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변백현.」뒤를 돌아보자 화난 표정을 하고있는 김종인이 서 있었다. 왜 화났지. 왜 전부다 나에게 화만 낼까. 「너.......진짜.」 「...........」 「수업 듣지 말고 따라와.」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도 듣기 싫은 이유였고, 그냥. 모두. 모두가 귀찮았다. 쉴 새없이 나에겐 힘겨운 일 들이 일어났다.김종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내가 잘 따라오나 한번 확인을 해 볼만도 한데, 아무 말도 하지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걷기만 했다. 김종인은 아까 그 벤치 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의 행동을 그냥 유심히 눈으로 쫓기만 했다. 「앉아.」마침내 종인이 입을 열었다. 조용히 벤치에 앉아서 또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으로 열심히 쫓았다. 「너......」종인은 허탈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설명해 줘.」 「.....뭘 말이야.」 「왜 연락이 안됐어? 왜 집에도, 학교에도 없었어? 왜?」그가 따지듯 소리쳐 물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모든것이 귀찮았다. 종인에게 미안 할 겨를도 없었다. 「니가 무슨 상관이야.」 「.............」 「내가 학교에 없었고, 집에 없었고, 연락이 안됐던 간에.」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내뱉은 뒤였다.긴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종인이 입을 열었다. 「백현아.」 「..............」 「나....니 친구지?」 「어.」 「...그래. 그러니까.」종인이 운동장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가 손가락 만해질만큼 작아졌다. 지금 하는 행동이 무슨 행동인지 전혀 몰랐지만, 그래도 그가 하는대로 지켜만 보기로 했다. 「이만큼만 멀어져 있을게.」아직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니가 힘들면...」어느 새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종인은, 여전했다. 「나한테 와.」알고 있었지만 백현은 태연하게 대처하는 방법 따위 알고 있지 않았다. 종인에게 고마울 뿐, 더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종인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모로 피곤한 날이었다.딱히 할 게 없었다. 경수 형한테 전화도 없이, 집에 찾아가려고 택시를 탔다. 허탈하게 웃음이 나왔다. 그 새를 못참고 박찬열을 보러가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여기서 세워주세요.」집 앞에 내리자마자 막무가내로 문을 두드렸다. 초인종이 고장 난 탓이였다. 경수가 안에서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문을 열자 마자 보이는 백현이 당황스러웠는지, 경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을텐데. 말을 곱씹으며 안으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도 잊지 않고.집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박찬열이 있는 위치를 물었다. 박찬열은 안방에 침대에서 자고있다고 했다.문의 손잡이를 잡고 잠시 생각했다. 이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또 박찬열에게 순종하고 복종하는거다.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쉽게 그러지 못했다. 계속 이런식이라면 영원히 박찬열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그래도 백현은 여전했다. 자신에게 또 위로를 하며 눈을 질끈 감고 손잡이를 돌렸다.이불에 가려져 전부 보이지는 않았지만, 찬열은 윗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이젠 모든것에 익숙했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백현이 머리에서 통증이 퍼져옴을 감지했다.세상 모른 채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있는 찬열의 입술에 백현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따뜻한 감촉이 입술에 전해져오자 편안한 기분에 눈을 잠시 감았다. 조금만 더.... 찬열이 깊은 잠에 빠졌길 바라며 따뜻한 키스를 했다. 긴 키스는 아니였지만, 홀로 행복한 찬열과의 스킨쉽이었다. 「박찬열.」가슴을 움켜 쥐어 뜯어내고 싶었다. 쓸 데 없이 심장이 빨리 뛰었다. 「찬열아.」 「왜.」낮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백현은 자신의 귀를 믿고싶지 않았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거지. 사색이 된 채로 굳었다가, 똑바로 박찬열을 쳐다봤다. 「왜 병원 안왔어?」 「..............」 「왜 경수 형 집에 왔어?」 「..............」 「왜 학교엔 안나왔어?」 「..............」 「왜 또 연락....」 「왜 키스했어?」찬열은 잠 귀가 밝고, 매사에 민감했다. 뒤늦게 깨닫고서는, 또 웃었다. 이 와중에 찬열의 정보를 다시 깨우치려고 하고 있는 꼴이란, 누가 봐도 우스웠다.키스 한 이유? 하고 싶어서. 「변백현.」 「..............」 「내가 그렇게 혐오스럽고 쓰레기 같다면서.」 「..............」 「키스는 왜 했어.」 「..............」 「왜 했냐고!!!!!!!」찬열이 힘을 주어 소리를 질렀다.어쩌면 찬열은, 백현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였을까.또 운다. 변백현이, 내 앞에서 또 병신같이 눈물을 흘린다. 백현의 웃는 얼굴이 상상조차 나지 않았다. 한 쪽 팔목을 낚아채어 자신의 품 안에 안기게 했다.빠른 심장소리가 들키는 것이 두려웠다. 숨기려고 해도 그러지 못했다. 「씨발년아.」 「..............」 「니가 뭔데 나를.......」나는 항상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너에게 미안했다. 그냥 모든것이 미안했다. 아팠고, 또 아팠다. 너를 모르는 내가 싫었다. 「........찬열아.」 「................」 「나 이제.....」못하겠어.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남겨진 찬열이 불쌍했다. 그만큼이나 당하고서도, 찬열이 불쌍했다. 자기가 남아봤자 있어야 할 곳은 딱 한 자리였다. 「아니다....찬열아.」 「.................」 「우리 잘래?」 재밌게봐주시는분들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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