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재업입니다!! 아마 저번에 보신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ㅎㅎ 무료로 올려둘게요!! 많이 수정됐지만 내용은 저번과 같아요!*
"아... 더워."
분명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날씨는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서 나와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운 날씨에 벌써 기진맥진이다.
결국 지나가다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랐다. 아니, 사실 두 개.
쌍쌍바 두 개 먹으면 아이스크림 네 개 먹는 기분 들겠지, 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아이스크림 하나를 뜯어 입에 물었다.
"아, 저."
단맛이 입에 퍼지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나지만 참 단순한 거 같다.
그런데 큰일이다. 무작정 두 개를 사긴 했는데, 이 날씨에 아이스크림 하나 녹는 건 시간 문제일 거 같다.
"저기."
"... 네?"
혼자 생각에 잠긴 채 걷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려 고개를 돌렸다.
누구지, 모르는 사람인데. 그러더니 내게 자신의 휴대폰을 내미는 거다. 나는 순간 벙쪄 그 사람을 쳐다보고는, 괜히 내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아, 저. 애인 있어서요..."
"아."
아니에요, 저도 죄송했습니다. 뻘쭘해진 상태로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순간 아차 싶었다. 여기 김재환이랑 약속한 장소 근처 아닌가.
근처도 아니고 바로 건너편이었다. 혹시 김재환이 본 건 아니겠지.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재환이 보기에 좋은 장면은 아니니까.
나는 괜히 마른침을 한 번 삼키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핸드폰을 만지는 중인 김재환을 발견했다. 다행이다, 나는 웃으며 김재환의 건너편에 앉았다.
김재환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고, 나를 보고는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왔어?"
"응. 핸드폰 보고 있었어?"
"응? 응."
그건 뭐야? 김재환은 내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과 막대 두 개를 보며 물었다.
"아, 오면서 덥길래 아이스크림 사 먹었어."
"그랬어? 나머지 하나는 내 거야?"
"아니, 나 먹으려고 산 건데."
김재환은 내 대답에 웃으며 자신의 손을 내민다. 막대를 달라는 건가.
"내가 버리면 되는데."
"뭘?"
"막대."
"아니, 막대 달라는 게 아니고. 손 줘."
잡고 싶어. 나는 웃으며 그제야 내 반대쪽 손을 내밀어 김재환의 손을 잡는다.
사실 나는 여름에 손을 잡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카페와 같은 시원한 곳은 괜찮다. 김재환도 그걸 알고 손을 잡고 싶다고 한 거 같고.
"너 손 따뜻하네."
"나 방금까지 밖에 있었으니까. 오늘 엄청 더워."
"진짜? 난 여기 계속 있어서 시원한데."
"자랑하는 거야?"
"아니, 계속 잡을 수 있으니까 좋아서."
노린 거지? 응.
오늘따라 손잡는 거 엄청 좋아하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았다. 아까 내가 서 있던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자리라서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아까 핸드폰 보고 있었다고 하니까,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김재환이 미리 주문해놓은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신다.
5년째 연애 중
김재환 없는 김재환 집.
며칠 전 내 자취방 에어컨이 고장 나 선풍기로 겨우 버텨보려 했지만,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집 자체도 시원한 편이 아니고.
결국 집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내다가, 어쩌다 내 사정을 알아버린 김재환은 더울 때 자신의 집에 오라며 나를 불렀다.
김재환 자취방은 천국 그 자체였다. 집 자체도 시원하고, 거기다 선풍기도 있으니. 어쩌다 보니 나의 아지트가 되었다.
오늘도 강의가 끝난 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김재환의 집으로 갔다.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른 뒤 들어가자마자 제일 시원한 자리를 찾아 바닥에 누웠다. 아, 살 것 같다.
그렇게 몇 분을 있었을까. 곧이어 김재환이 왔는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 거기서 뭐 해?"
"더워서..."
"에어컨 틀지."
"틀어도 돼?"
푹 숙였던 고개까지 들며 해맑게 물었더니, 김재환은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김재환의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에어컨을 가동하고는 에어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 진짜 천국이 있다면 여기겠다.
"너 그러다 감기 걸려."
"괜찮아. 아, 시원해."
"오늘 본 모습 중에 제일 행복해 보이네."
"사랑하는 거 알지, 재환아."
"이럴 때만 사랑한대."
아, 항상 사랑하는 거 알잖아. 김재환은 내 대답에 됐다며 말을 돌리지만, 이미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다 본 이상 안 놀릴 수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서 냉장고를 뒤적거리는 김재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 웃었지."
