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
성열이 가고 없는 연습실은 명수의 한숨 소리로 가득 찼다. 땅이 꺼질 정도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명수를 가만히 보던 호원이 저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뒤틀린 표정일까. 자칫 잘못했다간 자신에게 불씨가 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명수의 눈치를 살폈다. 갑작스럽게 가버린 성열 때문인가. 분명 오늘은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많다고 했지만, 그건 성열만의 생각이었던 듯 했다. 미리 잡혀 있던 과모임 자리에 성열이 나오질 않자, 성열의 휴대폰이 계속 해서 울렸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성열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인사를 남기고 연습실을 나섰다.
명수를 대놓고 바라보지 못하고 힐끔힐끔 주시하던 호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성열이 자신을 두고 가서 심기가 불편한 것 말고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아 보였기에. 자신을 철저히 방어하는 성열에게도 불도저마냥 돌진하던 명수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명수를 가만히 관찰하던 호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소파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별 수 없었다. 자신이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 어쩌지. ”
두 손에 성열이 주고 간 시나리오 한 권을 들고 있던 명수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성열이 추천해주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자신 혼자서 했던 다짐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 중에 하필 가장 하고 싶지 않던 작품을 고르다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제 업보라 생각했다. 자신에게 들어왔던 작품 대부분을 거절한 것에 대한.
작품 선정을 위해 대충 읽어보았던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흔해도 너무 흔한.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스토리의 드라마. 신데렐라가 되는 드라마가 요즘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성열이 골라준 작품도 그 중 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이 작품은 곤란하다고 말을 해볼까.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던 명수가 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 고민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자신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던 성열의 눈빛이 제 눈앞에 아른 거렸기에.
‘ 형. 이 작품 어때? ’
한참동안 자신에게서 시나리오를 받아 대충대충 훑어보던 성열의 밝은 목소리였다. 밝은 목소리에 걸맞게 밝은 표정까지 더해져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성열이 건네는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표정은 점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물론 성열이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기는 했다.
‘ 음, 성열아. 음…내가 진짜 이 작품을 했으면 해? ’ ‘ 응. 형만큼 이 역할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항상 나오는 흔한 설정인 재벌가 망나니 차남이 한 여인을 만나 개과천선하고, 평범하던 한 여인은 신데렐라가 되어 신분상승한다고 하는 뻔하고 뻔한 로맨스. 흔한 것은 하고 싶지 않았거늘.
읽던 시나리오를 덮은 명수가 두 손으로 제 두 눈을 꾹꾹 눌렀다. 여태껏 쌓인 피로를 풀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마사지만 하다 조용히 호원을 불렀다.
“ 호원아. 이 작품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려. ”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던 호원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 그 작품이 뭔데? ” “ You're my lady. " “ 켁. 뭐라고? ”
놀란 호원이 다시 한 번 물었지만 귀찮다는 듯, 두 눈을 꼭 감으며 손을 저어보일 뿐이었다. 얼른 나가서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던지, 감독님께 연락을 하던지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눈치 챈 호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다시 눈을 뜬 명수가 헛웃음을 지으며 제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리곤 조금 전 성열 몰래 무음으로 찍어둔 사진을 천천히 넘겨보며 픽 웃었다. 동글동글한 두 눈과 동글동글한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는 애교 섞인 말투가 생각이 나 계속해서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 그래, 뭐. 망나니가 되던, 왕자님이 되던. 뭐 어렵겠어. ”
몰래 찍은 사진 중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한 명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엔 공짜가 없듯, 이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무언가 받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 * *
모른 척 과모임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제 소환을 당한 성열의 표정은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왼쪽엔 동우, 오른쪽엔 성규. 그리고 맞은편엔 우현. 세 사람에게 철저히 둘러싸인 성열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소주를 계속해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자신이 마시고 있는 것이 술인지, 물인지 분간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마냥 하얗던 얼굴이 붉어져서 배시시 웃고 있는 모습이 웃겼던 것인지, 성열에게 잘 다가오지 못하던 같은 학년 후배들마저 성열에게 소주를 권했다.
“ 오빠. 제 잔도 받으세요! ” “ 으응? 그럴까. ” “ 오빠, 제 이름은 혜주예요. ”
위태로운 성열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던 성규가 성열 옆에 있던 여자 후배를 힐끔 바라봤다. 성열의 잔에 술을 부어주며 제 이름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성열의 머릿속에 그 이름이 입력될 리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김명수의 이름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성열이 술자리에서 들은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음 날 분명, 복도나 수업시간에 마주쳐서 인사를 하다 성열의 낯선 사람을 보며 짓는 특유의 표정으로 인해 속 꽤나 쓰릴 것이라 제 왼손을 걸었다.
