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백지영 - 불꽃(inst)
쫓고 쫓기고 뺏고 지키고 잃는
2014. 04. 07
" 경수가 네 얘기 많이 하더라. "
쉬는 시간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오빠에 대한 얘기였다.
김종인은 소문과 많이 달랐다. 오세훈보다 더한 미친놈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아니지 않은가.
...아니다. 오세훈의 다정함에 속아 그런일을 당했으면서 말 몇마디에 속으면 안된다.
하지만,
" 경수도 참 괜찮은 애였는데 걔가 너 가정교육 잘시켰나보다. 착하네. "
어딘가 오빠와 많이 닮아보이는 그에게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야. 너 되게 웃긴다. 오세훈이랑 만나지 말랬더니 김종인이랑 만나? "
" ...네? "
" 도야. 우리 학교에서 기피해야할 대상이 대표적으로 딱 둘이야. 오세훈, 김종인. 왜인줄 알아? 걔네 둘은 진짜 보기 드문 미친놈들이거든. 마음같아선 정신병원에 쳐넣고싶은데 재밌어서 두고봐줬더니 너랑 있는거 보니까 진짜 집어넣어줄까 고민된다. "
오세훈은 김민석이랑 놀지 말라, 김민석은 오세훈이랑 놀지 말라.
둘이 무슨일이 있는건 분명한데 나에겐 철저히 비밀로 하면서 어린애들 편가르기 하듯이 만나지 말라고만 한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엮이면 안될 것 같은데. 아니, 누가 봐도 그들과 엮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고 생각할것이다.
" 김민석, 회의 중인데 제발 사담 좀 그만 할래? 걔가 그렇게 좋으면 데리고 쳐나가서 둘이 놀아, 떠들지 말고. "
" 어. 미안. 도, 나가자. "
김민석과 나가긴 죽어도 싫었지만 나 혼자 남아봤자 몇몇 선배들의 따가운 시선밖에 얻을게 없으므로 잠자코 그의 손에 붙들려 밖으로 나갔다.
" 야. 네가 나 싫어하는거 티 엄청 내는거 알아? "
" ...그, "
" 내가 존나 싸가지없고 예쁜말도 못하는데 너 괴롭히려고 그러는거 아니라고. "
...내가 김민석 선배가 불편한 이유는 그가 오빠의 죽음에 대해서 알고있으며, 나에게 그것을 말하려한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죽였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별 다른 일 없이 4월이 지나갔다.
박찬열은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었으며 오세훈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구형 mp3 플레이어가 보였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도경수가 나에게 준 어린이날 선물이었다.
2014. 05. 12
꽃을 보려면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듯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나는 이런 시를 읽고도 칼을 버릴 수 없었다.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왔다. 오늘 읽을 시가 궁금하다는 변백현 앞에서 제법 폼을 잡고 읽어주었다.
" 완전 잘하는데? "
변백현의 칭찬은 항상 직설적이다. 그럴 때 마다 사실 좀 당황스럽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썼다.
하지만 붉어진 볼을 항상 눈치채는 백현은 그럴 때 마다 나를 놀리곤 하였다. 짓궂은 웃음을 짓는 그를 보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평화로운걸까?
2014. 06. 04
계절이 바뀌었다. 그동안 나는 오빠와 관련된 3명의 인물들을 만났다.
오빠가 소속되었던 방송부에 들어갔으며 오빠의 죽음에 대해 알고있는 김민석 선배와 가까워졌다.
오빠를 괴롭혔었던 오세훈에게 잊을 수 없는 짓을 당했으며 오빠에게 잘해줬다던 김종인 선배를 만났다.
박찬열은 여전히 연락이 없었고 변백현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주로 봄에 대한 시를 읽었던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번주는 방송을 쉬고 다음주부터 무서운 이야기 컨셉으로 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 야, 솔직히 봄은 존나 재미 없었는데 이번엔 좀 재밌을 것 같아. "
" 난 무서운 얘기 싫은데... "
" 그럼 빠지던가. "
김민석 선배가 윤주 선배에게 어디까지 철벽을 칠지 궁금해졌다.
티나게 인상을 찌푸린 윤주 선배를 뒤로하고 방송부원들은 회의를 진행했다.
어차피 각자 금요일까지 이야기를 준비해오자는 내용으로 진행되었지만 말이다.
" 야, 너네 그거 알아? 백물어(百物語) 라고 있는데 무서운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 마다 촛불 하나씩을 끄는거야. 이야기가 100개가 끝나고 촛불 100개가 꺼지면 귀신이 나타난대. 그 귀신은 99번째 이야기를 한 귀신이고. "
" 그래서 방송실에 촛불 100개를 모셔두자고? "
"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냥 대충이라도 해보면 재밌겠다고. "
" 어. 나 이거 좀 맘에 든다. 촛불은 네가 사와라. "
" 너무한거 아냐? "
회의 막판에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다.
100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도경수가 나타나기라도 할까.
탐색전은 끝났다. 더이상 학교 사람들은 나를 도경수의 동생으로만 보지 않았고 내게 도움을 줄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제부터 범인과의 전쟁을 시작하겠노라고 나 혼자만의 선전포고를 날렸다.
더보기 |
1. 빠른 스킵은 여러분과 저의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2. 이제부터..시작입니다..이엑스오 말고 이 이야기가..지금까진 프롤로그였습니다^-^!.....죄송합니다. 3. 앞으로 나올 무서운 이야기들은 네x버에 검색하면 다 나올 흔한 얘기들입니다. 죄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