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이쁘게 입고 나와 ' 어제 들었던 오세훈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아 밤새 잠도 설쳤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쫌 부운 거 같도, 다크서클도 평소보다 심하고. 대충 얼굴에 팩을 붙이고 선 옷을 고르러 갔다. 세훈이를 먼저 보기 전에 점심약속이 있기 때문에 원피스를 입을까, 아님 바지를 입을까 이리저리 고민된다. 으, 맞다 밖에 덥다는 생각을 못했네. 더위를 생각하고 하늘색 계열의 원피스를 골라 집었다. 얼굴 붓기를 빼느라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했다. 늦었다는 생각보다 우선, 뭐야.. 딱 봐도 비싸 보이잖아? 지금 누구 통장 털어갈 일 있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입이 떡 벌어지게 큰 한식집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떨어뜨려 들어갔다. 설마 양심 없이 막 시키진 않겠지? 이리저리 생각을하며 직원이 안내해주는 방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문을 열자 일이 뭐가 그렇게 많은건지 통화를 하며 서류를 넘기고 있는 그 남자, 아니. 김종인이라는 사람이 보였다. 나를 보고 선 ' 죄송해요. 여기 앉아요.' 라더니 다시 일에 집중한다. 어색하다 정말. 자리에 앉은 건지 가시방석에 앉은건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 어색해요? " " 으아. 네? 네, 사실 조금 " "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 " 어떻게 알았지, 표정에서 너무 티 났나. 황급히 표정관리를 하는 나를 보고선 짧은 미소를 터트리더니 곧 능숙하게 메뉴를 주문시킨다. 뜨아, 십오만원이 홀랑 날아가 버리겠구나. " 그때는 집에 잘 도착했어요? " " 네! 덕분에요. 그런데 어떻게 아시고 도와주신 거에요? " " 계속 쳐다봤거든요 " " 와, 하긴. 그 남자 진짜 이상했죠?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다 그 남자 쳐다보고 수군거리더라고요. " " 아니요. 그 남자 말고 00씨요. " " 네, 그 남자 말고.. 네? 저요?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내가 웃겼는지, 크게 웃어버린다. 아니 웃어야 할 쪽은 지금 나에요. 어떻게 서슴없이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장난이라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놀랐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간다. " 저를 왜..? " " 와, 알면서 묻는 거야 아님 몰라서 묻는거에요? " 알꺼도 같고, 모를꺼도 같아서 묻는 거에요. 그냥 그렇게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음식이 들어왔다. 배고팠는데 잘 됐다. 젓가락을 집어 입에 쑤셔 넣듯이 집어넣었다. 허겁지겁 먹는 나를 보고 놀란 것인지 먹던걸 멈추고 쳐다본다. 시선이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놓아버렸다. 으, 쪽팔려." " 아.. 저도 모르게, 드세요! " " 아니에요. 잘 먹던데. 이것도 먹어봐요. " " 네네! 많이 먹고 있어요. " " 많이 먹어요. 먹는 모습 이쁘네 " 아니 저 남자 정체가 뭐야. 사람을 들었다 놨다. 의심의 눈초리를 가득 담아 그 사람을 쳐다봤다. 진짜 수상하다니깐. 갑자기 밥을 사달라더니 또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나한테 이럴 리가 없는데. 젓가락질 소리만 오가고, 어색함으로 가득 차버렸다. 먼저 말을 걸까 말까. " 그런데 어떤 일하시는 거에요? " " 그냥. 회사에서 일해요 " " 우와, 그러게 바빠 보이시더라고요 " " 언제 한번 회사에 놀러 와요 " " 네? 제가, 뭐 하러.. " " 뭐 지금 취업 준비할 시기 아니에요? 회사 둘러보고 이리저리 간접적으로라도 배우거나 보는 거죠 " " 아아! 그럼 저야 좋죠 " " 저도 좋아요 " 선수가 아니고서야 저런 말을 툭툭 뱉을 순 없다. 자꾸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맞추는 것도 어색해, 요리조리 굴려보지만 결국에는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게 된다. 마성의 눈이랄까, 그냥 계속 빨려 가는거 같다. 웃을 때 는 입꼬리를 한 쪽으로 씩 하고 웃는데 그럴데 그냥.. 잘생겼다. 저런 사람이 여자 여럿 울렸을 꺼야 . 엄마가 저런 남자는 만나봤자 고생이라는데, 딱 봐도 눈에 보이네. " 점심 먹고 저녁에 뭐 해요? " " 부모님 올라오셔서 밥 먹으러 가요 " " 아, 부모님이랑 따로 사는거에요? " " 네, 네! 그런데 말 놓으셔도 되는데 " " 제가 원래 말을 잘 못 놓아요. 00씨도 놓아요 " ' 에이. 오빠도 안 놓는데 제가 어떻게 놓아요 ' " 우와, 오빠. 들으니깐 좋다. 이런 기분이구나 " 아니 무슨 오빠 소리 하나에, 저렇게 함박미소를 지어. 평생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 같네.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오빠 소리가 나와버려 당황스러움에 입을 때릴까 생각했지만 반응이 의외라 놀랐다. 김종인이라는 사람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보는 거와 정말 다르다. 딱 보기에는 날카롭고 모든 게 다 딱딱하게 보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딱딱함은 풀어지고 부드러움이 더 많이보이는거 같다. 그냥, 내 생각이 뭐 그렇다는 거지만. " 다 먹으셨으면 일어나요! " " 바빠요? " " 그건 아닌데.. " " 그럼 조금만 더 앉아있다 가요 " " 전 괜찮은데. 종인씨, 음 아니다. 김종인? 이것도 아닌데 그니깐 " " 오빠라고 해요. 그게 제일 좋다. " " .. 오빠는 안 바쁘세요? 아까 바쁘신 거 같던데 " " 안 바빠요. 그리고 바빠도 어쩌겠어. 00이랑 밥 먹는건데 " 또 당했다. 그냥 말만 하면 저렇게 낮 가려운 대답을 툭툭 뱉으신다.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이리저리 애꿎은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덥다. 어후, 더워. " 아, 그리고 이번 밥은 제가 살게요. " " 네? 에이, 아니에요. 제가 산다고 했는데 " " 다음에 00씨가 사요. " " 아니에요! 제가 " " 이래야 다음에 또 볼 거 아니에요 " " 전 00씨 또 보고 싶은데, 괜찮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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