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제가 좀 ... 늦었죠? ㅋㅋㅋ
하 ㅠㅠ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생.김 항상 풕풍연재 한다고 약속 드렸었는데..
제 한없이 부족한 소설 읽어주시는 그대 분들께 이렇게 게으른 모습으로 보답해서 죄송합니다 ㅜㅜ
다음 편은 남우현 번외 C or 야동/수열이 이어서 나갈꺼에요!
빠른 시간 내에 다음 편 낼게요.
항상 말씀드리는거지만 제 곶손에서 태어난 이 생.김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본편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겉모습은 차도남이지만 헐랭한 면모가 돋보이는 성경과 야동의 깨알 같은 씬
그리고 브라더 컴플렉스의 중증환자 동우 동생이 등장했습니다! 하하........
BGM은 Kuricorder Quartet의 Grandpapa's Eleven Month입니다! 정말 친숙한 브금이죠 킁킁
감사합니다!
+참고로 대열이는 성브라더스의 사촌동생이라는 설정이에요! 그지 같은 건망증을 가진 제가 ... 그런 말을 넣지 않았네요. 터..털썩! 제게 말씀해주신 익인6 그대 느무느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흑역사에 나오는 호원이가 무를 50개 뽑았다는건 호원이가 직접 언급한 실화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연에서 유명한 일화죠?)
다른건 제가 다 지어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ㅋㅋㅋㅋㅋ핰...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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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짜증나. 호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앞에서 히히덕거리고 있는 두 인간들 (사실은 친구들) 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만은 상남자 페이스인 호원이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신들을 똑바로 서서 바라보든 물구나무 서서 바라보든 신경을 1g 조차도 쓸 여유 조차 없어보이는 두 남고생들 중 하나는 고개까지 뒤로 젖히고 자신의 목청 크기 자랑질을 하고 있었다. 시벌, 너무나 재미져 보이는 그 모습으로 인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소외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이프X 캔을 입에 물고 있던 호원이 평균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규의 등을 두드리며 웃고 있는 동우의 눈치를 살폈다. 눈물까지 맺힌거 봐. 존나 삶이 즐거워보이네. 흥, 괜시리 언짢아진 기분에 죄없는 음료수 캔 꼬다리를 잘근잘근 씹은건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둘이 어째 자신보다 더 친해진 것 처럼 보인다.
"짱똥, 너 그거 알아? 이호원이 어렸을 때 존나 관심 받고 싶어서 옆 집 텃밭에 있는 무를 50개나 뽑았대잖아." "아핰핰핰핰.. 앜! 아 진짜 웃겨. 50개나? 근데 50개 뽑을 때 까지 안들킨거야?" "몰라, 그것도 쟤 능력이지."
아이고 배야. 무를 50개 뽑았대. 아 웃겨. 확성기를 목청에 달고 다니나 착각이 들 정도로 큰 웃음소리를 내며 성규의 대화에 초집중모드를 일관하던 동우가 호흡곤란을 느끼자 자신의 숨을 가다듬어주는 시간을 가지는 센스를 발휘했다. 아 진짜 빵터졌네. 동우는 하도 웃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검지 손가락으로 대충 닦아내다가 그제서야 뚱한 표정으로 옆에 서있는 호원을 발견했다. 너 그 다음에 어떻게 됐어? 동우가 자신의 옆구리를 툭툭 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호원이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죄없는 음료수 캔을 툭툭 건들 뿐이었다. 벌써 다 마셨네. 짜증 이빠이데스. 두 친구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는데도 호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호오, 이 새끼 태도 좀 봐라?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기던 성규의 한쪽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무원, 너 꼴에 내가 무원이의 레전설을 동우한테 말해서 지금 빡친거냐? 아니 삐진건가?" "아핰핰핰, 호원이가 설마 그런거 가지고 삐지겠어? 호원이야 말로 이 시대의 싸나이잖아. 싸나이"
