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식 호그와트를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지 모릅니다.
* 최다 인원이라 출연 빈도가 잦으므로 카테고리는 '세븐틴'으로 고정합니다. 스토리의 주가 되는 인물이 뉴이스트, 프리스틴일 경우 카테고리의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노래 있습니다.
음양학당 (陰陽學黨) ; 체육대회 (4)
경기장이 정리되는 동안, 민기와 영민이 수와 목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기장을 풀장으로 만들어 파도를 타고 상대의 대열에 파고드는 수의 전략은 신박했지만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목의 전략이 더 신박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영민은 '쓰읍'거리며 하나 지적했다.
수 속성의 전략 중, 필드를 물에 채워 넣는 건 목 속성에게는 실수였다고 말하는 영민이었다. 그 작전은 신박하다고 생각한 민기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왜냐고 물었다. 그에 영민은 당연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야, 나무에 물을 뿌리면 그게 이득이지, 손해겠어요?"
라고 말하며 '허허허'하고 웃었다. 아, 결국은 지네 속성 자랑이구나. 민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화제를 전환하여 말했다. 자기가 이때까지 그랬던 건 까먹은 듯했다. 경기장 필드에서는 학생회가 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자 화와 금의 입장하고 대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화와 금, 각각 대장 깃발을 가져가 메는 건, 정한과 동호였다. 그리고 백호인 동호는 역시나 민기와 영민이 기대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금 속성 유망 선수 소개가 끝나고 화 속성에서의 소개가 이어졌는데, 중계석에서 제일 먼저 지목한 건 정한이었다. '대장 잡기'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는 여주는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오'라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긍했다. 삼학년인 데다가 예선도 5등이나 먹었고.... 중얼거리는 여주였다.
한편, 수 속성의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였다. 다들 온몸이 젖은 채, 대기실로 이동하는 발걸음이 물에 젖어 무거웠다. 대기실로 들어가니 출전하지 않은 스무 명의 선수들이 괜찮다며 위로했지만 열심히 싸운 만큼 후회가 많이 남는 듯했다. 그리고 그중에선 깃발을 가져오는 역할을 맡았던 시연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경기장에선 웃음을 보였지만 대기실로 이동하는 그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에이스의 역할이었으니 남들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임했었던 것이다. 시연은 대기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연의 머릿속은 '그때, 내가 빨리 손을 뻗었다면, 내가 더 빨리 파도를 탔다면, 내가 더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면....' 이런 말들로 가득 차있었다. 시연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시연은 눈앞에 경기장 필드가 펼쳐져 있었다, 필드 위에 멀뚱멀뚱하게 서 있으니 귓가에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려 바라보니 아까, 필드 위에서 탔던 파도가, 아니 어쩌면 더 크고 거센 파도가 시연에게 잡아먹을 듯이 덮쳐오고 있었다. 무서움에 잠식된 시연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 이렇게 파도에 덮쳐지는구나. 시연은 그 파도에 쓸려갈 것 같은 느낌에 눈을 세게 감았다.
그때,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시연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뭐지. 시연은 눈을 떴다. 깜깜했던 눈앞이 밝아졌다. 수건? 시야에 걸리는 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흰 수건이었다. 수건 말고 시연의 시야에 보이는 건 아까 침울했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대기실 안은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돼! 이제 겨우 첫 경기인데 뭐. 등등 이런 대화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옆에서 뭔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머리 위에 있는 수건을 내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시연과 마찬가지로 푹 젖은 머리의 지수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었다. 시연은 자신 손에 들려 있는 수건을 바라보고 다시 지수를 바라보았다. 지수가 수건을 준 것 같아 지수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지수는 머리를 털던 손을 멈추고 시연에 손에 들린 수건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다시 시연의 머리에 얹어주며 이번에는 직접 조심조심 머리를 털어주었다.
"머리 지금 안 말리면 감기 걸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은 가만히 그 손길을 받아내는 시연이었다. 지수는 예쁜 미성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중에 '보물 찾기'도 해야 하는데, 감기 걸리면 되겠어? .... 표정보니까 너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
"이번 경기는 네가 있어서 깃발 근처라도 갔어"
"...."
"고마워"
지수가 부드럽게 웃었다. 시연은 지수를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시연이 웃음을 보이자 더 크게 웃는 지수였다. 대장이자, 캡틴이었던 지수는 막내 에이스가 걱정이었던 모양이었다.
