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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신알신 400 돌파 기념글입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랑데부가 되겠습니다.




w. 랑데부



유독 길이 긴 밤새
크고 유달리 빛도 났던
달덩이
보름이렸다
보름 후에 다시 마주 할 수 있을까
보름 후에, 
너와 본 그 밤을 품은 달은
매우 크고 황홀했다
우리는 보름의 이별
나는 생과의 이별



-답장-




***




"퍽도 잘하는 짓이다"


"이게"


"아!"




그러게 누가 또 쌈박질하래? 가만히 좀 있어보라고, 말 진짜 안 들어. ㅇㅇ는 삐딱하게 앉아 오른쪽 입꼬리에 기어이 내려앉은 생채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안 처맞았거든? 누가 뭐래? ㅇㅇ는 영현의 등짝을 강하게 때렸다. 싸움을 하지 않기로 약 15907번째다. ㅇㅇ는 연고를 쭉 짜 면봉에 덜어냈다.




"앞머리 좀 들춰봐"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아 됐어"


"좋은 말로 할 때 빨리빨리 하고 나가자, 어? 지금 너 때문에 수업도 못 듣고 이게 뭐야"




영현은 못내 푹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또 잔소리, 성의 없게 들춘 이마는 푸른 멍과 핏망울이 곪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ㅇㅇ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찢어진데 또 찢어서 오면 안 낫는다고, 점점 더딘다니까? 매번 입으로 뱉어내는 말 매번 귀로 흘러 듣는 말, 영현은 ㅇㅇ의 눈을 피해 천장을 힐끔 바라보았다. 너 다치면 놀라고 속상한건 나뿐이지. 매번 너 때문에 집중도 못하고. ㅇㅇ는 볼멘소리로 영현을 타박했다.




"아 됐어. 나 간다"


"야. 야 강영현!"




끝까지 제멋대로다. 아오 저거 진짜 뭐 되려고. 자리를 박차 일어나 보건실 문을 소리나게 열고 나가버린 영현에 ㅇㅇ는 영현이 두고간 먼지 쌓인 가방을 챙겨 역시 문을 열었다. 분명히 교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또 새어나갔겠지. 한 두번도 아니고, ㅇㅇ는 한없이 가벼운 영현의 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채 계단을 올랐다.




"야"


"뭐야?"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수업 못 들었다며"




5교시의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뒷문이 거세게 열렸다. 모두 그 소음에 어깨를 들썩였으나 ㅇㅇ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문을 보지도 않고 문제를 풀어갔다. 그리고 ㅇㅇ의 앞에 턱 던져진 공책 한 권은 ㅇㅇ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요점 정리"


"뺏었어?"


"빌렸다. 그렇게밖에 생각 못 하냐?"




빌리기는 개뿔, 또 어깨 끌어안고 실실 웃으며 협박했겠지. ㅇㅇ는 영현을 바라보다 이내 영현의 등짝을 날렸다.




"아!"


"언제 철들래 너?"


"뒤진다 진짜"




무서워 돌아가시겠네. 영현의 나직한 협박에도 ㅇㅇ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영현의 등을 한 번 더 내리쳤다. 오늘도 도망가면 네가 먼저 뒤지고 제사상 차릴 줄 알아. 알았어? 




*




"그러니까 정분수는, ...야 잠깐만 너 오답노트 줘봐"


"안 가져왔어"


"안 줘?"


"없다니까"




없는 건 네 개념 아닐까? 아 또 안 했어? ㅇㅇ는 복부부터 부글 끓어오른 한숨을 내뱉었다. 대체 왜 가르쳐달라고 한 거야 그럼. ㅇㅇ는 영현을 치우고 영현의 가방을 빼앗듯 들어 지퍼를 확 열어재꼈다.




"뭐야 있잖아"


"아 그거 아니야. 아니라고 안 했다고"


"잔 말 말고 문제나 풀어. 딱 앉아서"




영현은 급하게 ㅇㅇ의 손에서 오답노트를 빼앗으려 했으나 ㅇㅇ는 되려 영현의 머리를 콩 때리곤 제대로 으름장을 놓았다. 너 이것도 빵점이면 나 진짜 과외 안 해. 세상 무서울 게 없어서 세상이랑 치고 박는 영현이 ㅇㅇ의 말에 연필을 손에 쥐었다. 여튼 사람한테 할 줄 아는 게 협박밖에 없지? 영현의 군소리에 ㅇㅇ는 오답노트를 말아 한 대를 추가했다.

아, 이래서 안 보여주려고? ㅇㅇ는 너덜너덜한 오답노트를 넘겨 숙제를 내준 페이지를 폈다. 적어도 다섯번은 풀고 지운 자국이 선연했다. 절대로 안 할 거 같더니만 삐뚤빼뚤한 지렁이 글씨체로 성실하게 적힌 풀이들에 ㅇㅇ의 입술이 곡선을 그리어냈다.




"잘했지"


"응"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그럼 나 간다"


"야, 야! 야 강영현!!"




응? 뭐 이 새끼야? 영현은 그 말을 끝으로 열고 다니는 셔츠가 날릴 정도로 빠르게 뒷문으로 달려 도망을 쳤다. 또 또 내뺐다. 진짜 때릴까. ㅇㅇ는 기가 차 도망친 영현의 자리를 애써 발로 밀었지만, 그래봤자 옆자리에 불과했다. 천년만년 짝지였다. 내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그리 크게 지었길래.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강영현의 짝. 이 생에서 열심히 살아서 담 생에서 강영현이랑 눈도 안 마주쳐야지 원.





*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 그래. 왔니?"


"강영현 어디 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거리는 곳은 경찰서였다. 영현의 보호자가 제대로 연락이 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동네 아이들의 싸움은 대부분 ㅇㅇ가 대신 가 영현을 데려오는 일이었다. 본래는 어긋나는 일이었으나 이 동네 아이들 중 모두 제대로 된 부모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야, 야"


"아 뭐"


"안 일어나?"