저를 항상 존중해주고 좋게 말해주는 동우와는 다르게 입만 열면 얄미운 말만 툭툭 내뱉는 성규를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던 호원이 김성규 십새끼라고 외치고 싶은 욕구를 꾹 누르고 눌러 참았다. 다혈질계의 다크호스인 자신이라지만 여기서 욱 하고 성규의 저 동그란 머리통을 내려친다면 사귄지 얼마 안된 좋은 친구 동우에게 쪼잔한 놈이라고 찍힐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호원은 '싸'에서 찰진 강세를 주며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동우의 똘망똘망한 눈을 바라보다가 괜히 목구멍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껴 큼큼거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김성규 저 새끼는 왜 그 이야기를 여기서 꺼내고 지랄이야. 쟤는 진정 나의 안티인가? 성규와 친구가 된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잊을만 하면 항상 고찰해왔던 의문을 다시 머릿 속으로 던져본 호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See bird, 안티가 아니라면 저렇게 끼를 떨리가 없지. 존나 하여간 저 남우현 빠돌이 새끼는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저 새끼 진짜 내가 철없을 때의 객기에 깊은 스트레스를 받고 깍두기, 무말랭이 등등에 입도 대지 않는 걸 뻔히 알면서 저딴 식으로 입을 놀려대? 호원은 저를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 빤히 보이는 제 3년지기 친구에 야속함을 느끼며 다시 머리를 드밀고 다가오는 '욱' 정신을 겨우 꾸겨넣었다.
"뭘 삐져. 그런거 아니야." "아... 그으래?" "하하하! 그렇다니까! 역시 우리 호원이는 상남자!"
자신의 손바닥을 계속 소환 시도 하고 있는 성규의 머리통을 바라보던 호원은 자신의 등을 팡팡 치며 생글생글 웃는 동우에게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동우야, 너는 니 힘의 크기를 1%도 자각하지 못했나보구나. 이러다 내 등에 멍들겠다. 호원은 혹사 당하고 있는 제 몸의 일부를 애써 외면한 채 웃음꽃을 활짝 띄운 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우에게 호응해주었다. 그래, 너님이 다 짱하세요. 눈은 웃지 않는데 입만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호원을 바라보며 성규가 혀를 끌끌 찼다.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호보살님이 강림하시는 날이 오늘인가 보네. 성규는 혼잣말을 하는 주제에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크기로 중얼거렸다. 저 씹새끼. 남둔탱이랑 잘 안되가니까 나한테 화풀이하는거 아니야? 넌 이제 뒤졌어. 어느 새 호원의 입가에는 악마의 미소가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동우야, 김성규 쟤 중3 때 놀이터에서 초딩들이랑 뺑뺑이 타다가 어지러워서 토함." "시발놈아, 그거 앞으로 10년동안 아무한테도 말안하기로 했잖아!" "아핰핰핰핰핰, 어떡해! 그거 그래서 치웠어?" "남우현이 치웠어."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공기보다도 가볍게 입을 놀리는 3년지기 친구의 행실로 인해 밀려오는 배신감으로 아득해진 정신을 겨우 붙잡은 성규가 복수에 성공하고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동우와 정답게 웃음을 노나고 있는 호원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지가 먼저 시작한건 생각 조차 하지도 않는지 성규는 안그래도 가는 눈매를 더 가늘게 뜨며 머릿 속을 정리했다. 넌 이제 끝. The end다 병신아. 어디 보자. 이호원 흑역사 리스트.txt가 어딨지?