경기장에서는 경원이 필드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민경과 똑같은 대사를 읊었다. 제1 대결, 대장 잡기 경기 심사위원, 학생회 '강경원'입니다. 본 심판은 경기를 공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며 깨끗한 심판을 볼 것을 약속합니다. 경원이 허리를 숙였다. 학생회석에서 보고 있던 승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헐! 누나한테서 저렇게 진지하고, 공손한 모습은 처음 봐! 승관은 호들갑 떨다가 민경에게 정신 사납다고 가만히 있으라며 등짝을 맞고서야 다시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말'들은 모든 주술의 사용을 금하며 어길 시에는 퇴장입니다. 제한 시간 내에 경기가 끝나지 않을 경우, 대장 싸움으로 경기 방식은 전환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30분 제한시간 안에 대장 깃발을 빼앗으면 됩니다. 규칙을 읊은 경원이 '경기 시작'이라고 말하자 다시 북소리가 들려오면서 동서남북 입구에 있는 성화대가 불이 붙었다.
필드 위에 있는 금의 '말들은 시작하였지만 움찔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필드의 맨 끝에 있던 대장, 동호도 화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중계석에 있던 민기와 영민도 '아'하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리고 민기가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박수까지 치며 말하였다. 역시, 우리 애들입니다. 패기가 .... 미쳤어요. 쟤넨 미친 애들이에요. 계속 화를 우쭈쭈해주던 민기치곤 강한 말이었다. 영민이 민기의 말에 숨넘어가 듯이 웃었다.
민기가 그렇게 강하게 말한 이유는 화의 대열 때문이었다. 이제껏 '대장 잡기'라는 경기에서는 어느 팀이든 약속하진 않았지만, 꼭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대장'의 위치는 필드의 맨 끝에 있었다. '말'들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는 '대장'이 있는 식으로. 대장이 주술을 쓸 수 있든, 어찌 됐든 깃발을 지켜야 하니 그게 제일 안전한 대열이었으니까 그런 대열이 고착화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화 속성의 대열은 그 반대가 되어 있었다. '대장'인 정한의 위치는 필드의 중간선 근처, '말'들의 맨 앞쪽에 있었다. 기존의 대열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었다. 치열했던 수와 목 대결로 흥분해 있는 관객들은 화의 대열 형태에 더 들썩거렸다. 정한은 당당하게 서서 금의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냥 깃발을 가져가라는 듯, 무방비하게 말이다. 금 선수들은 바보가 아니였기에 곧이 곧대로 가져가려 하지 않았다. 의심의 눈초리로 정한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봐. 쫄리냐? 왜 아무 짓도 안 해?"
정한은 천사의 얼굴을 하고선 사악하게 웃었다. 정한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고 그와 함께 민기의 말이 방송에 송출되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던 '대장 잡기'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정한의 입모양이 패기가 미쳤다는 민기의 말과 너무 적절해 보였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정한의 입모양이 무얼 말하는지 아는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잘 웃지 않는 여주와 지훈도 피식하며 웃었다.
"자, 얘들아! 좀 전에 열렬하게 진 수의 기를 더 꺾으러 가볼까?"
정한이 해맑게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대기실에 있던 지수는 정한의 입모양에 마시던 물통을 한 손으로 구겨 버렸을지도. 정한의 말에 의해 순간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던 금의 선수들은 정한의 발걸음에 기분 나쁜 표정보다는 한층 더 예민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정한은 발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중간선을 밟은 정한의 발이었다. 중간선은 살짝 지워졌다 주술로 다시 그어졌다. 정한은 중간선을 넘었다. 그리고 중간선은 다시 그려질 시간도 없이 화 선수들에 의해 밟히고 지워졌다.
동호는 다가오는 화 선수들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 진짜 내가 대장 안 한다고 했잖아. 귀여운 투정을 부리면서 말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귀여웠지만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있는 금 선수는 인이어를 타고 흘러나오는 동호의 말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해태인 결경이 '무조건 오빠야!'라며 동호를 대장으로 밀어 넣은 덕에 대장이 된 것이지만 왠지 사과를 해야 할 거 같은 느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중 제일 근처에 있는 준휘는 그래도 일단은 짜놓은 전략은 있으니 하기는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할 수 있다고, 어깨까지 두드려주면서. 동호는 감동했지만 주위는 식겁했다. 백호한테 그러지 마....! 준휘의 말에 감동도 잠시, 동호는 그래도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손을 바닥에 짚었다.