온통 신경이 날선 목소리로 영현은 ㅇㅇ를 올려다보았다. 또 너냐? 응 또 나야. 안 처 일어나? ㅇㅇ는 영현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아 일으켰다. 아 시발 하지말라고! 아 시발 말 좀 들으라고! 근무 중인 경찰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차피 영현은 질질 끌려 나갈 것이고 익숙한 한 프레임에 불과했다. 거친 욕설을 뱉으려다 영현은 뒤를 돌아 화를 식혔다. 아 짜증나 시발.




"내가 더 짜증나니까 일어나지 좀?"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알았다고"




영현은 ㅇㅇ에게 이기지 못하고 몸을 덜컥 일으켰다. 어디 봐. 영현은 꼭 이래야 하냐는 듯 ㅇㅇ를 노려보다 허리를 숙여 ㅇㅇ의 키에 맞춰 주었다.




"아 살살. 살살 아파!"


"손 줘봐"




영현의 턱을 쥐고 이리저리 상처를 살핀 ㅇㅇ는 영현의 손을 확인했다. 이거 언제 또 치료하고 앉아있냐고. ㅇㅇ는 영현에게 으득거리며 말했다. 잠자코 따라와. ㅇㅇ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경찰서를 나갔다. 




"미안"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야 미안-"




영현은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털래털래 ㅇㅇ의 뒤를 쫓았다. 화가 많이 난 걸음이었다. 괜히 건들였다 처맞기는 싫어 성의 없는 사과만 반복할뿐이었다.




"잘못했어?"


"어"


"잘못 했냐구"


"그렇다니까"




ㅇㅇ는 머리를 긁적이는 영현을 올려다보다 빠르게 영현의 후드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쥐고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아 야! 야 미쳤어? 안 내놔? 안 미쳐서 안 내놔. 빨리 집으로 가 너. 주먹으로 ㅇㅇ의 집 문을 두드리면 뭐하나,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인데. ㅇㅇ는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올라갔다.




"강영현"


"뭐"




ㅇㅇ는 일층 창문에 흘러내리듯 기댄 영현에게 담배갑을 던졌다. 가져가, 됐지?




"아 이 시발.. 야!"



영현은 이미 닫힌 이층 창문을 향해 소리쳤다. 딱 한 개피만 넣어 던지다니. 여튼 머리 좋아서 이딴데만 써먹어, 아 열 올라. 영현은 뒷머리칼을 거칠게 헤집고 그 개비를 입에 물었다. 





2.




처음 이사를 왔을 때 바로 옆집에 같은 나이의 남자애 하나 있다고 들었었다. 




"이것 좀 가져다 주고 올래?"


"응"




그 이야기에 신나 떡이 담긴 동그란 접시를 들고 벨을 눌렀었다. 나보다 조금 작은 키, 눈이 가로로 쭉 긴 남자애가 접시를 받았다. 쟤랑 친구 먹어야지. 가장 집 값이 저렴한, 아니 버려진 동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고 술에 취한 아저씨들의 욕설만 나열해 들리우는 골목. 




"잘 먹었어"


"..ㅇ,이이 이거 뭐야"


"선물이야. 케잌"




나는 그 날 그 애가 건넨 접시를 들고 뒤로 넘어졌다. 흙으로 쌓아 지렁이 다섯마리로 정성껏 장식한 케이크. 그때부터가 분명했다. 매우 운없는 악연이 말이다.

초등학교에 전학해 드럽게도 숫기 많은 나는 친구가 없었다. 아니, 대체 무엇이 궁금했을까. 매번 가방을 뒤졌고 코 묻은 천원 두 장 한 달의 용돈. 그마저도 갖다 바치는 꼴이었다. 그 애는 옆반이었다.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수업 시간에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으나 사실 그 애가 보고싶었다. 유일한 친구, 청소시간 항상 뒷문에 가방을 매고 서 있었다.




"아니 우리 아이 팔뚝을 보세요, 시퍼렇게. 하 참나 정말"




줄넘기를 들고 체육시간 선생님의 줄을 따라 걷던 차 누군가 강하게 나의 등을 밀쳤다. 여덟살짜리가 무슨 기지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을까. 그대로 돌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이마는 세 곳이나 쓸렸고 팔꿈치는 까져 피가 뚝뚝 떨어졌다. 보건실에 퍽 누워있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챙길쯤 나를 징하게도 괴롭히던 아이가 잔뜩 멍을 달고 그 애와 함께 반으로 들어왔다.




"가서 사과해"


"아니 얘가 끝까지,"


"얘가 밀어서 저렇게 다쳤잖아요. 니가 사과하면 내가 너한테 사과할게. 가서 사과해"




조그만한 아이의 입에서 한 글자씩 또박또박 흘러 나온 말이었다. 나를 징하게도 괴롭힌 애는 내 앞에서 울며불며 사과했다. 사실 어쩔줄 몰랐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하지. 내 앞 울고 있는 애의 뒤로 그 애가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땐, 금방 장난끼를 품고 씩 웃었다. 그 애는 그 날 이후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 뒷문에 서 서성거렸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애는 그랬다.




"...야"


"강영현"


"뭐"




그 애가 아버지에게 얻어 터져 우리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내 머리에 껌을 붙이고 그렇게 단발로 잘려나갔다. 그네를 너무 세게 밀어 앞으로 고꾸라져 난 상처는 여직 흉으로 남아 있었다. 항상 장난끼가 넘치던 그 애가 조그맣게 쭈구려 앉았을때 나는 우산을 쓰고 놀이터로 갔었다.




"빨리 받아, 너 이거 좋아하잖아"




물론 난 어마무시하게 싫어하지만.
지렁이 두 마리를 잡아 그 애 앞에 내려 놓았다. 물컹하고 기분 나쁘게 기어다니는 감각은 끝내 싫었으나 그 지렁이를 보고 웃어버린 그 애 때문에 참았다. 죽어라 괴롭히고 다퉈도 그 애는 나에게 친구였으니까.




"강영현"


"강영현!"