"짱똥, 이호원 고1 때 할머니네 집 개한테 물렸다고 울면서 전화왔어. 저 새끼 광견병 걸리면 어떡하냐고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봐달라고 부탁했어. 니가 뭐라고 했더라? 내공 50 이상은 걸어줘야 한다고 했지? 그래야 답변 빨리 달린다고." "아핰핰핰핰!" "김성규 저 새끼 중2 때 내기했다가 져서 삭발함. 길 지나가는데 동자승인줄 알고 어떤 아줌마가 시주함. 내가 봐도 그보다 더 스님 같을 수는 없었다. 생일 선물로 염주 주려다가 꾹 참았어. 새꺄." "아핰핰핰핰핰핰핰!!" "너는 저런 벼락을 맞아도 시원찮을 놈이랑 놀지마라. 저 새끼 중3 체육대회 때 응원가 부르다가 흥분해서 윗통 벗고 달려다니다가 징계 받았어. 이호원 이 변태 같은 새끼. 존나 노출증 있냐?" "아핰핰핰핰핰핰!" "와 치사한 새끼. 김성규 술 마시고 뽀뽀뽀 울면서 부름.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하는게 이별의 키스라고 존나 오열하던게 어느 집의 어떤 또라이 새끼냐?" "아핰핰핰핰!!!!" "아 존나 어이가 없네. 야, 장똥, 이호원 쟤 중3 때 이성열이랑 원피스 보다가 에이스 죽었다고 둘이 부둥켜안고 쳐울다가 지 우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눈물 셀카 찍어서 싸이에 업뎃했어." "헐, 그거 5분만에 지웠는데 언제 봤어? 새끼가 이럴 때만 진짜 쓸데 없이 빠르네." "그거 아직도 내 문서에 있는데? 나한테 잘해라?"
동우의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병림픽의 참가자들로 완벽 빙의한 두 남학생들의 제 살 깎아먹기는 정말 눈물겨웠다. 그들이 알콩달콩 때로는 티격태격 쌓아온 3년 우정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까발린 호원과 성규는 그제서야 밀려오는 허탈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그 두 사람이 얻은 전리품은 갑작스러운 흑역사 강제 대방출로 어질어질해진 정신과 손을 쓸 수도 없이 망가진 이미지 뿐이었다. 엥? 쟤네가 갑자기 왜 그러지? 닭똥 같은 눈물까지 뚝뚝 흘려대며 웃어제끼던 동우는 갑자기 숙연해진 친구들에 적응이 안된 듯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그만 하자. 그래. 한층 눈에 띄게 어두어진 안색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던 성규와 호원은 화해의 의미로 악수를 나누었다.
"야, 그래도 이성열만 하겠냐? 그 새끼는 진짜 답이 없어요." "맞아, 걔 중3 때까지 자다가 오줌 쌈. 대열이한테 들었음." "걔는 야동 취향도 까다로워. D컵 이상 아니면 아예 쳐다도 안봐." "맞아, 저번에 D 드라이브 보니까 야동만 100기가 있더라." "게다가 최근에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느님 닮았다고 개드립까지 쳤잖아."
자신들의 빵꾸난 이미지를 어떻게든 만회해보겠다고 자리에 없는 친구의 흑역사까지 거침없이 까발긴 두 사람의 표정에서는 죄책감의 죄 자 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야동 취향에 대한건 말장난에 가까운 말이었고, 야동 100기가는 성 브라더스의 집에서 기생하고 있는 사촌동생 대열이가 모은 것이었지만 별 상관이 없었다. 아핰핰! '이렇게 루머가 시작되는 것이다'의 표본을 몸소 보여준 두 사람의 말에 아핰핰거리며 몸까지 못가눌 정도로 웃음을 터뜨리는 동우를 바라보며 성규와 호원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차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더 웃어라. 웃고 우리들에 대한건 다 잊어버려. 싸그리. 몽땅. 그리고 둘은 속으로 성열의 뜻과는 상관없이 발휘되어버린 그의 희생 정신에 애도를 표했다. 잘가라 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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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부부 동반 여행 가셔서 안계시지만 우리 꽃잎이는 집에 있을꺼야. 어두껌껌한 밤이지만 깔끔하게 꾸며져있는 외양이 확연히 드러나는 전원주택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호원이 동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야자 끝나고 제 집에서 영화나 한편 보고 자고 가라는 동우의 말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던 호원은 흔쾌히 긍정의 대답을 건넸다. 내일은 게다가 놀토니까 밤 새서 놀아야겠다. 공부할 때는 흐리멍텅한 동태 눈깔을 뜨고 있더니, 놀 생각만 하면 넘치는 생기로 가득한 호원의 눈이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실내로 들어가 불을 키자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호원의 귀에 쿵쿵 거리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 진동은? 지진인가? 우린 다 죽는건가? 이 집 내진설계는 되어있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호원의 동공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엥? 그러던 중 갑자기 누구보다 빠르게 비트 위의 나그네처럼 날아오른 한 인영이 동우의 품에 달려든 것은 초고속 카메라로도 식별못할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빠! 보고 싶었어!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핰핰핰! 호원이 가방 싸는거 좀 기다리다 왔거든." "호원이?"
