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이 있는 작품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https://www.instiz.net/writing?no=3247790&page=2&k=%EC%86%8C%EC%84%B8%EC%A7%80%EB%B9%B5&stype=4&se=1 )
시즌 2 첫 화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주세요!
( https://www.instiz.net/writing?no=3515224&page=1&category=3 )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 네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찬란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네가 날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후회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76 세상에
체감 상으로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쩔 거냐고 내 눈을 올곧게 바라보며 하는 지훈님의 말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장난치시는 건가? 그렇다기에 표정이 너무 진심이신데. 그럼 정말로 나 싫다고 말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정말 날 좋아한다고? 진짜로? 이렇게 감사하게도? 내가 지금 지훈님께 사랑한다고 말하면 우리 오늘부터 1일인 건가? 와... 어쩌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정말 뻘줌하신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내가 지훈님께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너무 감사해요."
바보 같게도 그 말 뿐이었다. 나의 바보 같은 말에 고개를 들어 날 보는 지훈님이었다. 그의 붉은 얼굴을 보니 지금 우리의 상황이 너무나도 잘 보이는 거였다. 나, 정말 지훈님이랑 잘 될 수 있는 건가봐. 그간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지훈님이 뱉어낸 시린 말들에 심장이 푹 찔리기도 하고, 바라만 봐도 좋은 현재에 만족하기도 하고, 마녀언니 좋아하는 줄 알고 속상하기도 했던 지난날의 회상이 끝나니 어느새 웃고 있는 지훈님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일까? 나, 지훈님 안고 싶은데... 안아버리면 꿈에서 깰까봐 못하겠다. 꿈이라면 아직 깰 수 없었다. 천천히 차근차근 해야지.
"이거, 꿈 아니지?"
깜짝 놀라 지훈님을 보았다. 지훈님도 나와 같은 생각 중이셨나 봐.. 입꼬리가 먼저 반응한다. 주책없이 올라간 입꼬리가 기어코 광대를 찍은 것 같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지훈님 또한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가 있었다. 진짠가 봐... 그럼, 안아도 되는 건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가만히 선 지훈님이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건 내가 알 게 아니었다. 지훈님께 그간 나 마음고생 시킨 죄를 물어야 돼. 바짝 앞에 서서 지훈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런 지훈님의 옷 끝을 잡고 당기니 그대로 끌려왔다.
"왜..?"
"안고 싶어서.."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이 터진 지훈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양팔을 벌렸다. 아싸! 퍼뜩 허리를 끌어안으니 지훈님도 내 등을 토닥여주는 거였다. 진짜 꿈 아닌가봐! 품에 파고들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좋으니 계속 이러고 있고 싶었다.
"형한테 말할 거야?"
갑작스러운 물음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지훈님을 보았다. 지훈님도 그런 날 보고 재차 물었다.
"정한이형이나 지수형한테. 이석민이나 부승관한테도."
순간 미래가 그려졌다. 둘이 있는 모습만 보면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난동을 부리며 억지를 쓸 석민이나 눈을 가늘게 뜬 채 꼬치꼬치 캐물을 승관이.. 안 돼. 제대로 된 데이트하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아..
"말하지 말까 봐요.. 정한오빠는 말 안 해도 알게 될 테니 지수오빠에게만 말할까 봐요.."
"그래. 그러자."
확실히 난 늑대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이 분위기에 지훈님 입술만 보이는 것을 보면. 안 돼! 난 내 지훈님을 지켜줘야 돼! 지훈님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간신히 떼어내곤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어.. 음.. 밤이 늦었죠..! 전 이만 들어가서 자보겠습니다..!"
"어? 어.. 그래.. 잘 자."
"네. 지훈님도 좋은 꿈꾸세요."
오늘은 진짜 좋은 꿈꾸겠다.
#77 경사 났네
놀라며 잠에서 깼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이렇게 생생한 게 꿈일 리가 없잖아. 자리에서 퍼뜩 일어나 화장대에서 대충 눈곱만 떼고 바로 방문을 열어 뛰쳐나갔다. 물론, 누군가와 부딪혀서 얼마 못 가 주저앉아버렸지만. 한시가 바쁜데 누가 방 앞에...! 휙 올려다보니 보이는 것은 지훈님이었다. 어... 어....
"꿈 아니죠?"
"응. 아닌데?"
