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그대들 느무 반가워요! 드디어 9편이네요. 우리의 수열! 수열행쇼!
다음편은 10편 핡핡
오늘 분량이 조금 짧았죠?
이번 편에 야동을 넣기로 했는데 야동이 없숴... 죄송해요
그런 의미로 지금 곧장 다음편을 쓰러 가겠어요..
다음편은 야동+현성이 되겠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나무 번외가 나오겠죠?
흐흐 base 그대가 붙여주신 별명처럼 진정한 모터나무가 되어서 손에 모터를 달고 글을 쓰는 조팝나무가 되겠슴다!
항상 재밌게 읽어주시는 그대들에게 느무느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이번 bgm은 동방신기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음이네요.
달달달달달한 수열에게 어울리는 노래라구 생각해서 ..ㅁ7ㅁ8
감사합니다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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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 문이 예고도 없이 벌컥 열리고 또래 남자애들 중에서 확실히 큰 신장을 지녔지만 앳되보이는 외모의 남학생 하나가 들어왔다. 명수 형, 저 왔어요! 심심하셨죠! 귀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는 것 처럼 크고 밝은 목소리에 명수는 들고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성열을 바라보았다.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성열이 매점에 붙댕겨있게 된지 어느덧 삼일이 지났다. 학교에 있는 시간 중 수업시간, 야자시간을 제외하고는 명느님의 빛나는 미모를 감상하기 위해 매점으로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달리기를 하는 성열이었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큰 진전은 없었다. 대화라는 걸 하긴 하지만 거의 명수의 열성팬인 성열 쪽에서 일방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었고 명수는 짧게 대답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다. 설마 날 귀찮아 하는 걸까? 그래도 난 굴하지 않아. 아잌아잌, 난 집념으로 누구에게 절대 뒤지지 않으니까! 집안 내력이라도 되는건지 친동생 성종 못지 않은 끈기와 집착을 자랑하는 그였다. 아, 형 쇄골 봐. 섹시하게 툭 튀어나온게 물 받아놓고 세수해도 되겠네. 회색 브이넥 니트를 입은 채 책장을 넘기는 명수를 보는 성열의 두 눈이 황홀함에 가늘어졌다. 성열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정말 변태 같다는 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입까지 벌리고 그 그림 같은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였다. 명수가 자신의 빠돌이에게 시선을 돌린 것은.
"지금 야자 할 시간 아닌가?" "후루룹, 헙, 네,네, 맞아요. 야,야자 시간이에요."
명수가 자신에게 질문이라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을 사용할 줄은 전혀 몰랐던 성열은 눈에 띄게 흠칫거리며 벌리고 있던 입을 급하게 닫았다. 쉣, 침도 흘린 것 같은데. 저번부터 계속 명느님 앞에서는 스타일을 팍팍 구기는 성열이었다. 언제나처럼 더듬거리는 화법을 자랑하는 성열의 말을 듣던 명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얘가 야자를 빼먹고 여기에 와?
