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Know Your Name
W.꿀피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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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은 지금 이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쌀쌀 하지도 않은 초여름의 날씨와 약간의 술기운이 가미된 몽롱한 정신이 자신의 어깨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근덕 거리고 있는 여자를 밀어내지 않고 더 끌어안게 만들고 있었다. 어두운 밤 거리에 비교 되며 반짝 거리는 눈부신 네온사인을 보며 걷던 우현의 시야에 붉게 빛나며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간판이 보였고 우현은 입안 가득히 머금고 있던 담배 연기를 여자의 얼굴에 내 뱉었다. 여자는 웃었고 우현도 웃었다. 교복 차림의 두 남녀가 당당히 모텔 안으로 들어서도 인상을 찌푸리며 쫒아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환하게 미소를 짓고 방키를 건내며 " 즐거운 시간 되세요. " 라는 영업용 멘트만 지껄일 뿐 이었다. 방키를 받은 우현이 계단을 향해 걸음을 돌리자 여자가 " 어? 김성규 아니야? " 하며 우현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 김성규가 이런데 올리가 없잖아. "
대충 여자의 말에 대꾸를 해주며 다시 걸음을 옮기려고 하던 우현이 여자가 가르킨 남자를 쳐다 보았다. 평소의 김성규와 너무 다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단정한 교복을 입고 차분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 하는 김성규와 달리 그 남자는 색기가 넘치는 얼굴과 약간의 펌이 들어간 머리를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옷차림은 남우현이 아는 김성규가 절대 입을수도 없고 입을리도 없는 그런 옷차림 이었다. 그런데 얼굴이 살짝 닮은것도 같아 그 남자 에게 시선을 고정 했다. 여자가 재촉 하며 우현을 잡아 당기자 우현은 마지 못해 시선을 떼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옆에 달라붙은 여자를 끌어안고 걷다가 다시 뒤를 돌아 그 남자를 쳐다 보던 우현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중년의 남성에 품에 안기다 싶이 걸어가고 있는 그 남자와.
*
" 아… 머리야. "
어질 어질한 머리를 두어번 털은 우현이 침대 에서 일어나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는 교복을 주워 입었다. 시간을 보자 학교에 지각할 시간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몸 에서 풍기는 술 냄새 하며 등교를 모텔 에서 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해 괜히 짜증이 나는 우현 이었다. 아직도 잠 들어 있는 여자를 무표정 하게 한번 쳐다본 우현은 기지개를 켜며 모텔을 빠져 나왔다.
하품을 길게 내뱉으면서 교문을 통과 하는 우현을 불러 세우는 소리에 우현이 소리가 난 쪽 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 같으면 씹고 잡으러 오던가 말던가 신경 안썼었지만 성규의 모습에 순순히 부르는 쪽 으로 걸어 갔다. 전교 1등 이면서 선도부인 토 나올 정도로 바른생활의 표본인 김성규가 어제 모텔 에서 뚱뚱한 중년 남성의 품에 안겨 있었다는건 말이 안됬다.
" 명찰이 없네. 학번, 이름. "
성규의 간단한 말에 우현이 입을 열고 대답을 하려다 하복 셔츠 윗 단추가 풀린 하얀 성규의 목덜미 사이에 시선이 멈췄다. 하얀 피부와 대조가 되는 붉은 자국. 우현은 " 빨리 말해. " 하며 말하는 성규의 얼굴을 보며 어제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자 겹쳤다. 어제의 그 남자와 지금의 성규가. 그러자 어이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제 그 남자가 진짜 김성규야? 하는 생각을 하며 우현이 성규의 셔츠 카라깃을 매만졌다. 성규가 미간을 좁히며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우현이 마른 입술을 혀로 핥으며 입을 열었다.
" 어제 인피닛 모텔에 있었죠. "
" …… 무슨…, "
" 형, 어제 나 봤는데 왜 모른척 해요. "
우현의 말에 볼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며 성규는 우현을 쳐다 보았다.
" 그냥 닮은줄 알았는데 이렇게 대놓고 티 내면 딱 알잖아요. "
" ……. "
" 의외네요. 20608 남우현. 적던가 말던가 그건 형이 알아서 해요. "
매만지고 있던 카라깃을 내려놓은 우현이 돌아서 가려는데 성규가 우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우현이 입꼬리를 끌어 당기며 웃었고 성규는 부들 거리며 떨리는 입술을 물다가 떨어지지 않으려는 입술을 열었다.
" … 비밀로 해줘. "
" 네? 뭐, 비밀로 해주는건 쉬운데… 맨 입 으로? "
" …… 뭘 바라는데. "
" 앞으로 명찰 안달고 올껀데… 그래도 되죠? "
" ……. "
"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해요. 그럼 비밀 지켜 줄테니까. "
우현의 말에 성규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 였다. 볼펜을 붙잡고 있는 성규의 손에 땀이 찼고 우현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