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머리채 잡는 안무 보고 삘받아 쓰는 썰3 그리고 상자를 개봉하려는 순간 뒤에서 둘이 뭐해요? 하는 목소리가 들림. 이정 누나가 깬 거. 당황한 이정이 맨손으로 상자를 집어 등 뒤로 숨기고 벌떡 일어섬. 상자 안에선 무언가 도르륵 굴러다니는 소리가 났음. 아, 아무것도 아냐 누나. 그쵸 형사님. 이정이 상자를 숨긴채로 뒷걸음질 치며 아직 앉아있는 경일의 다리를 발로 툭툭 침. 그러자 경일도 어버버하게 고개를 끄덕임. 둘의 반응에 누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감. 숨길게 뭐 있어? 경일이 묻자 이정은 누나가 방 문을 닫은 것을 확인하곤 한숨을 푹 쉬며 상자를 탁자에 다시 내려놓으며 말함. 어제처럼 끔찍한 거면 그냥 모르게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우리 누나 봐요.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이 생겨가지고 그거 보고 충격받아 밖애도 못나가는 거. 두번 봤다 쓰러지면 어쩔 건데? 하긴.. 하고 수긍하며 경일은 어서 상자를 열어보라는 이정의 채근에 천천히 닫힌 상자의 윗부분을 제끼기 시작함. 씨발... 이게 뭐... 헉, 하고 숨을 들이킨 이정이 입을 손으로 막고 짧은 욕지기를 내뱉었음. 상자 위로 삐죽이 내밀어진 발가락. 경일 또한 적잖이 놀란듯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발가락을 잡아 집어들었음. 뭐야, 미쳤어요?! 이정이 외치자 경일은 차분하게 대답함. 제대로 봐라. 이거, 진짜 아니야. 이정이 찌푸린 표정으로 경일이 집어들은 다리 한 쪽을 제대로 쳐다봄. 디테일한 모양이, 언뜻 봐서는 사람 다리 같았지만 그건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이었음. 미친 깜놀... 뭐에요 이거? 이정이 묻자 경일은 어깨를 으쓱임. 플라스틱 모형 다리에는 뒤집혀진 리본이 어설프게 뭈여 있었음. 희고 까끌한 천을 보아하니, 약국 등에서 파는 보통 붕대인 듯 싶었음. 그나마 어제 그 흰 끈에 목졸려 죽은 고양이보다는 비주얼적으로 덜 충격적이긴 했으나, 이 정체불명의 상자를 두고가는 그 스토커의 정신은 여전 괴랄해 보였음. 범인으로 짐작가는 사람은 없다 했지. 워낙 얌전한 성격이라. 누나가. 짐작가는 곳은 없대요. 내가 봐도, 전 남친들도 그럴만한 성격은 아니고. 이건 내가 가져가마. 경일이 쇼파에서 일어나며 상자를 집어듬. 이정은 그렇게 하시라며 고개를 끄덕임. 보통 스토킹이 아닌 듯 하고, 혹시 모르니 몇명에게 더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경일은 집을 나섬. 꼭 좀 잡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처음 만났을 때 까딱이던 고개인사와는 정 반대로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하는 이정의 모습에 경일이 작게 웃음. 누나 사랑 하나는 끝내주는 동생이네, 하면서. 그 날 이후로 경일은 여자의 집에 가지는 못했지만 스토킹의 상태가 어떤 정도인지는 이정의 문자를 통해 꼬박꼬박 보고받는 중이었음. 아직까지 누나의 신변에 큰 이상은 없고, 우편물은 계속해서 꾸준히 오고있고 자신이 밤새 창밖을 지켜보고 있지만 스토커로 예상되는 사람은 없다는 내용. 불행중 다행이도 죽은 고양이 시체와 다리 모형이 도착한 다음부터 괴상함의 정점을 찍었던 택배 내용물도 이전처럼 돌아갔다는 소식도 함께였음. [지금 누나 데릴러 가는중ㅋ 머해요형] 지잉, 휴대폰 진동에 화면을 키자 이정의 연락이 도착해 있었음. 하룻밤을 같이 지샌 것이 사춘기 고딩의 마음문을 연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정은 제게 친근하게 굴기 시작함. 이제 경일과 이정은 제법 소소한 내용의 연락도 주고받고 있었음. 