"왜 여깄어?" "네? 아.. 그게.. 아, 저 집에 가기 전에 형 얼굴 보고 가,가려구요.. 아니, 제가 막 형의 얼굴을 변,변태처럼 감상하러 온건 아니구요 그냥.. 가기 전에 보..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야자를 빼먹고 집에 간다는거야? '변태처럼 감상하다'라던가 '가기 전에 얼굴은 꼭 본다'라던가 남들이 들으면 수상한 것 투성이인 성열의 말을 그대로 스킵하고 명수는 그 사실만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모든 일에 무관심한 명수였기에 그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인간상은 몇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학교에서 공부 제대로 안하고 놀 생각만 하는 날라리들을 증오했다. 학교에 공부하러 왔으면 학생의 본분을 다해야지. 고등학생 때도 소위 일진이라 말하는 무리들과 말 조차 섞지 않았던 명수였다. 혹시 얘도 그런 분류는 아니겠지? 성열은 참 교복도 단정하고 애가 착해보여서 좋게 봤었는데.. 쉬는 시간에는 비록 여기서 살긴 하지만 수업시간에는 충실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솔직히 명수는 조금 실망했다. 아니, 사실 많이. 왜 여깄냐니.. 어,어, 내가 뭐 잘못 했나? 삼일 내내 명수 관찰 일지를 머릿 속에서 열심히 작성해온 그의 추종자 성열은 용케도 저 잘생긴 매점 형아의 한쪽 입꼬리가 미세하게 0.1cm 정도 올라간 것을 눈치챘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연구원들의 뺨을 열두번도 내리칠만한 대단한 관찰력이었다. 저건 형아가 좀 언짢을 때 나오는 표정인데.. 그나저나 저 형은 입꼬리마저 어쩜 저리 그림 같지? 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저렇게 아름답게는 못그릴 것 같아. 아닌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인가? 명수의 환상 속에서만 수업시간에 충실한 학생인 성열의 머릿 속에는 교과서에 밥먹듯 나오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의 대가와 세계적인 명배우를 혼동하는 처참한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성열은 안그래도 쳐진 눈꼬리를 더욱 축 내린 채 매점 형아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원래 지,집에 평소보다 일찍 가니까요..원래 끝나는 시간에는 형 없으니까.. 그,그래서 혹시 있을까 싶어서 그냥 들린..건데.." "원래 집에 일찍 간다고?" "네에.... 저어.. 음.. 근처 병원에 계신 어떤 할머니랑 그냥.. 네.. 그 할머니 뵈러 가요.." "뭐 하는데? 거기서?"
봉사활동이에요.. 그냥 가서 할머니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손주처럼 대화도 나누고 그냥 그러는건데에... 성열이 말을 느리게 늘이며 눈을 도로록 굴리며 명수의 눈치를 살폈다. 명수에게 저렇게 질문 폭탄을 받은 적도 처음일 뿐더러 왜 저 조각상 같이 생긴 매점 형아가 저렇게 반응하는지 이유 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라고? 역시 개날라리가 아니었어. 성열의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던 명수는 갑자기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 자, 같이 가자. 네? 어딜요? 성열은 명수가 매점을 정리하고 가방을 챙길 때 까지도 두뇌 회전이 되지 않고 있었다. 뭐,뭐야? 오늘도 존나게 잘생긴 명수는 어느새 성열을 문 밖으로 내몰고 매점 문을 잠그고 있었다.
"너 봉사활동 하러 가는 곳." "네? 거길 형이 왜 가요?"
그냥 가고 싶어서. 가면 안되는 곳이라도 돼? 높낮이가 없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명수가 되묻자 성열은 자신의 입을 툭 때리더니 파드득 거리며 말했다. 아,아뇨! 그게 아니고 그냥 갑작스러워서..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혹여나 명느님이 오해하셨을까 싶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던 명수의 입에서 피식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났다. 보면 볼수록 순수하고 생동감 있는 아이다. 18살의 커다란 사내 자식이 먹을 것을 사러 매점에 온다고 당당하게 말은 하지만 사러온 빵들은 쳐다도 안보고 자신의 근처에서 기웃거리는 모습이 징그러울 법도 한데 전혀 징그럽지 않았다. 독서를 할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거는 모양새가 귀찮을 법도 한데 전혀 귀찮지 않았다. 친구들 이야기라던가 자신이 사는 이야기를 쉴새 없이 조잘거리는 아이의 입모양이 예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이성열이라는 석 자의 이름은 무미건조한 명수의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깎아놓은 대리석 조각상처럼 거의 완벽한 명수의 옆선을 바라보던 성열이 볼에 슬그머니 홍조를 띄웠다. 형이 나랑 같이 간대! 아싸! 자신이 주눅들었던 것은 까맣게 잊은 성열이 평소처럼 눈을 빛내며 조잘대기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무표정인 명수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학교를 등지고 걷는 두 사람의 실루엣에 어느덧 석양빛이 예쁘게 내리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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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 감사했어요." "감사할거 없어."
