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s :: Lavender
W. flowers
이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던 내 인생이라는 악보에.
희망이라는 음을. 사랑이라는 가사를 그려준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시작과도 같은 이야기.
#2.
" 몸은 좀 어때? "
한참동안 그 꽃을 넋을 잃고 바라보니 누군가 이 공간에 침입해왔다. 꽃에 눈을 떼고 싶지 않아 무시했더니 여자와는 다르게 성큼성큼 내 시야로 들어온다.
저리 치워. 눈으로 말해봤지만 침입자에겐 속수무책이었다.
" 뭐야. 안자고 있었네. 왜 말이 없어? "
너랑 할 말이 없으니까. 부산스러운 그의 움직임이 꼴 보기 싫어 다시 새하얀 세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건지 침입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 많이 걱정했어. "
" .......... "
" 어쨌거나 나는 이제 네 오빠니까. "
똑같은 말. 그 여자와 똑같은 말이 육성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누가 누구 아들인지. 참 끼리끼리 잘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긴. 나만 제외하면, 멋진 가족이 될 수도 있겠지. 육성재는 날 설득하려하는건지 타이르는건지 모를 뉘앙스로 말을 이었다.
" 나도 혼란스러운건 마찬가지였어. 어머니는 아주 어릴 적에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갑작스런 재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너도 아직 어리고, 네 친아버지도.. "
'친아버지'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켜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데로 육성재에게 집어던졌다.
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육성재가 가져온 사과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곤 손으로 한 쪽 눈을 짚고 있는 육성재가 보였다.
겁이 날 법도 한데, 내 감정은 겁보다는 분노를 앞세웠다. 네 입에서, 우리 아버지를 함부로 꺼내지마. 육성재는 내 표정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 ......... 미안해. "
" ........... "
" 보호자분 계시나요? ...어머, 무슨 일이시죠? "
"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보호자에요. "
" 환자분과는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
때마침 들어온 간호사의 질문에 육성재는 나를 흘끗보더니 망설이다 이내 대답했다.
" ....... 오빠... 오빠에요. "
너는. 내 그 무엇도 아니다.
" 어머님께서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상당히 꺼려하시던데.. "
" 네. "
" 동의가 없으면 저희도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만, 오빠 분께서 잘 설득해주세요.
외상이야 금새 회복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부분은 가족분들께서 협조를 안해주시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
" ........ "
" 환자분, 이제 손목은 좀 괜찮으신가요? "
" ........ "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
" 환자분... ? "
벌벌 떨리는 손으로 육성재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나가고 싶어. 의사가 나를 보는 시선을 견딜 수가 없다.
불쌍한 년. 오빠와 성도 다르네. 부모는 신경도 안쓰고 가버리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의사의 표정이. 눈빛이.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걸 말하는 것만 같았다.
식은 땀이 얼굴을 뒤엎자 육성재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급히 진료실을 빠져 나왔다. 너 괜찮아?
" 숨 좀 쉬어봐. 왜 그래? 저기요! 여기.. 애가..! "
누군가를 부르려하는 육성재를 붙들고 도리질을 쳤다. 싫어. 제발 그러지마. 아무도 부르지마.
육성재는 내 어께를 짚더니 얼굴을 살피고 눈을 맞춰왔다. 제발. 날 불쌍하게 쳐다보지마.
" 너.. 정말 괜찮아..? "
" ............ "
" 대답해. "
괜... 찮아......
" ........... "
" 대답해.. "
육성재의 말에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난 괜찮아. 나는.. 괜찮아. 육성재에게 대답해줘야 하는데..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이. 육성재에게 닫지 않았다. 내 귓가에도. 그 누구에게도. 의아해하던 육성재의 표정이 점점 변해갔다.
" .......... "
" 너... "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작가의 말 |
짧게, 오래 연재 할 생각입니다. 어울리는 BGM 알려주시면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