"아니."
"웃음 참는 거 내가 다 봤는데."
"잘못 본 거겠지."
"지금도 입꼬리 올라가는데?"
김재환이 제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돌리자, 나는 집요하게 김재환의 얼굴을 따라 눈을 마주치려 했다.
계속 고개를 돌리며 피하기에 나는 김재환의 볼에 짧게 뽀뽀를 했고, 입꼬리가 몇 번 씰룩거리더니 결국 웃어버리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나와 같이 볼에 뽀뽀를 하고는 내게 먹고 싶은 게 없냐 물었다.
"뭐 해 주게?"
"응. 뭐 해 줄까."
"된장찌개 먹고 싶다. 아까 두부 봤는데."
"두부는 또 언제 봤어. 알겠어, 잠시만."
김재환은 자신만 믿으라며 익숙하게 재료를 썰더니, 물에 된장을 풀기 시작한다. 나는 뒤에서 가만히 그 과정을 지켜보다, 충동적으로 김재환을 뒤에서 안았다.
갑자기 내가 안기자 놀란 것인지 몸을 들썩이기에 웃었더니, 김재환은 민망한 듯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나를 자신의 옆으로 데려와 어깨동무를 한다.
나는 익숙하게 김재환의 허리를 감쌌다. 몇 분 뒤, 어느 정도 다 된 것 같아 수저를 준비하려 하는데 김재환은 대뜸 내게 물었다.
"배 많이 고파?"
"어?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럼 이따 먹어도 돼?"
"응. 근데 왜?"
김재환은 불을 끄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볼에 쪽, 입을 맞춘다. 아, 어쩐지.
"간을 안 보더라."
내 대답과 동시에 김재환은 한참을 웃더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기 시작했다.
5년째 연애 중
에어컨 앞에 있으면 감기 걸린다니까.
며칠 전 김재환이 했던 말이 머리에서 스쳐 지나갔다. 그때 말 좀 들을 걸, 괜히 고집을 피우다가 지금 이 고생이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더니. 거기다 김재환의 말을 듣지도 않아 감기 걸린 것이기 때문에, 김재환이 알면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
핸드폰을 볼 정신도 없어 김재환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마 지금 엄청 화났을 거 같은데, 일단 나중에 다 설명해야겠다.
구급약 상자를 뒤적였지만 하필 감기약만 뚝 떨어졌다. 할 수 없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 집에서 가까운 약국에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
"..."
진짜, 무슨 타이밍인지. 하필 계단을 이제 막 올라온 김재환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좀 괜찮아?"
"응."
김재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가까이 다가와, 내 볼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댔다.
감기 때문에 볼에 열이 오른 상태였는데, 김재환도 그걸 눈치채고 그런 것 같다. 손을 떼어내더니 일단 들어가자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김재환은 나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힌 뒤에, 잠시 기다리라며 집을 나가더니 죽과 종합 감기약을 사 왔다.
죽은 아까 먹었기에 약만 먹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김재환은 그제야 나에게 좀 괜찮냐며 물었고.
"나 약도 다 먹었으니까 이제 가도 돼, 너 감기 옮겠다."
"안 옮아. 걱정 말고 푹 자."
김재환은 아까부터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속 내 상태를 살폈다.
"재환아."
"응."
"...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냥."
김재환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정한 손길에 점점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자 김재환은 내게 졸리냐 물었고, 나는 작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김재환은 이불을 내 목 끝까지 올려주고는 내 품에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잠이 막 들어 몽롱한 상태였을까.
"... 아프지 마, 속상하다."
"..."
그 말과 동시에, 내 입술 위로 짧게 감촉이 느껴졌다.
잘 자. 흐릿하게 들리는 김재환의 목소리와 동시에 나는 잠이 들었다.
5년째 연애 중
-Epliogue-
재환은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날씨가 많이 더웠다.
얼른 보고 싶다. 손도 잡고 싶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생각하니 또 웃음부터 나왔다. 여기는 시원해서 다행이다, 좋아하겠네.
그렇게 핸드폰을 보다 무의식적으로 창가로 고개를 돌렸는데, 제 여자친구가 보였다. 혹시나 자신을 본다면 손을 흔들려고 계속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왔어?"
"응. 핸드폰 보고 있었어?"
"응? 응."
제 대답에 안심하는 듯한 제 여자친구 모습이 보였다. 아, 귀여워.
재환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다. 아니, 사실 손을 잡는 것과 동시에 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지만.
다음 화도 금방 가져올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