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윗집 사는 김종인X과일가게 아들 도경수 "어유, 훤칠하게도 생겼네" 하교후 가게로 향하는데 주변이 꽤 소란스러움을 느낀 경수는 왠일인지 가게 앞에 나와있는 엄마를 붙잡곤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어어, 자알생긴 학생 하나가 우리 가게 윗집으로 이사왔어. 워낙 좁은 동네라 건너건너 모두 아는 사이인 주민들은 꼭 누가 이사를 오기만 하면 발벗고 도와주는게 예사인 걸 아는 경수는 그렇구나 하고 가방을 벗어놓곤 카운터에 앉았다. 근데 혼자 살건가봐, 짐이 박스 서너개가 다야. 그건 또 언제 보고 온건지 부채를 살랑거리며 엄마와 함께 들어오는 큰누나의 말에 엄마는 많이 챙겨줘야겠다며 벌써부터 과일 몇개를 집어든다. 내가 갖다줄래 내가- 나이가 몇인데 호들갑을 떠는 누나를 보며 혀를 차다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짐이 몇 안돼 금방 흩어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걔는 어떻게 생겼을까 눈을 굴리다 계속 이쪽을 보고 있었던 듯한 눈과 마주쳤다. 지레 혼자 놀라 고개를 쑥 집어넣곤 창문을 닫았다. 잘생기긴 드럽게 잘생겼네... 동갑이었네, 다음날 우연히 학교복도를 지나가다 본 그 애의 명찰은 자신과 같은 노란색이었다. 김종인. 뭔가 이름도 생김새랑 똑같은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거리다 눈이 마주쳐 걸음을 빨리했다. 깜짝이야... 그후 눈만 마주친건 아니었다. 예상 밖으로 먼저 말을 걸었는데 언제나 똑같은 말 뿐이었다. "아주머니한테 잘 먹었다고 전해드려" 김종인이 가게 앞을 지나갈때마다 과일을 꼭 쥐어주는 엄마였기에 집에 과일이 넘쳐날거다. 지가 직접 말하지 꼭 나를 통해 말하는 저의는 뭔지. 쿵쿵쿵- 비밀번호 따윈 애시당초 엄마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예의상 문을 두드리며 김종인을 불렀다. "김종인-"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저,저기,야 뿐이었던지라 세글자를 만들어내는 입술이 어색하게 꾸물거린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괜히 낯간지러워진 경수는 그냥 들어간다는 말만 서둘러 뱉고선 비밀번호 4자리를 꾹꾹 눌렀다. 짗궂은 누나들 틈새에서 홀로 자란 경수였기에 몰래 숨겨놨던 직박구리 폴더도, 처음으로 한 몽정도, 고래를 잡으러 갔던 것도 온 동네 사람들이 알기 전까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과 동갑이지만 혼자 산다는 종인이 조금,아니 좀 많이 부러웠고 우리가게 과일을 거덜내는 것 같아 항상 탐탁치 않았던 엄마의 과일셔틀도 굳이 자신이 김종인의 집까지 발걸음을 뗀건 자신도 모르게 싹 틔웠던 독립하는 김종인에 대한 동경 때문일 것이리라. "오..꽤 깔끔하네" 조금 좁긴 하지만 고등학생 남자애가 혼자 사는 집치곤 꽤 말끔하였다. 식탁 위에 가지고 온 방울토마토 바구니를 올려놓은 경수는 종인이 가게 앞을 지나갈때 마다 엄마가 쥐어준 포도나 딸기가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로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맨날 잘 먹었다고 전해달랬으면서 먹지도 않았네. 딸기는 좀 오래 됐을텐데,아깝게.... 생각을 미처 끝마치기도 전에 딸기를 들고 싱크대로 간 경수는 물로 대충 헹궈낸 뒤 하나씩 꼭지를 땄다. 이렇게 놓여 있으면 먹겠지? 양이 꽤 많아 그나마 고른 가장 큰 접시에도 다 들어가지 않자 몇개는 손에 쥐고 하나씩 입에 넣었다. 집안을 좀더 둘러볼 심산으로 등을 돌리자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냉장고에 기대 자신을 빤히 보는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 눈만 댕그랗게 뜬 경수는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 할것 같아 입을 열었다. "딸기..꽤 오래됐는데 안먹었길래...씻어놨으니까 좀 먹을래?" 또 괜시리 민망해 딸기를 먹으며 맛있는데...덧붙였다. 미동도 하지 않을것 같았던 그애가 고개를 끄덕이곤 식탁 쪽으로 걸어왔다. 아니, 걸어온 쪽은 제 쪽이었고 그러다 손목이 이끌린건 순식간이었다. 입술을 감쳐물고 안을 헤집어놓았다. 미처 넘기지 못한 딸기가 두개의 혀와 함께 뒤섞였다. 힘을 실어 어깨를 밀쳐 입술은 떨어졌지만 턱을 타고 쇄골까지 흘러내린 과즙과 함께 김종인의 혀도 타고 내려왔고 힘을 준 탓에 뭉그러진 딸기를 쥔 손, 딸기가 덩어리져 뚝뚝 떨어지는 손끝,손목도 예외는 아니었다. 질척거리는 혀와 맞닿는 살결의 느낌이 외설적이다. 팔꿈치 께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고개를 든 종인은 얼이 빠져있는 경수를 보곤, "아주머니한테 잘 먹었다고 전해드려" 예의 그 무심한 투로 또 똑같은 말. 그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경수는 잡혀있던 손목을 황급히 빼내곤 뛰쳐나왔다. 뭘? 뭘 잘먹었다고 전해드려? 과일? 아니면 내 손?팔꿈치?입술?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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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편은 불맠일 거에요..! 언제올진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