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꺼번에 듣기는 무시해주세요
* 동양식 호그와트가 보고 싶어서 만든 세계관 입니다. 해리포터와 유사성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세븐틴'이 최다인원이라 출연 빈도가 높으므로 카테고리는 '세븐틴'으로 고정합니다.
* 스토리의 주요 인물이 뉴이스트, 프리스틴이 될 경우 카테고리는 변경됩니다.
* 노래 있습니다. 두번째 삽입된 음악, '전설의 고향 ost'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들으시면서 읽으면 몰입감은 올라가지만 혹시 그런 분위기가 싫으신 분들은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양학당 (陰陽學黨) ; 체육대회 (6)
각설하고, 목의 선수들이 출발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그때, 여주와 지훈은 둘이 맡은 위치가 산의 가장 높은 곳이라 빠른 속도로 산을 올라가야 했다. 여주는 파쿠르 실전 연습이야 많이 해봤지만 실전은 처음이었다. 연습이나 실전이나 둘 다 산에서 한 건 다를 게 없지만 상황이 다르니 여주도 나름 기합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 기합은 지훈으로 인해 들어간지 오래였다. 여주는 처음에 지훈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 저렇게 빨라?
지훈의 속도는 과장하자면 치타 한 마리를 보는 것 같았다. 나무를 세 걸음만에 올라타고, 그 옆 나무가지로 옮겨가고, 가파른 큰 바위를 점프 한 번에 단숨에 올라서고, 절벽 위로 가는 게 빠른 길이다 싶으면 절벽을 거침없이 뛰어올라갔다. 순간 여주는 지훈만 중력을 덜 받고 있는 건지 의심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파른 경사, 거기다가 위험한 장애물 투성이인 산에서 저렇게 가볍고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었다.
지훈에게 놀라는 것도 잠시, 그런 지훈과 동행할려니 죽을 맛이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 가다 가랑이 찢어지듯 여주가 딱 그 꼴이었다. 여주는 뱁새, 지훈이가 황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주의 숨소리는 벌써부터 굉장히 거칠었다. 저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게 맞는데, 지금 제 실력으로는 불가능이었다. 지훈도 여주 실력을 아는지, 가다가 한 번쯤은 걸음을 멈추고, 또 가다가 한 걸음 멈추고 일부러 기다려주었다.
여주에 대한 배려? 그딴 건 전혀 아니었다. 뒤를 돌아 여주를 보고 있는 눈빛이 버러지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으니깐. 지훈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콱 버리고 가고 싶지만 방송으로 뭐가 나갈지 몰라, 나름 배려 있는 척을 해주고 있는 거였다. 한마디로 가식. 그래, 가식이었다. 뒷말이 안 나오도록 하는 처세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주작의 인성에 대해 나오는 뒷말에 대한 처세 혹은 본가에서 대부님이 시켰던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처세.
"빨리 좀 와. 기다려주는 것도 짜증 나니까"
행동만 가식을 떨뿐이지 입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그것도 카메라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는 카메라만 쏙 피해서 여주에게 입을 놀리는 지훈이었다. 여주 이마에는 빠직 마크가 새겨졌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상황에서는 저가 폐를 끼치는 인물인데. 일단은 한 시간의 경기가 끝나고 승패가 어떻든 석민을 조지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경도를 강력 추천한 건 석민이었으니 말이다. 석민의 말만 아니었더라면 경도에 지원하지 않았을 거고, 산이란 말을 들었더라면 더더욱 지원하지 않았을거다.
시작한 지 겨우 3분. 여주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시야에서 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여주는 황새를 쫓는 건 포기했다. 진짜 이러다간 가랑이가 찢어지든, 심장이 터져 죽든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분명히 나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이정도 따라온거면 충분히 저가 할 소양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 여주였다.
생각을 마친 여주는 지훈 뒤를 따라가는 건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헉헉거리면서 자신의 천군만마를 소환했다.저가 두발로 뛰는 것보다 순영이 자신을 데리고 뛰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여주였다. 순영의 모습이 여주 앞에 나타났다. 순영은 여주의 모습을 보고 흠칫했다.
