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항상 제 부족한 소설을 읽어주시는 그대들 너무 감사드려요.
이번 편은 현성의 전개였습니다.
우리의 수열과 야동은 다음편에 집중적으로 등장할 예정이에요.
수열야동이 없다구 슬퍼하지 마세요 그대들! 아닌가.. 나만 슬퍼한건가..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혹시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성종이와 성규의 프로젝트에서 우현이의 생각 묘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어요. ㅎㅎㅎ
이유는 말이죠.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면 제가 완전한 우현이 시점으로 된 번외를 낼 생각을 하구 있어요. 그것두 재밌게! 봐주세요. 아직 내진 않았다만.
BGM은 박지윤 - Steal away입니다.
그대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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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개시 3日
[형, 이제부터가 전쟁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형이 톡 하면 분지러질 것 같은 청초한 튤립 같은 매력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이제는 육탄전으로 다가가는거죠. 그런 형의 매력에 매혹적이고 빠르게 잠식해가는 우현이 형의 눈빛은 생기를 잃고 그대로 형에게 중.독.되.는.거.죠. 우현이 형과 앉아서 대화를 할 때 살짝 그 형의 허벅지을 아주 가볍게 터치해주는거에요. 대부분의 남자 생명체들의 성감대는 허벅지에 몰려있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일 수 밖에 없는 방법이죠. 하, 느와르물에서나 접해볼 수 있는 팜므파탈의 유혹을 실제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기쁨에 저, 성종이는 소장의 융털까지 바르르 떨리는 걸 느껴버렸어요. 하, 미치겠다. 돌.아.버.릴.것.같.아. 이런 내 마음을.. 저 북극 하늘의 오로라는 알아주겠지..?]
이 새끼는 그냥 뿌리 깊은 미친 새끼구만. 허벅지 터치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성규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어제는 카카오톡으로 시조를 읊어대던 성종이 오늘은 아주 소설을 쓰고 있었다. 저번엔 별똥별이더니 이번엔 오로라야? 얘는 이런 식으로 자신이 천문학자 꿈나무라는 것을 표출하는 것일까? 사실 어제 베이비 스멜스멜 사건 이후에 곧장 성종의 반으로 달려간 성규는 그의 머리카락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이 가기 전에 거기서 얌전히 목 닦고 기다리라는 말을 보고 도망을 갔던게 틀림 없었다. 쩝, 그냥 불시에 들이닥쳤어야 했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성규가 괜시리 어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자신의 발목을 돌려댔다. 정말 보물처럼 아끼는 동생이지만, 아주 가끔은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경험을 시켜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성종아, 일단 닥치고 어제 형이 분명히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도망 갔었어?] [저는 성규 형의 얼굴을 볼 때 마다 느껴지는 찬란한 기쁨에 엔돌핀을 투입 당한 것 같은 기분에 젖어들지만.. 아, 참고로 형은 저의 인간 엔돌핀이니까요. 하지만 형을 향한 제 애정의 크기와 생명의 위협은 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서 계속 가만히 머무르고 있다간 제 정강이가 혹사 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육신이 괴로우면... 마음도 괴로워진다는거... 아주 당연한 말 아닌가요?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죠. 오늘도 이 세상을 배워가네요... 아, 아름다운 세상.]
성규가 카톡을 보내자마자 성종은 1분도 안되서 저 긴 답장을 보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생물 시간에 책상 밑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성규는 수업시간이고 나발이고 당장 1학년 교실로 내려가 성종의 엉덩이를 찜질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내었다.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구타를 유발하는 신비한 힘을 지닌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왜 별명이 마성의 이성종인지에 대해 성규는 진지하게 고찰을 하기 시작했다. 음, 과연 얼굴의 힘은 위대한거구나. 저 온몸으로 발산하는 병신의 기운을 외모가 묻어버린거야. 머릿 속에 순정만화 주인공 마냥 환하게 웃고 있는 성종이 떠오르면서 성규의 안색은 마하의 속도로 썩어갔다.
