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은 언제 할래? 둘이 신혼방은 이모가 알아볼까? 00아? " " 엄마. 그런 건 나한테 물어봐. 쟤 부담스럽게 " " 오세훈, 여자친구한테 쟤가 뭐니 " " 아, 네네. " 이 상황은 대체 무슨 상황일까. 차도 너무 막히고 밥집에서도 늦게 나와버려서, 약속 장소에 삼십분이나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인사하고 들어가서 앉자마자 왜 빨리 말 안 했냐는 엄마의 소리와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이모의 소리가 속사포로 들려온다. 정신을 잡고 말 뜻을 생각하기도 전에 오세훈의 의미 모를 말도 왔다 거린다. 궁금한 표정을 한껏 담은 체 오세훈을 쳐다보니, 상황 설명은커녕 웃으며 손을 잡는다. " 무슨 상.. " " 내가 부모님들께 다 말씀드렸어 " " 무슨 말을 드렸길래 이렇게들 하셔? " " 우리 사귄지 어느덧 일년이라는거 " 참, 기가 찬다. 뻔뻔하기도 해라. 뭐? 일년? 나랑 그러니깐 오세훈이 사귄 지가 일년이라고. 오세훈의 말에 부모님들이 더 신나 보인다. 내가 오세훈을 좋아한 지는 일년이 훨씬 넘었어도, 우리가 사귄지는 일년도 아니네요. 대충 이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분명 오세훈이 들어오자마자 이모는 교제중인 사람이 있냐고 물으셨을 꺼고, 없다고 말하면 주변에 괜찮은 사람 딸을 소개해줄거란 말에 나라고 했을 거다. 지난번에도 이렇게 한번 당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음식점을 한바탕 시끄럽게 만들더니 이제는 사귀는 사이라고 말할 줄이야. 작정했네, 오세훈. " 세훈이가 잘해 줘? 엄마한테도 말 안 하고 서운하다 " " 말할 시간이 있어야지. 조만간 말하려고 했었어 " " 그래도 둘이 다시 사귀는거 보니깐 좋다. 엄마는 " ".. 그런가? " " 세훈이 엄마랑 항상 생각하던 게, 너희 둘이 꼭 결혼 하는 건데. " " 그래 오세훈. 이모 말처럼 엄마도 그랬으면 했어. " 엄마 말대로 그렇게 된다면 좋을 거 같다. 깨고 싶지 않았던 꿈이었으니깐. 하지만 우리는 이미 먼 길을 걸어왔다. 다시 연인으로 돌아가기에는 받은 상처가 많고, 준 상처가 많으니. 나와 헤어진 후 세훈이의 수많은 여자친구들을 봤다. 헤어졌다 해도 고작 2년 이지만, 열 손가락을 꼬박 다 채우고 넘을 정도의 여자친구들 이였다. 진짜로 사귄 친구들도 많았고, 소위 말하면 썸이라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그런데 그중 단 하나도 나랑 비슷한 사람은 없었다. 스타일이며 성격이며 나와 정반대로 달랐다. 몇십 년간 함께 한 내가 지긋지긋 한거였을지도 모른다. 나만의 생각이지만 얼추 맞는 거 같다. " 엄마 우리 나갈께요. 우리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하게. 괜찮죠 이모? " " 어휴. 괜찮아.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해. " " 00아, 다음에 이모집에 세훈이랑 꼭 와. 맛있는 거 해줄게 " " 네, 감사해요. 엄마 갈게. 전화할게 조심히 내려가 " " 그래. 엄마 걱정은 말고 빨리 둘이 가봐 " 두 분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사람을 헷갈리게 하려고 작정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오세훈의 행동에 혼란이 왔다. 어제 이쁘게 입고 오라며 가슴 떨리는 말을 툭, 뱉어놓고 이제는 연인 행세까지. 헷갈리게 하는 데는 도가 텄어. 중얼거리는 나를 보고 베실베실 웃는다. 내가 화난 걸 알고 저러는 거다. " 왜 웃는데 " " ..화났어? " " 아니. " " 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해서.. " " 나를 이용했다? " " 뭐, 이용이라기보다는 셈셈이지. 너도 이모한테 들었을 소리 아니야 " " 됐다. 됐어 " 말이 안 통해. 화가 나서 오세훈을 앞질러 걸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만 오세훈의 여자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버렸다. 나도 참, 웃기지. 이런 상황에 뭘 바란건지. " 야, 000 어디 가는데 " " 몰라 " " 안 갈 거야? " " 어디를 " " 우리 데이트하려고 나온 거잖아 " " 그건.. 그냥 나올려고 니가 둘러댄 말이잖아. " " 아닌데? 진짜 니랑 데이트하려고 나온 건데 " " 뭐, 우리가 사귀는 것도 아닌데 데이트야 " " 둘만 놀면 데이트지. 꼭 사겨야 하나 " " 안 해. 집 갈래 " " 에이, 그런 게 어디있냐. 가자. 데이트하러 " 무작정 손을 잡더니, 나를 끌고 앞장서 가버린다. 피식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았다. 당연히 데이트한다는 건 좋은 건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마냥 좋다고 쫄쫄 따라갈 수 없다. 화를 낼 때 내줘야, 나중에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이길수 있는 법. " 안가. 이거 놔라 오세훈? " " 너랑 볼려고 영화 예매해 놨어. 가자 " " 아.. 진짜 " 내가 졌다. 또 이렇게 오세훈에게 넘어가 버렸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웃어버렸다. 