"벌써 도착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네"
"허억, 헉.... 나 좀, 산, 윗, 헉, 부분에 데려가, 주"
순영은 전략을 실행하는 줄 알고 부르나 싶었지만 여주의 꼬락서니를 보자 하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여주는 퀭한 얼굴로 나무를 잡고 있었다. 순영의 모습이 나타나자 무언가를 말하려고는 하는데 계속 숨이 차오르는 바람에 여주의 입에서는 컥컥대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순영은 여주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컥컥대는 소리와 말 소리가 섞이니 무슨 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순영은 한 팔을 올려 그만 말해도 된다는 제스쳐를 했다. 왜 소환했는지는 대충 뭔지 느껴지기도 했다.
"아, 알겠어. 말하지 마"
여주의 말을 듣다 못한 순영은 여주의 말을 잘라먹고 여주 앞에 무릎을 꿇어 등을 보였다. 여주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니 순영은 말했다. 타, 빨리. 여주는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고 빠르게 순영의 등 뒤에 업혔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한 번 고민해보고 탔겠지만 상대가 순영이니-사람도 아니니깐- 상관 않고 잽싸게 등에 업히는 여주였다. 무거우면 알아서 무게 줄여서 태우겠지. 순영은 여주의 일 그램도 줄이지 않았지만.
그리고 순영은 놀이기구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산을 가로질렀다. 처음 느껴보는 속도, 생전 타보지 못한 놀이기구, 순영 덕에 체험한다고 생각하는 여주는 마음 편하게 있었다. 얼굴에 부딪혀오는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좋았다. 바람 덕에 아까 비 오듯이 흐르던 땀이 금방 마르기 시작했다. 손목에 있는 시계가 경기 시작한 지 딱 5분이 되는 걸 본 여주는 슬쩍 긴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아까 멀리 갔던 지훈의 모습이 보였다. 여주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표정은 썩어있는 채로 말이다. 순영의 눈에 지훈의 얼굴이 들어왔고 지훈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뚫어져라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순영의 시선에 약간은 흠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몸을 돌려 다시 뛰었다. 지훈을 뚫어져라 쳐다본 순영도 군말 않고 여주를 등에 업은 채 달렸다.
순영 덕에 지훈과 속도가 비슷해진 여주였다. 지훈은 순영의 등 뒤에 업혀서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주가 눈꼴 시렸다. 좋은 신수 둬서 편하게 사네. 쯧. 근데 뭐 어쩌겠는가. 자기 신수, 자기가 사용하겠다는데 신수 사용이 반칙도 아니고, 뒤에서 엉덩이 무겁게 느릿한 속도로 오는 것도 짜증이 났으니까. 그냥 한 번 흘겨보고 마는 지훈이었다.
그렇게 경찰 팀이 출발하는 시각이 되었고 지훈과 여주는 산의 윗부분에 있었다. 산의 윗부분에 도착한 여주는 이제야 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의 맨 아래에서 올라올 때와의 산의 분위기는 확 달라져있었다. 음산함. 스산함. 산이라 해도 작은 산 축에 속하는 산이었기에 고도는 다른 산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확연히 낮았으며 안개도 드문드문 끼어 있었다. 여주는 서늘한 온도에 온몸에 닭살이 돋은 것 같았다. 음의 숲은 기분이 좀 나쁜 거라면 이곳은 소름이 돋았다.
"넌 그쪽에 함정 설치해"
지훈은 그렇게 말하고 가리켰던 곳 반대로 가 큰 나무 위에 올라갔다. 쟤는 아무렇지도 않네. 저런 모습 조차도 재수가 없냐. 여주는 닭살 돋은 피부를 위아래로 쓸어내리며 속으로 지훈을 욕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영의 시선은 계속 지훈을 향해 있었고 여주가 불러서야 시선을 거두고 여주 옆에 붙었다. 여주는 이제야 왜 지훈과 자신이 팀이 되어 산의 윗부분을 담당했는지 알게 되었다.
여주를 소름 돋게 하는 이 분위기 자체가 음기가 섞여 있었다. 음기를 읽는 거라면 2학기에 교육과정으로 들어가 있지만 이미 여주는 스스로 배웠다. 타고난 센스였다. 그러나 아직 '음기'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기 때문에 왜 음의 숲 음기와 괴귀산 음기가 다른 지는 몰랐다. 그게 궁금한 것보다 함정 설치가 급해 의문은 고이 접어 넣어놓았다.