작년까지 분반이었다던데 올해 갑자기 입학과 동시에 동네의 모든 중학교는 합반으로 변경 되었다. 그리고 매우 고단한 아침의 서막이 올라가고 있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다시 2년. 여전히 지금까지 여덟시 십오분, 그 애의 현관문을 부서져라 두들겼다. 이 잠만보, 진짜 두고간다? 그럼 꼭 셔츠는 다 풀어헤치고 검은티를 챙겨입은 그 애가 운동화를 구겨 신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어느 날부턴 그 애의 얼굴의 상처가 늘기 시작했다.




"또 맞았냐?"


"..가자"


"어디 안 부러졌어?"




물론 나라고 다를 바는 없었다. 그 애의 상처가 늘며 내 상처 역시 늘어갔다. 엄마가 어딘가로 꼭꼭 숨어버린뒤 정확하지 않은 주기로 아빠는 술병을 들고 와 나를 짓밟았다. 경찰도, 어른도 다 없었다. 그들은 도우려하지 않았다. 그 애를 왜 부르지 않았냐고? 우리는 열여덟이었다. 앞이 뵈지 않는 괴물을 맞서기에, 우리는 열여덟이었다.




3.




"야"


"야"




이게 뭘 먹고 미쳐서 야간자율학습까지 붙어있나 싶었는데 괴롭히려고 남았고만? 아 새끼 진짜. 영현은 답없이 문제만 묵묵히 풀고 있는 ㅇㅇ의 팔뚝을 샤프로 쿡쿡 찔렀다. 아직 필기구로 안 처맞아서 니가 정신을 못 차렸구나. 오늘이다 시발. ㅇㅇ는 영현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대학"


"뭐?"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가려면 뭐, 뭐 어떻게 돼냐"




너 지금 '대학'이라고 했어? 세상에 너 오늘 죽는구나.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긴 하지, 참. ㅇㅇ는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영현을 바라보았다. 대학가겠다고? 네가? 영현은 ㅇㅇ의 시선을 피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못 믿냐. 영현은 쪽팔린 건지, 쑥스러운 건지 다시 한 번 고개륵 크게 끄덕였다.




"좋아"




드디어 정신차렸구나. 우리 개새끼. ㅇㅇ는 영현의 목을 와락 껴안았다. 




"도와줄게, 약속해 가는 거야. 대학"


"아, 알았어"




그 날 ㅇㅇ의 입가엔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미소가 걸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마워, 같이는 못가도 너 대학가면 우리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또, 어. 오랜만에 신이나 영현의 곁에서 쫑알거리는 ㅇㅇ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영현이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신나냐? 대학은 내가 가겠다는데"


"당연하지. 빡대가리 절친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데"


"이 기지배가 진짜"




ㅇㅇ는 신나 앞서 달려갔고 영현은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뒤따라 달렸다. 한참을 달렸을까 곧 두 사람의 집이었다. 건설의 실수일까 사람 한 두명 겨우 들어갈 거리만큼만 떨어진 두 빌라였다. 꽤나 신난 모양으로 현관 비밀번호를 치던 ㅇㅇ는 잠시 귀에 박힌 파열음에 문을 놓았다.




"..아빠 왔다보다"


"들어가. 내일 내가 옆에서 알려줄게"


"야,"




들어가지마. 영현이 ㅇㅇ의 교복을 붙잡았다. 이번엔 또 얼마나 다치고 내 앞에 서려고, 영현은 ㅇㅇ의 교복자락을 꾹 쥐었지만 ㅇㅇ는 다시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우리 아빠 말릴 사람 나밖에 없어. 신고 들어오기 전에 말려야 돼. 그 말을 끝으로 ㅇㅇ는 컴컴한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따위로 먹혀 들어가는마냥.




"하씨"




영현은 어쩔수 없이 등을 돌리려했다. 산산히 부서져내리는 ㅇㅇ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영현은 빠르게 비밀번호를 치고 신도 벗지 않은 채 ㅇㅇ의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소주병을 든 괴물 앞에 벌벌 떨며 주저 앉아있는 ㅇㅇ가 보이고 영현은 더이상의 생각을 놓았다. 

아마 이 사라지지 않는 악몽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경찰이 들이닥쳐 일단락 되지 않았다면. 




*




"이제부터 절대,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싸움은 안돼. 절대로"




삼일을 쉬고 나와 ㅇㅇ는 공책을 편 뒤 영현을 앉혀두고 일렀다. 운 한 번 드럽게 안 좋게 꼬이고 꼬여 징계만 수어번이었다. 아마 다시 한 번 사고를 일으키면 정학 내지 퇴학의 코앞이었다. 나랑 약속해 손가락 빨리 걸어, 빨리. 영현은 마지못해 ㅇㅇ의 조막만한 손과 약속했다. 알았다니까.




"야자도 같이 하고, 일학년꺼부터 다시 하려면 빡세긴 할테지만 내가 도와줄게. 알았지? 그리고 방과후 너 토끼지 말고 꼭 와. 오답노트도 꼭 하고"




영현은 생각만해도 징글징글한 일들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공책에 동글한 글씨를 끄적이며 스케줄을 짜주는 ㅇㅇ를 다정히 바라보곤 영현은 장난스레 ㅇㅇ의 머리칼을 마구 헤집었다.




"아 야!"


"뭐"




아오 저거 진짜. 공부하기 전에 사람이 되야 될텐데. 여튼 잘된 일이었다, 아주 매우. 




*




"강영현 모의고사"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야 시험 지금 끝났는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보면 되지. 빨리, 몇등급이야. 안 내놔?"




영현이 주저하는 시험지를 ㅇㅇ는 탁 뺏어갔다. 열심히 답안지를 보며 빨간펜을 쥐던 ㅇㅇ는 채점을 다하고 각 과목 앞장에 등급과 틀린 문항을 적었다. 관심이 갔으나 또 빨간 소나기뿐일테니, 아이스크림 숟갈을 물고 열심히 휴대폰을 두드리던 영현이었다. 채점이 끝난는지 필통을 잠그고 가방에 넣는 소리가 들렸다.




"아 깜짝이야"


"사랑해 진짜루. 너 4등급이야, 빡대가리 아니였네. 우리 개새끼"


"..뒷문장이 워딩 개쎄네. 앞만 말하지?"


