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prologue/
"그래서 이유가 뭔데?"
"이유랄게 어디있어.우리 사귄지 4년이 지났어."
"그러니까 4년동안 즐길거 해볼거 다 해봤으니 그만하자는 거야?"
"OO아.오빠가 그런 뜻으로 하는 말 아닌거 알면서..."
"그럼 뭐냐고.여자 생겼어?"
".....후...."
"야,김민석!"
"시끄러워.여기 우리만 있는거 아니야.그리고."
"......."
"여자 생긴거 맞아.이제 속이 풀려?정말 끝까지 힘들게 해.너란 애."
내 나이 스물넷.대학교에서 만난 동아리 선배 김민석과 4년을 연애했다.
그의 군대,그의 취업.나와 그는 많은 시간을 함께 견디며 사랑했다.
내 첫사랑인 김민석은 조용하게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우리의 마지막을 얘기했다.
불같은 감정을 가진 나는 항상 침착하고 차가운 김민석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김민석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언컨대 그는 절대 내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없는 남자다.
분명 거짓말이야.나랑 헤어지려고 하는 새빨간 거짓말.
"나 할말 다 했으니 먼저 갈게.조금 안정되면 전화해.그땐 받아줄테니까."
"..허..그걸 말이라고 해?"
"그리고 난 너와 함께 했던 시간 좋게 남기고 싶다.이해하지?"
"민석아..오빠."
"너가 구질구질하게 남자한테 매달리는 애도 아닌거 내가 알아.자존심이 얼마나 쌘데.너."
".....거짓말."
"뭐가?"
"여자 없으면서 무슨 여자야.여자는.그냥 내가 질려서라고 하지?"
"그런거 아니야.그래도 내가 4년동안 사랑했던 여자야.너.좋은 사람이야.그러니까..."
"오빠!"
"나보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해라.응?갈게."
분해서 눈물도 안난다.반듯한 김민석의 눈꼬리가 휘어지는게 꼴보기가 싫다.
얼씨구.신나셨어.신났어.
그래도 카페 문을 나서는 김민석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봤다.
4년동안 불같던 또는 얼음같았던 우리의 연애가 쫑났다.
나 없인 못살것처럼 굴던 김민석 손에서.
애인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야.김민석 쎄다."
"이씨..너 자꾸 웃을거야?"
"아,미안미안...근데 웃기잔아.천하의 OOO이 아무 말 못하고 보냈다는게."
"뭐가.그 자리에서 커피라도 부어?"
"그러고도 남았을 줄 알았지.너라면 의자도 던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친구를 미친년으로 만드네."
초등학생부터 친구였던 송정인은 위로는 못해줄 망정 웃기 바쁘다.나쁜년...
김민석이랑 헤어진지 약 일주일.일주일동안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매일 밤마다 울었다.
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말이야.진짜 이런 날이 올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김민석이 보고싶다.그가 그립고 밉고 또 사랑하고 아직도 사랑한다.
나름 쿨하다고 소문난 나였는데 역시 4년이란 세월을 쉽게 무시할 수 가 없었다.
내 첫사랑은 김민석이고 여전히 마지막 사랑도 김민석일 거라 장담한다.
그를 잡고 싶다.근데 빌어먹을 자존심이 뭐라고 연락도 못하고 있다.
난 아직도 그가 미안하다 사과하며 돌아올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거다.
"근데 김민석 정말로 여자가 생긴걸까?"
"글쎄...근데 그 오빠 성격에 그게 말이되는 소리야?누구보다 도덕적인 사람 아니였어?"
"....사랑 앞에서 무슨 도덕을 따져.복잡해."
"얼씨구.아주 드라마를 찍어라.찍어.너 또 울어?"
"...으씨이...누가 울고 싶어서 우냐?눈물이 나는걸 어떡하라고!!!"
"악!!왜 소리를 질러 미친년아!등신같기는 진짜.니 어제도 술쳐먹고 나한테 울고불고 메달렸지."
"기억안나....흐...아...짜증나."
"....으휴..울지마.이 세상에 남자 많다.내가 남소해줄게.응? 뚝!"
"..으어...엉..흐어어헝..김민석 아니면 싫단 말이야.김민석 데려와!!!!"
"...이게 진정 돌았나..."
그래.난 지금 미치기 일보직적이다.당장 김민석을 내 앞에 가져와라.
죽어도 내가 먼저 연락 못하겠단 말이야.
"정인아...나 어떡해...김민석이 너무 보고싶어..김민석이랑 헤어지기 싫어.."
"...야...OO아."
"흐으...진짜 죽을 것 같아.너무 아파.정인아..."
24년 인생 처음으로 난 지금 찌질하다.
찌질하고 추하고 비굴해도 좋다.김민석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애인이 돌아오게 해주세요.김민석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제발...
