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화론이라고 아는가. 인류는 우월한 종자로 개량되어야 하며, 우월한 종자들로 채워져야한다. 이 사회진화론이 발전되어서 현재 국가진화론이 되었다.
사회진화론에 적합하지 않은 현 지구는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처음 만들어진 그 때로 돌아갔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평화로웠다. 인간이 없는 지구는 평온했다.
이제 당신은 지구를 떠나야 한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 당신은, 투토피아로 갈 것인가, 죽음을 택할 것 인가.
투토피아는 지금 당신에게 묻고있다. 당신은 현명한가, 우매한가.
[인피니트/현성수열야동] 투토피아(Twotopia)2 : 그들이 사는 세상 02
"김성규라고 알아?"
"아니, 잘 모르겠는데?"
성규와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에게 성규의 정체를 물은 우현은 성과가 없음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작곡노트의 주인은 과연 김성규가 맞는지
돈이 없어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만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지않았다는 김성규. 그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성규, 친구들은 성규가 죽은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성규와 그나마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중학교 졸업식 이후로 성규가 보이지 않자 직접 성규의 집 앞까지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과연 김성규는 누구인가.
우현이 교실에 들어오자 종현이 기다렸다는 듯 우현의 앞자리에 앉는다. 뭐 알아온건 있어? 종현의 물음에 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애가 중학교 이후로 흔적이 없어..
"근데..네가 왜 김성규 뒷조사를 하는데?"
우현의 말을 가만히 듣던 호원의 물음에 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네..내가 왜 김성규 뒷조사를 하고 있지? 순간, 제가 여태까지 해온 것에 허탈해졌다.
내가 김성규랑 친했었나? 아니..김성규를 알고 있긴 했었나? 근데 왜? 성규의 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이후 우현은 무엇에 이끌리듯 성규의 과거에 대해 찾아다녔다.
그런데 여태껏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았다. 너 담임이 지켜본다고 했으니까 괜히 뽈뽈대고 다니지 마라, 또 아저씨한테 걸리면..
호원이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웃음을 참았다. 그 이유인 즉슨ㅡ
"야, 이호원 넌 무슨 중학교 때 얘기를 지금 꺼내냐?"
종현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우현은 입을 삐죽이며 호원과 종현을 한꺼번에 잡아 무릎으로 배를 가격했다. 이 새끼들이 다 지난 얘기를 지금 꺼내냐? 우현이 중학생 때
우현은 처음으로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밤 늦게-새벽이라고 굳이 말은 하지 않겠다- 까지 놀다 들어가 보기도 하고 이유없이 용돈을
타가 펑펑 써보기도 하고, 일진놀이를 했었다. 일진놀이를 한게 걸렸을 때 그대로 아버지에게 잡혀 엄청 맞고 혼났던 기억. 온화하고 자상하셨던 아버지가 욕을 써가며
우현을 때렸을 때 우현은 아, 정말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 라는걸 느끼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음악을 시작했다.-그 때 그 상황을 종현과 우현은 다 보고 있었다.-
"우현아."
교실 문 턱에 윤호가 있었다. 잠깐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윤호의 말에 우현이 윤호를 따라 나갔다. 교내 쉼터. 윤호가 우현을 자리에 앉히고 우현의 앞에 앉았다.
너..성규 과거 캐내고 다녀? 윤호의 물었다. 아니~ 캐내고 다닌게 아니라 궁금해서 찾아다닌건데..윤호가 우현의 말을 끊었다. 하지마. 성규 뒤에 누가 있을 줄 알고 네가
왜 겁 없이 덤벼, 너 곧 중요한 시험 있다고 했잖아. 윤호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윤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성규의 뒷배경에 사채업자들이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잘못 걸려서 연관 되기라도 하면 제가 죽을 수도 있다.
"엄마...나 왔어.."
성규는 계속 걸었다. 어디인지도 모를 이 곳. 성규는 이 곳에 제 엄마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엄마..성규 왔다니까..? 성규는 제 엄마가 보고싶었다. 엄마가 앞을 못 본다면
제 눈을 줄 수도 있고, 팔이 없다면 제 팔을 떼어줄 수 있고, 제 심장을 내어줄 수도 있을만큼 소중한 엄마. 아버지가 자살한 이후로 성규의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성규를
위하여 뭐든지 다 했었다. 거리의 쓰레기를 줍기도 했었고, 종이를 줍기도 했었고, 구걸도 했었다. 하다 못해, 물건을 훔치기도 했었다.