"엽떡 먹자. 내가 사줄게 아 진짜 잘했어 영현아"




정말로 신난 모양이었다. 넌 하면 된다니까, 우리 개새끼. ㅇㅇ는 영현을 꽉 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쌈박질만 하고 다녀서 진짜 미웠는데, 정말 고마워. 밝은 ㅇㅇ는 영현에게 달가웠다. 진심으로 영현을 꼭 안아주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게 좀 개새끼 같긴 했지만.




"노래방도 사고 오늘 진짜 기분 좋은 거 같네"


"그치, 우리 개새끼가 4등급씩이나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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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새끼는 뭐냐. 이제 호칭 좀 바꾸지?"




응 싫어. ㅇㅇ는 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억울하면 네가 개새끼가 되지 말던가. 여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가능성은 영현이 노력으로 쌓은 거다. ㅇㅇ는 영현의 모의고사 시험지를 돌려주며 제 노트를 함께 꺼내 품에 안겨주었다.




"뭐냐 이거"


"내신 정리한 거야. 너 주려고 새로 싹 옮겨썼어"


"왜 시키지도 않은 깜지를 써"


"적어도 내 옆옆 학교로는 오라는 말이잖아, 이 병신아"




기지배 말 좀. 영현은 깔끔하고 동글한 글씨체로 하나하나 중요한 부분에 메모를 추가하며 오색으로 정리한 내용을 쭉 훑었다. 이거 쓰는데 고생 좀 해겠네.




"들어간다"




영현은 ㅇㅇ의 머리칼을 쓸어주고 키를 들었다. 어차피 창문으로 다 볼 건데, ㅇㅇ는 영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고 영현에게 줄 요점 정리노트를 적어내려가느라 밤을 새고 시험 공부에 밤을 새니 딱 한 시간만 곤히 잠들고 싶었다. 자꾸 고개가 꾸벅꾸벅 떨어지는 것이 곧 잠으로 빠져들참이었다.




"맨 뒤 ㅇㅇㅇ, 뒤로 나가 서 있어"




하필 까끌한 심성의 문학 선생님께 딱 걸려 ㅇㅇ는 벌떡 몸을 일으켜 비척비척 나가 교과서를 들었다. 졸았던 건, 아니 거의 잠들어버린 건 잘못이니까.




"넌 왜 나가"


"잤는데요"



그때였다. 불쑥 멀대 같은 놈이 옆에서 눈을 부비며 바라보니 영현이 옆에 우뚝 서 있었다. 영현과 말다툼을 하기엔 영현이 얼마나 학교에서 불량아인지 익히 들었으니, 영현의 말에 선생은 잠자코 수업을 재개했다. 야 뭐야 넌 왜 나와. ㅇㅇ는 영현의 허리를 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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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잤다니까"




영현은 ㅇㅇ가 볼 수 있게 교과서를 앞에 들어주었다. 보이냐? 엉.




"여튼 땅꼬맹이만해가지고"


"졸리다, 그만 짖어라.."




영현은 일어나서도 퍽 졸리운지 꾸벅꾸벅 자꾸 앞을 향해 인사를 하는 ㅇㅇ의 이마를 턱 붙잡아주었다. 아주 90도로 인사하고 앞구르기 하겠다. ㅇㅇ는 그 영현의 손을
내치지 않고 꾸벅꾸벅 졸았다. 영현은 ㅇㅇ가 교과서를 넘기지 못할 때마다 대신 넘겨주었고 긴 다리를 툭툭 쳐 제 앞에 있는 반 학생에게 무언으로 웃어주었다.




-닥치고 필기해서 얘 자리에 놔




그러자 급하게 공책을 펴 칠판에 적힌 빼곡한 필기를 열심히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러내린뒤 종이 울리자마자 부스스하게 눈을 뜨는 ㅇㅇ를 두고 영현과 ㅇㅇ의 의자 두 개를 붙였다.




"의자 좀 빌린다"



뺏는 거 아니다. 영현은 그리곤 옆자리 의자를 끌어다 조그만 침대를 만들었다. 제 마의는 차피 학교규칙상 들고 다니는 필요없는 물건이었으니 그 위에 퍽 깔아 놓은 뒤 ㅇㅇ를 눕혔다. 뭐야 이거 침대야? 와 개편해.




"근데 너 어디가"


"옥상"


"내가 수업 째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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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자"




야, 야 강영현! ㅇㅇ는 급하게 일어나 영현을 불렀으나 영현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다음 시간은 차피 제 2 외국어 수업이었고, 자습이 대부분이다.
ㅇㅇ가 누우려면 제 의자를 놓아주어야 하니, 옥상에서 한 시간 금방 떼우고 오면 전부다. 영현은 익숙하게 옥상을 잠궈둔 키를 찾아 열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매트 위로 몸을 눕혔다.


하늘이 퍼렇다. 그냥 그랬다. 거기에 담배연기를 실었다. 한 개비 물 때마다 어른이 된 것 같아, 역한 감정이 요동치지만 또 연기를 실었다.




4.




"야"


"야 강영현"




너 뭐라고 말 좀 해봐. 아니 진짜 너 이렇게 학교 그만둘 셈이야? 야, 야.
어제 다시 경찰서를 다녀왔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설렁설렁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던 서는 뒤죽박죽 어른들의 고성으로 난리가 파도쳤다. 그리고 몇 개월만에 영현의 아빠를 봤다. 몇 개월만에, 그리고 문을 박차 들어오자마자 영현의 뒷통수를 거세게 갈겼다.




"너 정학기간도 끝났잖아, 빨리 나와. 어?"




집 비밀번호야 잘 알고 있었지만 ㅇㅇ는 문을 두드렸다. 당장 집 안에서 뭣을 하고 있던 질질 끌고 학교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영현이 직접 문을 열고 나오기를 바랐으니까. 그렇게 기다렸으니까. 외출증을 끊은 시간이 점점 다가와 ㅇㅇ는 바닥에 내려두었던 가방을 매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매번 비어있는게 일상이었던 옆자리가 유독 공허했다.