음기에도 어떤 존재의 음기에 따라 다른데 제일 크게 나뉘는 건 요괴와 귀신으로 나누어진다. 요괴는 이 세상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음기들이 모여, 순수한 음기로만 만들어진 존재라면 귀신은 사람의 혼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한'이 음기와 결합되어 만들어진 존재. 색으로 표현하자면 요괴의 음기는 회색, 귀신의 음기는 검은색일 것이다.
괴귀산의 음기는 그라데이션처럼 산 밑은 음기가 연하지만 점점 올라갈수록 짙어진다. 이런 음기를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영력이 무척 세거나, 수련이 깊어야 버틸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여주의 연습 기간과 신체적 능력 면을 감안해서라도 지훈과 팀이 되어 다른 선수들보다 손쉽게 움직이기 위해서 여주가 출전된 것이었다. 그 덕에 연습 기간 일주일 동안은 파쿠르만 미친 듯이 했다.
옛날 같으면 귀신이란 게 어딨냐면서 산을 이리저리 쏘아 다녔겠지만 음양 세계 오기 전부터 귀신에게 호되게 당한 여주라 귀신이라면 진절머리가 났다. 여주는 편의점에서 민현이 구마했던 귀신이 생각났다. 구마할 때 비명소리가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듯했다. 여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뭔가 아까보다 음기가 더 세진 것 같지 않아? 견딜만해?"
"이정도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귀신이 많이 지나가는 곳은 이렇게 음기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승철 오빠한테 들었어요"
"아, 그래?"
함정을 열심히 설치하고 있던 정한과 은우는 문득 음기가 점점 더 강해진 걸 느꼈다. 이제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 조금 안되었을 때다. 정한은 은우의 말에 그런가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함정 설치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함정 설치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누누와 쫑쫑이가-쫑쫑주스를 너무 좋아하는 덕에 이리 지어졌다.- 헐레벌떡 달려왔다. 얼마나 빠르게 달린 건지 분명 아주 작았던 형체가 눈앞에 시야가 꽉 막힐 정도로 다가와 있었다.
아우씨, 깜짝이야! 순간적으로 자신의 신수에게 정색할 뻔한 정한이었다. 그러나 쫑쫑이는 개의치 않은 듯 뿔을 정한이게 들이댔다. 얘가 왜 이래! 정한이 뿔을 치워보려 했지만 어떻게든 간에 들이대고 보는 쫑쫑이었다. 그리고 누누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피해야 한다는 듯 은우의 옷가지를 물어 당겼다. 당황스러운 은우는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들이대는 뿔을 잡은 정한은 무전기는 어딨냐고 물어보았고 누누랑 쫑쫑이는 뒤를 돌아 달려가 입에 무전기 두 개를 물고 왔다.
정한이 활짝 웃으며 쫑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다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수풀을 헤치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정한과 은우는 잽싸게 함정 근처로 몸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몸을 차마 숨기지 못한 채 그 순간 무언가에 덮쳐진 정한과 은우였다.
-
둘은 정신 차려보니 청룡의 발에 잡혀 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잘 가늠하기 어려웠다. 청룡이 산을 뱀처럼 유연하게 호랑이만큼 빠르게 내려오자 금방 경찰 팀 얼굴들이 보였다. 정한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분하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분명 명단에 청룡 없었는데....! 미련 남은 말만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경찰 팀의 조장은 예빈에게 잘 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다 하나 물었다.
"나머지 둘은?"
"파악 못했어요"
"괜찮아, 넷이라도 감옥에 넣은 게 어디야"
예빈의 말에 조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룡 발에 여전히 묶여 있는 정한과 은우에게로 다가갔다. 둘은 청룡에게 빠져나올 수 있는 주술이란 주술을 다 써봤지만 청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괜히 청룡이 아니구나.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둘이었다. 목의 1학년 선수는 교도관 역을 수행하기 위해 경기장 감옥에 화 선수 두 명과 있었고 이제 곧 그 감옥으로 정한과 은우가 가게 될 예정이었다. 조장이 수갑을 꺼내자 옆에 있던 2학년 선수 한 명이 같이 수갑을 꺼냈다. 수갑은 곧장 정한과 은우의 손목으로 향했고 둘은 순식간에 이동 주술로 청룡의 발속에서 경기장 감옥으로 이동되었다.
