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O (solo) - Beautiful
"준비는 잘 되어가요?"
"응. 그런데 니가 좀 도와줘야겠어."
"제가요?"
경수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계획을 천천히 경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내 설명에 경수가 관심을 보인다.
다행히 경수의 도움은 흔쾌히 받을 수 있어보인다.
그렇다. 나는 오늘 저녁 징어씨에게 프로포즈할 계획이다.
"그래서 저는 뭘 해야하는 건데요?"
"간단해. 징어씨를 여기로 좀 데려와줄 수 있겠어?"
"정말 간단하네요."
경수가 믿음직하게 대답을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워낙 일을 잘하는 녀석이니 이번 일도 무사히 해주겠지?
경수의 뒷모습이 매우 든든해 보인다.
혹시나해서 전화를 걸어 다시 꼼꼼하게 확인까지 했다.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 온 일이다.
하나라도 빠지면 안되니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오전에 나가 샵에 들러 주문해놓은 반지도 받아야하고,
먼저 장소에 가서 확인도 해야하니 오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갈 것 같다.
오늘 프로포즈가 실패하면 집에 돌아가 어머니를 뵐 면목도 없으니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
어머니는 항상 감이 좋으셨다.
그 감으로 사장자리에도 오르셨을 정도니까.
그런 어머니의 감은 오늘 아침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아침부터 아들방에 웃으시며 들어오는 어머니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아들~"
"네."
"오늘 뭐할거야?"
"네?"
"저녁에 약속 있어?"
"네. 왜요?"
"그럴 줄 알았어. 징어랑?"
"... 네."
"날이구나~"
"?"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방에서 나가셨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되새겨봐도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출근준비를 하고 마트에 출근하고나니 어머니께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아들! 며느리 꼭 얻어와야해~ 징어한테 거절당하고 오면 아들 안시켜줄거야.
문자 내용에 당황스럽다가도 묘하게 날이 선 긴장감이 '탁'하고 풀어지는 느낌이다.
제 성격을 알고서 일부러 보내신거겠지.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며 볼을 두어번 철썩철썩 때리며 긴장감을 다스려본다.
***
반지를 받아 확인하고나니 진짜 드디어 때가 왔구나 싶다.
반짝이는 반지를 건네주는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거 받으시는 분 정말 행복하겠어요~"
직원의 말에 그저 웃으면서 무덤덤하게 "그랬으면 좋겠네요."하고 대답했다.
근데 돌아서자마자 심장이 미친듯이 떨린다.
이걸 손에 끼고 행복해하는 징어씨의 모습을 상상하니까 너무 떨린다.
정말 행복해하면 좋을텐데...
예약해놓은 곳으로 차를 몰아가는 내내 반지를 몇번이고 확인한 것 같다.
차에서 내릴 땐 조심스럽게 자켓 안주머니에 넣고 내린 난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아직 마트입니다.]
"징어씨는?"
[지금 정산 중이에요.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말해놨어요.]
"흔쾌히 받아들였어?"
[네. 그러던데요?]
"이런.. 이것도 질투가 나네."
[형..?]
"아니, 부탁할게. 들어오기 전에 문자 한통 넣고"
[네. 그럴게요]
전화를 끊고나서 헛웃음을 흘렸다.
나참, 이것도 병인가? 그것도 중증이다.
징어씨가 경수의 제안을 쉽게 승낙해준 것에 왜 질투가 나는지 모르겠다.
카페 안에 들어서니 지배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지배인이 고개를 숙여 고객에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공과 사 확실한데?"
"물론이지. 그나저나 왜 혼자야?"
"아, 따로 올거야."
"뭐야? 계획이 바뀐거야?"
"응. 그래서 말인데..."
친구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다.
지배인도 준면의 친구였기에 일을 진행함에 있어 훨씬 수월했다.
카페를 꾸며주는 것도 친구들이 먼저 나서 맡겨달라고 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본지도 오래됐는데 흔쾌히 도움의 손을 내밀어주니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기가막힌 모양이다.
크게 변한건 없지만 그래도 친구들에게 바뀐 계획을 말해주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부탁까지 했다.
친구는 역시나 기분 좋게 허락해주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들어올 때부터 친구들이 꾸며놓은 레스토랑 안을 슥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수놓인 듯 떨어진 장미꽃잎들과 아늑한 조명 우아하게 꾸며진 테이블까지 완벽하다.
둘이서 하려면 꽤 고생했을 것 같다.
나중에 꼭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
떨리는 마음으로 앉아있으니 경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곧 도착할 거라고.
