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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Tsukemen- 시간의 저편







[EXO] 오블리비언(Oblivion). 01

Oblivion: 망각





W.  아펠     








프롤로그.



온 세상이 시끄러워질 만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까페나 길거리를 지나다가 그 소식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두가 그 이야기 뿐이였고, 앞으로 일어날 밝은 미래에 대한 환호성들이 터져나왔다.
매스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문 뉴스, 인터넷, 어디든 할 것 없이 새로 개발된 이 기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연신 앞다투어 떠들어대고 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골라 지울 수 있게 되었다.’
‘꿈의 세계가 열렸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나?’

뭐 대충, 이런 자극적인 헤드라인들로 시작되는 것들이였다.



동물실험이 끝나고 이제 임상실험을 앞두고 있는 단계였다.

이제 이것만 통과하게 된다면 시판이 가능해 지겠지. 일단 몇 년이든 두고 봐야겠지만.

원래 신약개발이라는 건, 모든 임상 실험을 끝내고 허가를 받아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개발자를 포함 그 누구도 명확히 말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영화나 소설 속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드디어 현실에서 일어나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벌써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환희에 젖어있었다.
슬픈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들만 남기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행복해질까?
며칠 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소식에 절대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그 가운데,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것이 불러올 비극을 지적했다.



기술이란, 특히나 암묵적으로 정해진 단계를 뛰어넘어 획기적으로 개발된 첨단기술들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화려하게 태어난 그것들은 겉으로는 놀라운 효과를 가져와 무수한 관심을 받지만,
많은 경우에서 비극으로 막을 내려 믿는 이들의 뒤통수를 친다.




한 예로, 십여년 전쯤이였나, 위암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복용해 그 드라마틱한 효과를 직접 입증해 보였다. 지금의 경우처럼, 매스컴에서 우선적으로 온 세상에서 위암은 이제 불치병이 아니라고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몇년이 지나고, 멀쩡해졌다고 믿은 사람들의 위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원체 신약이였던 탓에 부작용이 일어났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고, 결국 손도 써보지 못하고 위암을 완치시켰던 사람들은 다시 절반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위의 암세포를 죽이고자 만들어진, 그 치료제가 결국에는 위를 살리는 척, 죽이고 있던 것이었다.

전국이 발칵 뒤집힐 만큼 큰 일이였다. 외신의 보도 또한 이어졌다. 사망자가 연이어 나오자, 즉각적으로 약의 사용이 중지되었고, 제약회사, 병원, 정부 할 것 없이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시민들 사이에서 시위니, 데모가 걷잡을 수 없이 형성되고, 끝내는 인구 수를 줄이려는 음모론이다 라는 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 저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라.







아,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므로...


-






오블리비언(Oblivion). 01











[EXO] 오블리비언(Oblivion) 01 | 인스티즈




민석은 주어진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여유있게 마치고,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서로 돌아가는 중이였다.
하늘색 셔츠에, 흰색 바지. 뭔가 오묘한 조합인 듯 싶지만, 오늘 새로 꺼내 입은 하늘색의 셔츠는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흰색 진 가운데에 오롯이 잘 섞여 들어간다.
 
민석이 형사답게 이곳 저곳 지나가는 사람들, 새로 생긴 가게들을 꼼꼼히 구경하며 걷는다. 그러다 우연히 전자제품 대리점을 지나친다.
커다란 유리창 안에 진열된 티비를 힐끔 보고는 그냥 지나치려는데, 화면 속 헤드라인이 민석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우와-아,”

민석이 가던 길을 멈추고 탄성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고달팠던 인천항 잠복근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후, 몇 주만에 다시 말끔히 차려입고 하는 출근의 첫날이였다.



눈치껏 주위를 살피니 이미 온 세상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저만 몰랐던 눈치다.
생각해보니 아까 식당 옆자리에서 떠들던 그 소리와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럼 그게 새로 개봉한 영화나 소설이나,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였구나.
민석이 머릿속에서 문득 아, 형사답지 못했네, 남들 다 아는걸 이제서야, 라고 떠올렸다.

와, 누가 지독한 직업병이 아니랄까봐.







기술이 진짜 빨리 발전하긴 하는구나,


기억을 지운다니, 그것도 지우고 싶은 것만 골라서. 요 몇 주간 세상과 단절된 사이 시간이 미치도록 빨리 흘러간 것 같다.
이미 들으면 놀라 나자빠질 기술이 엄청나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민석이 느끼기에 지금은 마치..뭐랄까. 먼 SF소설 속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대단하네,

민석이 고개를 양 옆으로 갸우뚱하며 들고있던 커피를 한모금 들이킨다. 소리없이 자막으로 나오는 화면을 넋을 놓고 보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한다.