괜히 내가 말한 전략 썼다가 지는 거 아니야? 동호가 여전히 속으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며 바닥에 손을 짚자 금 선수들은 무서움의 감정을 뒤로 보내고 바로 앞을 보면서 상체를 낮추었다. 일종의 준비자세였던 것이다.
정한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동호와 금의 '말'들을 지켜보았다. 발은 계속 움직였다. 중간선이 서른 번째로 지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선이 생겼다. 화 선수들이 금의 필드로 모두 넘어왔다. 정한이 한 발자국 더 움직이자 갑자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한 정한이었다. 화 선수들이 균형을 잡고 있을 때, 땅에서 벽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벽들이 생겨나서야 땅의 흔들림이 멈추었고, 화 선수들에 눈에 보이는 건 오직 벽들 사이, 맨 끝에 있는 동호밖에 없었다. 동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다 벽 뒤에 숨은 것 같았다. 급 불안함에 휩싸인 화 선수들이었다. 어디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동호가 만든 벽들은 모양도 제각각,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우와,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었다고? 영력 대박이다, 진짜. 정한은 동호의 영력에 감탄하며 벽들을 둘러보았다. 뒤에 남학생 한 명이 지금 감탄하고 있을 때냐면서 핀잔을 주었다. 정한이 벽을 다 태워도 되긴 되지만 만약, 불이 금 선수들에게 닿아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벽을 세세하게 컨트롤해서 녹이는 건 아직까지 실력이 안 되기도 했다. 정한 뒤에 있는 화의 '말'들이 정한에게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냐고. 정한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계속 나아가야지. 깃발 뺏으러. 정한의 말에 선수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대책이 있는 거야? 여기서 나아가면.... 한 여학생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정한의 행동이 먼저 나왔다.
"아마 여기서 이렇게 튀어나오겠지?"
정한이 한걸음 나아가자 근처에 있는 벽에서 금의 '말' 두 명이 튀어나왔다. 당황한 화의 '말'들은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중 순발력이 좋은 두 명이 금 선수 두 명을 막아냈고, 그후 동시에 필드 밖으로 떨어져 버려 네 명 모두, 탈락했다. 정한 바로 뒤에 있던 다른 여학생이 정한의 등을 찰싹하고 때렸다. 야! 조심 좀 해! 깃발 빼앗겼으면 어쩔 뻔했어! 정한은 닿지도 않는 등을 쓸어내리려 하면서 아파했다. 이내 정신 차리고는 '말'들에게 말하는 정한이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날 저쪽 대장이 있는 곳까지 주위의 잔챙이들을 다 떨구는 게 목표야"
"...."
"전략 회의 때도 말했잖아? 달라진 건 없어. 상대방의 전략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그냥 우리 전략을 고수한다"
"...."
"알겠지?"
정한이 예쁘게 웃어 보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장난기도 많고, 모든 걸 귀찮아하는 성격은 대장으로서 신뢰가 갈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장으로 선정된 이유는 이런 모습에서였다. 차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긴장감도 심어주는, 그런 모습. 정한 덕에 모두가 결의를 다시 다질 때, 예쁘게 웃던 정한은 어느새 다시 사악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손을 화의 필드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정한의 분위기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한 남학생이 정한에게 뭐라 하기도 전에 정한은 일을 저질렀다. 모두 엎드려! 정한의 행동에 화와 금, 관중석, 중계석, 어쩌면 티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까지도 경악하고 있었다. 일을 저지르고 난 후, 정한의 손바닥에서는 아직 뿜어낼 게 남았다는 듯이 용암이 뚝뚝 떨어졌다. 정한의 발 근처로 떨어진 용암은 흙을 녹였다. 정한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발로 흙을 가져와 슥슥 덮었다.
"아, 모두 걱정하지 마. 결계 쳐놔서 뜨거운 건 안 느껴질 거야"
"...."
"음, 이 정도면 다 녹지 않았을까? 한 번 확인해볼까?"
"미친놈이.... 우리 필드는 왜 불태우고 난리야!"