[그럼 오늘 쳐맞고 싶니? 허벅지 드립은 도가 지나치게 무리수 같은데. 다른 애가 말을 꺼낸거라면 존나 패줬을테지만 성종이 너니까 형이 참고 있단다.] [형... 그래서 못하시겠다는건 아니죠?] [니가 나라면 하겠냐]
무표정으로 쳐다도 보지 않고 키패드를 빠른 속도로 누르고 핸드폰에 홀드를 걸어버린 성규가 습관적으로 자신의 옆 분단 앞쪽에 앉아있는 우현의 잘생긴 머리통에 힐끔 시선을 던졌다. 생물 선생님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고 있기라도 한건지 머리를 아래 위로 주억거리는 모습에 성규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아, 존나 귀엽다 진짜. 어제 샤워라도 쳐하라는 막말을 던진 우현을 머릿 속에 직접 지우개를 넣고 빡빡 지워낸 것인지 성규의 남덕후 레이더가 발동되고 말았다. 눈에 콩깍지를 여러 꺼풀 씌운 성규의 눈에는 목을 이제는 상하좌우로 리드미컬하게 돌리기 시작하는 우현이 매우 사랑스럽게 비춰졌다. 호원아, 우현이 좀 봐봐. 같은 시각, 우리의 초딩 멘탈 성열도 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남우현 저 새끼. 상모 돌리기라도 하나 왜 이렇게 현란하게 모가지를 돌려대? 그러게, 호원아. 누가 보면 신명나는 풍물놀이 한 판이라도 열린 줄 알겠다. 얼쑤! 같은 장면을 동일한 시각에 바라보고 있는데도 생각의 차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되겠다.
종이 치고 책상 밑으로 쑤셔 넣었던 핸드폰을 꺼낸 성규는 카톡 메세지가 정확히 245개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악하고 말았다. 단체 채팅방도 다 없앴는데 누가 이렇게 많이 보낸거지? 마음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한명 있지만 설마설마 하며 애써 무시한 성규는 카카오톡 화면을 켰다. 설마가 성규를 잡았다. 245개 모두 다 한 사람이 보낸 메세지였다. 이성종, 징그러운 새끼. 얘는 할일도 드럽게 없나. 카톡창 스크롤바를 빠르게 내리던 성규의 안면근육이 누군가 본다면 코 밑에 똥이라도 달아둔 것처럼 심하게 구겨졌다. 세상에, 이런 또라이는 살다살다 처음 보네!
[형, 우리의 새끼 손가락 약속을 잊으신거에요? 형은 우리의 모든 기억이 담겨있는 뇌세포를 그렇게 외면하시는건가요? 미치겠다. 별들아...] [형, 일부러 확인 안하시는거 알아요. 형이 이렇게 모질은 사람이었어요? 형이란 사람, 못된 사람... 그런 형에게 이렇게 매달리는 나란 사람... 못난 사람...] [형, 새끼 손가락의 온기. 나만이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건가요. 사나이간의 그 뜨겁던 우정의 표시... 나만 뭉클하게 생각하고 있던거냐구요...] [이렇게 매몰차신 분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형을 몰랐어야만 했는데... 나는 왜 또 여기서 제자리 걸음...] [이 세상 어딘가에서 떨어지고 있는 별똥별은 저의 처지를 이해해주겠죠? 형을 위해 머리를 쥐매고 우현이 형을 매료 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던 내 지난 기억들..]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다. 245개의 메세지가 각각 어쩜 그렇게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성규는 정말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박수까지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새끼는 어렸을 때 배운 씽크빅을 이딴데서 발휘하다니. 아마 노벨상에 오글거림과 집착 부문이 있다면 당연코 1위는 성종이었다. 성규는 갑자기 성종의 친형인 성열이 불쌍해졌다. 저런 새끼를 피붙이라고 데리고 다니다니.. 그래서 성열이 자식이 뇌에 손상이 가서 그렇게 띨띨한 놈이 된 걸 수도... 성규가 자신 혼자만의 상상에 잠겨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의 똑똑한 폰 화면은 다시 성종의 새로운 카톡 메세지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형, 왜 읽고서 답이 없어요? 형, 제 245개의 아련한 파편들 따위는 형에게 아무것도 아닌거죠? 형, 형,형,형,형! 꺼도 꺼도 계속 뜨는 카톡 팝업창에 쉣! 이라는 단발마와 같은 비명을 외친 성규가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키패드 위에 놀려댔다.
