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얼굴로 아무말도 못하고 나를 보고만 있는 김형태에게 정신차리라고 볼을 톡톡 건드려줬다.
그러자 고백이 뭐 이따위냐며 마구 신경질내는 김형태, 그럼 뭐 무릎이라도 꿇으리? 하니 진짜 꿇으란다.
그래도 남자 자존심이 있지 차마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을 수는 없어 김형태의 손목을 잡고 무작정 연습실로 들어갔다.
그 연습실 안에 이 시간대에 항상 드럼연습을 하러오는 브래드가 있을 걸 생각도 못하고.
“아..브래드.”
“둘이 같이 들어오네?”
“네, 같이 좀 놀다 왔어요..”
브래드는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훑어보더니 곧 내가 잡고 있는 김형태의 손목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제서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피하려하는 브래드, 아..어쩌지..그를 잡아야할까. 아니면...
내가 그를 잡아야하나 아니면 그냥 나가게둬야하나, 고민을 하는 사이 형태가 나가려는 브래드를 만류했다.
“브래드, 안 나가도 괜찮아요.”
“..그러기엔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있는걸?”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씁쓸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연습실을 나가버리는 브래드.
그에게 또 상처를 줘버린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문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드는 김형태.
“아무래도 오늘은 틀린 것 같죠?”
“..미안.”
“아니에요, 나중에 더 근사하게 해주면 되지. 기대할게요”
힘없는 웃음을 짓고는 휘적휘적 베이스가 놓여있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김형태.
그런 그의 뒷모습이 작아보여 그를 꽉 안아줬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따듯한 체온.
“미안해,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말이라도 고맙네요 흐흐”
살며시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 형태를 꽉 껴안은 팔을 풀고 그를 마주보자 꽤나 뿌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 진짜 좋아하는구나?”
“뭐?”
“난 형이 그냥 나 떠보려고 그러는 줄 알았죠. 그런데 진짜 감동이네..장범준한테 이런 면도 있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나의 허리를 감싸 고개를 내 어깨로 묻는 김형태.
연신 나오는 김형태의 웃음때문에 내 몸에 진동이 울려온다. 그런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지만 어째 미묘한 기분이라
그만 웃어, 하고 말을 하니 오히려 더 웃음을 터뜨리는 김형태.
“와, 진짜...내가 상상했던 게 그대로 이뤄졌네요. 이렇게 범준 형이랑 껴안고 있으니까..되게 좋다.”
“앞으로 더 깊은 스킨쉽도 할건데? 그 때마다 가슴떨려서 어떻게하냐 김형태.”
“스킨쉽? 뭐..이런거요?”
내 어깨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려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놓는 김형태.
어렴풋이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애써 내 머리속에서 그 기억을 덮어버리고 지금의 김형태에게만 집중했다.
뭔가 더 할줄 알았더니 김형태는 허무하게 쪽, 소리만 남겨놓고 입술을 떼버린다.
“뭐야..”
“왜요? 더 안해서 실망했어요?”
“아니거든? 내가 그렇게 변태인줄 아나..”
“변태 맞으면서..”
자기는 작게 말한다고 했겠지만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버린 김형태의 목소리.
에라이, 그를 내 품에서 떼버리고 삐진 척 팔짱을 끼고 있으려니 내게 애교를 부려대며 화를 풀라고 하는 김형태.
내가 너 때문에 아주 녹는다 녹아. 그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한 뒤, 브래드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연습실을 나왔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벽에 기대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듯한 브래드.
“브래드.”
“아...나 찾았어? 그럴필요없는데..”
“...”
여전히 나를 위해주는 브래드, 그는 왜 이렇게 착한걸까. 차라리 나를 원망하지. 그냥 때려버리지.
브래드가 지금보다 나빴더라면, 김형태처럼 강제로 날 가지려했다면 브래드에게 이런 무거운 마음따위는 가지지않았을텐데.
무슨 생각해? 하며 나의 볼을 툭툭 치는 브래드. 아무래도 사과를 해야겠다. 입을 떼려고하니 그가 먼저 선수를 가로챈다.
“나 많이 생각해봤어.”
“뭘요..?”
“범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
“역시 예상대로 쉽게는 안되겠더라, 너 잊는 거. 그러니까 조금만 날 도와줘.”
“어떻게...도와주면 되는데요? 다 해줄게요.”
“...나한테 미안해하지마, 범준이 나한테 죄진것도 아니잖아. 나 그럴수록 범준이 더 불편해져.”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그래요...나는 브래드한테..”
쉿,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브래드.
내 말이 끊기자 그제서야 다시 브래드가 말을 잇는다.
“범준이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는게 날 도와주는거야.”
“...”
“평소처럼만 대해줘, 그러면 안될까?”
평소처럼..나는 더 이상 브래드와 웃고 떠들면서 장난칠 수 없어요. 하지만 마음 속의 말과는 달리 내 입에서는 그러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가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건 나도 싫으니까. 애써 그에게 웃어보이자 그도 나와 마주보며 웃는다.
이런 씁쓸한 나날이 계속될수록, 브래드에 대한 내 마음은 더 무거워져만 갈 것 같다.
-
아, 너무 질질끄는 것 같네요 곧 완결을 내야겠어요ㅜㅜㅠ
그리고 늦게 연재되서 죄송합니다! 이제는 나름 글도 써지니 완결되는 날까지 열심히 연재할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