해사한 그의 웃음이 알려주었다. 진짜 꿈이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또 다시 배실배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훈님이 건넨 손을 잡고 일어서서 지훈님을 보았다. 아침부터 잘생기셨다.
"뭐야뭐야~ 둘이 뭐해~? 아침부터 눈 맞고 뭐야~"
"어? 아무 것도 아니야."
승관이의 말에 휙 떨어졌다. 눈을 가늘게 뜬 승관이는 우리 주변을 맴돌다 나에게 슥 가까이 오더니 귀에 대고 물었다.
"둘이 사귀는구나?"
"어? 아, 아닌데? 완전 아닌데. 그럼 나야 좋지. 하하."
"아, 아니었구나~ 내가 오해를 해버렸네?"
"그럼! 나 세수 좀 하러 갈게!"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역시 승관이.. 뱀 같아..! 그래도 속아 넘어간 것 같았다. 승관이도 속일만큼 뿌듯한 나의 연기에 만족을 하며 거울을 보았다. 우와, 언제부터 나 이렇게 웃고 있었지? 진짜, 행복해보이네. 오랜만이다.. 아참. 이럴 시간이 없었다. 빨리 씻고 나가서 지훈님 봐야겠다. 완전 빠르게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물기만 닦고 나갔다. 졸린 눈을 한 채 나오는 윤엄마가 잘 잤냐며 내 볼을 쓰다듬어주다 화들짝 놀라며 날 보았다. 엥? 나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로션 안 발랐어? 내가 못 살아!"
아.. 그게 문제셨군요.. 윤엄마의 잔소리에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서 로션까지 착착 바르고 나왔다. 촉촉해진 내 피부를 본 윤엄마가 그제야 만족을 하더니 아침을 차리러 부엌으로 갔다. 잠에 취해 느린 발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아침을 준비하는 윤엄마의 뒷모습을 보니 뭔가 찡했다. 요즘 윤엄마를 보면 뭔가 더 밝은 척을 하는 것 같았다. 홍아빠가 말했듯 좋은 추억으로 덮으려고 그러는 건지 몰라도 그때 울었던 뒤로 더 밝게 웃는 느낌인 것이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데.. 윤엄마를 기쁘게 할 일이 뭐 없나.. 그러고 보니 저번에 윤엄마가 했던 말이 있었다. '내가 알게 되는 거랑 공주가 말해주는 거랑 다르잖아.' 그래! 윤엄마가 알기 전에 내가 먼저 말해줘야지! 슬금슬금 윤엄마 뒤로 가니 윤엄마가 화들짝 놀랐다.
"어휴, 놀래라. 갑자기 왜?"
"음, 할 말 있어서.."
"여기서? 아님 손잡고 할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승관이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석민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 고요했다. 여기서 말해도 상관없겠다.
"지훈님이랑 나, 좋은 관계가 된 것 같아요."
"응??? 정말???"
"네!"
"어쩐지 아침부터 요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하드만. 경사 났네, 우리 공주?"
폭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경사 났죠. 히히.
#78 귤배달
지금 이 순간.. 그러니까 홍아빠와 윤엄마는 출근을 하고 승관이는 잠깐 카페에 간 지금..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며 웃고 있는 석민이가 너무 얄밉다. 너만 나가면... 너만 나가면 지훈님이랑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수 있는데..! 소파를 내려치며 큰 소리로 웃고 있는 이석민에 지훈님이 혀를 내둘렀다.
"인생 좀 의미 있게 살아라. 맨날 TV냐."
"와, 형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지."
"뭐?"
"난 대학생이고 지금은 방학인데. 이게 바로 의미 있는 생활 아니겠어?"
미워.. 이석민.. 사실 이석민을 미워할 것도 없었다. 곧바로 승관이가 씩씩거리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통화를 하고 있는 모양인지 핸드폰에 대고 역정 아닌 역정을 내고 있었다. 누구 전화기에 저렇게까지.. 싶은 그때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아니 원우형은 내가 뭐 귤로 보여?! 아님 뭐 제주도로 보이는 거야? 내가 섬이야?! 내 몸에서 귤이 막 자라나?!"
원우오빤가 봐! 소파를 뛰어 넘어 승관이에게 다가가니 승관이가 핸드폰을 나에게 건넸다. 잉? 그대로 받아 귀에 대니 원우오빠 답지 않은 말투로 조목조목 하는 말이 너무 웃겼다.
