또 기분이 묘해졌다.
동글동글. 몽글몽글.
아 진짜 이상해.
하면서 얼른 저장버튼을 눌러버리고,
문자 앱을 켰다.
[안녕하세요. 저 어제 명함 받은 오징어 에요. 김민석씨 맞으시죠?]
보냈다. 보냈다. 보냈다.
지금쯤 출근해서 일하고 있으려나. 어쩌지. 어쩌지.
에이 모르겠다. 안보고 있어야지.
라고 다짐하며 핸드폰을 쇼파 한 쪽 모서리로 확 던져 버렸지만,
계속 그 쪽으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꿎은 잡지만 들썩거리다가 핸드폰 쪽을 슬쩍 보고,
다시 또 잡지를 들썩이기를 반복하는 데,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어마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핸드폰을 집어 문자를 확인하는 데,
[안녕?]
정말 딱 이렇게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에이, 설마 뭐라고 더 적었겠지, 하고 밑으로 내리는 데 정말 저 두 글자가 다였다.
예상치 못한 문자에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다시 문자를 보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보내놓고서는
웃음을 괜히 붙였나?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
하면서 또 쿠션에 머리를 쾅쾅 박고 있는데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지잉, 하고 답장이 왔다.
[지금 잠깐 카페로 올래?]
나. 지금 오라는 거지?
눈을 크게 뜨고 여러 번 확인해봐도, 그렇게 적힌 게 맞았다.
문자를 읽고 또 읽느라, 답장이 없어서 답답했는지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서울시 **구 **동 12-34번지 커피프린스 2호점]
참 간결하기도 하지.
툴툴대면서도 저절로 욕실로 몸을 옮기는 나였다.
옷은. 너무 튀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노멀하지도 않게 입었다.
화장은 한 듯 안한 듯 연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자에 적힌 장소를 찾아갔다.
이 주변인 것 같은데. 하면서 아까 그 남자가 보내준 주소일 것 같은 곳을 두리번 거리는데,
유독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발걸음을 옮겨보니,
열 댓 명은 되어보이는 여자들 사이로 '커, 린, 2호점' 이라는 글자가 언뜻언뜻 보이는 듯 했다.
정말 유명한 카페였구나, 하고 생각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서려는 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한 여자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저기요, 여기 줄 서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아..음..네, 저는 커피를 마시러 온 게 아니라서요.."
나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덩치에, 사나워 보이는 눈매의 여자는 무섭게 나를 쳐다봤고,
나는 정말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 그럼 뭐 때문에 오신 건데요. 설마 뭐 여기 취직이라도 하려고?"
와..헐.. 어떻게 알았지.
네.. 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왠지 그러면 이 자리에서 갈비뼈가 몽땅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뒤로 빠져서 줄에 합류했다.
막상 취직을 해도 험난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뒤에서 나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났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강아지를 닮은 듯한 한 남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웃을 때 예쁘게 휘어지는 눈매와, 어딘가 모르게 네모나게 변하는 입가가 귀여웠다.
아니, 그건 뭐 그렇다치고.
생전 처음보는 얼굴인데?
하면서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표정을 하고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데,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난 변백현이에요."
네. 뭐 그래서 어쩌라구요.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 소개를 해오는 그 남자 때문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아닌 척 대응했다.
"아, 전 오징어에요."
내 대답을 듣고는 다시 눈이 휘어지도록 예쁘게 웃더니,
혼잣말로 '맞네, 맞아.' 하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작게 "네?" 하고 묻자,
그 남자가 내 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같이 일하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네, 저도.
그 남자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하며 생각했다.
이 남자도 정상은 아니구나.
드디어 등장한 백현입니다.
다음 등장인물은 누구일까요 호호호,
혹시라도 정말정말 제 이 부족한 글에 암호닉을 신청해 주실 분이 계시다면,
댓글 앞에 [] 표시 하고 안에다 적어 주세요 :)
ㅠㅠ.. 댓글 수가 너무 적어서,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댓글 달아주시는 몇 분을 위해 더더 열심히 연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랑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