서둘러 일어나 나는 마련된 무대 옆으로 이동했다.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경수와 징어씨가 안으로 들어서 하는 얘기가 들려온다.
"경수씨, 여기 비싼데 아니에요?"
"네. 맞아요."
"부담스러운데.."
"괜찮아요. 제가 내는 것도 아닌데."
"네?"
경수가 하하- 웃으며 하는 말에 괜히 움찔거렸다.
경수와 징어씨가 안까지 들어왔는지 두사람의 입에서 놀라움이 튀어나온다.
징어씨가 경수에게 이게 다 뭐냐고, 어떻게 된거냐며 묻지만 경수는 어깨만 으쓱거리며 징어씨가 앉을 의자를 빼주는게 보인다.
이거 잘못하면 경수가 프로포즈하려는 줄 알겠다.
순간 몸을 돌린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경수는 징어씨 뒤에서 엄지를 들어보인 후 화장실에 갔다온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오지도 않을 경수를 기다리는 징어씨를 슬쩍 바라보았다.
레스토랑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귀엽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손가락을 튕겨 친구에게 신호를 보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테이블의 촛불과 무대 위에 은은한 불빛만이 환히 빛난다.
뚜벅뚜벅 걸어 무대 위로 올라가 징어씨를 바라보니 눈이 커진 그녀가 보인다.
"준면씨...?"
"어서와요, 징어씨."
그녀의 턱이 쩍 벌어졌다.
너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민망해진다.
더 민망해지기 전에 다시 친구에게 신호를 보냈고 레스토랑 안에는 음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꼭 쥔 채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징어씨를 보며 웃었다.
아직도 놀란 표정이었던 징어씨가 내 어색한 웃음에 따라 웃는다.
그제야 조금 편안해진 마음에 작게 숨을 내쉬고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가 노래를 불렀다.
[네가 내려와
지친 하루에 작은 소년의 기도 간절함이 닿아
색깔 향기 소리 없는 내 맘
스며들어 점점
비 갠 후에 투명한 거리의 색
그 싱그러움 닮은 나의 여신]
그녀를 생각하면서 수도 없이 되새긴 마음이었다.
아름다운 가사가 너무도 그녀와 잘 어울렸다.
이 노래를 통해 나의 마음이 그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온 정성을 다해 한소절씩 리듬에 던진다.
[Beautiful Beautiful 너의 목소린 멜로디
OOh you Beautiful Beautiful 오묘한 빛을 따라가
OOh you Beautiful Beautiful 신화 속 어느 별보다
OOh you Beautiful Beautiful 이토록 찬란하다 너]
노래를 부르며 징어씨와의 추억을 더듬어보았다.
하나같이 정말 눈이 부신 기억들.
오묘하게 빛나는 기억들이 모여 이제는 그 어떤 기억보다 찬란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찬란한 것은 오징어씨, 당신이야..
천천히 발걸을을 떼며 징어씨에게 다가갔다.
징어씨의 맑은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친다. 오로지 나만이.
더욱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래를 계속 불렀다.
[Beautiful Beautiful
천국의 문을 열어줘 (나만 허락해 줘)
OOh you Beautiful OOh you Beautiful
환희에 젖어 드는 눈 (빠져 들어가 네 안에 오롯이)
OOh you Beautiful OOh you Beautiful
시간도 잠도 잊은 채 (나를 잊은 채 yeah)
OOh you Beautiful OOh you Beautiful
영원히 너란 꿈을 꿔]
노래가 끝나는 순간에 맞춰 무릎을 꿇고 징어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이 떨려 창피하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아준 징어씨의 손은 엄청 따뜻하다.
징어씨를 일으켜 무대 위로 올라가니 수줍게 볼을 붉힌다.
"준면씨, 이게 도대체.."
"정말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네?"
"저 지금부터 징어씨한테 프로포즈 할겁니다."
"네?!"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요."
"..."
무대 중앙에 의자를 가져와 징어씨를 앉혔다.
그리고 다시 그 앞에 한 쪽 무릎을 꿇는다.
징어씨가 화들짝 놀랐지만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어제 열심히 써서 외워둔 편지내용을 읊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한마디, 한마디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사실 몇군데 틀려 다른 말까지 해버렸다.
그래도 꿋꿋하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한 것 같다.
"징어씨... 정말 사랑합니다.
앞으로 남은 수없이 많은 날들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항상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생활을 하면서 같이 늙어가고 싶네요.
당신과 평생 하고 싶다는 말이에요.
내 진심을 더이상 어떻게 멋있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5년, 10년, 50년이 지나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용기를 가지고 말해보려 합니다."
