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Know Your Name
W.꿀피닛
02
오랜만에 버스를 탄다며 엉덩이를 들썩 거리는 성열이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 성열의 교복 뒷덜미를 잡아 당긴 우현이 불만 있다는 표정 으로 성열을 쳐다 보았다. 우현이 잡은 손을 때리며 아잌 거리는 성열은 아까 전 보다 더 산만해 보였다.
" 무슨 술 하나 마시러 버스를 타고 가. "
" 야. 요새 학주가 주변 술 집 뒤지고 다니는거 모르냐? 눈치 보면서 찌질이 같이 마시고 싶지 않으면 우리가 알아서 피해야지. "
" 귀찮게. "
" 여자랑 자려고 옆 동네 가는 놈 이 말이 많아. "
" 뭐? "
" 형님이 물 좋은데 알아놨으니까 까칠 하게 굴지 말고 가셩. "
우현의 손 아귀 에서 벗어난 성열이 다시 창문에 고개를 내밀었다가 위험 하다는 버스 기사의 말에 궁시렁 거리며 소심 하게 손만 빼꼼히 내밀 었다.
*
버스를 내려 들어간 술 집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대 다수 였다. 초 저녁인 시간 에도 불구 하고 북적 거리는 가게 안 에서 성열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중앙에 있는 테이블로 걸어 갔다. 이미 여자, 남자 많이 섞여 있는 테이블 위 에는 술병이 일렬로 나란히 많이도 놓여져 있었다. 성열은 제일 이뻐 보이는 여학생 옆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었고 우현은 그냥 남은 자리에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별로 흥미가 없었다. 술은 좋은데 여자의 유흥은 끌리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김성규가 계속 생각이 났다. 그냥 일종의 신선한 충격이 이렇게 여운을 남길지 몰랐다. 나름 강심장 이라고 생각 했는데.
" 그 날 나 혼자 두고 학교 가는게 어디 있어. "
생각에 잠긴 우현의 귀로 뾰루퉁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하고 고개를 돌리자 김성규가 있던 모텔에 갔던 날 잤던 여자 였다.
" 나 진짜 섭섭 했는데. "
" 그래. "
시원찮은 우현의 대답에 여자가 재미 없는듯 자리를 옮겼다. 우현은 다시 생각을 했다. 단정한 학교의 김성규와 모텔 에서 보았던 야한 김성규를. 자신도 학생 이라는 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돌아다니지만 김성규의 행동은 그냥 거부감이 들었다. 셔틀 처럼 부려 먹어도 별로 흥미가 없는데 그 날의 김성규를 떠올리면 묘한 감정이 들었다. 원래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본다는것이 이런 건가. 아, 몰라. 어울리지도 않는 괜한 깊은 생각을 했다고 느낄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니다. 낯설은 얼굴 이었다.
" 김성규? "
작게 내 뱉어진 말을 들은것인지 성규의 고개가 우현을 향해 돌려 졌다. 순간 우현과 눈이 마주친 성규의 표정이 놀란 얼굴로 바뀌며 가게를 도망치듯 빠르게 빠져 나왔다. 우현도 몸을 일으켜 성규를 따라갔다. 걸음이 느린 성규를 쉽게 붙잡은 우현이 성규를 쳐다 보았다. 그 때의 그 모습 이었다. 안 어울린다.
" 형도 술 마시러 왔어요? "
아니 라는걸 뻔히 알면서 물어 보는 우현의 얼굴을 노려본 성규가 붙잡힌 손목을 비틀 었지만 빠지지 않았다.
" 참견 하지마. 내가 니 셔틀 노릇 하는 대신 눈감아 준다고 했잖아. "
" 입만 다문 다고 했는데. "
우현의 말에 성규가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내었다. " 나랑 장난해? " 여전히 까칠한 모습 이지만 달랐다. 교복을 입은 김성규 보다 더 괴롭 히고 싶은 모습 이었다. 괜히 입술이 바짝 바짝 마르는 우현 이었다.
" 거기서 뭐해. 안 와서 나와 봤더ㄴ… 뭐야. 이 고삐리는. "
성규의 옆에 다가선 남자를 향해 시선을 던진 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런 늙다리 한테 몸을 파는게 좋을까. 순간 왜 김성규가 몸을 파는지 궁금 해졌다.
" 당신이 자려는 김성규도 고삐리 거든? "
우현이 내뱉은 말에 성규가 주먹을 날렸다. 순간적 으로 돌아간 고개에 우현이 뻐근한 턱을 매만지며 성규를 쳐다 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남자는 그냥 눈치를 보며 사라졌고 성규가 거칠게 잡힌 자신의 손목을 빼내 었다.
" 내 이름 함부로 말 하지마. "
화가난 얼굴로 어금니를 악 물고 말하는 성규는 우현 에게 하나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이 늘어 날 뿐 이었다. 단순 하게 말하면 흥미로웠다.
" 나 때문에 오늘 일 놓친거면. "
" ……. "
" 나랑 잘래요? 돈 줄게. "
우뚝 성규의 걸음이 멈추었고 우현은 터진 입꼬리를 올렸다.
" 늙은이 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꺼 같은데. "
우뚝 멈춰진 성규의 걸음이 다시 움직 이면서 자리를 빠져 나갔다. 우현은 웃었다. 남자는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 물론 진짜로 성규와 잘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재미 있었다. 김성규를 셔틀로 부려먹는거 말고 이렇게 약점을 찌르면서 괴롭히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