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예고도 없이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하필 자신이 주번인 날에 비가 오자 말로 다 이룰 수 없는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 경수였다.
일부러 화를 돋우려고 비가 오는 것인지 마침 우산도 가져오지 않은 날에만 골라 알맞게 오고 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이 길로 곧장 뛰는 방법밖에 도무지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까진 10분. 잘만 뛰어가면 5분 안에 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종종 지각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뛰어보기로 한 경수는 가방을 작은 간이 우산 삼아 머리에 얹고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
첨벙첨벙.
크고 작은 물웅덩이들을 잽싸게 피해 가며 뛰어가고 있었다.
익숙한 골목을 돌아가던 중 어디선가 동물 새끼쯤 되는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웬만하면 지나가려 했으나 그 소리가 이상하게도 경수의 발목을 잡았다.
점차 세지는 빗소리에 소리가 작아져 갈수록 자신이 더욱 가봐야겠다는 확신이 들고 말았다.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몸집에 검은 고양이가 제풀에 지쳐 힘없이 울고 있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거 같아 고양이 곁에 쪼그려앉은 경수는 조심스레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호박색 눈을 가진 도도하게 생긴 고양이였다.
경수가 손을 가까이 뻗자 가만히 응시하기만 했다.
"오, 할퀴진 않네? 너 되게 착하다."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아 기분이 좋은 경수가 고양이의 목부분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에 보답하듯 가만히 눈을 감는 고양이였다.
귀여워. 키우고 싶다.
완전히 고양이에게 매료된 경수는 오로지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미 혼자 집에 갈 생각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어떻게든 고양이와 함께 집에 갈 생각만 궁리하고 있었다.
분명 동물을 싫어하는 엄마의 표정이 보지 않아도 눈앞에 훤했다.
하지만 자신이 키우고 싶다고 삼 일 동안만 각종 재롱과 특유의 애교 술법을 부린다면 할 수 없이 포기할 것을 약간은 장담하는 그였다.
그래 좋았어. 남자라면 일단 부딪쳐보는 거지.
"고양아 형이랑 집에 갈까?"
"야옹-"
두 손으로 고양이를 품에 안은 경수는 그 특유의 체온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잠시 더 이상 이곳에 서 시간을 허비하다간 고양이나 자신이나 감기에 걸려버릴 거 같았다.
자신이 감기에 걸리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고양이가 아픈 꼴을 보고 싶진 않았다.
살짝 열린 교복 사이에 고양이를 넣어 오른쪽 팔뚝으로 단단히 받치고
남은 한 손으로 두꺼비집 모양을 만들어 고양이가 젖지 않게 씌어주었다.(살짝 가린 정도가 더 가깝다고 한다.)
그리곤 처음 학교에서부터 집으로 달리던 것처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고양이와 함께 무엇을 할지 머릿속에 구상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앞으로 그들에게 무엇이 일어날진 예측하지 못한 채로.
+)엄.음..첨 써보는것인데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