잠시 여운을 두고 징어씨를 바라보았다.
이미 눈가가 촉촉해진 징어씨의 얼굴에 나까지 울컥해버렸다.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까 황급히 고개를 숙여 품속에 고이 간직해두었던 반지케이스를 꺼낸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오로지 반지만이 조명아래 놓였다.
덕분에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징어씨도 지금 이 순간을 피부 전체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징어씨, 나랑 결혼해줄래요?"
"..."
징어씨의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의 기분이란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아주 잠시였지만 징어씨가 거절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 들고있던 반지케이스가 갑자기 천톤이 넘는 쇳덩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주 미세하게 떨리며 징어씨의 입에서 대답이 나온 순간 모든 긴장감이 탁 풀려 무릎꿇고 있길 다행이다 생각했다.
"네..."
대답과 함께 징어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니 그녀가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올린다.
내 손을 두손으로 꼭 쥐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갔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지...
하지만 지금부터 지켜주기로 했으니 더이상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고 광대를 따라 흐르는 눈물을 입술로 훔친다.
그녀가 움찔거리며 놀란 탓에 울음을 멈췄다.
"준면씨, 왜 그걸.."
"울지마요. 내가 징어씨 미소 좋아하는거 알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웃어줘요."
"... 네."
그제야 눈물을 훔치며 베시시 웃는 징어씨의 모습에 손을 꼭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천천히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녀의 희고 긴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가 유난히도 빛난다.
징어씨가 반지를 빤히 내려다보다 보석에 입을 맞춘다.
너무 아름답다...
"너무 이뻐요..."
"징어씨가 더 이뻐요."
"고마워요.. 나 좋아해줘서.. 사랑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징어씨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왔다.
표정도 너무 벅찬 듯이 한마디씩 천천히 하는 그녀의 표정에 나까지 벅차오른다.
"나도.. 사랑해요. 준면씨..."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들은 사랑고백..
그 한마디로 인해 오늘 난 전부를 가졌다.
사랑합니다. 오징어씨.
평생 당신을 사랑할 것 입니다.
나와 함께 해주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
달리는 자동차 안, 징어씨의 손을 꼭 쥔 채 운전을 한다.
옆에서 자꾸 오늘 자기 어떠냐고 묻는 그녀에게 몇번이고 한결같이 대답해주었다.
"다시 반할만큼 정말 이뻐요."
하지만 그녀가 매번 똑같은 답을 해준다면서 습관처럼 하는 말 아니냐고 투덜거린다.
"그럼 징어씨가 습관처럼 이쁜가보죠."
"... 하여튼 준면씨.. 엄청 능글맞아졌다니까..."
"헤헤"
징어씨가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본다.
그래도 사실인걸요.
지금 징어씨와 함께 상견례에 가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들들 볶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어찌나 징어씨를 좋아하시는지. 아들상견례가 아니라 딸 보러 가는 엄마 같으셨다.
물론 어머니가 징어씨를 좋아하는 건 좋지만 이러다 매일 어머니한테 잡혀 정작 나는 얼굴도 못보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어머니~"
부모님들이 이미 먼저 와계셨다.
징어씨가 들어가자마자 어머니께 안기자 징어씨의 어머님이 투덜거리신다.
그 모습이 징어씨와 닮아 웃음이 난다.
그래서 나는 징어씨의 어머님께 안겼다.
"어머님, 저 왔습니다."
어머님께서 아들처럼 맞아주시니 분위기가 너무 따스하고 좋다.
결혼 얘기는 술술 진행이 되었다.
결혼식부터 혼수, 예물까지 최대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징어씨의 바람이기도 했다.
어머님들은 서로 아쉬워하면서 완벽하게 하고 싶어하셨지만 징어씨의 뜻은 확고했다.
나 역시 징어씨의 뜻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으니 결국 두분도 포기하신 듯 하다.
"그래도 웨딩드레스는 제일 비싼걸로 해줄거야!"
"어머니.."
"이건 절대 양보 못한다?"
어머니가 아이처럼 주장하자 징어씨도 이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사실 나도 징어씨가 너무 간소화시키는 것 같아 드레스라도 좋은 걸 입히고 싶었다.
"드레스 보러 언제 갈까요?"
"네?"
"시간 비워놓으려고요."
"아, 안그래도 돼요!"
"?"
"드레스 어머니랑 보러갈꺼거든요~"
"..."
원래 드레스는 신랑신부가 따로 보는건가..?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나는 원래 그런건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왜 안갔냐는 지인들의 말에 아직도 두고두고 땅을 치는 일이다...