경기장의 열기는 역시나 뜨거웠다. 관객들은 전광판을 향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많은 소리가 섞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했다. 모두 청룡에게 환호하고 있다는 것을. 아! 영민 씨! 보셨어요?! 강예빈 선수, 방금 실시(悉示) 주술 쓴 거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렇게 정확히 청룡을 올려보냈다는 건 실시 주술을 쓴 거죠! 저게 2학년 교육 과정에는 아직 안 배웠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네, 맞아요! 영민 씨! 2학년은 2학기 때 배우거든요! 민기와 영민은 흥분한 채 중계하고 있었다.
예빈은 나머지 선수들이 환인(煥人)-환인환사 주술 사용 시 만들어진 불들을 칭한다.-들과 호랑이 두 마리, 그리고 두 명의 화 선수들과 접전을 벌일 때 혼자만 뒤로 빠져 두 손을 땅이 짚고 눈을 감고 있었다. 예빈은 실시 주술을 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시(悉示) 주술. 모든 게 눈앞에 보이는 고급 주술. 지형에 손을 대면 그 지형에 뭐가 있는지 영력에 한하여 눈앞에 다 보이며 지물에 손을 대면 구조가 보이는 주술이다. 예빈은 현재 괴귀산에 있는 도둑 팀의 위치를 파악 중이었다. 잘 보이지 않는지 눈썹이 이따금씩 들썩거렸다.
화 선수 두 명은 예빈이 무얼 하는지 몰랐지만 청룡 혼자 뒤로 빠져 싸우질 않으니 분명 화에게는 이득이 되지 않을 행동이란 걸 알기에 예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목 선수들이 쉽게 뚫리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수갑을 든 채로 싸워오니 굉장히 거슬리고 힘들었다. 손목 하나가 수갑이 채워지면 곧바로 감옥행이니. 거기다가 주술 싸움으로 가버리면 더 힘겨워지니 주술 사용을 막기 위해 더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목 주술을 못 쓰는 건 아니지만 상대가 목이니 당연히 같은 주술이어도 크게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화의 두 선수는 몸도, 머리도 가만히 놔둘 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목 선수들도 힘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호랑이를 상대하고 있는 둘은 호랑이한테 팔이 뜯길까, 머리가 뜯길까 두려워하며 호랑이를 겨우 막아내고 있었으며, 환인들은 또 넷이나 만들어낸 덕에 두 명은 환인을 둘씩 상대해야 했다. 주술을 써도 잠시 없어질 뿐 다시 재생되어 공격해왔다. 거기다가 1학년은 3학년 화 조장을 상대해야 하니 퍽 죽을 맛이었다.
"체크야, 공격해!"
"아!"
화 조장은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신수로 예빈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호랑이 한 마리는 주인의 한마디에 괴력을 보이며 목 선수 한 명을 뿌리쳐 바로 예빈에게 달려든 건 순식간이었다. 그때였다. 예빈은 감았던 눈을 떴다. 예빈의 주위에서 푸른 기운이 맴돌더니 호랑이 두 마리는 끼잉 거리며 화의 선수 둘과 함께 쓰러졌고 환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의 원인은 청룡의 등장이었다.
"그 둘, 데려와줘"
청룡은 유연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산을 가로질렀고 누누와 쫑쫑이가 급하게 정한과 은우에게 달려든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두 신수는 강력한 무언가가 다가온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한발 늦었고 결국 정한과 은우는 잡혀 감옥에 처박히게 되었다. 차마 소환을 풀지 못한 쫑쫑이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 아파하고 있는 정한에게 애꿎은 발길질을 하였다. 정한을 퍽퍽 치는 두 앞발은 꼭 이리 말하는 듯했다. 그러게! 내가 가지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듣고! 정한은 그 발길질을 맞으며 허허하고 웃고만 있었다.
경찰 다섯 명은 지훈과 여주를 찾으러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2학년 남학생은 잠시 멈춰 예빈에게 궁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왜 김여주, 이지훈은 못... 찾았어...? 끝마침은 목소리가 기어들어갔지만. 예빈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안 보였어.
"아무리 보려 해도 안 보였어"
"...."
"꼭 산 윗부분은 절단된 것처럼."
"...."
"그리고 걔네 위치는 고사하고 지형 파악도 하나도 못했어"
".... 원래 이것보다 큰 산도 다 파악했었지.... 않아....?"
