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셔틀 03
툭.
책상 위로 쪽지가 떨어졌다.
뭔가 싶어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선생님 눈에 띄지 않게 펴보려는데
고개를 숙이던 내 뒷통수를 누가 치는게 느껴진다.
기분이 나빠서 인상을 펴니,
아. 일진 최준홍이다.
*
수업이 끝났다.
하루 죙일 최준홍과 김힘찬 사이에서 쪽지셔틀 짓을 하느라고 힘들어 죽겠다.
가방을 대충 챙기고서 종례가 끝나 복잡한 교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가방을 휘어잡는 손길이 느껴진다.
누군진 뻔히 알겠으나 꾹 참고서 고개를 돌렸다.
" 대현아, 어디 가. 오늘 쪽지 전해주고 가야지. "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데 멋있긴 개뿔, 재수 없다 진짜.
대답도 하지 않고 손만 살짝 내밀자 쪽지를 손바닥 위에 툭 떨어뜨려 주는 최준홍이다.
가면서 펴볼까 생각도 했지만 뒤에 딸려오는 최준홍의 말에 꿈도 꿀 수 없었다.
" 보기만 해, 김힘찬이랑 뽀뽀 시켜버릴 테니까. "
아, 지옥 진짜.
대충 대답을 하고는 교실을 나가서 김힘찬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어디 있는지 대충 감은 잡히는데, 방과후엔 통 모르겠다.
탱탱볼 같은 놈이 싸돌아다니기는 엄청 싸돌아다닌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십 분 정도 돌아다녔나, 김힘찬 그 특유의 목소리가 이층 복도에서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또 뛰어노는구나, 열 살 같은 놈.
이층으로 천천히 내려가서 돌아다니니 소화기를 들고 설치는 노란 머리통이 보였다.
또 뒷통수에 쪽지를 던져버릴까 하다가 자칫하면 소화기로 맞겠다는 생각에 조심히 걸어가 김힘찬의 어깨를 잡았다.
" 아, 뭐야! … 정대현이네. 왜 왔냐? 쪽지? "
벌레 본 것처럼 놀라서 내가 더 놀랐어, 멍청아.
소화기는 왜 들고 있었는지 물어보려다가 분명히 장난친다고 할 것 같아서 대충 쪽지를 건네주었다.
" 이거, 언제까지 너한테 갖다 줘야 돼? 내용도 모르겠어서 궁금해 죽겠는데. "
" 알고 싶어? "
알고 싶냐는 말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제까지 본 내 행동중 제일 컸던 행동이라면서
소화기를 내팽개쳐두고 낄낄대면서 웃는 김힘찬이다.
최준홍 같은 새끼..
" 쪽지 보여줄게, 한 달만 기다려. 그 사이에 니가 볼 지도 모르겠지만. "
지 딴엔 멋있는 말이었다고 자화자찬을 하는데 오글거려 죽겠다.
오글킹 김힘찬.
다음부터 쪽지를 갖다줄 때 한번쯤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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