 "...어"




너 딱 걸렸어. 야 너 창문 닫기만 해봐. 진짜 죽인다
시험이 일주일쯤 남았을까, 커피만 세 잔째였으나 좀처럼 잠을 쫓지 못한 ㅇㅇ는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주한 건 일층 창문에 턱을 괸 채 담배를 물고 있던 영현이었다. 이 새끼 딱 걸렸어.




"창문 닫으면 영영 절교야. 기다려라"


"퍽이나"




진짜 말이나 못하면. 이층이라 때릴 수도 없고, 씨. ㅇㅇ는 급하게 가방을 뒤적여 새 노트를 일층 영현의 창문으로 집어 던졌다. 아 얼굴 맞았음 딱인데. 아깝다.




"너 맘대로 학교 째는 동안 정리한 거야. 빠삭 외워서 시험은 쳐라 진짜. 나 그거 쓰다가 팔하나 부러졌어도 말 돼"


"내가 담배 줄이라고 했지"


"여튼 말 하나도 안 들어. 개새끼"




영현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속을 긁적여서라도, 좀 나대더라도 그냥 그 애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빨리 누워 잠이나 자라"




담배를 지져 끄던 영현이 나지막히 목소리를 냈다. 말 할 줄 알면서 다 씹은 것도 나중에 다 갚아줄 거야 알아? 영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어쩌다보니 그 애가 웃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얼른 학교 나와"


"심심해"


"와서 자"


"심심해"




영현은 새 담배 개비에 불을 붙이다 문득 ㅇㅇ를 올려다 보았다. 




"올 거지?"


"응?"




영현이 퍽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 임마.




"그럼, 잘자"


[데이식스/강영현] 소꿉친구 강영현썰 (400돌파 기념글) | 인스티즈

"..너도"




ㅇㅇ는 먼저 손을 흔들고 창을 닫았다. 영현은 왼손에 쥔 새 노트를 폈다. 




-강영현 학교 좀 나와. 
-이 찌질아 학교 좀 나와. 
-엽떡 사줄게. 
-옆자리 책상 버릴 거야. 
-강영현 나 너, 




한 교시에 하나 둘, ㅇㅇ가 쓴 낙서들이 보였다. 지 공부는 언제하고 이거 쓰고 있었냐. 영현은 새 개비를 물며 노트를 고쳐 쥐었다.




*



"가방 다 앞으로 가져다 놔라"



ㅇㅇ는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어 칠판 밑에 두며 빈 자리를 바라보았다. 일번 안 왔니? 강영현 자린데요. 감독을 들어온 선생은 그 짧은 말에 납득한 뒤 시험지의 장수를 세기 시작이었다. 강영현 자리가 뭐. ㅇㅇ는 입술을 바르작거리며 그 말에 대해 반문을 하고 싶었으나, 당장이 시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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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시험 시작 오분 전 종이 치기 직전 뒷문이 잔음과 함께 드르륵 열렸다. 역시 검은티를 챙겨입은뒤 교복을 전부 풀어해치고 가방을 건성으로 맨 영현이 들어와 맨 앞자리에 앉았다. 밤이라 못 본 게 분명했다. 얼굴은 물론 기다린 손까지 얼룩덜룩한 멍과 차마 치료하지 못한 생채기들이 ㅇㅇ의 눈에 보였다. 영현은 가방을 대충 앞에 던져둔 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컴싸 있냐?"




저 등신. 뒷자리에 막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의 앞에 퍽도 삐딱한 말투로 물었다.




"내가 빌려줄게. 야 필통도 안 가져왔어?"


"필통 없거든?"




자랑이냐? 존나 자랑스럽네. ㅇㅇ는 영현의 팔을 찰싹 때린 후 아침에 여분으로 사두었던 컴싸를 꺼내 퍽 안겼다. 시험이나 제대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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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해라"




영현은 컴싸를 들고 돌아서며 말했다. 말이 쉽지.

문제를 전부 풀고 영현의 자리에 고개를 돌렸을 땐, 시험지를 점검하고 마킹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진짜 서쪽에서 뜰 수가 있구나. 물론 시험을 보는 과목과 보지 않는 과목이 명확했다. 어떻게 요점정리 안 해준 과목은 엎드려 쳐자냐. 찍기라도 하지. ㅇㅇ는 한숨을 쉬며 OMR카드를 확인하고  엎어졌다.




*




"잘 봤어?"


"내가 어떻게 아냐"


"줘봐"


"아 싫어. 안 가져왔어"




응 가방에 쑤셔넣는 거 다 봤어. 얼른 내놔. ㅇㅇ는 영현의 등 뒤로 달려가 가방 지퍼를 열고 집히는대로 시험지를 꺼냈다. 아 진짜 기지배 좀.




"밥 먹으면서 봐. 밥 먹으면서"


"네가 끓일거지?"


"언제는 니가 끓었냐?"




자연스레 현관에서 신발을 대강 벗어던지고 영현은 셔츠를 걷어 올렸다. 라면 세봉지, 알아서 냄비를 꺼내 물을 채우고 알아서 뜯어 스프를 흔들었다. 얼마나 잘 봤는지 볼까. ㅇㅇ는 휴대폰으로 채점한 제 시험지를 들어 영현의 구겨진 시험지들을 꾹꾹 눌러 펴기 시작했다.




"일등?"


"아직 세 과목 봤거든?"


"니꺼 줘봐"




백, 백, 구십 팔점.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영현은 제 시험지를 구겨 탁자에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야 미친 아직 채점도 안 했다고. 놔, 아 빨리!"


"아씨, 뜨거워 빨리 암거나 깔아"




ㅇㅇ는 결국 제 문제집을 뒤로 뒤집어 탁자 위에 올렸다. 괜찮냐? 아 네 손 뜨겁다며 괜찮아 뒷면이야. 영현은 접시에 라면을 옮겨담으며 슬쩍 구겨진 제 시험지에 시선을 주었다.




