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와 내가 열아홉이 되던 그 해 여름,
우리는 베타타워 앞 정원에서 작은 식을 올렸다.
완벽한 베타형질의 유전자를 가진 고귀한 아이와,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고귀한 아이의 사랑을 받는,
관리인과 가사도우미의 오메가 아들.
김명수는 존경의 눈빛을, 나는 동정의 눈빛을 받으며 우리는 식을 올렸다.
아이를 만들 수 없는 베타는 고귀하기만 할 뿐 짝을 맺을 수 없는 존재,
아이의 아빠를 자처한 베타는 고귀하고 선량하며,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
만약,
내가 김명수에게 아무런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내가 명수에게, 애끓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것 참 지독한 모순이라며 비웃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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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김명수의 신혼집은 패밀리빌리지의 아주 끝 쪽,
베타타워와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었다.
알파와 오메가는 베타타워에 거주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그리고 베타는 어떤 이유에서든 베타의 구역 안에서 보호되어야 함에 따라
우리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살게 되었다.
[성규야, 오늘 검사받으러 가는 날이야]
무서웠다.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이 아이가 알파면 어떡하지?
오메가라면 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죽을 힘을 다해 보호할 것이고,
베타라면 걱정이 덜하겠지.
그런데 알파라면?
내 아이가, 그런, 괴물이, 된다면?
[성규야]
명수야, 나는 무서워.
[성규야, 가자. 우리아이 잘 있나 보러가야지]
그래. 우리아이니까. 너와, 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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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베타라고 했다.
[우리아이가 베타라니, 정말 잘됐다 성규야. 바라던 일이잖아]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파가 아니야. 나와 명수의 아이는, 알파가 아니야.
[우리,,,]
[성규야? 방금 너야? 너였어?]
[,,,우리아가는, 알파가 아니야]
정적. 명수의 눈이 커다랗게 반짝이고 있었다.
[다행이다]
명수가 점점 가까워져왔다.
그렇게 무섭게 달려오지 않아도, 나도 지금 충분히, 눈물이 나와.
[울어? 김명수 바보네]
목소리가 나와.
나와 너의 아이는, 괴물이 아니야 명수야.
나는 그게 너무 기뻐.
뭔가 점점 생각했던 것보다 길고 구불거리고 먼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요....
미리 알리자면, 제 구상이 되게 복잡하고 막 그래요.
읽다가 이게뭐야;; 하고 당황 하게 될 수 있음! 저는 경고했음!
핳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