어제도 술만 퍼먹다 뻗은건지 일어나보니 쇼파 위엿다.
취직한 이후에 혼자 나와 자취를 하고 있는데 회사에선 일주일동안 빌빌거리는 나를 보고 정신차리고 출근하라며 이틀을 쉬게 해줬다.
회사 하나는 잘만났네.이것도 김민석이 지인한테 소개해줘서 붙은 회사인데...
아침에 눈뜨자마자 김민석 생각을 하니 속이 메스꺼웠다.어기적거리며 물 한잔을 따라 마시고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혹시 몰라서.혹시나 해서.
[야.OOO.내가 힘들게 알아봤다.김민석이 돌아오길 원하면 여기에 전화해보던가.
010-0000-0000 이게 무슨 개인업체인데 연애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다시 붙여준다나 뭐라나.]
송정인한테 와 있는 문자를 열번은 넘게 읽었을 것이다.이게 무슨 개 잡소리래.
그럼 뭐 여기에 전화하면 어이구 손님 김민석님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떡하니 붙여준다는 소리야?
이 새끼가 안 그래도 힘든 친구한테 장난이나 치고 진짜 절교하던가 해야지.퉤퉤.
손바닥에 침 뱉는 흉내를 내며 송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냐.문자 봤냐?언니가 좀 짱이지.
"지랄을 해라,응? 넌 지금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어이구야?반응 한번 참 격하시네.
"진짜 죽고싶지?이런 장난 칠 시간에 니 뱃살이나 빼!!!"
-아니 여기서 내 뱃살이 왜나와 개간년아!!!고생해서 고급정보 알려줬더니 이런 식으로 갚아?엉?
"어머~수고했어요,송정인씨~그럼 이리 얘기해?후...너 나중에 보자,응?"
-아, 그러지 말고 OOO.진짜 전화해봐.우리 회사 사람이 그 업체로 바람핀 남친 돌아오게 했다 그랬어.눈 딱 한번만 감고 해보자.
"...할거면 너나 해.니 그 뭐냐.유학간다고 구라치고 홍대 클럽에서 만났다는 애.
-아 뒤질래,OOO?1년 전 얘기를 왜 꺼내!
"이런거 할 시간에 김민석 집 앞에 찾아가서 무릎꿇고 비는게 낫겠어.절대 안해."
그리고 난 지금 송정인 보내준 번호에 문자를 보내는 중이다.
뭐라고 보내지?아니 이거 진짜 너무 구질구질한거 아니야?아닌가.
아오 시발!!!!!!진짜 김민석때문에 내가 별 지랄이란 지랄을 다 떨어보네.
김민석 나중에 보자.진짜 피눈물 나게 해줄거야.
[애인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보냈다...
[네.반갑습니다.고객님.전화로 상담해드리고 싶은데 연락가능하신가요?]
왁,깜짝이야.이거 뭐야...자동 응답이야?답장이 뭐 이리 빨라?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갈때까지 가보자.
"여보세.."
-네.고객님.고객님의 행복한 사랑을 도와드리는 루모스입니다.
"..아..네..상담하고 싶어서.."
-아,물론이죠.애인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보내셨죠?
"...네.그런데요.정말 가능한건가요?"
-당연한 말씀이십니다.저희가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요?"
-그럼 천천히 고객님의 사랑을 얘기해주시겠어요?
정말 놀랍게도 마법에 걸린것처럼 나와 김민석의 4년을 술술 얘기하게 됬다.
웃다가 울다가 전화기에 별 미친 짓을 다하자 그제서야 창피함이 몰려왔다.
이 업체,내가 믿어도 되는걸까?
-그럼 계약서때문에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성명이랑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이름은 OOO.연락처는 지금 이 전화번호에요."
-좋습니다.이상형이랑 원하는 연애스타일은요?
"네?그런 것도 물어봐요?"
-그럼요.필수사항입니다.
"...어...이상형은 적당한 체격에 귀여운 상을 좋아해요. 유들유들했으면 좋겠어요.너무 능구렁이만 아니면 괜찮아요.김민석이 심하게 딱딱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자존심이 쓸데없이 쎄서 좀 져줄줄 아는 남자?제가 불같아서 물같은 스타일이었으면 해요."
-오케이.감사합니다.약속시간은 내일 오후 2시 OOO고객님 집앞으로 하죠.
"예?저희 집이요?"
-문자로 집주소 찍어보내주세요.적당한 체격에 귀염상인데 유들유들하니 부드러운 남자분이 계약서들고 문앞에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객님.행복한 사랑하세요~
"...아...ㄴ네..."
위험한 계약을 시작한 것 같기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꺼민입니다!!!1
첫글을 싸질렀네요 ㅠㅠㅠ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