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사일런트 힐 ost Wrong is right)
쫓고 쫓기고 뺏고 지키고 잃는
06. 관계
2014. 03. 17
" 백현아, 이거봐. 우리 남편 완전 귀엽게 나오지 않았어? "
" 하하. 형 남편은 아닌 것 같지만 잘나왔네요. 이따 저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
찬열과 백현은 나름 친해졌다. 꾸준히 셋이서 붙어다닌 보람이랄까.
2014. 03. 19
" 회의 시간에 딴짓하지 말랬잖아. "
잠시 멍을 때리고 있었던걸 어떻게 알았는지 2학년 여자 선배에게 금새 지적이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하자 여자 선배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나에게 네레이션 역할을 뺏긴 윤주 선배는 동아리 활동일 때 꾸준히 나에게 눈치를 준다.
" 야. 너 그 때 걔 맞지. "
누군가 뒤에서 등을 찌르길래 돌아봤더니 하얀 얼굴이 클로즈업 돼서 보였다.
오세훈이다.
" 과학실 얘기하는거면 저 맞는데요. "
" 어. 그 얘기 하는거 맞는데. "
...
분명 방금까진 매점엔 학생들로 득실거렸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와 오세훈 주변에만 텅텅 비어있었다.
이 쪽을 흘끔거리며 수군대는 학생들이 보였다.
" 너 이름이 뭐, "
" 도. 너 여기서 뭐하냐? "
" 김민석 선배..? "
" 뭐야. 둘이 알아? "
" 우리 동아리 신입인데. "
" 씨발. 지랄났네. "
" 지랄이고 나발이고 말로할 때 꺼져. 일 크게 벌리는거 내 취민거 알지? "
" 네~네. 어련 하시겠습니까. 근데 존나 조심하세요. 형 없을 때를 노릴거니까. "
" 그러기만 해봐 씨발아. "
일이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일단 김민석 선배와 오세훈 선배는 사이가 안좋은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니 전부 우리에게 시선이 집중돼있었다. 김민석 선배까지 등장하자 수군거리는 소리도 사라졌다.
대체 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존재이길래.
" 쟤랑 엮이면 존나 피곤해지는데, 넌 이미 좀 엮인 것 같다. 더 가까워지기 전에 네가 처신 잘해.
아니다. 네가 처신 잘해서 뭐하겠냐. 저 새끼가 죽자고 들이댈텐데. "
" 네...? "
" 앞으로 저 새끼가 너한테 찝적대면 나한테 말해. 알았어? "
" 네... "
씨발. 나는 김민석 선배 앞에만 서면 예스맨이 된 것 처럼 홀린듯이 네.네. 거리기만 한다.
이 사람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분명 평범한 인상인데. 오히려 좀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인데.
" 야아. 매점갔다 금방 온다면서 왜 안와? "
" 아...좀 아는 사람을 만나서. "
" 아 그래? 누구? 찬열이형? "
" 내가 박찬열밖에 친구 없는줄 아냐. 동아리 선배랑 우연히 만났던 선배 만났어. "
" 오세훈? "
" ...네가 어떻게 알아? "
" 매점 쪽에서 나오는거 봤어. 존나 기분 구려 보이던데. 너한테 뭐라고 해? "
" 아니, 그냥 이름 물어보려고 하던데. "
" ...아, 그래? 그러고 보니 너 명찰을 안달고 다니는구나. "
" 잃어버렸어. "
정말 명찰을 저번주에 잃어버렸다. 체육 시간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의자에 마이를 걸어두고 나갔다 왔는데 마이에서 명찰만 사라진것이다.
이래서 명찰은 주머니에 박는 형식으로 해야된다니까. 괜히 거추장스럽게 명찰 사라고 하고, 병신같은 학교.
" 이왕 온거 사줄게. 뭐 먹을래? "
" 우유에 제티 타먹을거야. 제티 사줘. "
" 와, 존나 어울리는데 안어울리게 유아틱한 취향. "
" 별로 안 유아틱한데. "
" 그래. 존나 스미마셍하다. "
도경수도 맨날 우유 마셨는데.
오늘 예전에 오세훈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기로 했던 친구에게 그에 대해서 물어볼 예정이다.
***
" 야. 김종대. 너 오세훈 알지? "
" 알긴 하는데..왜? "
"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거 다 말해봐. "
" 오세훈 형은 왜? 무슨일 있어? "
" 어. 무슨일 존나 크게 있으니까 빨리 말해보라고. "
" 어...오세훈 형이랑 사이 존나 나쁜 김종인 형이라고 있어. 너네 학굔데 학교 잘 안나와서 잘 모를걸.
아... 넌 알겠다. 김종인 형이 경수형 엄청 괴롭혔었잖아. "
" 응. 그래서 그 새끼 학교 나오면 족치려고 준비중. "
" 미쳤어. 그 형이랑 눈도 마주치지마. 하여튼 오세훈이 걔가 경수형 괴롭히는거 알고 도경수 얼굴 궁금하다면서 경수형네 반에 찾아갔었거든. "
" 어. 근데 너 은근 반말깐다. "
" 아. 뭐 어때. 하여튼 오세훈이 경수형 잘생겼다면서 좀 좋아했는데. 김종인 보는눈 없다면서. 가끔 김종인이 괴롭히려는거 막아주고 그랬어. "
" 진짜? "
" 응. 내가 본 적도 있는데. "
" 그렇게 안생겼는데. "
" 그리고 경수형 동생 있는거 알고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나봐. 나한테 물어보더라. "
" 아, 그래서 네가 나한테 그랬던거야? "
" 응. 오세훈 형이 좀 소문이 안좋긴 해도 본질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
" ...정말이야? "
" 내가 알기론 그런데. "
그런데 왜 도경수는 나에게 오세훈과 엮이지 말라고 했던걸까. 누구의 말이 맞는걸까.
그리고 김민석과 오세훈, 그리고 김종인의 관계는 무엇인가.
" 종대야. 내일 오세훈이랑 좀 만나야겠다. "
" 왜? "
" 이름. 가르쳐주러. "
아무래도 김민석과 오세훈을 한 번 건들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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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석은 주인공을 도 라고 부른다. 2. 오세훈은 주인공의 이름을 모른다. 저도 모른다. 님들만 안다. 님들의 이름이니까여.. 3. 전개가 많이 느립니다. 죄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