12시 46분.



벌써 한시가 다 되어간다.
아, 가야겠다. 민석이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려 멀지 않은 서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











 

[EXO] 오블리비언(Oblivion) 01 | 인스티즈



경수는 요 며칠동안, 태어난 이후로 가장 크게 화를 냈다.

지금 티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저 소식은 제 연구소의 얘기임이 틀림이 없었다.
경수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 티비를 노려보며 계속 씩씩거렸다. 인상이 한없이 찌뿌려지고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이 계속 들어갔다. 온 몸의 핏줄마저 바짝 서는 기분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 학교 숙제로 해간 일기장이, 반에서 제일 힘쎈 애한테 뺏겨 전부 소내리어  읽혀졌을 때,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주먹을 꾹 쥐고 씩씩대기만 하던 자신이 생각났다.

경수는 어릴 때부터 특이한 아이였다.






분해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때의 도경수와 지금 여기에 서있는 도경수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데워진 열이 핏줄을 타고 올라와 얼굴까지 시뻘개지고 난 후에도,
화는 도무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입고있던 하얀 연구실 가운과 벌개진 얼굴이 점점 대조되어간다.






“어떤새끼야,“




아직 임상실험도 안 거친 건데. 분명히, 직원들 중 누군가가 흘린게 분명했다.







연구소를 꾸리는 지난 몇 년간, 경수에게는 몇 가지의 철칙이 생겼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첫째, 앞으로 시작 '할’ 프로젝트를 언론에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둘째, 임상실험이 끝나 출시만을 앞둔 신약이 만들어졌어도, 출시되기 전에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 연구소의 품에서 내어보이는 약은 전부, 철저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한다.





만일 지금까지 이 중 아무거나 언론에 뿌렸더라면 저는 이미 떼부자가 되어 있었겠지. 어차피 성공적으로 끝날 거였니까.
모두가 아는 당연한 사실이였지만 경수는 그 막대한 금전적 가치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혹여 이따금씩 개발중인 프로젝트가 언론에 새어나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경수는 이상하리만큼, 불같이 화를 냈다.



그저 몇날이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제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는 것,


그것만이 비로소 그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들은 항상 원하지 않는 결과로 돌아온다.
높은 하늘을 향해 접어던진 종이비행기가 날카로운 파편으로 돌변해 제 가슴을 향해 돌진한다. 


명예와 돈방석, 다른 이들에게는 행복한 비명에 잠겨 허우적대게 할 테지만, 경수에게는 외마디 탄식마저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말하자면 곧, 그는 부와 명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경수가 티비 속 화면을 노려보고 씩씩대고 있는 동안, 여러 장의 자료화면들이 아나운서의 설명과 함께 지나갔다.
화면이 바뀌고, 이제 어느 기자 한명이 지나가던 제 또래로 보이는 시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둘 다 한껏 들뜬 분위기다. 앵커가 곧 신약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듣고선 고개를 끄떡인다. 곧이어 마이크를 다시 가져오더니 이번엔 개발자인 경수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신약의 개발자인 MedD Lab의 도경수 박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은 말씀하고 싶으신 다른 좋은 의견이라도?”

하며 마이크를 도로 시민 앞에 대준다. 그러자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앵커가 대준 마이크를 제 손으로 잡고는 좀 더 저에게로 끌고오며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처음보다 한껏 더 격양되어 있다.


“아, 그 사람 나이가 되게 어리다던데? 이십대... 후반이랬나? 아무튼,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근데 저번에 인터넷에서 봤을 때 고등학생 같던ㄷ-“

 



날 알지도 못하면서, 히죽거리면서 말하는 그 꼬라지가 경수의 속을 상하게 한다.




부푼 꿈으로 피워낸 가슴 속이, 상처로 인해 물러버린다.
운반 중 어두운 트럭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혀, 팔리기도 전에 한껏 멍이 들어버린 복숭아처럼.




-









도경수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절대 그의 의도가 아니였지만, 몇 해전 그의 연구소가 원래의 이름 그대로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MedD Lab, 몇 개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대박을 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미국 가릴 것없이 전세계에서 투자자들이 몰려왔고,
여기저기서 돈냄새를 맡고 몰려든 개떼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돈을 투자했다.


