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일어났다.
지각이면 벌점이지만 나는 벌점 같은 거 신경 안써도 된다. 왜냐면 대학을 안 갈꺼니까.
못 가는 거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러면 내가 더 초라해 지니까 그냥 '안' 간다는 걸로 할란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뒷문을 열자 선생님과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선생님도 나인 걸 확인한 후 아무 말도 없이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자 곧 다른아이들도 칠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딱 하나 빼고,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남우현. 남우현이 또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남우현의 시선만으로도 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또 어떤 이유로 나를 때릴 지 궁금하다.
책을 꺼내지도 않은 채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공부에 관심 없는것도, 대학에 가지 않을 것도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알고 있었으니까. 자려고 엎드린 게 아니다. 남우현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 엎드렸다.
내 마음과 달리 수업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수업 끝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모두 우르르 나가 떠들거나 매점으로 내려갔다.
교실에는 나와 남우현 단 둘 뿐이었다.
토 할 것 같아.
남우현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나에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남우현이 날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는 내 옆자리에 앉아서 턱을 괴고 나를 또 빤히 바라본다. 정말로, 구역질 난다.
그리곤 웃는 얼굴로 나에게 또 수치스러운 말들을 아무렇지않게 내뱉는다. 웃는 얼굴로.
" 성규야, 누구랑 뒹굴었길래 이렇게 늦게 와. "
" 너 걸레인건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늦으면 안돼지. "
" 넌 학생이잖아. 성규야. "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누구랑 뒹굴지도 않았고 걸레도 아닌데. 내가 어쨰서 남우현에게 그딴 말들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숙이고 고개만 끄덕였다. 남우현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리곤 질질 끌어 교실 밖으로 나왔다.
애들이 또 웅성거리며 나와 남우현의 주위를 둘러쌌다.
" 시발년아. 내가 학교에 늦지 말라고 했잖아. "
그리고는 나를 쳤다. 정말로 만화에서 나오는 효과음 처럼 퍽 소리가 났다. 머리가 어질거리고 핑 돌았다.
맨날 맞는 주먹인데 오늘따라 왜이리 아프고 서러운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더 웅성거렸다. 이러면 선생님 오는데.
하지만 웅성거림의 주인공이 남우현이라면 선생님들은 그만해라, 한마디만 남기고 다시 돌아간다.
남우현은 나를 복도에 눕히고 미친듯이 때렸다. 코피가 터져 내 볼을 타고 줄줄 흘렀다. 입술과 입안은 벌써 터졌다.
쉬는시간이 끝날 때 까지 맞았다. 쉬는 시간 종이 치자 언제나 그랬듯이 남우현은 내 바로 옆에 침을 뱉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난 애들이 다 들어가고 나서야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코피가 굳어 볼에 흉하게 붙어있었다. 문질러도 잘 떨어지지 않아
손톱으로 긁어냈다. 긁어낸 부분이 붉게 부어있었다. 볼을 닦는 내내 코피는 계속해서 흘렀다.
코피가 멈출 때 까지 화장실에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