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변두리의 한 판자촌, 이곳에서 발견된 변사체로 인해 시민들은 며칠째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변사체의 신원은 50대 남성 강 모 씨, 사글세를 받으러 온 주인집 김 모 씨에 의해 강 씨의 변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 그, 며칠 째 고약한 냄새만 나고, 사람이 드나들지를 않으니까…….
『식칼이 박힌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강 씨, 현재로써 이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강씨의 딸 강 양입니다.』
- 걔는 애가 야무졌어. 지가 돈 벌구…… (학대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휴, 많이 맞았지. 밤마다 맨날 맞는 소리가 났어. 근데 그것도 옛날 얘기지. 저 애비 안 들어온 지 5년은 됐을걸?
『강 양은 현재 자신이 일하고 있던 직장에도 나타나지 않고 자취를 감춘 상태이며,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강 양에 대해 공개수배로 전환할 의사가 있다고 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강 양도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JTN 뉴스-』
“저거 너지?”
나는 지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강별, 저 사건의 용의자, 맞냐고 묻잖아.”
내가 지금 어떤 말을 해도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내 감각이 말해주는데, 저거 너 맞아. 정확히 너야.”
“…….”
“일단, 가서 얘기하자.”
금속이 소리를 내며 내 손목을 차갑게 옥죄인 순간, 내 인생은 아무래도 좆됐다고 생각했다.
神力
Written by. HORROR SHOW
나는 어릴 때부터 꿈을 자주 꿨다. 꿈은 보통 일상적이었다. 아빠라는 인간이 술을 사오라며 행패를 부리던 꿈도 있었고, 그 인간에게 맞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꿈도 있었고, 주인집 할머니가 이 판잣집에도 사글세를 달라며 찾아오는 꿈도 있었다. 아, 전에 한 번 특이한 꿈을 꾼 적이 있었구나. TV를 잘 보진 않지만 그래도 얼굴을 아는 유명한 배우가 우리 집 앞 골목에서 촬영을 하는 꿈도 있었다.
내 꿈이 예지몽과 같다는 걸 알게 된 건 그 특이한 꿈 때문이었다. 그 전에 꿨던 꿈들은 생각보다 일상과 다를 바가 없어 휘발되기 마련이었다. 일상과 비슷한 꿈은 그 다음날의 예고편이란 걸 굳이 인식하고 싶지 않았는지 쉽게 희미해졌다. 그래서 그 특이한 꿈을 꾼 날, 집 앞에서 진짜 촬영을 하고 있어 반은 놀랐고, 반은 아무렇지 않았다. 왠지 그럴 것 같았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된 이후, 근 5년간 그 인간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점차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가끔은 감상에 젖었다. 그 인간의 부재는 나에게 그런 여유까지 주었다. 그 부재가 계속되길 바랐다. 나는 지옥을 경험했어도, 그 지옥을 벗어나길 두려워했으니.
하지만 지옥은 다시 날 찾아왔다. 그 인간이 꿈에 다시 나타났다.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책망하는 것인지, 신은 나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꿈에서 나는 이것이 그저 꿈이기를 바랐다. 이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느껴졌다, 그 이질감. 나는 꿈을 꿀 때 보통 꿈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이 꿈만큼은 달랐다. 꿈을 시작하는 동시에 나는 세상의 모든 이질감을 체감한 듯 했다. 토끼 굴에 빠진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이 세상의 것은 아닌 듯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문을 부술 듯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이것이 나의 꿈이구나, 느꼈다. 그 촉감과 냄새와 소리와 공기가 모두 꿈임을 느꼈다. 나의 모든 감각이 '이것은 꿈이로다,' 말해주고 있었다.
벌컥- 열리는 문을 젖히고 그 인간이 들어와 내 멱살을 끌어올렸다.
'돈 어딨어? 내 술 당장 내놔!'
그 인간의 손에 의해 던져진 나는 바닥에 쓸려 피부가 일어난 팔꿈치가 아파 혀를 찼다. 꿈 주제에 쓸데없이 현실성 있긴.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이것은 꿈이고, 내가 저 인간을 죽여도 상관없는 일이라면, 한 번쯤은 죽여보자. 현실에선 어차피 못 죽이는 거 꿈이니까, 한 번만이라도 저 인간을 죽여 버리자.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내 눈 앞에 식칼이 보였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꿈속에서 뭔가 찾으면 그게 어느 순간 눈앞에, 내 손에 들려 있는 것. 나는 일어나 그에 다가가 식칼을 잡고 그 인간을 찔렀다. 세 번쯤, 찔렀을 때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나는 공황에 빠졌다. 내 손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내 옷엔 방울방울 맺힌 피의 흔적들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인간, 나의 아비라는 사람이 나의 코앞에서 쓰러져 있었다. 그는 엎드려 있었고, 피는 한 여름 장맛날의 물웅덩이 마냥 바닥에 고이며 제 세력을 확장하다 결국 흘러 내 발가락까지 적셨다. 그 피가 닿자 나는 무슨 일인지 다시금 깨닫고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깼다.
젠장.
잠에서 깬 나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우선 내가 번 모든 돈이 있는 카드만을 들고 그 지옥을 빠져나가야 했다. 적어도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집을 떠나야 했다. 안 그러면,
쾅쾅-
나의 예지몽은 현실이 되어 다시 나를 짓밟을 것이다.
-
신력 다시 시작합니다.
천천히 오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