그로 인해 경수는 어린 나이에 갑부대열에 올라섰다.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 모든게 꿈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지지난번, 그의 류머티즘 치료제 개발 건으로 인해 네이쳐지같은 세계 유명 과학전문지 중 하나에 실릴 기회가 주어졌었다.

그러나 거부했다.
자신을 드러내기 않겠다는 단 한가지의 이유 때문이였다.



처음 경수와 이메일로 연락을 한 관계자는, 저를 이해한다고 했다. 간혹가다 그처럼 유명세를 원치 않는 은둔형 천재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수를 살살 달래다가 넘어가지 않자, 마지막으로 보내온 이메일에서는,

만일 지금 자신을 경수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절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글에서 저를 이상한 사람정도로만 여기는 투가 다분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처음엔 가면을 쓰고 다가오지만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본모습을 보인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자세한 인적사항은 매스컴에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경수는 매스컴에 저를 드러내길 극도로 꺼렸다. 심지어 개인사가 유출될 시에는 고소도 불사할 것이라 으르렁댔다.
참 이상했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젋은 나이에 거부가 된 세계 곳곳의 다른 창업자들과는 정반대의 행보였다.

물론 그들과는 분야가 달라 그저 좋은 연구결과만 내면 되는 탓이 크긴 했지만서도.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포기함에도 모자라,
자신을 꽁꽁 싸매는 그의 행보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경수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다른 연구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많은 시간을 연구소 안 깊숙히 위치한 그만의 공간에서 보낸다.
그래서인지 많은 수의 직원들조차 한번도 연구소 안에서 그를 마주친 적이 없다고 했다.







은둔자, 나이가 어리다는 것,
신약개발이나 몸의 매커니즘 연구같은 생체공학쪽으로는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좋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연이어 대박을 침에 따라 어마어마한 돈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
뭐 이렇게 간단한 정보들만 알려져 있었다.

굳이 말을 늘이자면 갖다 붙일 수식어들은 많았지만




은둔하는 젊은 천재갑부, 사람들은 이 정도 선에서만 그를 알고 있었다.






-








짜증나,

경수가 아예 쥐고있던 리모컨을 거칠게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리모컨이 바닥과 충돌해 투박한 마찰음을 낸 순간 삐릭-하고 티비가 꺼졌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음을 증명하듯, 이미 센서를 부착해 놓았던건지.



“으으으-으!”

꽉 깨어문 어금니 사이로 탄식이 삐져나온다.

리모컨을 집어 던진 경수가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머리를 세게 헤집는다.
까치집이 된 머리를 하고서는 연구실 한 구석에 위치한 제 쇼파로 걸어간다.



경수가 내딛는 걸음걸음마다 분노가 뚝, 뚝, 하고 떨어진다.

발자국과 꼭 같은 얼룩을 남긴다.
바닥에 남아있다가 곧, 스르륵 증발해버린다.





쇼파 앞에 다다른 경수가 위에 털썩, 주저앉고는
 
아예 얼굴을 묻고 엎드려버린다.





-



‘왜 또 그런걸 가지고 울어?’



‘응? 경수야?’


'... .'


‘경수야, 자? 자는거야?’









-










12시 58분,



찰랑-,
시간을 맞춰서 서에 다다른 민석이 무거운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약속은 항상 칼같이 지키는 민석이기에,
다른 동료들은 항상 한 시간 안에 어떻게 점심식사를 하냐며 툴툴대는데, 그러면 그때마다 민석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이 있다.



그럼 나가지 말고 여기서 짜장면이나 시켜먹던가.

 





경제범죄 수사 2팀,


정확히 한 시에 맞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민석이 간단히 동료들에게 목인사를 건네고 이 책상, 저 책상을 가로질러 제 자리로 온다.
남은 커피를 쪽-소리가 나도록 빨아마신 민석이 제 책상 밑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가볍게 집어넣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하고 기지개를 쭉 펴는데, 제 책상 건너편 모니터 위로 뭔가 쑤-욱 하고 올라온다.
앞자리의 준면이 제 책상위에 걸터앉아 제 앞자리의 민석을 내려다 보고있다.





“...왜요?

“야, 김경위, “

“네?”

“그거 들었어?

“뭐요?”     또 뭐 터졌나? 하고 민석이 준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요새 뉴스에 계속 나오잖아, 지우고 싶은 기억만 골라서 지울수 있다는 거, 아침에 뉴스 봤지?”

아, 그거, 민석이 급한 일이 터진 줄 알고 긴장했다가 마음을 푼다.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 좀전에 오다가 봤어요. 대박이던데? 그런데 그거 좋은 기억도 지울 수 있는 거예요?”