"채점했냐? 여기"


"어 지금 먹으면서 할 거야. 맞다 물"


"먹고 있어, 내가 갈게"




ㅇㅇ는 자연스럽게 영현이 내민 접시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 안 사냐? 좀 사놔. 무거워서 어떻게 들고 오냐? 귀찮고 바빠. 영현은 그나마 반의 반절 남은 페트병을 꺼내 컵과 함께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야야야 잠깐만,"


"왜, 뭐"


"너, 너너 60점이야. 미친, 잠깐만"




내가? 영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체 이번엔 어떤 사기를 까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라면을 집고 후후 불어 입 안에 넣으려던 차, ㅇㅇ는 막 채점을 끝낸 시험지 세개를 영현의 눈 앞에 내밀었다. 60,62.5,55 라면 내려놔봐. 우리 개새끼




"너 진짜 열심히 했나봐. 거봐 내가 할 수 있다구 했지. 우리 개새끼 일로 와"


"아 좀,"




영현의 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머리칼을 마구 헤집는 ㅇㅇ를 업은 영현은 거실을 돌았다. 또 한참 업혀있겠지, 신나가지고. 잘했다며 영현의 목을 끌어안고 푹 안기는 ㅇㅇ에 영현은 머쓱하고 부끄러운 표정이었다. 우리 개새끼 잘했어.




"라면 불어. 됐지? 내려와라"




ㅇㅇ는 영현의 등에서 폴짝 내려와 접시를 들었다. 내일 역시 시험이 있었으나 들뜬 마음은 천장까지 올라가 진정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학교 안 나오는 동안 공부한건가. ㅇㅇ는 라면을 흡입하는 영현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니 그전에, 다먹고 생채기에 약부터 발라야 할 거 같았다.




"너 내일 공부 안해?"


"다했어. 내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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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배가"



입 다물고 딱 앉아 있어. ㅇㅇ는 자연스럽게 구급 상자를 꺼내 소독약과 데일밴드를 꺼냈다. 아아, 아프다고. ㅇㅇ는 어느새 노트를 읽고 있는 영현의 옆에 앉아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다. 더 아프게 만들기 전에 조용히 공부해. ㅇㅇ는 영현의 목덜미에 시퍼렇게 든 멍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싸우지 좀 마. 난 너랑 대학도 가까운데 다니고 싶단 말이야"


"꿈도 차암 크다"




정학 두 번째인 건 알아? 정말 다음엔 얄짤 없을 거야. ㅇㅇ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영현이었으나 딱히 더 말을 얹지는 않았다. 그냥 학교만 제대로 나와.




*




"아"




어떤 새끼야. ㅇㅇ는 뒷통수를 퍽 치고 가버린 이에 제 머리를 매만졌다. 너 여기 종이.., 붙었는데.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는 스카치테이프를 건성으로 잘라 붙인 종이를 살살 떼어 건넸다. 아 새끼 머리숱 없다니까, 뒷통수에 붙이기 있냐?




'일등해라. 부적.'




부적이라고 글만 쓰면 부적이냐. 노란 종이는 대체 어디서 주워온 거야. ㅇㅇ는 고개를 저으며 그 종이를 구겨지지 않게 잘 접어 가방 앞쪽 지퍼를 열어 넣어두었다 그냥 부적이라 치지 뭐. 




"시험 끝나면 내가 정시 공부 도와줄게. 수시는 말아먹었어도 너 이정도면 꽤 가능성 있어"


"집이나 가자"




영현은 퍽 낯선 말들이 나열된 문장에 괜히 ㅇㅇ가 조끼를 쥔 채 생쥐마냥 끌었다. 좀만 더 해보자 이틀만 있음 끝나니까.




5.




그러니까 이 다음은, 
나도 정말 모르겠다.




"야"




4교시 시험을 앞둔 3교시 자습 시간이었다. 선생들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교무실에 모여 앉았고, 잘은 숨소리만 주고받으며 다음 시험의 막판 스퍼트를 낼 쯤이었다. 문을 그렇게 거칠게 열고 닫는 일은, 그냥 그 애만으로 충분한데. 사실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강영현이 몸을 일으켜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래 시험이 대수냐. 모두의 표정에 그리 적혀 있었다. 익숙한듯, 웅성거리는 아이들이야 손에 한 둘 꼽히는 정도였으니.




"어디갔어"




인기척이라도 좀 남기고 가지. 말 없이 일어났을때 직감이라는 게 꼭 하나 들었다. 내가 강영현을 말렸을때, 그게 전부인 아니 그게 시초인 직감. 자습이 끝나기까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ㅇㅇ는 같이 등교한다며 애써 빗었던 머리를 헝클이며 쉼없이 계단을 올랐다.




"강영현!"




무작정 달려가 끌어안았다. 강영현 그만해, 그만해달라고. 아문지 도통 얼마나 되었다고 주먹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진짜 미쳤냐고!"



사이렌이 멀리서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눈동자에 내가 없어 불안했다. 
ㅇㅇ는 언성에 정신을 반쯤 차린 영현은 ㅇㅇ를 옆으로 밀었다. 내려가. 안 가. 가라고




"안 간다고"


"나보고 대체 뭘 어떡하라고!"



사이렌이 가까워질수록 하나둘씩 옥상에서 냅다 도망쳐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둘, 둘만 빼고. 영현은 터진 입가에 피를 닦아내며 ㅇㅇ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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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할 수 있겠냐"


"너, 아빠같아"


"무서워"





*




"부담없이 봐"


"너도"





떡볶이코트를 여미고 가방을 둘러맸다. 강영현 역시 뒤에서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홧김이었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했다. 홧김인데, 사과가 안 되는 얼굴이 자꾸 머릿속을 괴롭혔다.




"야"




일찍 잠에 드는 게 좋을 일이었다. ㅇㅇ가 막 불을 끄려던 순간 투박한 창문에 투박한 돌맹이가 맞아 떨어졌다.




"...미안해"


"뭘"




머리에 오래 담아두지 말라고 부른 거거든? 영현의 빌라 옥상 한참 침묵만 나누어 갖다 ㅇㅇ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영현은 ㅇㅇ의 머리를 헝클였다. 얼굴 좀 펴라, 일등. 영현이 내민 건 다름아닌 성적표였다. 이주 전에 나온 성적표, 그 날 이후 퍽 멀어져 생각도 못한 거였다.




