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데렐라."
요즘따라 빵이 자꾸 나더러 김데렐라라고 부른다. 별 신경도 안 썼었는데 요즘따라 부쩍 심해진 것 같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는 정대현도 요즘에 김데렐라, 김데렐라 하고 부르는데 그게 빵이 부르는거랑 다르게 기분이 더럽게 나빴다. 그래도 티도 못내고 그냥 있었는데 빵이 갑자기 오더니
"다른 사람이 김데렐라라고 부르면 하지 말라고 해."
"…네?"
"다른 사람이 하면 더 기분 나쁘잖아, 그치?"
하고 말했다. 솔직히 저 말 했을때 소름돋았었다. 진짜로 얼굴에 티가 다 나나? 방용국은 그 말을 하고는 저번에 준 커피를 또 다시 줬다. 이번에는 웃음을 짓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아주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방용국이 웃었다. 저번처럼 웃었다. 깜짝 놀랐다. 방용국은 웃는 채로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었다.
"…야, 김힘찬."
"…어!?"
"너 침나오겠다?"
정대현은 분위기 깨는 데 뭐 있나 보다. 정대현을 쏘아보고는 괜히 커피를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
'그러니까 괜히 나 싫어하는 티 굳이 내지 않아도 돼.'
집에 돌아갈 때, 그날 방용국이 한 말이 뜬금없이 머릿속에 괜히 멤돌았다. 그 목소리도, 그 얼굴도, 그 말투도 그대로 기억났다. …왜 말을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싶었다. 그리고 또, 내가 정말로 방용국을 싫어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사람이 들으면 무슨 그런 의문이 있냐 하겠지만 사실이었다.
'힘찬아, 이번에는 인어공주 이야기를 해 줄게. 옛날 옛날에, 바다 깊은 곳에 인어공주가 살고 있었어. 인어공주는 7자매중 막내였….'
어머니가 해 주던 인어공주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녀의 말이 단 하나도 잊혀지지 않고 그대로 기억났다.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 기억났다. 어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는 오래된 카세트에서 재생되는 카세트 테이프처럼 끊어지지 않고 계속 재생되었다. 그 목소리에 막 잠에 들려던 참에 문자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대현
오늘라스안보냐?
그러고보니 오늘 수요일이네…. 대충 안본다고 답장을 보내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하던 이야기가 다시 선명하게 들려왔다.
'힘찬아.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인어공주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해. 엄마는 힘찬이가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인어공주처럼 되는건 안돼. 알았지?'
그 순간, 방용국이 생각나면서 저번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방 팀장님."
"어?"
"…레포트요."
괜히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방용국은 레포트를 받아들고는 유심히 하나하나 읽어갔다. 저번에 그한테 받은 커피가 걸려서 그가 산 커피와 같은 커피를 하나 샀다. 커피를 집은 손에 땀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커피 때문에 한손으로만 방용국한테 레포트를 건내줬었다. 방용국이 조금 얼굴을 찡그리긴 했지만 저번처럼 쓸데없이 태클을 걸진 않았다. 레포트를 다 읽은 그가 잠시 얼굴을 다시 찡그리고는 이내 웃는 표정을 지었다.
"김데렐라."
"…네?"
"잘 했는데?"
"…네?!"
"잘 했다고.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만 해 와."
방용국이 그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대로 방용국이 건내준 레포트를 받고는 나갈 뻔했다. 막 나가려던 참에 손에 쥔 커피가 생각나 급하게 건내줬다. 방용국이 이건 뭐냐는 듯이 커피를 보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저번에 저한테 사주셨잖아요."
그 말을 하자마자 방용국이 잠시 처음 보는듯한 멍한 표정을 짓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저번보다 훨씬 더 환한 웃음으로. 깜짝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김힘찬, 고마워."
어쩌면, 나는 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
국력 흥해라!!!
(번외 필요하다고 하셔서...급하게 쓰느라 조금 그런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ㅠㅠ)
(+ 텍파...공유...합니다! 이메일 적어주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