제 아들 성규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 성규를 위해서라면, 창피함? 아픔? 고통? 그 따위 한낱 감정들은 아무 소용 없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들이었다. 차라리 제 아들이 이 동네 부잣집 아들이었다면 이만큼 힘들지는 않았으리라. 그 집 아들 이름이 우현이었나.
그 소년을 볼 때마다 제 아들과 바꿔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왕자와 거지처럼, 하루 아침에 제 아들이 그 집 아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쁠까. 이런 못된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그 집으로 청소를 하러 갈때마다 그 집 아들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비싼 물건을 훔쳐 나왔다. 훔친지 2일 후, 그 아들에게 걸렸지만 그 아들은 못 본척 했었다.
옳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이 것을 팔면, 제 아들이 일주일동안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따뜻하게 잘 수 있으니까. 애써 그 아들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그 못된 악행은 곧 아들의 부모에게 걸렸고, 욕을 먹지는 않았지만 일자리를 잃었다. 그 집에서 나올 때 아들이 성규의 엄마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아줌마, 이거 아줌마 가지세요."
"이거..네 용돈 아니야..?"
"전 다음에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아줌마 아들은 아니잖아요. 아줌마 저희 집에서 나가시면 또 언제 일 자리 얻으실지 모르는데.."
여인-성규의 엄마-은 고마움에 소년을 끌어안았다. 냄새가 나고 더럽다고 사람들은 그녀를 피했지만 소년은 거부하지않고 안겼다. 소년을 한참동안이나 안고있던 그녀가
눈물을 보이자 소년은 여인의 등을 토닥였다. 여인이 집을 떠나기 전, 소년은 여인에게 짐가방을 건넸다. 이거 아줌마 짐이에요. 소년에게 그것을 받아 집에 와서 풀어보니
소년의 부모가 두둑히 챙겨준 돈, 소년이 넣어준 장난감, 책 그리고 옷이 보였다. 여인은 제 가슴을 쳤다. 지금 내가 이 착한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성규야.."
성규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빛이 나는 그 쪽에서 누군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엄마..? 성규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맞아..? 성규의 손이,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 성규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누군가 걸어나오는 그 쪽으로 가고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점점, 형체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성규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엄마..나 무서웠어..성규가 손을 뻗었다. 누군가가 그 손을 잡았다. 빠르게 뛰던 가슴이 멎는 느낌이었다. 엄마가 아니다.
"누구세요..?"
성규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성규가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 엄마는요..? 여인은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성규를 데리고 빠르게 그 곳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 점점 멀어지자 온 몸이 따갑기 시작했다. 성규가 제 얼굴을 손으로 쓱 훑었다. 피..?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여인이 성규를 안아들었다. 여인의 걸음이 빨라지다
뛰기 시작했다. 여인이 성규의 눈을 가렸다. 성규는 무서웠다. 하지만, 두려움을 참아야만 했다.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마침내 여인이 멈춰섰다.
"성규야.."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네 엄마는 이제 나란다."
여인의 말에 성규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여인이 성규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또래보다 훨씬 여린 몸, 작은 키. 이 아이가 과연 고등학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여인이 성규를 재웠다. 상처가 치유되기 전까지는 아픔에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그 아픔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외부인으로 보이는 이 아이가 어떻게
제 4세계에 올 수 있었을까. 여인은 성규가 제 4세계에 들어갔었다는 사실을 묵인했다. 그저 성규는 여인의 아들이었다.
"아가야.."
네가 언젠가 제 4세계에 들어간 사실이 기억나더라도 그 것을 말하면 안된다. 넌 지금부터 제 3세계에서 온 내 아들이야. 넌 더 이상 지구인이 아니야. 여인은 몇 번이나
그 말을 되뇌였다. 성규는 잠든 듯 보였다.
"넌 이제 천사야."
여인이 성규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 절대 성규를 해하려는 손길이 아닌, 도와주려는 손길. 여인이 성규를 데리고 제 집으로 들어갔다. 여인이 들어가자
잠시동안 멈춰있던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인이 성규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손에 든 시계를 다시 넣었다. 성규의 입에 약을 넣은 여인이 성규의 옆에 앉았다.
성규의 옆에서 한시라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여인, 성규를 보살피느라 잠도 자지않은 성규의 새 엄마. 그러나 새엄마로 보이지 않는 성규의 새엄마.
천사를 동경하던 소년이 천사가 된 순간. 하지만 목적을 잃어버린 소년. 소년은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가.
아카페라 |
2편 분량이 많이 짧네요, 죄송합니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