“ 야. 그만 마셔. ” “ 괜찮아. 나 안 취했어. ”
얼씨구. 성규의 입가 근육이 잘게 떨렸다. 취하고 나서 자신 취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던 성규가 그나마 멀쩡한 동우가 제게 건넨 생수통을 받아 들었다. 그리곤 성열의 소주잔과 빈 소주잔을 보며 눈짓하는 모습에 픽 웃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성열아. 이거 먹으면서 술도 마시고 그래 인마. ” “ 나무. 너 이거 먹으래. ” “ 나? ”
입에 넣어줘. 아-
어이가 없어진 동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분명 성열에게 말을 했건만, 우현이 언제 성열이 되어버린 것인지. 성열과 우현의 헛웃음 없이는 볼 수 없는 만담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 자. 너희 내가 술 부었으니까 얼른 마셔. ”
성열과 우현 몰래 술잔에 물 붓기 작업이 끝이 난 것인지 성규가 두 사람에게 소주잔을 건넸다. 그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으며, 또 다시 바보마냥 잔을 마주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계속 해서 물만 먹이면 술도 어느 정도 깰 것이고, 자신들 스스로 제 집에 찾아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을 소주라 생각하며 연거푸 마시는 두 사람을 보며, 동우와 성규도 물이 담긴 소주잔을 들었다. 자신들마저 취하면 정말 답도 없을 것이기에.
“ 근데 소주가 왜 이렇게 안 쓰지? ”
완전히 바보는 아닌 듯, 세 잔째 마시던 성열이 붉은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에 잠시 숨 쉬는 것을 멈춘 동우와 성규였지만, 이어지는 우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이성열 너 바보냐? 완전 써! 진짜 써! 으으. ”
두 눈을 감고 몸서리치는 우현을 보며 혀를 찼다. 진정한 바보는 우현이 아닐지. 두 사람의 만담을 개그 프로를 시청하는 것처럼 바라보며 네 사람의 술자리는 점점 더 무르익어갔다. 마시는 것이 물이라 물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자신들에게 다가오려는 후배들을 눈빛으로 제압하며 자신들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 성규의 눈이 점점 충혈 되어 간다는 것을 성열과 우현은 알까.
그러거나 말거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젊음을 만끽하는 그 사이에 테이블 위에 올려 져 있던 성열의 휴대폰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눈치를 못 챈 듯 했다. 맞은편에서 두 눈이 풀려 헤실헤실 웃고 있는 우현을 제외 하고는.
* * *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 되어서야 과모임은 끝이 났다.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지만, 술기운이 완연한 성열과 우현을 부축하고 있던 성규와 동우만이 가게 옆 건물 계단에 서있었다. 아까 물이 담긴 소주잔으로 두 사람을 먹인 결과로 술에 절어있던 눈이 제자리로 돌아오나 싶었지만, 의외의 복병이 존재했다. 도서관에 박혀서 공부를 하겠다던 4학년 선배들의 등장으로 다시 우현과 성열의 눈은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동우와 성규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우현과 성열보다 낫다는 것 뿐.
“ 야. 너희 정신 차려 봐. ”
자신보다 키가 큰 성열을 부축하고 있는 성규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에 앉히려고 해도 엉덩이가 춥다며 앉지 않겠다고 하는 탓에 부축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이 시원하다며 바닥에 얼굴을 갖다 대면 곤란하니까. 그런 성규와는 달리 동우는 부축하고 있던 우현을 신경질적으로 떼어내며 던지듯 계단에 앉혔다.
“ 택시라도 잡자. ”
그 말을 하며 눈이 마주친 성규와 동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면 새벽 한 시는 기본이겠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계단에서 내려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려고 두리번거리던 중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검정색 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꼭 자신들에게 볼 일이 있다는 듯 다가오는 통에 멍하니 차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성규에게 기대어 있던 성열이 검지로 차량을 가리키며 배시시 웃었다.
“ 명수 형 찬데…. ”
아니나 다를까, 코앞까지 와서 선 밴에서 내리는 사람은 명수였다. 캄캄한 밤에 무슨 선글라스인지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이내 혀를 차며 성열을 빤히 바라봤다.
