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조각
12월 25일, 1년 중 가장 추웠던 그 날
written by. Thames
39.7도, 1도만 더 높았어도 식도가 익어서 말을 못할 정도로 치솟았다. 어제 그렇게 데리고 나가게 두는게 아닌데. 나가고 싶다고 해도 말렸어야 하는건데. 아직도 아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그 당일은 일년중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다. 눈이 왔음은 물론이고 바람도 쌩쌩 불어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는데 많이 생각을 했어야 했다. 연말기분을 내보겠다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종인이와, 세훈이를 데리고 나가서는 놀다온다는 아이를 말리지도 않고 교복에 패딩바람으로 내보낸게 잘못이었다. 나랑 같이 나가는거였으면 옷도 더 따뜻한걸로 갈아입히고 열나면 바로 집으로 데려왔을텐데. 항상 집에만 묶여있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선뜻 허락해줬더니 얼굴이 파리해져서는 돌아온 아이에게 순간 언성을 높일뻔 했다. 종인이에게 업혀서 들어와서는 정신도 못차리고 축 늘어져있는것을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형, 죄송해요. 제가 좀 잘봤어야 하는건데.」
「아니야, 종인아. 내가 미안하다. 백현이 내보내는게 아니었어. 오늘 추웠는데.」
「정말 죄송해요, 잘 팔랑거리면서 돌아다니길래 잠시 눈뗀게 화근이었나봐요. 죄송해요.」
「아니야 정말 괜찮아 종인아. 너한테만 맡겨둔것 같아서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들어가서 쉬고. 태워다줄까?」
「혼자 갈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백현이한테 빨리나았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세요.」
그래도 백현이가 어른스러운 친구를 둬서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종인이는 내가 없을때마다 백현이를 잘 챙겨주는 착한 아이였다. 종인이는 집까지 태워다준다는 나의 호의를 한사코 거부하고 집으로 뛰어나갔다. 싹싹하네, 예의도 바르고. 세훈이도 애가 참 괜찮던데. 백현이는 친구들은 잘뒀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온도계를 찾아꺼냈다. 알약을 꺼내고 냉포를 꺼내고. 저번에 아팠을때 사용했던 냉포가 아직 남아있어 가위로 반을 툭잘라서 물에 적셨다. 너무 차가우면 쇼크오는데. 냉포를 트레이에 얹어놓고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기시작했다. 다끓인 물에 꿀을 약간 태우고 냉포와 함께 방으로 들고들어가자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은 모양새로 숨을 헐떡이는 아이가 보였다.
"백현아, 머리 끝까지 이불쓰면 안된다고 했지."
".........."
"변백현, 형 보자. 왜 그래?"
"...아, 아니야."
옆 콘솔에 트레이를 올려다놓고 이불을 살짝 젖히자 당황한듯한 아이의 목소리가 힘없이 새어나왔다. 하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제 열을 못이겨서 내 베게를 하나 안고는 옆으로 누워있는 아이를 일으켰다. 몸이 불덩이야 백현아. 아직까지 입고있던 교복을 벗기고 무언가를 위에 입히려고 하니까 열때문에 한사코 투정을 부리는 아이때문에 결국 드로즈 외에는 아무것도 입힐 수가 없었다. 꿀물을 마시고, 생수와 함께 약을 먹고, 냉포를 이마위에 얹어주었다. 이불은 가슴까지만 덮어주고는 얼린 물수건을 가지러 주방으로 나왔다 역시 냉동실에는 얼려놓은 물수건이 3개 있었는데 그 중에 2개는 얼린지 얼마되지 않은 거의 새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만 지금 사용가능한 제대로 언 물수건이었다. 물수건을 바로 몸에 대면 매우 좋지않기때문에 물수건이 약간 녹을때까지 주방에 혼자 앉아서 물수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자 꽁꽁 얼었던게 녹아 축축해진 물수건을 꼭 짜서 너무 차갑지 않은걸 확인 한 뒤에 방으로 들어갔다. 몸을 닦아주려고 침대쪽을 바라본 순간 또 변백현 이불끝까지 뒤집어썼네.
"변백현, 이불 뒤집어 쓰지말라니까. 너 열 너무 많아서 안돼 백현아."
"........."
"백현아 형이 몸 닦아줄게. 닦으면 좀 나을거야 견디기에."
"...안돼 그러지마!..."
백현이의 조그마한 반항은 이불이 뒤집히는 소리에 묻혔고 드로즈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않은 자신의 몸을 나에게 보이는것이 부끄러웠는지 손목으로 자신의 눈의 가렸다. 뜨겁네 진짜로, 백현아 많이 차가워? 견딜만 하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몸에 땀을 다 닦아내고, 냉포를 벗겨내서 아까 잘라놓았던 여분의 냉포로 다시 얹어주었다.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젖은 몸을 닦아주자 그제서야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백현이 창피햇 그래?"
"......아니...."
"그럼 왜그래, 형이 이렇게 해주는거 싫어?"
"...미안해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백현이가 너무 귀여웠다. 아프면서 지금 사고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미안하데, 귀엽게 진짜. 목이 부어서 원래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 약간 잠기고 낮아진 목소리도 섹시했다. 예쁘네.
"형이 백현이 이렇게 해주는게 미안해?"
".........."
"형은 백현이 아픈게 제일 싫어."
".........."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확실히 말해 백현아, 형은 백현이 간호하는건 하나도 안 힘들어. 좋아."
".........."
간신히 잘 돌아가지 않는 목을 끄덕이며 눈을 감는 아이의 눈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고 거실로 나왔다. 진짠데. 백현이가 아픈게 제일 싫은데 나한테 말 안하고 아픈거 더 싫은데. 혼자 아프면 서럽잖아 백현아. 다음부터는 어디나갈때 옷을 단단하게 입혀서 내보내야지. 계속 이러면 정신팔려서 어디 제대로 내 일이나 할수 있나. 두런두런 생각을 하며 두꺼운 타올에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꼭 짜내고 백현이의 방 침대 머리맡에 걸어두었다. 이제 죽을 만들어야지. 일어나면 먹고 약먹이게.
이거 20분만에 써서ㅠㅠㅠㅠㅠㅠㅠㅠ조각이에여...
익연에서 소재건져서 쓴건데 뭔가 열병의 연장선이 된거가튼...잉....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헣허허허헣ㅎ허ㅓ
대구팬싸 떨어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징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힣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