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마무리는 침 뱉기. 남우현과 아이들은 내 몸 주위에 침을 뱉고는 옥상을 빠져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옥상에 불었다. 하늘이 오늘따라 시원하고 맑고 깨끗했다.
나는 이렇게 더럽게 바닥에 뒹굴고나 있는데 하늘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깨끗하다.
괜히 화가난다.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해봤자 맞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 그렇게 몇 분동안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었다.
학교 같은 거 다니고 싶지 않지만 알바같은 것도 고졸부터 받아주니 돈이라도 벌려면 졸업은 해야된다.
좆같은 세상. 학력이 뭐가 중요하다고. 학력이 존나 뛰어나도 인간성이 거지같은 새끼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수두룩한데.
그 중 하나가 남우현이지. 아버지의 힘으로 분명 대학도 좋은 곳에 들어갈 것이다.
돈이면 되니까. 이럴 땐 남우현이 부러웠다. 아주, 아주 조금.
수업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점심시간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우르르, 아이들이 뛰어대는 소리가 작지만 옥상까지 들렸다.
이제 슬슬 내려가야겠다. 점심시간이 나의 유일한 쉬는 시간이었다.
나에겐 쉬는 시간은 없다. 내 쉬는 시간은 남우현에게 맞는 시간이니까.
교실로 내려가 내 자리에 앉았다. 텅 빈 교실에 혼자 있는게 쓸쓸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게 제일 편하다.
나를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사람이 없단 게 제일 좋은 점이다. 그니까, 남우현이 없는 게 제일 좋다고.
책상에 엎드리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언제 남우현이 와서 나에게 무슨 짓을 하고, 나에게 어떤 창피를 줄 지 모르니까.
덜 당하려면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된다. 그렇다고 해서 안맞는 건 아니지만.
삼십분 쯤 지났을려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들어왔다.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남우현의 목소리도 끼어있었다.
남우현과 아이들이 내 자리로 걸어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남우현의 목소리.
" 야, 뿌려. "
차가운 물이 그대로 나에게 쏟아졌다. 거기다가 냄새까지. 내가 맞는 것 보단 걸레 빤 물 세례 받는게 더 낫다고 했지만
또 막상 당해보니 이것도 맞는 것 못지 않게 기분 장난 아니네.
" 성규야. 일어나 봐. "
" 이 시발년아, 일어나 보라고. "
그리고는 내 책상을 발로 툭툭 건들인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 들자마자 남우현은 내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
교실 뒷쪽에다가 내팽겨쳤다. 사물함에 머리를 부딪혔다. 얼얼함이 온몸을 감쌌다.
남우현은 바닥에 널부러진 나의 머리채를 다시 잡더니 그대로 내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 이, 시발, 좆 같은, 년이. "
이번에는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주변도 아닌 내 얼굴에. 침은 정확히 내 눈 바로 아래에 떨어졌다.
그리곤 주르륵, 흘렀다.
" 더럽지? 난 네가 더 더러워. 그니까 좀 뒤져 샹년아. "
그리고는 이번에는 발길질이다. 나를 보지도 않고 그냥 되는대로 발을 내리 꽂았다. 근데 또 그게 정확하게 내 상체 쪽에 꽂힌다.
가슴과 배에 발길질을 당할때 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숨을 쉬려고 하면 또 그새 발이 들어와서 어떻게 쉴 수도 없다.
아, 숨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