'귤아. 아니, 승관아. 너 고향이 제주도라며♡ 고향 가는 김에 귤 한 박스만 사다주렴♡'
"갑자기 귤은 왜?"
'아 깜짝이야. 안녕. 승관이 어디 갔어?'
"응? 아니. 옆에, 없네.."
팔로 가슴 앞에 엑스자를 그린 승관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없다고 하니 잘했다며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동글게 말았다. 잘했으나 구미호 원우오빠를 속이기엔 무리인 것 같았다.
"옆에 승관이 있지? 최상급 귤 한 박스 안 보내면 내가 직접 찾아간다고 전해줄래?"
"응..! 다음에 놀러와 오빠."
"조만간.. 가볼게."
"응~ 그때 봐."
전화를 끊고 승관이에게 원우오빠가 한 말 그대로 전해주니 비명을 지르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깜짝이야. 곧 모든 것을 해탈한 채 커피를 쪼옥 빨아마신 승관이가 방으로 들어갔고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듯 고요해진 거실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지훈님이 앞에 서계시는 거였다. 곧 지훈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따 새벽에 거실로 나와."
"네? 네..!"
대답 먼저 했으나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알려줄 생각은 없으신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지훈님과 대비되게 귀를 때리는 석민이의 웃음소리에 나도 해탈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79 안 돼!!
방에만 있기 심심해서 거실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무료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안 간다. 새벽은 언제 올까.. 확인 차 시계를 보니 원망스럽게도 작은 바늘이 9에 가 있었다. 너무하네.. 시계가 잘못된 거 아닐까 싶어 석민이를 툭 치며 물었다.
"지금 몇시야?"
"9시 4분. 너 아까 8시 59분, 8시 54분에도 묻더니.."
"공주 무슨 일 있어?"
"그니까. 5분마다 왜 그래..? 알람시계야..?"
"아무 일도 없어요.."
혹여 홍아빠가 걱정하실까봐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날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부터 열릴 생각이 없는 지훈님 방문을 보았다. 저녁시간에도 안 나오시고.. 뭐하며 시간을 보내야 되지.. 석민이랑 놀까 싶어 석민이를 바라보니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이렇게 심심한 상황에서 잠이 오니..? 놀아달라고 깨우려는 그때 눈을 슬쩍 뜬 석민이가 현관문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누구 올 것 같은데.."
눈 감고 있더니 미래를 보았나보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빨리 와라..! 한참을 뚫어져라 현관문을 보고 있던 그때 드디어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와아! 이제 안 무료하겠다! 빠르게 달려 나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문이 열리고 보이는 것은 일전에 본 적 있는 마녀언니네 유령이었다. 찬이.
"어쩐 일로 왔어..?"
"아..! 그.. 음.. 아! 이거 전해주려요. 마녀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아마 지금 꼭 필요한 거라고 하셨어요. 꼭 아가늑대...만 열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검정박스. 왼쪽 위로 빨간 리본이 붙어 있는 검은 박스였다. 포장지 취향도 너무 마녀언니다웠다. 일단 알겠다고 하니 그럼 가보겠다며 꾸벅 인사를 한다. 이렇게 빨리 가...? 나 좀 놀아주다 갔으면 싶었지만... 나도 이 유령아이는 너무 어색해서 바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심심한 찰나에 잘 됐다. 혼자 보라고 했으니 들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으나 스르르 열렸다. 뭐야? 놀라서 보니 이석민이 문고리를 잡은 채 축 늘어지며 심심하다고 한다. 흠..
"상자만 확인하고 나갈게."
"진짜지? 빨리 나와야 돼."
차마 마녀언니가 준 거라 같이 보자고는 못 하겠는지 문을 닫고 나가는 석민이다. 이제 열어볼까. 침대에 걸터앉아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선물로 보이는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흰색 천 위로 카드가 보였다. 흠? 카드를 열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아가늑대야 언젠가 너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샀어^^]
아가늑대라는 호칭을 보아하니 마녀언니가 맞는 것 같았다. 더욱 차오르는 궁금증에 흰색 천을 천천히 걷어보았다. 검정색 옷.. 인 거 같은데.. 검정 옷을 펼쳐 보았다. 어.. 이 부분이 등인 것 같은데.. 등이었던 거 같은데..? 잔뜩 파여 있는 등과 못지않게 파여 있는 가슴 쪽.. 이건.. 대체.. 원피스인지 상의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애매모호한 길이 또한 의아하기 그지없었다. 언젠가 나에게 필요하다니요..? 이걸 입고 뭘 하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입고.. 지훈님과.. 안 돼!!