명수와 병원 밖으로 나온 성열은 동그란 눈을 껌벅이며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다 명수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아무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목소리에 섭섭할 법도 한데 성열은 히힛거리고 웃음을 흘렸다. 형이랑 봉사활동도 같이 하면서 보람찬 시간도 보내고, 평소보다 할머니도 더 즐거워 하시고, 그냥 그냥 많이 기뻤다. 친자식들에게 버림 받고 독거노인이 되신 할머니께 자상하게 미소를 띄우며 사과를 입에 물려주는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매점 형아는 어쩜 이렇게 완벽할까! 정말 일등 신랑감이다. 사색에 잠긴 듯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명수를 바라보던 성열이 입을 열었다. 형, 밤이 늦었네요. 저는 저 쪽에서 버스 타야 해서요. 명수는 그 말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성열이 가리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밤길을 제가 첫눈에 반한 형아와 함께 걸으려니 성열은 가슴이 턱 막혀오는 느낌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조,존나 떨려. 무슨 데이트라도 하는 것 같아. 아잌, 어떡해! 여느 때와는 달리 조용한 성열과 언제나 조용한 명수는 어느 새 버스 정류장에 다다렀다.
"형, 그런데.. 왜 봉사활동 따라오신거에요?" "그냥. 가고 싶었어." "아... 네."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고민고민하다가 겨우 물었는데 들려오는 대답은 무려 그냥이었다. 그냥! 쳇, 왜 이렇게 싱거워. 성열이 니가 좋아서! 너무 좋아서! 라고 말해줄 수 없는건가? 성열은 김칫국을 마시다 못해 김장 김치를 담을 기세였다. 명수는 원래 살가운 성격인건지 어른들 앞에서 귀엽게 재롱을 떠는 성열의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무뚝뚝하고 애교 따위는 눈을 흡뜨고도 찾을 수가 없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생물 같다고 해야하나. 이 아이와 있으면 자신도 동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는게 명수의 결론. 그냥이라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었나? 머리 위에 귀가 달려있다면 아마 축 쳐져있을 것 같은 아이의 모습을 힐끔 쳐다본 명수가 왠지 모르게 설명을 덧붙여줘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잘 모르겠다. 그냥 너랑 함께라면 즐거울 것 같아서." "저,저,저,저,저,저랑 함께요?"
저런 대단한 말을 아무 표정 없이 내뱉다니! 이건 반칙이야! 화르륵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느끼며 성열은 어느덧 익숙해져 나오지 않고 있었던 버퍼링 화법을 다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 성열의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진입하고 있었다. 어,어,어,어, 저 저거 타야.. 아, 잠깐만. 금방이라도 통통 튀며 도망갈 것 같은 성열의 어깨를 충동적으로 짚은 명수가 답지 않게 입술을 혀로 축이고는 입을 열었다. 헐? 내가 뭐 잘못 들은건 아니겠지? 잘생긴 매점 형아의 결정타에 그대로 k.o가 된 성열은 너무 깜짝 놀라 고개를 대충 주억거리고는 버스에 올랐고, 그 후에 쓰러질 듯 아무 자리에나 몸을 눕힌 우리의 초딩은 버스에 자신이 두 발로 걸어서 올라탔는지 아니면 물구나무를 서서 올랐는지 조차도 기억 못할 만큼 심장에 전기쇼크를 직격타로 맞았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하자. 나는 좋은데 너도 좋지?"
혀,형도 좋다니! 형도 좋다니! 형도 내가 좋다는건가? 봉사가 좋다는건데 성열은 명수의 말을 자기가 듣고 싶은 말로 바꿔서 이해했다. 귓가에 속삭여오는 매점 형아의 작은 목소리에 너무 설레여서 벌겋게 익은 성열의 얼굴은 집에 도착할 때 까지 식지않고 있었다. 그에 쇼파에 누워서 TV를 시청하던 성종이 형의 얼굴에 화염의 꽃이 피었다며 별들아 형을 도와줘라고 개소리를 날렸을 때에야 성열은 제정신을 찾을 수가 있었다. 매점 형아의 폭탄 발언을 들은 감동을 바로 찬물 끼얹듯 없애버리다니.. 제 동생에게 두 마디를 들었을 뿐인데 오그라들은 손발을 쫙쫙 피던 성열은 고개를 내저으며 생각했다. 아잌, 우리 성종이의 입에 접착제를 발라버리던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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