“글쎄? 그건 모르겠고 나쁜기억을 지운다, 라고 나오던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암튼 난 완전 반대야.....소름끼치지 않냐?”

준면이 소름끼친다며 고개를 휘휘 젓더니 말세야 말세, 하며 또 혼잣말을 한다.

말세래, 말세. 때때로 진짜 어른들같은 말을 꺼내는 준면이 웃긴건지, 민석이 잇몸이 보이게끔 활짝 웃는다.
준면이 그런 민석을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진짜 소름끼치는게, 이거 분명히 악용될 게 뻔하지 않아? 말마따나 뭐, 나쁜 짓 저질러놓고 목격자나 피해자들 기억을 아예 싹 다 지워버려 봐,
우리만 개고생하는거잖아. 안그러냐? 아니, 그런걸 만들거면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예언자같은 것도 한 열명쯤 만들어놓거나.”

지금 이소식이면 인간복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준면이 흥분한 나머지 말을 따다다닥 내뱉으며 민석에게 투털댄다.




 개고생, 뭐 맨날 하는 건데 뭐, 근데 그러면 진짜 문제기는 하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한 민석이 준면을 향해 다시 한번 사람좋게 웃어보인다.
웃는 민석을 따라 웃던 준면이 갑자기 중요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아, 하고 짧게 소리를 낸다. 오른손으로 제 앞에 있는 책꽂이를 붙잡고 몸을 앞으로 당겨
민석에게 조금 더 다가간다.



“아, 맞다, 나 이거 말해주려고 한거였는데 주제가 따로 흘러갔어, 우리 이번에 사건 새로 배정받은 거 알지?


“네?” 민석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돌려 준면을 쳐다본다.

“몰랐어? 이번에 그, 어디냐, 그, 박찬열네 회사 있잖아,”

“Py요?”

“아, 그래 Py, 거기 비리 건, 오늘 아침에 새로 팀 꾸려졌는데 우리 둘다 거기로 배정받았어, 와, 걔네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오대? 나 원래, 그거 말해줄려고 말 걸었던 거였는데.
 그 약이 워낙 쇼킹이라야 말이지, 하하, 나 오늘 아침에 그거 보고 완전 대박사건이다 생각했어."


"....."


"아! 아무튼 이번 건 잘 처리하면 팀장님이-,”


웃으며 말을 하던 준면이 갑자기 말끝을 흐린다. 정황상 ‘잘’하면 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에 나올 말도 좋을 수 밖에 없는데.
준면이 어설프게 장난을 치리라는 걸 눈치 챈 민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속아 넘어가 준다.



“왜요?...에?”

“...보너스 주신대.”



민석이 입을 꾹 다문 채 준면을 흘겨본다. 그 표정이 웃긴건지 준면이 씩-웃으며 이제 일해, 하더니 다시 제 의자로 내려간다.




그럼 그렇지.
내가 오늘도 또 속아줬다.








-








[EXO] 오블리비언(Oblivion) 01 | 인스티즈





“삐이-"



“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람음이 경수의 연구실 밖에서 울린다.
울면서 깜빡 잠이 들어버린 탓에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경수가 누군가 왔음을 알리는 호출벨 소리에 살짝 몸을 틀였다.





처음엔 빠르게 연달아서 세 번 울렸다가, 조금 이따 또 한번,
조금 전보다 더 긴 텀을 두고 또다시 한번.
딱히 위급한 상황이 아니였는지 벨소리는 더이상 나지 않고 정적만 다시 감싸온다.






진절머리나,


다섯번, 정확히 다섯번이다.

호출음이 세번째 울렸을 때, 경수는 쇼파에 엎드려 누운 그대로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내가 벨은 절대 두 번이상 울리지 말라고 누누히 말했건만,



-



아직도 밖에 있나,

 다시 쇼파에 얼굴을 묻고 나서 한 십분 쯤 흘렀을까? 평소 같았음 무시했을 그것이 오늘따라 괜시리 신경이 쓰여온다.
경수가 한 손을 내려 바지주머니로 가져가더니 그 안의 키를 발견하고서는 손을 집어넣는다. 손으로 버튼의 위치를 찾은 다음, 꺼내지도 않고 그 안에서 꾸욱-누른다.


‘스르ㄹ-ㄱ,’

그와 동시에 불투명한 유리문의 아래에 붙어있던 완충제가 바닥과 쓸리는 소리를 내며 열린다.


“왜.”