아까 정한을 제지하려던 남학생이 소리쳤지만 정한은 무시하고 다시 화의 필드 쪽으로 손을 뻗어 대량의 물을 방출했다. 다시 엎드린 화 선수들은 물론, 벽 뒤에서 투과 주술로 보고 있던 금 선수들도 얼빠진 표정으로 화의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한이 물을 방출하기 전, 화의 필드는 용암으로 인해서 녹고 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무너지더니 불에 녹고 있음을 증명하듯 열이 펄펄 올라오고 있었다.
정한의 돌발행동에 학생회는 급하게 관중석에 결계를 쳐서 용암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 결계를 치던 민경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욕하였다. 저, 미친 새끼.... 놀랐잖아, 관객 다치면 어쩌려고....! 아, 참고로 민경은 정한보다 한 살 어리다. 한 살 어린 민경이 욕할 만큼 정한의 행동은 당혹스러운 듯했다. 정한이 대량으로 방출한 물 덕에 용암은 빠르게 식었고, 용암과 물이 없어진 화의 필드 자리에는 재만 가득히 남아 있었다.
화 선수들이 놀라 정한에게 뭐라고 하기 위해 필드를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정한을 바라보았다. 한 마디 하려던 선수들의 입이 떨어졌다 닫혔다. 정한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정하고도,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던 것이었다. 다들 조용히 정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눈치 없는 남학생이 정한에게 타박하였다. 우리 필드를 불태우면 어떡해! 떨어질 위험만 높아졌잖아! 남학생의 호들갑스러운 말에 정한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럼 안 떨어지게 잘 해"
정한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표정과 분위기는 권위적으로 변해 있었다. 정한의 목소리에 흠칫한 남학생은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한은 남학생에게 말한 것이었지만 정한의 말에 화의 선수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금 선수들 모두 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꼭 메두사를 마주했을 때, 돌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필드가 좁아진 만큼, 떨어질 위험이 크니까 더 치열하게 날 보호하란 얘기야"
"...."
"'말'이면 '대장'을 확실히 지켜. 멀뚱멀뚱 가만히 있지 마"
"...."
"부탁이 아니고 '대장'으로서 하는 명령이야"
화의 선수들은 하필 정한이 찬 마이크와 자신들이 찬 인이어 때문에 정한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정한의 목소리는 여전히 딱딱하기 그지 없었다. 고개를 치켜들고 내리까는 눈빛은 상당히 압도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힘이 있는 정한의 말들은 협박과도 같았다. 모두가 아까와는 달라진 분위기로 정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누군가 한 명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자 정한은 갑작스레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까, 여러분! 잘 부탁해!"
정한은 언제 그렇게 싸늘했냐는 듯, 빙그레 웃었다. 거기다가 꽃받침까지. 그리고 정한은 다시 발을 옮겨 금의 필드를 걸었다. 저건 역시 또라이야.... 화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옮겼다. 그리고 곧바로 튀어나오는 금의 '말'들을 빠르게 막아내는 화의 '말'들이었다. 아까처럼 당황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한의 돌발행동 덕에 경각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 정한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금의 필드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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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간이 15분 정도 지났을 때, 정한의 발걸음은 금의 필드 정중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금이 중간에 무술 실력이 강한 선수들을 많이 배치한데다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고, 정한의 깃발도 지켜야 하니 정한의 주위는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정한은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얘들아.... 정하니가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잖아.... 빨리 탈락시키란 말이야아아아.
정한은 말꼬리를 늘리며 찡찡댔다. 귀여운 표정과 목소리, 발을 구르는 행동은 덤이었다. 그 옆에서 금의 '말'과 대적하고 있던 남학생이 정한에게 소리쳤다. 야!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소름 돋아서 힘 풀리잖.... 아아아아악! 말하다가 결국은 떨어져 버렸다. 정한은 입술을 쭉 내밀며 아까보다 더 애교 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힝. 왜 떨어지고 난리람. 꼴사나웟!
그 즉시, 금의 '말'이 화의 '말'과 함께 떨어졌다. 정한은 그 모습에 쩝하고 입을 다시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소름 돋냐.... 대답 없는 질문이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정한이 자신의 애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정한의 바로 눈앞에서 이때까지 만들었던 벽에서 가장 높은 벽이 솟아올랐다. 그 덕에 금과 화의 '말'들이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높은 벽, 맨 꼭대기에 누군가가 올라왔다.
