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김여주, 365일 내내 청춘을 즐기고 있는 26세 취업 준비생, 혹은 백수. 즐기라고 있는게 인생이고, 이 삭막한 도시 속에, 나 하나라도 너그러워야 세상이 그럭저럭 돌아간다는 게 인생의 모토이다. 배고프면 뭐, 좀 굶으면 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고. 미쳤나 싶은 일들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고, 깨지고 부숴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런 청춘이고 싶다! 어차피 인생 한 번이지, 뭐.
그런데, 스무 살 이후 착실하게 지켜온 내 인생의 모토에 금이 가려 한다.
세상의 모든 불꺼진 청춘들을 위하여,
모두 청춘합시다!
"아, 엄마!!"
"조용히 해. 엄마도 참을만큼 참았어. 대학 졸업한지 몇년인데 아직도 일 못 찾고 싸돌아다녀."
"정말 싫다고! 엄마한테 손 안 벌리잖아. 그리고 나도 일 한다고!"
"네 커리어에 말도 안 되는 일거리들이야! 등골 빠지게 일해서 비싼 돈 주고 그 대학 보내놨더니만, 들어가자 마자 풀어져 가지고 말이야!"
"아 그러면 1년만 더! 1년만 더 참아주라. 응?"
"안돼. 벌써 말 다 끝났어. 만날 쓰잘데기 없이 하고 다니던 그, 그 뭐냐...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100가지' 리스트? 거기에 '교사 자격증 따기'가 있어서 천만 다행이지."
"그거 쓰잘데기 없는 거 아니거든! 내 청춘을 불태우기 위한 거야! 그리고 이번 해에 국토 대장정하려고 했단 말이야!"
"됐어! 말 다 끝났어. 다다음주부터 너, 신의고등학교로 출근해야 돼."
"아니, 거기는 임용고시도 안 본 애를 교사로 보내?!"
"사립이니까! 그리고 네 커리어가 좀 뛰어나니?"
"아 몰라! 됐어! 엄마 짜증나!"
쾅!
머리가 새하얘졌다. 무슨, 내가 무슨 고등학교 교사야. 머리를 쥐어 뜯었다. 방문 뒤에서는 엄마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렸다. '음악 선생님인 거 알지~?'
엄마 진짜.. 명존쎄...
"알겠지? 엄마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학생도 안 치는 땡땡이 네가 치지 말고! 차도 하나 뽑아줬으니까 기죽지 말고!"
"뉘예 뉘예~ 알게쪄염~."
"아오 이 걸 확!"
등짝을 찰싹찰싹 때리는 엄마의 매운 손길을 피해 후다닥 현관문을 나섰다. 아하! 저기 우리 모닝이가 보이네~. 아빠가 드디어 내가 직장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시원하게 뽑아주신 모닝이. 그러다보니 생각 난다. 지옥 같던 이주일이.
엄마의 거센 등쌀 때문에 이주 내내 수업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단정한 옷들을 사고, 애쉬 그린이었던 머리색을 검정색으로 염색하고, 악보들도 정리하고 등등등등. 이주일 내내 엄마가 따라다니는 힘든 하루하루를 잘 버텨낸 나를 생각하니 스스로가 기특하다. 자뤠써! 토닥토닥.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10분 거리. 사실 별 기대도, 생각도 없이 출근하는 학교지만, 막상 또 두근거리기는 한다. 애들은 어떤 애들일까? 동료 선생님들은 어떨까? 거울을 보며 단정한 화장을 한번 더 확인 하고 차에서 내렸다. 음 괜찮은걸. 차창으로 비치는 나의 모습을 한 번 더 체크하고 이사장실로 향했다.
허억 허억.
이사장님 왜 이렇게 부담주시는 거지. 이사장님이 쏟아 내는 칭찬과 기대의 말들에 눌려 숨도 못 쉬겠다.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 역시 답답한 공기. 내 청춘은 여기서 바래는가. 심각한 고민에 휩싸여있으면서도 얼굴은 평온하게 이사장님과 말을 한다. ...집에 가고싶다.
이사장실을 나오자 마자 밖에 있던 부장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데리고 가서 신속한 자리 배치 설명과 내가 담임을 맡을 반을 소개해주셨다. 니미 예체능에 첫부임인데 담임을 시키냐.. 부장 선생님 몰래 중얼거렸다. 엇. 욕 하다가 어떤 학생이랑... 눈 마주쳤다.
마치 내가 뭘 들은거지?라고 묻는 듣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그 아이의 시선을 조용히 피했다.
...시발 되는 일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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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26세
인생이 청춘인 여자. 생각하지도 못한 선생님을 하게 된다.
비밀이 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