예빈의 말에 이번엔 2학년 여학생이 말했다. 마찬가지로 말끝을 흐리면서. 예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예빈도 이상하게 여겨졌다. 연습했던 산보다 훨씬 작은 산이 왜 보이지 않았을까. 이 물음은 예빈의 머릿속 한켠에 자리했다. 그리고 다시 빠르게 올라갔다. 3학년 남학생은 조용히 올라가다 '산 윗부분이랑 김여주, 이지훈만 안 보이는 건 걔네는 산 윗부분에 있다는 소리네, 조장'라고 크게 말했다. 조장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씩 멈추었다. 모두 조장을 바라보자 조장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흩어지자. 웬만하면 다각도로. 흩어지면 신수를 꺼내서 위로 올려보내. 청룡 빼고. 예빈인 나랑 같이 움직일게"
"네, 조장"
예빈이 대답했다.
"그리고 신수가 그 둘을 찾으면 신수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거나 미행해. 우리는 그 뒤를 쫓자. 쫓더라도 조심하고. 어디에 함정을 설치했는지도 모르고, 상대는 주작이랑 일신이야"
"...."
"일신은 소속만 화인 거 알지? 실제론 어떤 속성이든 제약 없는 토(土) 속성인 거 잊지 마"
"...."
"화에선 목 주술을 특히 많이 연습시켰을 거야"
"...."
"자, 흩어지자"
조장의 말을 가만히 듣던 선수들은 잔뜩 기합이 들어간 채 대답한 후, 신속하게 사라졌다. 경기 시간이 1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편, 감옥 앞에서 지키고 있던 1학년은 인이어로 흘러나오는 조장의 목소리에 자신의 신수도 꺼내 산으로 보냈다. 감옥에서 흙바닥에 앉아 철창에 몸을 기대어 삐딱한 자세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정한이 무전기를 꺼내들어 주파수를 맞추었다. 무전기에선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아아, 이지훈, 김여주~ 들리는가? 너희를 제외한 나머지는 감옥! 지금 지네 한 마리 올라가고 있는 중~ 내 생각에는 카멜레온, 거미, 방울뱀, 장수풍뎅이가 너네 위치 파악하러 간 게 분명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도록! 탈옥도 해줄 수 있으면 시켜주고~"
1학년 여학생은 정한이 크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토끼 눈이 되어서는 정한을 바라보았다. 정한은 건치가 훤히 보이도록 웃고 있었다. 1학년은 안절부절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승관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1학년을 바라보았다. 저 형, 일부러 크게 말했네.... 정한은 혼자 큭큭 거리고 있었다. 그걸 은우가 본 게 함정.
(들으시려면 위에 튼 음악을 꺼주시고 들어주세요)
안절부절하는 여학생에게는 정말 안 된 이야기지만 정한의 무전은 사실 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지훈의 손에 들려있는 무전기에 무전이 왔었으나 네 명이 감옥에 들어왔다는 소식만 듣고 뒤에는 치지직거리며 꺼져 뒤의 내용은 듣지 못했다. 지훈이 무전기 주파수를 다시 맞춰 보았지만 무전기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전기가 갑자기 먹통인 것도 당황스러운데 네 명이나 감옥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더 당황스러웠다. 경기 시간이 몇 분이나 됐지? 이제 폭죽 터질 시간 아닌가.
여주가 손목시계를 보자마자 여주의 가방 옆 주머니에 있던 폭죽이 위로 올라갔다. 여주와 지훈의 시선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보이는 건 뿌연 안개였다. .... 뿌연 안개? 그러고보니 안개가 언제 이렇게 짙어졌지? 지훈과 여주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짙은 안개를 뚫고 올라간 폭죽은 터지는 모습은 커녕 터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원래는 뿌연 안개가 드문드문 보였다면 이젠 초록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무와 풀들을 안개가 다 가려버린 탓이었다. 짙은 안갯속에서 순영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주인, 여기서 나가야 돼"
순영은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여주는 순영에게 물어봄과 동시에 자리에서 휘청거렸다. 그리고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훈은 놀랐다는 걸 알려주듯 여주를 보는 두 눈동자가 방황하고 있었다. 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지만. 순영은 놀라 달려와 아니, 달려온 게 아니라 그 짧은 거리에도 공간까지 잘라 이동하며 여주를 받쳐주었다. 일단 나가자. 여주는 여기서 버틸 몸이 아니야. 지훈은 군말 없이 순영의 말에 따랐다. 어차피 지훈도 감옥에 갇힌 네 명을 탈옥시키기 위해 내려가자고 할 작정이었다.