정한이 고개를 들려 누군가 싶어서 보려고 했지만 햇빛이 강하게 쏘아내리고 있어 얼굴이 그늘져 보이지 않았다. 정한은 두 주먹을 꼭 쥐고 눈 근처로 갖다 대며 말하였다. 아앗, 정하니 눈 아팟. 너, 누구얏! 그래도 아직 애교에 미련이 남은 모양이었다.... 벽의 꼭대기에 서있는 사람은 정한의 애교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인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우리 두 팀 다 전략이 비슷해서 그런지 쉽게 승부가 안 나는 것 같으니까 대장끼리 대결하는 거 어때?"
동호 목소리였다. 한참 동안이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던 동호였다. 정한이 화의 필드를 불태우며 일침 놓을 때, 동호도 *소성청(小聲聽) 주술을 이용하여 정한의 말을 듣고 있었다. 동호는 정한의 팀원을 말 한마디로 심복 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을 보고 감탄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한 일을 바로 행하는 것까지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성청 주술 :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초급 주술
정한에게선 동호가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소심한 동호는 저럴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찬찬히 상황을 살펴보았다. 금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생각난 게 '대장만의 싸움'이었다. 현재 상황으로썬 '화'의 말들이 조금 더 많아보였다. 준휘가 혼자서 다섯 명을 해치우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긴 했지만.
분명 상황으로봐서는 금의 전략이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이 이렇게 밀린다는 뜻은 아까 정한의 협박 아닌 협박 덕이었겠지. 만약 이 상태로 20분 가까이 가게 된다면 금의 승률은 점점 떨어질 게 분명했다. 불리해지는 금이 말들을 이따금씩 도와주면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던 동호는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역전 가능 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력'이라고 생각했다.
사방신이 신수로 나왔는데 그것부터 게임오버가 아닌가 생각한 동호였다. 자신이 내린 결론이 맞는가에 대한 생각을 수십 번 더 하고 나서야 동호는 정한에게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같았으면 말들에게 말하고 대답 받고나서야 행동했을텐데, 그러기에는 금의 말들이 정신 없어 보였고 대답해줄 상황도 아닌 것 같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말한 것이었다.
만약, 동호가 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면 제안하는 말씨가 아니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여린 사슴님, 백호에게 물어 뜯길 준비가 되었나요? 그리고 이미 주술로 모두를 떨어트렸겠지. 실제론 쭈그려 앉은 채로 '우리 두 팀 다 전략이 비슷해서 그런지 쉽게 승부가 안 나는 것 같으니까 대장끼리 대결하는 거 어때?'하며 동의를 구하는 것이였지만.
아무런 상의는 없었어도 금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운 말이었을 것이다.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은 동호가 말한 제안이었기에. 또, 동호가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다. 백호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현재 이 필드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동요가 일어난 건 '화'쪽이었다. 저 미친 대장이 뻔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거 아니겠지. 화 선수들은 정한의 낌새를 살폈다.
그래! 하자! 백호는 귀여우니까! 정한이 쾌활하게 말했다. 동호의 제안에 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주위에 있던 화의 '말'들이 미쳤냐고 소리쳤다. 덕분에 준휘와 상대하고 있던 몇몇은 떨어져 버렸다. 정한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들에게 말하였다.
그럼 어떡해. 숫자는 겨우 앞서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 이 상태로는 우리 팀 '말' 전멸될 것 같은데? 정한은 준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폭주 기관차 봐. 너네가 쟤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해? 헤엑, 벌써 몇 명이 떨어진거야! 탈락한 '화'의 말들이 인이어를 통해서 들려오는 정한의 말에 부들 부들거렸다.
네가 같잖은 애교만 안 부렸어도! 네가 갑자기 백호 제안만 안 받아들였어도! 분통을 터트리며 소리쳐 봤지만 이미 탈락해버린 탓에 마이크가 꺼져버려 정한에게 닿지 못한 말들이었다. 정한의 말은 필드 위에 살아있는 말들에겐 꽤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지금 여덟 명째 혼자서 해치우고 있는 준휘를 보니 눈앞이 캄캄한 건 사실이었다.
결국엔 모두 동의했고, 화와 금의 말들의 싸움은 막을 내렸다. 발로 여섯 명을 보내버린 준휘는 동호에게 물어봤다. 형, 대결할 거예요? 우리 다 내려갈까요? 동호는 조심스레 '응'이라고 답했다. 속에선 '나 이래도 되는 거지?'라고 연신 질문을 하면서. 동호의 대답을 듣고 준휘는 자기 발로 필드 위를 뛰어내렸다. 준휘가 뛰어내리자 연달아 금 선수들도 뛰어내렸고, 정한의 명령에 화 선수들도 뛰어내렸다.
