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도경수 널 우연히 만났다.上
이제 곧 도경수와 내가 헤어진지 한달이 다되어간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도저히 도경수가 지워지지 않아
몇일전 소개받은 오세훈이라는 남자를 오늘 영화관에서 만나기로했다.
“ 안녕하세요 징어씨. ”
“ 아,네. 안녕하세요 세훈씨. ”
이렇게 어색하고 딱딱한 첫 인사를 나누고,
오세훈이란 남자가 표를 끊을동안
난 영화관 안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다리를 꼬고 앉아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켜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도경수..
역시 도경수의 페이스북엔 온통 여자가 쓴 글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예쁘다고 소문난 이루한.
이미 남남된지 한달이 넘은 사이지만
경수 주위에 여자는 항상 거슬린다.
둘이 사귀는건 아닌건 아닌거 같은데..
알수없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져 갈 즈음
세훈이란 남자가 표를들고 내앞에 앉았다.
내 인생에 남자는 도경수가 마지막일줄 알았는데,
도경수가 아닌 다른남자가 내앞에 앉아
나와 말을하고있으니 새삼 새롭고 낯설게 느껴진다.
소개받은 남자와 마주보고 앉아
형식적인 질문을 주고받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은 온통 도경수로 가득하다.
도경수가 아닌 다른낯선남자와 얘기를 하려니
나한테 익숙했던 도경수의 모습이 더욱더 그리워져 갔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도경수도 나랑 헤어지고 이루한이랑 잘되가나본데
나도 다른남자랑 얼른 새출발해야지.
나는 계속 도경수를 억누르고 지우려 애쓰고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 세훈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영화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매표소 앞에 이루한이라는 여자와 팔짱을 낀 도경수가
그 자리에 서서 알수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있었다.
이루한이라는 여자는 연신 싱글벙글 신이나 보였다.
아 역시 잘되가는 사인가보네..
도경수와 이루한을 보고 몹시 당황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빠르게 세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이잉..카톡-'
그때 가벼운 진동과 함께 카톡알림음이 울렸다.
“ 야,너 지금어디냐.”
도경수였다.
이 몇글자에 내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것만 같았다.
놀란 가슴은 잠시 묻어두고 담담한척 답장을 보냈다.
“ 밖인데,왜 ”
카톡을 보낸지 5분이 지났는데 답이 없다.
힐끔 뒤돌아 보니 아까 서있던 자리에서 경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게 나라는걸 확인하고 화가 난걸까,
내 가슴속에 큰 파도가 치고있는 기분이다.
벙찐 표정을하고 굳어있는 내얼굴 앞으로
세훈이 손을 흔들어가며 말했다.
“ 징어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해요 어디 아픈건아니죠? ”
“ 네 괜찮아요 잠시 딴생각을 좀.. ”
“ 제가 앞에있는데 어떤남자생각하고있었던거에요!
이제 영화시간 다되가는데 슬슬 일어나요 ”
“ ㄴ.. ”
네 라고 대답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 손목을 잡아끌은건 다름아닌 도경수다.
그 옆엔 아까 보았던 이루한도 함께였다.
이루한은 큰 사슴같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나와 도경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 둘을 함께보니 뭔지 모를 불쾌감과 질투심에 휩싸였다.
“ 여기서 뭐하냐. ”
“ 보면몰라? 손 놓고 나중에 얘기해.”
“ 뭐하는거냐고 지금. 내말에 먼저 대답해. ”
“ 너랑 할얘기 없어 ”
“ 뭐? ”
한편으론 뭔가 기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나빳다.
이루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경수였는데
내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한 넌데
지금 니옆에 있다는게 내가 아닌 이루한이라 너무 화가나.
경수가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애썻다.
그러나 역시 내가 남자힘을 당할리 없다.
“ 지금 니가 잡을건 내가 아니고 니옆에있는 여자잖아. ”
내 말에 도경수는 못들은척 애꿎은 내 손목을 더 강하게 잡는다.
이루한은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옆에서 나를 노려보고있었고
내 앞에 있던 세훈은 나보다 더 놀란눈치였다.
“ 저기요, 무슨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손좀 놓으시죠. 손목 빨개진거 안보여요? ”
라며 세훈이 내 반대쪽손을 잡아끌었다.
“ 내 여자한테 손때. ”
경수는 내 손목을 더 강하게 잡았다.
세훈이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더니 살며시 내 손목을 놓아준다.
세훈에게 나좀 더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세훈은 경수가 내 남자친구라고 오해한듯하다.
화를 참는건지 내 손목을 잡고있는 경수의 손이 부르르 떨리고있었다.
“ 따라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