"이 종이쪼가리가 니 기분 좋아지게 해줄진 모르겠는데, 자"




영현의 노력이 뭇 묻은 성적표였다. ㅇㅇ는 성적표를 펴 확인하고 거침없이 영현의 뒤로가 퍽 올라탔다. 아 우리 개새끼. 우리 사이에 못된 말 하나 했다고 멀어질 수 있을까. 영현은 어이없는 웃음을 뱉었지만 ㅇㅇ를 꼭 업었다. 그래, 업혀라. ㅇㅇ는 영현의 목을 끌어안아 안았다. 잘했어, 진짜. 잘할 줄 알았어.




"이거 내 부적할래. 가지고 있는다"


"뭘 그렇게까지 해"


"기분 좋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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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나 쳐다보고 소원이나 빌어"




영현은 ㅇㅇ가 등에 업혀 퍽 다행이라 생각했다. 애써 부끄러운 얼굴을 숨길 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영현은 ㅇㅇ를 고쳐 업었다. 잘 보이냐? 응 잘 보여.




"근데 달 엄청 밝다. 이번엔 진짜 들어줄 거 같아"


"기적의 논리네"


"감동 깨지마"




ㅇㅇ는 영현의 양볼을 쥐어 깜깜히 칠해진 밤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너도 하나 빌어, 진짜 될 거 같아. 대학가게 해달라고, 빨리 응?




"애냐?"




아씨 기집애. 영현은 그대로 ㅇㅇ는 머리를 쥐어박히곤 다시 한 번 ㅇㅇ를 고쳐 업었다. 내일 수능이니까 봐준다, 아. ㅇㅇ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조금 일찍 그냥, 그 찜찜한 마음을 뒤로 밀어두고 더 빨리 사과할 걸. 불편하게 ㅇㅇ에게 매달렸던 감정이 사라져 영현을 더 꽉 끌어 안았다. 영현은 훅 붉게 열이 오르는 얼굴을 좀 더 어두운 밤에 묻었다. 그대로 걸리기라도 할까봐 말이다. 




"수능 끝나고 이번주 주말에 놀자. 내가 쏠게"


"돈이 어디있다고 매번 쏴. 걍 집에서 라면이나 먹자"


"아 싫어, 영화보자. 영화"




아 보자보자보자. 알았어, 알았다고. 영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설렁설렁 슬리퍼를 신은 발로 옥상을 돌았다. 찬 바람 좀 맞고 긴장 풀어.




"늦었다. 내려가자"


"응"




영현의 등에서 폴짝 내려온 ㅇㅇ는 영현에게 양말이라도 좀 신고 돌아다니라며 타박했다. 




"...아, 그리고"


"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능 끝나고 하는 게 좋겠지. ㅇㅇ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금방 계단을 내려가 집으로 달렸다. 뭐야 말을 하다말아.




"받아"


"뭐냐 이거"


"부적"




부적 먹으라고? 귀신이냐? 너 백퍼 도시락 안 챙겨갈 거니까 내가 싸준 거 아니야. 닥치고 내일 가서 먹어. ㅇㅇ는 도시락통을 영현의 품에 꽉 안겨주고 손을 흔들었다.




"일등해라"


"수능 잘봐"




그게 끝이었다. 아, 하나 더 있었네.




*




ㅇㅇㅇ, 그 애가 AA대를 갔다는데, 플랜카드엔 이름이 안 걸렸다. 주말에 영화 보자고 해놓고 집에도 없었다. 수능이 끝나고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방학식 대표로 나가 상을 받아야 했는데도 안 왔다. 졸업식에 나타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그 애가 어디로, 왜 가버린 건지 궁금했으나 찾겠다고 유난을 떨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이사 갔냐"


"말 못해서 미안해"




영현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게 뭐 있냐, 졸업 축하해. 영현은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 주인도 없이 돈 썼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꽃의 주인이 있었나보다. 싸운 것도 아니었고, 서운한 일이 있지도 않았는데 어색했다. ㅇㅇ는 꽃다발을 주시하다 영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꽃 고마워, 갈게"


"..어"




ㅇㅇ는 먼저 뒤를 돌아 운동장을 걸었다. 영현은 그런 ㅇㅇ를 쭉 서서 바라보았다. 그냥.




"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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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잘 가라고"




그 애가 나한테 지난 밤 옥상에서 할 말이 이거였음 좋았을텐데. 그건 모르겠는데, 어쨌든 못했다. 좋아했다고. 영현은 뒷통수를 긁적이다 돌아 걸었다. 강영현 등신. 머저리, 잡 놈. 매일 하고 싶은 말을 하라니까 하지도 못하고. 강영현, 등신.







Last.




-영현 시점-




사람다워지려고했어, 너 옆에 있을땐 나름 할 만 했는데. 성질 참 한 번 더러운거 새삼 깨달았다 나. 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 찾으리라 했으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냥 네가 나에게서 멀어진 이유를 찾으면, 그때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안에 괴물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서 너는 떠난 걸까? 네 아빠를, 아니 그 괴물을 다시 마주하게 될 거 같아서 떠난 걸까. 만약 그 이유를 찾으면 이유를 박박 지워버리고 그 다음에 말이야, 그 다음에. 스물을 바라보고 섰던 나는 이제 서른이야. 서른에 마주한 우리는, 서른에는 마주했으면 기도도 했었어. 있잖아, 그 동네. 이제는 거기에 안 가. 내일이면 그 옥상도 안 가. 회사랑 가까운 곳으로 집 옮겼거든. 더이상 그 곳을 지날 이유가 없어 마지막으로 둘러본다. 너는 나도 모르는 이별을 했을까.