필드 위에는 동호와 정한 밖에 남지 않았다. 민기와 영민은 누구 한 명도 꼼수 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내려갔다는 점에 대해서 칭찬하고 있었다. 동호는 벽에서 내려와 정한을 마주 보고 섰다. 정한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공격을 시작했다. 정한은 곧장 동호에게로 달려나갔다. 일단은 무술로 승부를 보는 동호와 정한이었다.
체격 차이든, 영력이든 둘 다 밀릴 것 같은 정한이었지만 의외로 체격 차이에서는 밀리지 않는 듯했다. 동호는 무겁게 내리꽂는 스타일이라면 정한은 스피드로 상대하는 타입이었으니 동호의 공격을 빠르게 피해나갔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꼽는 정한의 공격은 동호도 막기엔 벅차는 듯 보였다.
보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백호와 사슴인데 사슴이 밀리지 않고 공격을 해나가는 형세를 보니 다들 재밌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밑에 있던 화 선수들도 놀란 것 매한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무술 시간에 귀찮다며 설렁설렁하는 데다가 심지어 선생님의 눈을 피해 누워 있는 정한이 저렇게 날뛰는 모습을 보니 놀랄 만하였다. 그리고 한 명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충 사는 애가 능력치는 왜 저렇게 좋아? 진짜 운이 타고난 놈이야, 저건....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공방전이 펼쳐졌다. 무술 사이사이 섞여 있는 주술들이 경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었다. 동호의 발차기로 정한이 공중에 몸이 붕 뜰때면, 정한은 부스터를 사용하듯 손에서 폭파를 일으켜 공중에서 균형을 잡은 채로 동호에게 공격했고, 정한이 손으로 폭발을 동호를 향해서 날리면, 동호는 재빠르게 결계 주술을 사용하여 막아낸 후, 도약 주술을 사용해 공중에 있는 정한에게 주먹을 날렸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정면으로 날린 동호의 주먹을 옆으로 슬쩍 피한 정한은 땅에서 뛰어올라 다리를 동호의 얼굴 근처로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무게 증강 주술을 다리에 발동시켜 동호에게 날렸다. 정한의 무게의 두 배가 실린 발차기였고 동호는 꽤 멀리 날아갈 뻔했지만 주위에 있는 벽들 때문에 벽에 부딪혀 무릎을 꿇은 동호였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백호를 지지하는 몇몇은 야유했지만 대부분은 딱히 누가 이기든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사슴이 백호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이 재밌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무게 증강 주술 : 무게를 올려 파워를 증강 시키는 중급 주술이다. 최대는 자신의 몸무게의 네 배까지 증강이 가능하며 최소 1.5 배이다.
정한에게 맞은 뺨이 아파 동호는 얼굴을 부여잡았다. 아, 아파. 정한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동호에게로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제 깃발만 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정한의 숨도 이미 턱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정한의 발이 가까워지자 동호는 얼굴을 부여잡던 손을 바닥에 짚고 그대로 몸을 돌려 정한의 왼쪽 발목에 정확히 발을 날렸다.
동호가 날린 발차기에는 정한과 똑같이 무게 증강 주술까지 사용하여 무게가 보다 무겁게 실려 있었다. 정한보다 동호의 무게가 더 있는 지라 똑같은 증강 주술을 써도 파워가 남달랐다. 동호가 그럴 줄 몰랐던 건지 정한은 동호의 공격을 맞고 넘어진 정한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덩이도 아팠지만 발목은 더더욱 아팠다.
정한은 바닥에 엉덩이가 닿자마자 곧바로 자신과 동호 사이에 불을 커튼처럼 쳤다. 그리고 바닥에 앉은 채로 급하게 뒤로 물러갔다. 제대로 동호의 발차기가 들어간 덕에 발목이 비틀린 것 같았다. 아씨, 치료 주술 받는 게 더 아픈데, 망했다. 정한의 불을 동호가 주술을 사용해 물로 없앴고, 정한에게로 걸어왔다. 아, 이러면 어쩔 수 없잖아. 정한은 이를 꽉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을 줄 수 없는 왼쪽 발목은 *고착 주술을 사용하여 땅에 붙혀 억지로 몸을 지탱했다.
