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ata: Distortion 하하. 세훈이 무미건조하게 웃으며 악보를 찬찬히 넘겼다. 소나타라는 장르가 무색할 정도로, 제목만큼 왜곡이 심한 곡이었다. 보통의 소나타는 제시부-발전부-재현부-코다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비교적 많이 쓰이지 않은, 제시부와 발전부 2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두 악장의 분위기는 같은 곡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선율 역시 조화를 이루는 듯 하면서도 어딘가 어긋나는 리듬에 장조인지 단조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흥미로운 듯 악보를 넘기던 세훈이 표지를 덮고 악보를 잡고 있던 손에 붙어있던, 원래는 악보 첫 표지에 붙어있던 포스트잇을 바라보았다. [쳐주지 않아도 좋아. 다만 너와 닮은 것 같아서 말이야.]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나 뒤틀려있던가. 표정을 다시 굳히고는 세훈이 악보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교문에 플랜카드가 세워지고 있었다. 〈국제 학생 콩쿨 오케스트라 부문 대상 Ostpectra> 세훈의 시선은 그 밑의 글자에 박혔다. 〈지휘자: 본교 2학년 박찬열, 바이올린(콘서트 마스터): 본교 2학년 변백현> 찬열과 백현이, 귀국했다. 이야, 이게 몇 달 만이야! 세훈과 종인이 눈쌀을 찌푸렸다. 어휴, 또 귀가 따갑게 생겼구만. 벌써부터 공항에서 낮은 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찬열의 뒤를 따라 백현이 웃으며 등장했다. 근 10개월만에 보는 네 사람이었지만 세훈과 종인은 그닥 달가워하지는 않은 눈치였다. 대상 축하해. 벌써 소문이 거기까지 난 거야? 와, 나 학교 인기스타겠다! 박찬열, 그만 좀 나대. 애들 시끄러워서 인상 쓴 거 안 보여? 백현에게 제지당한 찬열이 입을 삐죽이며 백현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한숨을 쉬며 세훈이 찬열과 백현의 케리어를 끌고 먼저 셔틀 버스에 올랐다. 종인도 고개를 젓고는 세훈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래도 좋다고 실실 웃으며 그들을 따라가는 찬열과 백현이었다. 학교 장난 아니다. 벌써 플카까지 붙여놨어. 또 어깨에 힘 들어가는 거 봐라. 우리 이제 스타야, 백현아! 찬열에게 타박을 주면서도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나 학교 학생들이 돌아보며 수근대는 시선이 싫지만은 않은 백현이었다. 세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표정 없이 그들을 준면의 사무실 앞에 데려다 주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찬열이랑 백현이구나! 쌤, 보고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세훈은 준면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순간 소외되어버린 루한을 응시했다. 당황하던 루한이 무심코 세훈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놀란 것도 같았지만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세훈은 루한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연습실. 자연히 휴식을 취하러 갔다. 오늘은 이루마가 끌려. 가물가물 오래 전, 초등학생 때 한참 쳐댔던 선율을 기억해냈다. Chaconne. 바흐의 원곡이니, 부조니의 편곡이니, 이루마의 재해석이라느니. 중요치는 않았다. 일단 듣기에 좋으면 다니까. 그 때는 Chaconne가 뭐가 그리 좋았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때, Chaconne를 손에서 놓았었다. 샤콘느는 오랜만이다. 연습실 문에 찬열이 기대어 서있었다. 세훈은 통유리를 통해 찬열을 흘끗 보기만 했다. 찬열이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무슨 얘기 했어? 응, 그냥. 앞으로 계획이라든가. 그 사람은? 그 사람? 루한 말이야. 알아? ...어쩌다보니. 루한 형, 작곡과 과탑이라 졸업식 때 작품 발표를 한다더라. 그래서 준면 형이 우리가 오케스트라 서줬으면 해서 부른거야. 세훈이 별안간 연주를 멈추고 찬열을 빤히 바라봤다. 할거야? 모르겠어. 확신이 서질 않아. ...... 백현이도 고민하는 눈치고. 세훈이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제 가방을 뒤져 언젠가 루한이 주었던 악보를 찬열에게 건넸다. Distortion? 한 번 봐. 루한 형이 네게 준 거야? 세훈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찬열은 신경쓰지 않았다. 악보를 천천히 넘겨볼수록 찬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피어올랐다. 과연 과탑이군. 마지막 끝맺음까지 눈으로 훑은 찬열이 크게 웃었다. 이걸 네게 준 이유를 알겠다. 무슨 소리야? 준면 형이 왜 그 사람을 밀어주는지도 알겠고. 백현이 설득해야겠어. 악보 좀 빌려간다. 그러든가 말든가. 세훈은 찬열에게 관심을 끊고 다시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렸다. 그런 세훈을 웃음기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던 찬열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루한 형, 피아노 콘체르토 준비한다더라. 세훈의 눈이 잠깐 일렁였다 다시 고요해졌다. - 네 다시 차분해졌습니다 저번 떡에서도 명시해 드렸 듯 저는 찬백오백 포기 못 합니다 ! 제 떡들... 사랑해주셔서 다들 감사드려요... 다음엔 고전 세루 알파오메가로 들고오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나도 몰ㄹ...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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