#80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
착한 생각은 나쁜 생각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불쑥 머릿속에 차오른 불순한 생각들은 새벽이 다되도록 날 괴롭혔다. 일부러 옷장 깊숙이 넣어놓은 그 옷 때문에 머릿속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세수라도 해야겠다 싶어 방문을 열고 나가는데 막 방에서 나오는 지훈님이 보이는 거였다. 다시 재생되는 불순한 생각에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나 어쩌지.. 이런 내 모습을 지훈님이 알게 되면 날 싫어하게 되는 거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 아.. 난, 왜 늑대인간일까.. 혹여 지훈님이 오래 기다리실까봐 문을 열긴 했으나 도저히 지훈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시선을 지훈님 발에 고정한 채 물었다.
"지훈님 독심술 같은 거 없으시죠?"
"응. 없어."
"미래가 보인다거나, 이상한 상상들이 보인다거나.."
"네가 걱정하는 거 다 없어. 그저, 저승을 오갈 수 있을 뿐이야."
아, 또 실수했다. 고개를 들어 지훈님을 보았다. 아..? 뭔가 의아해서 시선을 내려 지훈님의 옷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지훈님 답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편한 티와 편한 바지 위주로 입으시는 지훈님이 웬일로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있는 거였다.
"이상한가?"
"아뇨, 아뇨. 잘 생기셨어요."
"다행이네. 그럼, 데이트 가자."
역시 너무 놀라면 말이 안 나온다. 도저히 지훈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되지 않는 그 데이트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십분, 아니 15분만 주세요!"
"응?"
"저, 저도.. 저도 좀 꾸밀래요."
"그래, 그럼."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님이 거실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뭐 입지? 아니다, 화장 먼저 하자. 마녀언니가 말한 순서로 화장을 하니 벌써 10분이 족히 흘렀다. 아, 빨리 한다고 했는데.. 뭐 입지? 뭐 입어야 되지? 옷장을 바라보다 보니 마녀언니의 선물이 생각났다. 아.. 아.. 아냐. 진도가 너무 빨라. 그럼 못써. 온갖 옷을 몸에 대보다 무난하지만 무난하지 않게, 지훈님과 비슷하게 입었다. 나에겐 슬랙스가 없으니 검은 치마로 흰 셔츠가 없으니 블라우스로. 됐다. 됐어. 슬금슬금 방문을 여니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지훈님이 날 돌아보았다. 곧 살짝 웃더니 다가왔다.
"어.. 어.. 이상한가요..?"
"아니. 괜찮아."
"다행이다.."
심장이 간질거린다. 날 보고 있는 지훈님이 날 더 간지럽게 한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자연스럽게 잡아오는 손에 나도 힘을 주어 잡았다. 역시 한치 앞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지훈님이랑 손을 잡고 인간들 틈에 껴서.. 행복한 기억으로 누르는 거 진짜 완전 찬성이다. 지훈님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아.. 또 입술로 집중되는 내 시선에 고개를 빠르게 돌려버렸다. 처음으로 내가 늑대인간이라는 게 싫어졌다.
"왜 또 훔쳐봐. 이제 마음껏 봐도 되는데."
"네??"
"마음껏 보라고."
손을 놓고 내 앞에 선 지훈님이 허리를 숙여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시는 건데요.. 간신히, 정말 간신히 본능을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잘 참았다고 생각한 순간 내 볼을 감싸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볼과 뒷머리를 감싸며 힘을 줘 자연스럽게 고개가 들렸다. 마주친 시선엔 지훈님의 걱정이 묻어나 있었다. 아, 이건 반칙이죠..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지훈님이 이리저리 날 살피시며 물었다.
"...데이트, 싫은가?"
"아뇨. 지금 그것만큼 좋은 게 없는데요..?!"
"근데 왜 이래."
걱정스럽다는 듯 내 눈을 마주치며 묻는 지훈님에게, 난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그.. 지훈님과 이러고 있는 게, 꿈같기도 하고.. 이대로 깨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아, 그런 거였어? 괜히 걱정했네."