*고착 주술 : 어떤 곳에 물체를 붙일 수 있는 초급 주술. 물체는 신체도 가능하다.
억지로 지탱한 더에 정한은 발목에 아픔이 극심하게 느껴졌다. 인상이 팍 구겨졌지만 꼴사납게 주저앉아서 동호에게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주술전(呪術戰)' 시작이었다. 이런 발목으로 무술은 무리라고 판단한 정한은 원거리에서 주술로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동호가 저벅저벅 다가오자 정한은 바로 불길을 만들어 동호를 차단했다. 그러자 동호는 바로 다른 주술을 사용해 걸어왔다.
정한은 또 다른 주술로 동호를 차단하고 동호는 다시 주술을 써서 그걸 뿌리치는 걸 반복했다. 그렇게 주술 공방전이 펼쳐졌다. 삼학년의 주술 싸움이라 그런지 수준 높은 주술들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다채롭고 눈부신 주술들에 모두 감탄하며 관람했다. 영력이 필요한 주술도 정한은 동호 못지 않게 강했다. 그에 한 번 더 놀라는 관객석이었다. 심지어 신수가 사슴이 맞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었다.
공방전이 오래가면 오래 갈수록 동호는 정한에게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둘의 체력은 이제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만큼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정한은 초조해졌다. 동호의 발걸음을 막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 발목으로 어떻게 깃발을 뺏어오지?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정한이었다. 정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한이 동호를 막기만 하고 있을 그때, 동호가 필드 위를 느닷없이 뛰어내려 버렸다.
당황한 정한은 심판을 바라보았지만 경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 스스로 벌인 거니까 정식 대장 싸움이 아니라는 건가. 정한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등 뒤가 소름이 돋자 정한은 빠르게 몸을 돌렸다.
삐이이익-
"화 속성의 대장이 잡혔으므로 금 속성의 승리로 경기는 종료됩니다"
경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경기가 끝났을 때 정적이었던 수와 목 경기와 다르게 경기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정한이 몸을 돌렸을 땐,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었다. 동호는 필드 위에서 떨어지며 그 사이 *이동 주술을 사용하여 정한의 뒤로 갔던 것이었다. 정한은 앞머리를 뒤로 쓸었다. 와, 이동 주술은 반칙이지. 나도 아직 그건 못하는데. 정한의 얼굴이 패배감으로 물들었다.
*이동 주술(텔레포트 주술) : 원하는 곳으로 몸을 이동하는 주술. 고공간 주술과는 다른 고급 이동 주술. 고공간 주술보다 사용하기 쉽지만 그만큼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점과 이동하는 동안 멀미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는 단점이 있음.
동호는 손에 들린 화의 깃발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 주술은 아직 잘 사용 못하는데.... 다행이다. 동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식 대장 싸움이 아니기에 만약 이동 주술이 발동되지 않을 경우, 경기장 밑, 대장들에게만 발동되는 이동 주술로 위로 올라가 다시 경기를 진행할 생각이었던 동호였다.
정한은 바닥에 주저앉고 고착 주술을 해제했다. 경기가 끝나니 아픔이 더 느껴지는 듯했다. 정한의 얼굴은 사정없이 구겨져버렸다. 지수랑 싸울 때 빼고는 잘 보이지 않던 얼굴이었다. 동호는 정한의 근처로 다가와 발목을 벌컥 잡았다. 깜짝 놀란 정한은 뭐 하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에 입에선 물음 대신 '악'소리만 나왔다. 강동호가 이제 날 죽이려고 하는구나. 정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동호는 손을 떼었다. 정한은 '나쁜 놈아, 그 발목을 그렇게 사정없이 잡냐'라고 징징거릴려 했지만 오히려 아픔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멀쩡한 발목에 놀라서 토끼 눈을 뜨고 동호를 바라보았다. 동호는 목덜미를 긁적이며 말하였다.
"아, 그 치료 주술.... 빨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너 치료 주술도 할 줄 알아?"