순영은 여주를 업고 지훈은 그 옆을 올라왔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내려갔다. 문제점은 아무리 가도 가도 불투명한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벌써 5분이 지나 지훈의 폭죽도 터져버렸다. 전과 같이 소리도, 모습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순영에게 업힌 채 여주는 살짝 눈을 떠 지훈을 바라보았다. 저 독한 새끼. 이 음기에 어떻게 저리 멀쩡해? 여주는 골이 찡함과 동시에 다시 눈을 감았다.
또, 한참을 내려갔다. 여주의 손목시계를 지훈은 보았다. 경기 시간은 이제 3분 남았고, 경기가 막바지인데도 경찰 팀 머리카락 조차 보이지 않았다. 순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갑작스레 걸음을 멈춘 탓에 큰 바위를 내려가다 미끄러질 뻔한 지훈이었다. 약간 짜증이 난 눈으로 순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상대가 일신이라 곧장 그 눈을 거두었다. 지훈은 자신의 무릎을 잡고 몸을 앞으로 약간 수그렸다.
올라올 때만 해도 거친 소리 한 번 내지 않던 지훈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마에 맺힌 땀이 지훈의 머리칼을 적셨고 주륵 흐른 땀은 지훈의 턱 선 따라 툭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지훈은 땀이 떨어진 냇물을 바라보았다. 냇가에 지훈의 얼굴이 비쳤다. 냇가에 앞머리가 푹 젖은 자신이 보였다. 지훈은 가만히 그걸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만, 여기 냇가.... 옆에서 여주를 업고 있던 순영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곳만 세 번째야. 아무래도 갇힌 것 같아"
지훈은 순영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순영은 산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망했군"
뒤에 업힌 여주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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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 이 음기 도대체 뭐예요? 들어갈 수 없겠는데...."
"안개도 너무 짙어요"
산 뒤편에 있던 목의 2학년 남학생이 말했다. 모두 동의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조장도, 예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눈앞에는 누가 봐도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안개가 끼어있었다. 선을 그어놓은 듯, 이 부분이 산의 윗부분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일단은 작전대로 신수를 올려는 보냈으나 감감무소식이고, 음기는 점점 진해져 근처에만 있는데도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어, 조장.... 지금 제 눈앞에 조장 신수로 보이는 카멜레온이 굴러떨어지고 있는데요....? 2학년 여학생의 말을 기점으로 산 구석구석에 있던 선수들 눈앞에는 그들의 신수가 정신을 잃은 채 굴러내려오고 있었다. 모두 당황하고 놀란 표정으로 굴러떨어지는 신수를 잡았다. 조장은 굴러내려오는 방울뱀을 잡고 이리저리 신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조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위험해.... 음기를 너무 많이 마셨어"
"네?"
"이대론 우리 신수 다 죽어...."
"네? 조장, 그게 무슨 소리세요?"
상황을 알지 못하는 1학년 여학생은 인이어로 들려오는 조장의 말에 질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조장은 그에 대답할 새도 없이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철수! 지금 당장 보건실로 향한다! 현재 데리고 있는 신수에게 음기 해독 주술을 하면서 내려가!"
조장의 명령에 급박하게 내려갔다. 예빈은 뛰어 내려가면서 안개가 짙게 끼여있는 부분을 쳐다봤다. 신수가 위독할 만큼 음기가 강한데 저안에 이지훈이랑 여주가 버티고 있다고? 말도 안 돼. 이지훈이야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지만 수련을 해 본 적 없는 여주는 무리야! 예빈은 계속 향하는 눈길을 억지로 돌려 내려갔다. 규원, 규원에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전반전은 종료되었고 '경찰과 도둑'을 시행했던 해를 모아보았을 때 감옥에 가장 적은 축적 수, '4명'을 기록했다.