동우의 가슴팍이 제 자리라는 듯이 계속 파고들고 있느라 호원에게는 뒷통수만 보이던 꽃잎이 고개를 휙 돌리고 호원을 응시했다. 헉! 호원은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정말로 숨이 멎을 뻔 했다. 저 눈 주위를 2cm 정도의 폭으로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아이라인은 정체가 무엇일까? 다크서클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것일까? 얼굴 생김새는 오목조목하고 예쁘장한 편이었다. 하지만 꽃잎의 화장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이 세상에 만연해있는 모든 미의 기준을 가볍게 비웃는다고나 해야할까? 24세기에나 되서 유행할 것 같은 굉장히 미래 지향적인 눈화장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던 호원은 어색하게 굳어진 입을 겨우 움직였다. 아,안녕? 안녕하세요! 그에 중딩다운 귀엽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화답한 꽃잎이었지만, 눈빛만은 정말 매서웠다. 여기는 카리스마 있는 눈매가 집안 내력인가 보다. 하고 호원이 생각했다. 무슨 중3이 저래. 말세야, 말세. 호원에게서 흥미를 잃었는지 다시 동우에게 매달리기 시작한 꽃잎이 예쁘게 웃고 있는 제 오빠를 붙잡고 방방 뛰며 입을 열었다.
"오빠 오빠, 나 옷 사는거 같이 골라줄꺼지? 나 인터넷에서 몇 개 즐겨찾기에 넣어놨어. 오빠가 골라줘! 나는 오빠가 입으라는 것만 입을꺼야!" "아, 저기, 꽃잎아. 미안한데 나 오늘 못할 것 같아." "왜?" "호원이랑 영화 볼꺼야. 미안. 내가 내일 골라줄게." "아... 알았어! 뭐, 할 수 없지. 내일은 꼭꼭 해줘야 돼? 응응?"
쟤는 왜 이렇게 짱똥한테 매달리지? 원래 여동생들은 오빠한테 다 이러나? 형제라고는 남자형제 밖에 없어서 여자에 대해 개미 눈꼽만큼도 모르는 호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우의 말에 아쉬움이 역력하지만 밝은 목소리를 잃지 않던 꽃잎은 동우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꺄르륵 웃음을 흘렸다. 그런 반도의 흔한 것 같기도 하고 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남매간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호원은 방청객이 된 기분에 괜히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뭐랄까. 뭔가 훈훈하기도 하고. 좀 징그럽기도 하고. 저 거무죽죽한 아이라인이 괴물이 되어서 짱똥을 잡아먹을 것 같기도.. 어울리지 않는 어벙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깜빡 거리고 있던 호원이 동우의 품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안보이는 꽃잎이 고개를 그 쪽으로 돌리는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헐? 뭐야? 꽃잎은 제 오빠의 친구를 좋게 말하면 잡아먹을 듯이 나쁘게 말하면 찢어발길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는 저 중3 여학생의 눈빛으로 인해 요단강에서 낚시까지 하고, 운이 좋으면 월척까지 낚고 올 수 있었을 것이다. 뒷골이 갑자기 섬뜩해진 기분에 시선을 돌린 호원이 한낱 중딩과의 눈싸움에서 진 자신을 애써 위로했다. 쟤한테 저,절대 쫀거 아님.