"저, 꿈인지 아닌지 확인 한 번만 해도 될까요?"
"또 볼 꼬집게?"
슬쩍 웃으며 장난을 치시는 지훈님. 난 허락 받은 거야. 이건 지훈님이 허락하신 거야. 안 된다고 하시기도 전에 냅다 지훈님 입에 입을 맞췄다. 뽀뽀하듯 금방 떨어진 입술의 느낌이 이어진다. 놀란 듯 그대로 굳은 지훈님이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 걸. 그냥 깨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민망해져 내 볼을 잡고 있는 지훈님의 손을 잡아 내린 다음에 고개를 숙였다. 어쩌지.. 지훈님 당황하셨을 텐데.. 어젯밤에 마음 확인하고 바로 다음날 입을 맞추다니.. 날 그렇고 그런 애로 보실 거야.. 난 바보야.. 그깟 거 하나 참지 못하는 바보 같은 늑대야..
"핑계 마음에 안 드는데."
한참만에야 나온 지훈님의 말이 또 시리다. 아.. 망했다.. 울컥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왜 난 늑대인간이어서.. 왜 그거 하나 참지 못해서.. 지훈님이 다시 내 볼을 감쌌다. 예상보다 다정한 손길에 놀라던 것도 잠시, 지훈님이 하는 말에 진짜 얼이 빠져버렸다.
"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거라고?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말을 마친 지훈님이 내 볼을 감싸던 손에 힘을 줘 그대로 입을 맞췄다. 세상에...! 세상에...!! 입술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과 대비되게 아까 미처 떨어지지 못한 내 눈물이 뜨겁게 흘러내렸다. 순간 지훈님이 눈을 뜨고 나를 보았고 놀라 커진 눈을 확인함과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당황하며 이리저리 움직여 나를 확인하는 지훈님이 내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
"왜, 왜?"
"아니.. 전.. 핑계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 제가 실수한 것 같아가지고.."
내 볼에 있던 손을 떼 세차게 저으며 아니라고, 진짜 그런 거 아니라는 지훈님을 확인하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훈님도 나 진짜 좋아하나봐. 금방 좋아지는 기분에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왔다. 지훈님도 그제야 안심이 되시는지 가슴께를 쓸어내리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하셨다.
"...나, 진짜 말조심해야겠다."
아.. 다정한 지훈님은.. 심장에 해로운 것 같다.
***
원래 새벽은 낮보다 뜨거운 법이지요ㅎ
전 공주님의 단순한 모먼트가 좋아요.
정말 딱 있는 그대로만 믿고 그러는 게 너무 순수해 보여섷ㅎㅎㅎ
그래서 승관이가 속아 넘어간 줄 아는데, 짤에서 보이듯 속아 넘어간 척을 한 거죠.
귀엽습니다^0^/
*암호닉입니다*
[암호닉은 다시 받고 있습니다!]
[최근 글에 신청해주세요^0^/]
뿌랑둥이, 오솔, 순찌, 잼재미, 16328, 선쿱, 수리수리, 유한성, 루미너스, 순수녕,
예에에, 2217, 귀여워더, 빙구밍구, 순주, 치킨낳은달걀, 뿜뿜이, 쑤하지니, 쿠조, 천사가정한날,
돌하르방, QQ, 당근먹는꿀벌, 버밀리온, 때마침봄, 햄찡이, 조끄뜨레, 메뚝, 꼬솜, 체리쉬,
로블링, 볼살, 성장통, 슬곰, 소다, 하리뿌, 으헤헿, 몽자, 하금, 급식체,
촨설, 이지훈오빠, 팽이팽이, 전주댁, 명호엔젤, 찬이, 소보루, 왕댜, 다흰,
시옷, 트윅슈, 아몬드봉봉, 쿱포랑이, 물민, 한콩, 햄찌는귀엽찌, 호시시해, 문홀리, 전레몬🍋,
소매자락, 여우비, 하람, 봄유, 도담, 플로라, 프레그런스, 아움, 뿌채꽃, 푸르던,
숨숨, 양양, 호시탐탐, 뚀잉뚀밈, 수액☆, 동공팝핀, 캠핑뽀이, 코코몽, 윤살구, 미키,
에뜨왈, 뿌쿠, 우셩, 애정, 나나, 도도, 세념
(맨 위 사진은 보나님께서 주셨습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