".... 별 건 아니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보건쌤한테 진료 받으러 가"
볼을 긁적이며 말하는 동호를 보며 정한은 '와'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치료 주술도 할 줄 아는 애한테 나는 덤볐던 거냐. 정한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 벌떡 일어섰다. 동호가 그렇게 벌떡 일어나면 안 된다고 걱정하니 정한은 듣지 않고 동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멀쩡한 것 같으니까 빨리 내려가자, 졌는데 계속 필드 위에 있는 거 쪽팔려. 둘은 경기에 대한 내용을 말하며 필드 위를 내려갔다.
"그래서, 이 형님의 혼신의 발차기는 어땠냐. 나름 필살기였는데"
"아팠어"
"거짓말 치지 마. 너 광대뼈 안 부서졌잖아"
"아니야. 결계 안 쳤으면 목 나갔을 거야. 다행히 결계를 빨리 쳐서.... 근데 너무 빨라서 완벽히 못 막아가지고 진짜 아팠어"
"...."
재능의 축복을 느끼며 정한은 한없이 쓸쓸해져만 갔다.
-
"네, 첫 번째 경기, '대장 잡기'는 목 속성과 금 속성이 300점씩 가져가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 네. 목 속성과 금 속성의 출발이 아주 좋네요"
"어, 민기 군, 표정이 왜 그러죠?"
화, 수,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면서 오만 난리를 떨더니 각자 눈앞에 있는 팀을 보지 못하고 첫 종목부터 말아먹어서 그런가요? 영민이 민기를 조롱하는 투로 꺄르르 거렸다. 민기는 영민의 말에 부들거렸지만 맞는 말이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걸 아는 영민은 낄낄댔다. 아주 재수 없었다. 물론, 그전에 민기도 재수 없었지만 말이다. 영민은 놀리는 걸 그만두고 본격적인 금과 화의 대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금과 화의 대결은 목과 수의 대결과 다르게 아주 투박하고 원시적인 느낌의 경기였습니다. 목과 수는 최근에 들어서 많이 보이는 경기 형태를 띠고 있는 전략 싸움의 대장 잡기였다면 금과 화는 기발한 전략보다는 전략은 2순위 느낌이고, 무술이 아주 중점에 있는 전통적인 경기 느낌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두 경기 모두, 색다르고 아주 흥미진진한 경기였습니다."
또, 금과 화 대결을 좀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저는 굉장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화 속성의 윤정한 선수가 화의 필드를 용암으로 녹일 때.... 시청자분들은 정한 군의 말을 못 들으셨지만 .... 아, 굉장했거든요. 민기의 말에 영민은 동의했다. 맞아요. 사실, 그렇게 하기 전에 금의 '말' 두 명이 기습 공격할 때, 화의 말들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거든요. 그나마 두 명이 빠르게 맞섰는데, 다 탈락되었죠.
아마, 윤정한 선수는 따끔하게 경고를 주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영민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아, 또, 제가 생각한 인상적인 장면은 경기 마지막쯤에 강동호 선수가 필드 밖으로 나갈 때, 저는 그게 인상이 깊더라고요. 민기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 그건 저도 인상 깊었습니다. 주술 싸움이 길어지니까 체력에 한계가 온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빨리 끝내려고 택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중계석에서 한창 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기실에서 두 번째 종목 경기를 위해 출전 선수들이 대기실을 나섰다. 화의 대기실에선 여주와 지훈, 은우 그리고 다른 두 명이 나섰다.
- 다음 편에 계속
+ 네. 그렇죠. 제 주제(진도 느리게 나가는 게 특기)에 한 화에 두 경기를 집어 넣는 건 무리였습니다. 덴댱.
+ 약간 잘못 판단한 것 같아요... 화랑 금 먼저 대결할 걸... 상대적으로 화려함이 부족해서.... 좀 소박해보이는 느낌....?ㅎ
+ 이번 편은 정한이 매력 폭발하는 편인 거 같져...? 네, 저 정하니 같은 캐릭 좋아합니댜. 예쁜 애가 또라이 기질 가지고 있으면 그게 또 발리잖아여ㅎㅎㅎ
+ 본격, 여자주인공이 분량 없는 글.... 다음화에 여주 분량 정상적으로 돌아오니 조금만 기다려줘여...!
+ 여러분의 상상이 구체화 되라고 아이디어 노트를 올려 놓고 가겠씁니다,,, 총총,,, 앗, 여기 장미꽃두,,,, @----
(아이디어노트는 체육대회 끝날 때까지 올릴 것 같아요)
이건 약간 쓸데 없는 듯.... 발그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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