"꽃잎아. 오빠 잠깐 화장실 갔다올테니까 호원이랑 대화하고 있어. 오빠랑 정말 친한 친구니까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굴어. 알았지?" "응응, 오빠는 참! 날 뭘로 보구. 오빠 걱정하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제 동생의 애교에 아빠 미소를 짓던 동우가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호원과 꽃잎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정적이 깨졌다.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제 오빠의 아방한 걸음걸이를 지켜보던 꽃잎이 올리고 있던 광대를 내리고 호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규와는 차원이 다른 시베리아 벌판의 칼바람을 그대로 담아온 듯한 표정에 호원은 흠칫 몸을 떨었다. 헐, 뭐야. 얘 이중인격자 아니야? 동우가 있을 때와는 무서울 정도로 다른 분위기에 호원은 아까 자신이 느꼈던 매서운 눈초리가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야. 니가 이호원이냐?" "뭐?" "우리 동우 오빠가 요즘 끼고 도는게 너냐고. 시발." "헐.............."
저 지지배 말하는 뽄새 좀 보소?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고막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앙증맞게 움직이며 육두문자를 내뱉는 저 때려주고 싶은 입을 보아하니, 절대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제 키보다 두 뼘은 작은 것 같은 여자아이의 맹랑한 모습에 호원은 할말을 잃었다. 혀를 반토막이라도 낸건지 야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짝다리를 짚고 한쪽 다리를 덜덜 떠는걸 보니까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아까 동우한테 하는거 보면 애교가 철철 넘치는 여동생이 따로 없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개날라리계의 촉망받는 꿈나무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얼척이 없어진 호원은 어버버 거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뭐야. 신종 정신병자인가?
"아 슈발, 야. 너 입은 왜 달고 다니냐? 내 말 씹냐? 니가 우리 동우 오빠랑 같이 교환일기 쓰는 호구새끼냐고. 엉?" "아 쪼끄만게 못하는 말이 없네. 너 이러는거 동우가 아냐?" "뇌가 없냐? 이런 모습을 우리 천사 같은 동우 오빠한테 보여주게? 존나 짜증나네. 어디서 그지 같은게 굴러들어와서. 아 맘에 안들어. 니가 뭔데 우리 동우 오빠랑 교환 일기를 쓰는데! 아 빡쳐! 나도 못해본걸 니가 해?"
평생 이렇게 어이가 없었던 적이 없었던 호원은 입을 벌리고 시건방진 표정으로 자신을 야리는 꽃잎을 쳐다봤다. 뭐 이런게 다 있어? 존나 얘야 말로 개일진 아니야? 친구와 우정의 표시로 교환 일기를 작성한다는 이유로 그지 호구 새끼로 매도 당해버린 호원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기분을 뼈저리게 느꼈다. 1초, 2초, 3초. 길지 않은 정적이 흘렀고, 병적인 브라더 콤플렉스를 있는 힘껏 뽐내고 있는 조그맣지만 과격한 생물체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호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동우가 들어가 있던 화장실 문이 열렸고 꽃잎은 이에 호원만 들을 수 있는 크기로 빠르게 속삭였다. 고자 되기 싫으면 행동 처신 잘하고 다녀라. 나 태권도 유단자다. 발차기 한 방이면 넌 그냥. 남자로써의 정체성까지 위협하는 저 목소리는 호러 영화 속의 귀신의 협박보다도 무서웠다. 원인 모를 한기에 몸을 떨고 있는 호원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해맑게 등장한 동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호원아, 추워? 보일러 틀어줄까? 얼른 방으로 들어가자며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동우에게 힘없이 끌려가던 호원은 계단 위로 올라가던 중 아직도 1층에 우두커니 남아있는 꽃잎과 눈을 마주쳤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주술사 같은 화장을 하고 아이라인의 힘까지 빌려 온몸으로 아윌킬유를 외치고 있는 듯 모습에 호원은 동우의 집에서 처음으로 보내는 1박 2일이 왠지 길게 느껴질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See bird. 오빠 밖에 모르는 중딩 일진의 저주라니. 누가 나 좀 사,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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