호칭도 형사에서 형사님으로 변하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형형 하는 여덟살 어린 고딩이 경일은 제법 귀여웠음. 첫인상은 싹수노란 싸가지없는 놈이었으나 누나 위하는 마음을 보면 철도 든 듯 하고. 일...한다. 입으로 중얼거리며 답을 보낸 경일은 다시 키보드로 손을 옮겼음. 누구랑 그렇게 연락을 해 송형사. 혹시 이거? 능글맞게 새끼 손가락을 들어 흔들어 보이는 고참 형사에게 경일이 큭큭대며 그거면 얼마나 좋게요, 하며 그냥 저번에 말한 스토킹 여대생의 동생이라 답함. 자네는 보면 여자복 말고 동생복이 많은 듯 해. 웃으며 커피 한잔을 쥐고 서 밖으로 나가는 고참 형사의 말을 들으며 경일은 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고 생각을 함. 하긴 처음 이쪽에 들어서게 된 이유도 어찌보면 고등학생 선도질을 하다 그렇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학창시절을 엇나가 살다 대충 대학에 진학해 설렁설렁 살던 경일의 이십대 초중반 시절 중, 막나가는 고등학생을 훈계질 하거나 도와주던 때가 있었음. 아마 군대 갔다오고 난 후였나. 그땐 패기도 있었고, 군대 갔다오고 철이 확 들었던 때라 자기와 비슷한 길을 걷던 고딩들이 얼마나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모름. 그 때 맞아 죽을뻔한 고딩도 구해주고 그랬었는데... 영웅 시기였지 영웅. 잠시간 옛 추억에 빠진 경일이 다시 울리는 메세지 도착음에 핸드폰을 집어들었음. 아마 그 때 이후로 정의감 비스무리 한 것이 경일의 마음속에 들어왔던 것 같음. 후로 바로 대학을 때려치고 이쪽 계통으로 들어옴. 공부를 하던 머리는 아니라 차마 경찰대에 다시 들어갈 생각은 못하고. 뭐 아직 짬밥이 얼마 안 되어 강력계 같은 곳은 발끝도 내밀지 못하지만 이전에 하던 일이 있으니 지금으로도 만족하는 중이었음. [바쁜척 쩌네] 가끔 그때 생각을 나게 하는 고딩도 만나게 되고. 어느새 짧아진 이정의 문장에 경일이 작게 웃으며 진짜 바쁘단 답장을 쏴주고는 다시 문서 작업에 시선을 돌렸음. 그러고보니 이정이네 누나 스토킹 사건도 조서를 써야 하는데, 바쁘다보니 일이 며칠 미뤄진게 생각남. 잠복도 개인 시간 내서 한 것이었고, 아직 인명 피해도 재산 피해도 난 것이 없으니 서 내에서도 그닥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음. 그러고보니 아직 누나 이름도 제대로 모르네. 처음 신고하러 온 때 말고는 여자와 직접적으로 대화한 때가 거의 없었음. 신고 당시에는 여자가 워낙 정신없이 벌벌 떨며 말을 이어 제대로 캐묻지 못한 자신의 탓이 컸음. 뭐 별 일 없겠지 싶어 이 작업만 마무리하고 오늘 이정과 누나를 직접 만나 처리해야겠다 마음먹음. [나 너네집 왔다] 이 메세지 이후로 이정은 아직 답이 없었음. 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봐도 묵묵부답. 무슨 일 있나? 경일이 이정에게 전화을 하려 하는 순간 옆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심. 할머니, 이 집 남매 아직 집에 안 들어왔나요? 경일이 묻자 뭐? 남매? 하고 골골거리며 대답하신 할머니는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 그 남학생... 못봤으... 하며 천천히 걸어가심. 이상하네. 누나 데리러 갔다는 게 몇시간 전인데. 기다려볼까 싶어 경일이 대문 앞에 쭈그려 앉으려다 스토커가 볼지도 모른단 생각에 그냥 발걸음을 돌림. 그리고 긴 골목을 걷기 시작하는데, 맞은편에서 두명의 남녀가 황급히 뛰어오는 모습이 보임. 이정과 그의 누나였음. 독자1님, 햄토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손팅 힘이 나네요. 님들이 활력소임. 뭔가 썰로 쓸라 했더니 점점 자세해지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여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