[그래, 한다. 해. 시발, 내가 남우현의 허벅지를 아주 잡아뜯어주마. 말리지마.] [형이란 사람... 좋은 사람... 별들아, 형의 사랑을 축복해줘.]
내가 미쳤지. 귀신이라도 씌였었나 보다. 보기만 해도 창자부터가 오그라드는 것 같은 성종의 답장을 본 성규가 뒤늦게 후회 했지만 이미 늦었다. 꼼짝없이 마성종 (성규에게는 마성의 이성종이 아닌 마귀 이성종)의 마수에 걸려들은 자신을 탓해보지만 남은 것은 남군 허벅지 사수라는 제정신으로는 절대 수행하지 못할 것 같은 임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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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는 지금 극심한 내적갈등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남우현이 나를 존나 상변태로 보면 어떡하지? 그러다 날 피하면? 나를 가끔 남고에 출몰하는 게이 바바리맨들과 동급으로 보면? 생각하기도 싫다. 하지만 해야겠지? 안하면 나는 이성종 저 또라이 같은 놈에게 평생을 시달리겠지. 그래,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으면 달라지는건 없어. 마음 먹은 김에 얼른 실행에 옮기는게 내 신상에 좋겠다. 하지만 이건 좀 위험할 듯.. 아닌가? 아, 몰라. 시벌...
"김성규, 아까 영어 수행평가 잘봤냐?" "아, 으응... 그럭저럭."
성규가 생각의 딜레마에 빠져 있던 것을 들여다보기라도 한건지 우현이 성규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신이시여, 절 시험에 들게 하지마세요. 정말 우연하게도 성규의 시야에 딱 만지기 좋은 각도에 있는 우현의 허벅지가 보였다. 손을 살짝 뻗기만 해도 저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돌벅지가 한 손 가득 잡힐 것 같은 위치였다. 성규는 정서 불안이라도 있는 것처럼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자꾸 움직였다. 와우! 미쳐버리겠다!
"아, 선생 짜증나. 솔직히 존나 어려웠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래. 어려...웠지..?"
손이 가요. 손이 가. 허벅지에 손이 가요. 안돼, 성규야. 널 변태로 볼꺼야. 성규는 손을 중풍 환자의 혼이라도 빙의한 것 마냥 덜덜덜 떨면서 정확히 우현의 탄실한 허벅지 위에 안착시켰다. See... bird! 이왕 하려면 자연스럽게 했어야 했는데 이게 뭐야! 존나 어색하잖아! 나 니 허벅지 존나 쓰다듬고 싶어요!를 매우 어필하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의 왼손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성규가 고개를 들어 우현의 두 눈과 마주했다.
"......" "..............." ".........." "......................."
영원의 시간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제발 뭔 말이라도 해보라고! 욕지거리도 괜찮다고!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던 성규는 순간적으로 차라리 강남역 한복판에서 쾌지나 칭칭 나네를 부르며 헤드뱅잉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손은 왜 안떨어져! 빨리 떼야 하는데. 난 이제 망했다. 우현아... 저기.. 만회라도 해보려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믿을 수 없다는 듯 성규의 손과 성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우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안돼, 이대로 가면 안돼! 아니야! 날 변태로 보지 말아줘. 내 뜻이 아니란 말이야.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삼키고 손을 내미는 자신의 소꿉친구를 뿌리친 우현이 성규의 시선을 회피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런 우현의 모습에 성규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이고, 이성종 이 새끼가 내 이미지를 완전히 망쳐놨네. 건너서는 안되는 강을 건너버렸네.
"아, 서, 성규야. 나 할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미,미안. 가볼게."
저 어색하게 더듬는 말투. 성규는 우현이 자신을 남자 허벅지나 더듬고 다니는 변태 새끼로 본다는데에 영혼이라도 걸 수 있었다. 단단했던 녀석과의 15년 우정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우현아. 이런 나라서. 병신 같이 이성종 따위한테 악마의 계약을 맺어버린 나라서. 성규는 새삼스럽게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주먹이 운다는 옛말. 어떤 분이 만드셨는지 정말 가슴 깊숙이 와닿는다. 성종을 때리고 싶어 울고 있는 자신의 주먹을 워어워어 겨우 잠재운 성규가 해탈한 미소를 지으며 우현이 나간 교실 뒷문을 바라보았다. X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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