“ 타이밍이 좋았네.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열에게 성큼성큼 다가온 명수가 성규와 동우를 바라보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성열의 팔을 붙들고 있는 성규의 손을 꽤나 힘이 실어 떼어내고는 자신에게 기댈 수 있게 했다. 예의가 있으면서도 은근히 무례한 명수의 행동에 성규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동우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뒤처리 할 사람이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서 귀가 시간이 당겨졌다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
어깨에 제 팔을 감싸고 있어도 아무런 반항 없이 가만히 있는 성열을 쳐다보다 성규와 동우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흔히들 하는 예의상 빈말을.
“ 밤도 늦었는데 제 차 타고 가시죠? ” “ 괜찮습니다. 그쪽 말씀대로 밤도 늦었는데 가보시죠. ” “ 괜찮으시겠어요? ”
그 말을 하며 명수의 시선이 계단에 앉아 있는 우현을 향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도 아닌, 제 집인 마냥 잠까지 든 우현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단호박을 많이 먹어본 듯 차가운 거절이었다. 동우의 표정은 약간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지만, 이내 사람 좋게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명수를 안심시켰다.
“ 쟤는 한두 번 저런 게 아니라서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가보세요. ” “ 정말 두 분이서 괜찮으시겠어요? ”
그럼요. 계속 해서 묻던 명수가 사람 좋게 웃던 동우의 얼굴에 짜증이 서리려고 할 때, 발걸음을 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성열을 다잡으며 뒤를 돌려고 할 때였다.
“ 성열이 집은 아세요? ”
정곡을 찌른 성규의 물음에 냉큼 모른다고 해야 했지만, 물을 때 풍기는 뉘앙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억지로 입 꼬리를 당겨 웃으며 답했다.
“ 그럼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
알기는 개뿔. 성규와 동우의 인사를 받으며 밴에 올라탄 명수가 문을 닫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성열은 자리에 앉자마자 우현과 마찬가지로 꿈나라로 떠났다. 제 마음은 모르고 잘만 자고 있는 성열이 괘씸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코를 비틀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관두고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까지의 상황을 밴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호원은 당연하다는 듯, 명수의 집을 향해 운전을 했다. 명수는 성열의 집은커녕 가족관계도 모른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꼼짝없이 제 집, 제 침대에서 재워야했다. 손도 못 대보고 가만히 바라만 보며.
“ 그런데 넌 어떻게 알고 여길 왔대? ”
룸미러로 비치는 명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몇 시간 전을 회상했다. 계속 해서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해봤지만 점 하나만 찍힌 답장도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아예 손에서 놓고 있는 듯, 일방적인 연락이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질리는 컬러링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에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지만 그건 성열이 아니었다.
‘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성열이 친구 우현인데요. ’
제 딴에는 정확하게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은 명수의 귀에는 우현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열 또한 그 못지않을 것이란 생각에 점점 손이 떨려왔다. 아무 사람한테나 안겨있는 건 아니겠지. 무방비하게 헤실헤실 웃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 때, 우현은 딱 한마디만 하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 저희 11시 좀 넘으면 파토날 것 같으니까 열이 데리러오세요- ‘
성열이 술을 마신 건지, 술이 성열을 삼킨 건지 한숨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러나저러나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없었다. 제 어깨에 기대어 있던 성열의 머리가 어깨를 벗어나 창문에 기대고 있었다. 쿵쿵. 방향을 꺾을 때 마다 머리가 부딪혔지만 아프지 않은지, 잠에 잔뜩 취해있는 것을 보며 혀를 찼다. 다음 날 머리가 아플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잽싸게 성열의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하며 제 팔로 성열을 감싸 안았다.
성열을 깨워서 동글동글한 두 눈이 저를 향하게끔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며 성열의 머리카락에 제 입술을 조심스럽게 갖다 대었다. 이 정도는 봐주겠지. 성열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마저 달달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운전하고 있던 호원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려나.
“ 그나저나 성열아. 너 오늘 내 침대에서 자야겠네. ”
손님이니까 소파에 재울 수는 없지. 제 집 소파가 아무리 넓다고 하지만, 성열을 그런 누추한 곳에 재울 수가 없었다. 허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성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명수가 시익 웃으며 다시 입을 뗐다.
“ 그런데 나도 소파에서 못 자니까, 네 옆에서 좀 잘게. 알았지? ”
네가 못 들은 거야. 다음 날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어도 난 네 은인이야. 제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성열의 제 품으로 끌어당겨 안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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