경수가 엎드린 채로 작게, 그러나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축 쳐진 그 소리가 소파의 가죽에 묻혀 작게 울린다.
‘왜.’ 라고. 누가 들어도 지금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딱딱하게, 최소한의 말만 내뱉는다. 


그런데 아마 지금 밖에 누가 와있던 간에 듣지 못했을 것이다. 쇼파와 출입문과는 서로 꽤 거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경수는 그딴 건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소리내어 할말 했으니, 못 들으면 네 잘못.
이상하도록 모난 성격을 가진 그는, 연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에서 항상 이런식이였다.





문이 열렸으면, 닫혀야지.
문 열리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는데 닫히는 소리가 아직까지 나질 않는다.
문 앞에 계속 서 있어서 닫힘 센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저거 바꿔야겠어. 밖에 누가 서있건 말건, 좀 지나면 저절로 닫히는 걸로.
 



받았으면 주고,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팔고, 열렸으면 닫히고, 당연한 원린데 이거 몰라?
육각형을 그리는데 변을 다섯개만 그려놓고는 연필을 쥔 손을 멈춰놓은 것 같다.

지금 그가 제 안에서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몸 안의 어느 한 부분을 간지럽혀놓은 듯한 느낌이였다.
손을 가져가 시원하게 긁지 못하게.




아, 짜증나게, 들어오는 거야 마는 거야.
보다못한 경수가 몸은 가만히 둔 채 얼굴을 돌려 출입문을 바라본다.




누워서 얼굴만 돌린 경수의 눈 앞으로 짧은 H라인의 스커트를 입은 다리가 들어온다. 경수가 그걸 따라 눈을 위로 쭉- 올린다.


“저기.... 박사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쭈뼛쭈뼛,


새로 들어온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신입비서였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계속 문 앞에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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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응연재하겠습니당 :) 괜찮으면  다시 오겠습니다!

몇 편 올렸다가 흐지부지 되는게 신경쓰여서요.ㅠㅠ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3


다른 곳에 3편 써놨던 글 다시 이리로 옮겨왔어요!

혹시 자 지금부터 짤들에 빙의하세요가 더 좋으신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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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하고가요!!! 글씨가너무어두워서잘안보여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뽀네뜨
글씨 색 밝게 수정했어요, 혹시 너무 밝지는 않나요??? 그냥 흰 배경이 나을까요???'-'
10년 전
독자4
괜찮아욤!!딱적당해여!!!!
10년 전
뽀네뜨
좋아요 좋아 <3
10년 전
뽀네뜨
이걸로 쭉 갈께요!!! :)
10년 전
독자2
신알신!!!글씨가 어두워서 보기조금힘들어요ㅠㅠㅠ
10년 전
뽀네뜨
글씨 색 밝게 수정했어요, 혹시 너무 밝지는 않나요??? 아니면 그냥 흰 배경이 나을까요???'-'?
10년 전
독자3
저는 지금이괜찮은것같아요!!
10년 전
뽀네뜨
좋아요 좋아 ♥이렇게 쓰겠습니다!
10년 전
독자5
블루베리에요 이런글좋아하는데 완전저격ㅜㅜㅜㅜㅜㅜㅜ완전재밌어요ㅜㅜ
10년 전
뽀네뜨
우왕!! 고맙습니다!!!!!!
10년 전
독자6
이런글 짱 좋아해요!!! 앞으로 많이 많이 올려주세용
10년 전
뽀네뜨
우와!!!! 고맙습니다!!!!!!
10년 전
독자7
헐....짱이에요ㅜㅜ 제가 이거 왜 신알신이 안울렸을까요ㅜㅠㅠㅠㅠ다음편 보러갑니다♥♥♥
10년 전
아펠
다른 필명으로 일탈했다가 번거로워서 다시 합쳤어요!!ㅋㅋ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 고맙습니다!!!! 댓글 하나마나 너무 설레고 힘나요!!! 으쌰으쌰!!♥♥♥
10년 전
독자8
헐 완전 좋아요 저 이런거 진짜 좋아해요ㅠㅠ분위기도 있고 앞으로 꼭 봐야겠어요ㅠㅠ
10년 전
아펠
으아ㅏㅏㅏ >___< 열심히 쓰겠습니다!!!!!! 댓글 하나마나 너무 설레고 힘나요!!! 고마워요!!! 으쌰으쌰!!♥♥♥
10년 전
독자9
오아.. 소재도 신선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손님이 누군지 궁금한데 얼른 다음 편을 보러가야겠어요! 다음 편에서 봬요:)
10년 전
아펠
네!!!!!!!!!우와 :)
10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아펠
우와!!!고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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