중계석과 관객석, 대기실 모두 화 속성을 놀라워하고 칭찬했다. 팀의 과반수가 잡혔을 때 웬만하면 탈옥시켜주려 오거든요? 나머지 둘이 잡히면 축적 수는 30 명으로, 아무리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한다 해도 다 잡지 않는 이상 30 명은 무리라서 탈옥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근데 화 속성은 안 잡힐 자신이 있었는지 그냥 넷을 그대로 뒀네요. 정말 좋은 판단이었습니다. 민기는 신이 난 목소리였다. 영민은 동의하며 약간은 침체된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 그리고.... 경기 막판에 카메라 상황이 좋지 않아 감옥 상황을 보여드렸던 점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불편함을 안겨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무대 밖은 여전히 열기가 뜨거웠고 신이 난 상태였지만 무대 아래서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긴급. 그야말로 긴급상황이었다. 목의 출전 선수들이 정신없이 보건실로 향할 때 혼자 규원이 있는 곳을 찾아온 예빈에게 상황을 전달받은 규원은 곧장 괴귀산으로 향하였다.
상황을 전달받은 중계석은 바로 경기장 마이크를 켰다. 영민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카메라 점검을 위해 후반 경기를 30, 아, 아니 1시간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영민의 목소리에 집중하던 관객석은 술렁거림과 동시에 원성을 보냈다. 티비에선 이미 해당 방송사의 1시간짜리 방송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순영은 여주를 근처 나무에 기대어 앉게 했다. 여주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입술이 시퍼렇게 변하였다. 마치 시체의 얼굴 같았다. 여주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순영은 허리를 일으켜 지훈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초리만큼이나 날카롭고 가시 돋힌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제 좀 잘 보이는군"
"...."
지훈은 순영의 말에 아무런 얼굴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순영은 지훈에게 걸어오며 약간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걸 달고 있으니 상황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지 않느냐"
지훈은 순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잘 보이는 건지, 뭘 달고 있다는 건지. 지훈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순영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지훈의 가슴 정중앙을 살짝 눌렀다. 지훈이 놀라 떨어지려 하자 차가운 목소리로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였다. 뒷걸음질 치던 지훈이 발을 멈추자 순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무엇을 읊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전기가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산속에 크게 울려퍼졌고 지훈은 세게 날아가 나무에 등이 부딪혀 '커헉!'하며 땅에 떨어졌다. 지훈은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인가 싶어 감았던 눈을 확 떠서 순영을 바라보았다. 순영은 지훈의 가슴팍에 대었던 두 손가락을 보고 있었다.
"...."
순영의 두 손가락은 화상을 입은 듯 빨갛게 익어있었고 그 위로는 태웠다는 걸 알려주는 것마냥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 다음 편에 계속
+ 슬슬 진도를 나가야죠(손 쓱쓱) (하지만 체육대회 시리즈는 길어질 것 같다)
+ 순영이 빨간 머리 움짤들과 사진을 찾다가 생각 난 tmi : 일신 캐릭터 정할 때, 순영이로 정해진 이유의 팔할은 순영이의 빨간 머리 때문이다. 세계관 만들 때 순영이가 빨간 머리였다.
+ 두번째 음악 커버 너무 무서워요 ㄷㄷ 다운 받는 게 조금... 무서웠어여.... 노래도 무섭긴 한데.... 커버가 더 ㅠㅠㅠㅠㅠㅠ 음악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글 스포가 있었지만 그런 거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테니 그냥 주의 적어놓았어요 ㅠㅠㅠ 저도 이런 거 싫어하거든요 ㅠㅠㅠㅠ 그래도 글 내용을 위해서라면.... ㅎr...
+ 참고로 자료 사진에 무서운 사진(ex. ㄱ..귀신....님...)은 절대 안 넣을 거예요 찾고 저장하는 제가 무섭거든욬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 최근에 암호닉 신청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데 저는 항상 암호닉 신청 받고 있으니깐 최신화에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신청 하시고 모습을 안 보이시면 조금 슬픕니다 ㅠ_ㅠ 항상 모습을 보여달란 건 아니지만 암호닉만 신청하시고 아예 안 보이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면 암호닉의 근본적인 기능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 다실 때 제가 알아볼 수 있는 목적인데 안 보이시면....ㅠㅠ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거라지만 어쩌다 한 번은 모습을 보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아직도 봐주시고 계시는구나하며 좋아할테니깐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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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겨울이 올텐데요, 모두 옷 따듯하게 입고 다닙시다! 몸이 아프면 고생입니다 ㅠㅠㅠ 음양학당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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