"말, 좀 해주지. 할 말이 있었는데"



------------------------



신알신 400이 넘었다는 쪽지를 받고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답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심 잃지 않고 항상 독자님들의 즐거움이 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행복을 주신만큼 더 열심히 갚아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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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흑 오늘은 다 읽고 댓글 써요 작가님 ㅠㅜㅠ 저 같은 한낱 독자 나부랭이가 작가님께 행복이 되었다는게 너무 신기해요,,, 오히려 작가님이 저에게 선물같은 존재인걸요,,, 2019년에도 플챙유건 하시고 다시한번 친구분 생일 축하드려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5년 전
독자2
작가님ㅠㅠㅠㅠㅠ열일하시네요ㅠㅜㅜ항상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3
작가님 글써주셔서 진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글읽는게 빡빡한 인생 삶의 낙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글 너무 취저에요 저 작가님ㅁ 글 분위기 완전 좋아하거든요 사랑해요ㅠㅠㅠㅠ❤
5년 전
독자4
초심잃지 않으시고 항상 열일 해주시는 작가님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마지막 문장에서 진심으로 감정이 벅차더라고요
작가님을 처음부터 봐오던 독자는 아니지만 최근 작가님 글들을 보며 신알신 400인 이유가 다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5년 전
비회원4.52
제가 더 감사합니다 작가님ㅠㅠ 작가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작가님 글이 저한테는 큰 행복이에요!!ㅠㅠㅠㅠ항상 감사드리고 건강하세요 작가님🙂
5년 전
독자5
작가님 진짜 항상 좋은 글만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작가님 글은 제 혐생에서 빠져 나오게 만드는 피난처 같은 곳 이랄까요..ㅎㅎ 진짜 초심 잃지 않으려고 노력 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할게욤!!😍😍
5년 전
독자6
생각이 많아지는 글 이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스토리는 한번 더 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의미하고 전할려는지는 알것같아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7
헉 다른 글 ㅠㅠㅠㅠㅠ 대박 보면서 되게 참 먹먹했어요 ㅠㅠㅠㅠ
5년 전
독자8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에요 작가님의 공지를 보고 제가 생각났었어요 작가님 버텨주셔서 감사해요 이런 소중한 글들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엄청난 글들을 볼 수 없었을 거에요 언제나 작가님의 글은 짧아도 상관없어요 작가님 글이라면 뭐든지 좋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5년 전
독자9
작가님은 그저 빛,,,진짜 아련아련한 글 너무너무 좋아요!!잘 읽었습니당💕
5년 전
독자10
아ㅠㅠㅠㅠㅠ눈물나요 작가님...ㅠㅠㅠㅠ 고3 인생에 한줄기 빛입니다....
5년 전
비회원149.231
작가님 항상 멋진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여주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아련해지는 글이네요ㅠㅠ 공지 봤는데 우리 올 한 해도 잘 버텨봐요. 그리고 작년 한 해 버텨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여기서 가끔씩
오래 봐요!

5년 전
독자11
가슴이 먹먹해지네요ㅠ 항상 고마워요 작가님!
5년 전
독자12
작가님ㅠㅠㅠㅠㅠㅠ오늘도 이렇게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진짜 작가님 신알신 울릴때마다 행복해서 바로 들어와요ㅠㅠㅠ 올해도 아프지않고 무리하지 않고 글 써주시면 저도 열심히 읽고 댓글 남길게요 감사해요❤️좋은 밤 되세요❤️
5년 전
독자13
요즘 작가님 글 읽는 맛에 삽니다..!!!ㅠㅠ 항상 좋은 글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5년 전
독자14
오랜만에 찌통겸..알콩달콩썰이군요ㅠㅠㅠㅠㅠ자주와주세요 자까님!!
5년 전
독자15
작가님 그냥 사랑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ㅠㅜ

5년 전
독자16
새드엔딩인가요... ㅠㅠㅠ 넘무 애틋해요 ㅠㅠㅠㅠ 아빠 같다고 했을 때 눈물에 뭐가 맺히더라구요 ㅠㅠㅠ 넘 재미잇게 봣어요 작가님 사랑해요!
5년 전
독자17
아씨 또 눈물 한 바가지ㅜㅜㅜㅜ헝ㅇ은ㅇ어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고ㅠㅠㅠㅠㅠ 예전꺼 또 달리여고 들어와봤는데 새글이 딱 ㅜㅜㅜㅜㅜ너무ㅜ슬프고ㅠㅠㅜㅜㅜㅜ분량도 나무 좋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드려요..
5년 전
독자18
작가님 진짜 눈물 줄줄ㅠㅠㅠㅠㅠ항상 좋은긏 감사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ㅠ 건강챙기시고 적게일하고 많이버세요💓💓💓💓💓
5년 전
독자19
진짜 항상 모든 글들 잘 읽고있는 지나가는 개미한마리인데 오늘 글은 여운이 너무 세게남아서 댓글을 안남길수가 없네요ㅠㅠ 진짜 짱이에요.. 항상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5년 전
독자20
으와ㅠㅠㅠㅜ 작가님 오늘도 좋은글 감사해요.,, 진짜 마음이 막 짠하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나네요ㅠ 작가님 글으로 정말 힐링한답니다 감사해요❤️❤️
5년 전
독자21
짠하다니,,, ㅜㅜㅜ 역시 작가님 글 믿고 봅니다 ㅜㅜㅜ
5년 전
독자22
ㅠㅠㅠㅠㅠ폭풍눈무류ㅠㅠㅠㅜㅜㅜㅜㅜㅜ작가님 항상 잘보고있습니다ㅜㅜㅜㅜ
5년 전
독자23
작가님 ㅠㅠ,,, 항상 감사합니다 유리구두도 잘 읽고 있어요!!
5년 전
독자24
아ㅠㅠㅠㅠㅠ너무 짠해요...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25
이런 아련아련한 글 너무 취저에요ㅠㅠㅜㅠㅠ 좋아요ㅠㅠ 무리하지만 마시고 가끔 생각나실때 글써주세요
5년 전
독자27
참 먹먹한 글이네여ㅜㅜㅠㅠㅠㅠㅠㅠㅠ이런글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5년 전
독자28
작가님 정말 글 써주셔서ㅜ감사하애ㅛㅠㅠ 하나하나 다 재밌는거 같아요ㅜㅠㅠㅜ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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