식사하기도 전에 결혼에 관한 얘기가 다 끝나자 부모님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셨다.
사이가 좋아보이는 모습에 징어씨도 나도 눈을 마주치곤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저렇게 신나하시는 모습도 참 오랜만이다.
징어씨도 어머님이 모처럼 서울에 올라와 좋은 추억 만드시고 가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우리의 결혼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정말 행복하다.
***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에 올랐다.
괜히 먼 곳으로 정해 징어씨가 피곤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니나다를까 결혼식이 고됐었는지 비행기가 뜨자마자 눈을 감고 잠들어버린 징어씨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지 않게 창문을 꼼꼼하게 닫아주고 담요를 덥어주었다.
살랑이면서 눈가를 움직이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나니 아기처럼 뽀얀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볼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춘다.
"잘자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자 선선한 바람이 우리들의 볼을 간지럽힌다.
징어씨가 감탄하며 환하게 웃으니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온 보람을 느낀다.
징어씨가 먼저 나를 이끌며 앞장섰다.
모처럼의 여행을 잔뜩 기대한 모양이다.
물론 여기서도 많은 것들을 준비해놓았다.
그녀가 최고의 신혼여행이었다며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
대망의 첫날밤.
그녀와 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
"..."
촛불과 와인으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른 방에서 좀처럼 긴장이 풀어지지 않는다.
침대 각 양 끝에 자리잡고 앉은 우리는 서로 벽만 바라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징어씨..?"
"네,네?"
말까지 더듬으며 긴장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다가가야할 듯 싶다.
몸을 틀어 징어씨를 바라보려던 그 때 난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 징어씨.."
"저.. 기.. 그러니까.."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그녀의 과감함에 잠시 멍해졌다.
쪽 소리까지 나며 잠시 붙었다 떨어진 입술에 넋까지 나갔다.
와... 이거 장난아닌데...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른 것 같다.
내 반응에 징어씨도 얼굴을 붉히는 바람에 풉, 웃음이 나온다.
"징어씨가 먼저 다가와줄은 몰랐는데..."
"아.. 음.. 백현이가.."
"백현이?"
"백현이가 이렇게 하라고... 또 있어요... 잠시만요..."
"?"
백현이 도대체 뭘 가르친건지..
갑자기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베베 꼬며 유혹을 하는 자태에 할말을 잃었다.
백현아.. 속으로 백현의 이름을 아련하게 불러대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징어씨는 그게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줄 알았나보다.
시무룩하게 다시 털썩 앉아 백현이를 욕하는 걸 보니..
"백현이한테 무슨 선물을 해줘야 할까요?"
"네?"
"덕분에 이런 깜찍한 것도 봤으니까. 그럼 이제 제 차례 맞죠?"
백현의 도움과 징어씨의 용기에 나도 자신감을 갖고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
졸지에 내 밑에 눕혀진 징어씨가 내게 손목을 붙잡혀 얼굴을 가리지도 못하고 눈동자만 바쁘게 굴린다.
그녀의 얼굴에 열심히 뽀뽀를 하다가 입을 맞대고 진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우리의 첫날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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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승꺄꺄 / 큥 / 하트 / 매력 / 메론빵
큥큥큥큥 / 모카 / 에쏘 / 용용 / 종대맛춥파츕스
슈웹스 / 엑소영 / 보시엔 / 피터걸 / 배터리
마지심슨 / 핑꾸색 / 로운 / 페라리라이트 / 라임
브릴리언트 / 허니밀크 / 됴큥 / 총총 / 디유
뽀조개 / 낯선이 / 크림치즈 / 하루 / 세젤빛
손가락근육 / 판다 / 테라피 / 잔망스러워 / 라됴
츤데레 / 괴도루팡 / 오늘 / 썬또 / 조니니
텐텐 / 니찡 / 양양 / 규야 / 성장통
라떼 / 청포도 / 씽씽카 / 신데렐라
드디어 한개 남았네요!
준면이편... 생각보다 달달하지 않아서 당황당황..
그래도 난 쓰면서 설렘사를 할 뻔 했다는... ㅎ
무엇보다 준면이 뷰티풀... 너무 조화 ㅠ
꼭 브금으로 한번 쓰고말테다 했는데
준면이 엔딩 브금으로 쓸 줄이야.. ㅋㅋㅋ
눈이 아니라 귀만이라도 녹으시라고!!
이제 라스트 한개 남겨놓고 도키도키하네요!
그럼 저는 다음 민석엔딩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