나를 보고 머리를 쓰담으며, 잔뜩 헝크리더니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진짜로 데이트를 하려고 나온 건지, 아니면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영화표를 사놓은 건지. 오세훈의 꼼수를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가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벌써 오세훈은 팝콘과 콜라를 사서 입장 줄 앞에 서버렸다. 그래 뭐 까지것 영화 보는 거지. " 공포영화가 없어서, 멜로 영화 골랐는데 괜찮지? " " 또 코난 극장판이나, 원피스 극장판 같은 건 아니지? " " 야, 그때는 김종대가 장난으로! 나 진짜 그런 거 안 본다? " " 쉿, 이제 영화 시작한다. " 영화가 시작하고 조잘거리던 오세훈도 조용해졌다. 세훈의 말대로 정말 멜로 영화였다. 거의 밤이라 그런지 사람도 매우 적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집중도 더욱 잘 되고, 내용도 쏙쏙 들어온다.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내용이 우리 사이를 껄끄럽게 만들고 있지만 말이다. 영화 내용은 옆집에서 태어나 같이 자라온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친한 친구 사이로 지내다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혼까지 하는 그런 내용이다. 뻔하다 하면 뻔하지만, 안에 구성 에피소드가 흔한 내용이 아니라 재미있었다. 친구 같던 남자 주인공이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동생 같던 여자 주인공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감정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들은, 부정하고 회피하다가 결국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한 번의 위기와 함께 결혼을 한다. 라는 내용으로 끝나는 해피엔딩 영화다.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함에 휩싸여 영화를 본 거 같다. 영화의 내용에 집중을 하다 보면 오세훈이 신경 쓰이고. 머리로 두 가지를 함께 신경 쓰다 보니 터질 지경이였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이 마음을 확인한 여자 주인공에게, 한 대사를 조용히 읊조리는 세훈이를 보고 더욱더 신경이 쓰인다. ' 우리 친구 그만하자. 이제 연애하자. 난 너의 남자친구로, 넌 나의 여자친구로 그렇게 만나자. ' * " 나.. 나,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 " " 어.. 어, 어! 그래. 가방 이리 줘. 여기서 기다릴게 " 괜히 이 영화 골랐나. 여자친구랑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는 김종대의 말에 덥석 예매를 해버렸다. 김종대의 말 대로 정말 재미는 있다. 영화가 끝난 후 00이와 사이가 어색해졌다는게 문제지. 00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저 주인공들이 꼭 우리랑 닮은 거 같다는 생각.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남자들이 보인다. 여자 화장실 앞에, 여자친구 가방을 들고선. 다 똑같은 표정이다. 빨리 나와라. 딱 이 표정. 웃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내 웃음을 깨고 00이의 가방에서 카톡음이 두번 울린다. 누구길래 이렇게 늦은 시간에 톡을 할까. 정수정 일꺼라는 생각에 폰을 들어 카톡을 열었다. 확, 그때 일로 또 뭐라고 해줘야지. 그런데 이름은 정수정이 아닌 김종인이라고 적혀있다. 김종인이라, 누구더라. 기억이 날듯 말듯 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길래 이런 내용을 보내는 걸까. 아, 그때 00이 도와준 남자. 이제야 기억이 났다. 그때 카페 앞에서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남자 뭐야. ' 잘 들어갔어요? ' ' 부모님은 잘 만났어요? 다음에는 점심 말고 저녁 먹어요. ' 오늘 점심 약속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언제 저녁 약속을 잡았데? 때 마침 00이가 이쪽으로 온다. " 뭐하고 있었어? " " 어, 그게. 너 톡 왔어 " " 누구한테? " " 김종인 " " 뭐라고 왔는데? " " 저녁 먹제 " " 그래? 일단 나가자. 화장실 안 갈 거지? " " 저녁 먹으러 갈 건가 봐? 오늘 점심은 니가 예의상 사는 거라며. 그리고 끝 아니였나. " " 그리고 끝 내려는데 이 사람이 계산해 버렸어 " " 왜. " " 몰라. 아, 그게 왜 궁금한데 " " 친구니깐 궁금한건 당연하지. 그 사람 만나지 마 " " 이유라도 있어? " " 마음에 안 들어. 별로야. " " 내 마음에는 드는데? " " 내 마음에는 안 들어. 만나지 마. " * 항상 제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근데 이제 제가 개학을 해서 업뎃이 더 늦어질꺼 같네요ㅠㅠ 최대한 빨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ㅠㅠ 항상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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