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신기루 너를 만나다.
*
더운 여름날이였다. 그리고 나는 1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죽 쒀서 반강제로 학교에 보충을 나와 있었다.
요즘엔 매미도 많이 없는 거 같더니, 꼭 약 올리는 것처럼 눈부신 창문 너머로는 칠판 앞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울어대었다.
울고 싶은 건 저인데 말이다.
나오기는 싫지만, 꼬박꼬박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를 나오기를 2주 정도 지났을까
2교시 역사보충을 듣던 도중 평소에 친하지도 않았던 같은 반 친구 놈이랑 눈이 맞아서 땡땡이를 쳤다.
밖은 덥고, 그렇다고 학교에 있기에는 수업 듣기가 싫어서 학교 내부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다가 입에 한 개씩 물고는 말이다.
내 앞을 걷고 있던 친구 놈이 문득 섰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고 있던 나는 멈춰진 두 다리를 보고 고개를 들었고 녀석이 보고 있는 곳을 보았다.
[도서실]
도서실? 내가 학교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우리학교에 도서실이 있다는 건
학교 특성상 다른 인문계와는 다르게 학생 모두가 책 읽을 시간 없이 자기 전공에 바빠서 웬만해선 모를 것이였다.
"여기 들어갈래?"
"문은 열려있어?"
끽, 약간 맛이 간건지 살짝 문고리를 돌리자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렸다.
친구놈은 살짝 문고리를 열어보더니
"헐,여기 에어컨 개 빵빵해"
문을 열자 도서관은 문틈 사이로 찬공기를 내뱉었다.쏙하고 먼저 들어가버린 친구놈을 붙잡을려다가 나도 그냥 체념하고 같이 들어왔다.(사실 아직 이름도 모른다)
도서실은 생각보다 큰것도 같았고 도서실치고는 작은것도 같았다.
문을 닫고 들어오니 구석에서 책 틈사이로 보이는 ...도경수?
"헐 도경수?뭐야 너 여기 왜 있어?"
"..나 여기 담당이야.."
정말 책속에 파뭍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도경수는 흐트러진 머리에 퀭한얼굴을 한채로 책사이에 껴있었다.
"근데 저쪽은 아는..?"
"아,응 우리반 김종인 "
도경수는 나를 모르는 눈치였다.눈짓으로 나를 가르키며 물었다.
"안녕"
복도를 지날 때마다, 제 친구인 찬열과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나도 같이 인사를 건네볼까 했던 지난날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결국은 이렇게 첫인사를 건네게 될줄이야.
"응, 안녕 "
저번부터 생각했던거지만 목소리가 정말 좋은것같다.내가 갖은 생각은 다하면서 늘 자기 생각을 하는걸 알면 좀 무서워할려나.
처음 도경수를 만났던건 작년 겨울쯤이였나. 우리반에 전학가던 놈이 한명 있었는데, 하교하는 길에 그 놈이 도경수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봤을때 처음 봤었다. 언뜻 골목길에서 놈이 고백하는걸 보고 전학가기전에 못해본 고백이라도 해볼생각이였는지 도경수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차였다.
뭐 둘이 얼마나 알던 사이인건지는 모르겟지만, 전학간다는 애가 고백하는데 누가 얼마나 좋다고 그 고백을 받아드릴까
군대가기 하루전날 나 내일 입대야.오늘부터 나랑 1일할래? 와 같은 개떡같은 상황이 아닌가.
건너편 골목길에서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눈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거절할 방법을 생각해 내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국 눈도 못마주치면서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이후로 무슨 심변인지는 모르겟지만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복도에서나 교무실에 심부름을 올때나 복도창문너머로 보이는 독서하는 모습을 볼때나 어떻게 하면 친해질수 있을까 고민만 해봤지 딱히 말을 건네 본적은 없었다.
도경수는 책을 읽을 꺼라면서 조용히 있다가 가라면서 친구로 보이는 박찬열-드디어 이름을 알았다-에게 경고조로 말했고, 갈데가 없었던 우리는 도경수가 책을 쌓아둔 책상 건너편에 앉았다.
도경수가 무슨책을 읽는지 궁금해 손에 들고 있는책을 보다가 문득 얼굴을 봤는데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나를 쳐다보며 웃고있는 도경수 때문에.
웃고있다기보단 뭔가 얼굴에 생기가 도는것이 그렇게 보였다.박찬열은 옆책장에서 책을 3,4권정도 꺼내오더니 책상위에 쌓다두곤 머리를 박았다.결국 하는게 잠자는거라니.
책 읽는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유는 몰라도 도경수는 계속 나를 쳐다볼것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거 같아서 급히 자리를 뜨고 책을 고르러 갔다.
물론 앞서 말했다 싶히 책 읽는걸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책을 어떻게 고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사이사이 틈으로 도경수를 보면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으아,심장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