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없었고 모든일은 있었다. |
[찬백]아무일도 없었고 모든일은 있었다. W.셰이나 1일,2일,3일,4일···.벌써 아저씨 기일이구나.종이색이 바랜 달력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4라는 숫자를 톡톡 건드린다.담배가 말리는 손가락이 검은 바지속으로 하얀 담배를 꺼낸다.아직 이른 오전이니까 시간은 충분하다.그리멀지 않게 묘지가 잡혀있으니 여유롭게 갈 수 있을 듯 하다.뭉글뭉글 비구름이 잔뜩 낀 빛이 그의 방안에 투과되었다.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인뒤 아무렇게나 소파위로 던져버린다.지금 꽃집이 열려 있을라나.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와 검은 장우산을 펼친다.탕하고 경쾌한 소리로 펼쳐진 우산이 제임무를 묵묵히 한다.비와 부딪힌 소리가 사람하나 없는 조용한 거리에 울린다.비때문에 습기진 공기에 담배가 금방 눅눅해진다.몇걸음 걸었을까,불빛이라곤 드문드문 놓인 가로등 외엔 보이지 않는 거리에 홀로 '하늘꽃집'이 푸른빛을 낸다.이시간에 열린 꽃집도 있나?대충 담배꽁초를 던지곤 꽃집앞으로 걸어갔다.내부도 환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아 닫히지 않았다.우산을 접고 유리문을 밀자 종소리가 반겼다. "어서오세요-하늘 꽃집입니다" 작은 체구,앳된 얼굴이 꽃처럼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한다.노란 앞치마를 매고 흙을 만진 손을 탈탈 털어내곤 곁으로 온다.무슨 꽃을 찾으세요?살짝 넋을 놓고 쳐다보는 틈에 질문을 한다.다짜고짜 묘지에 가져갈 꽃 좀 포장해주세요 라고 말하기엔 너무 순수해보이는 얼굴이다.난생 처음으로 돌려말하기를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이니 이유모르게 해사하게 웃어보이며 찾는 꽃이름을 까먹으셨어요?라고 묻는다.묘지,초록색,둥그렇다,동산.단순한 연결고리 끝에 동산이라는 유치한 단어가 나왔다.조금 슬픈 동산에 찾아가려고 하는데 아무 꽃이나 포장해주세요.예상외로 포장이 잘 된 말이 튀어나와 조금 놀랬지만 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슬픈 동산이요?음..저도 아까 슬픈 곳에 다녀왔는데 제가 갖고간 꽃을 포장해드려도 되나요?" 고개를 끄덕이니 금방 또 웃으며 알겠다고 한다.메리골드가 어울릴거 같아요.하얀색 포장지를 들고나와 꼬물꼬물 꽃을 포장한다.포장하다말고 강아지처럼 킁킁 대더니 대뜸 담배를 피냐며 꾸중을 놓기 시작했다.참 여러모로 귀여운 꽃집 알바생이다.아저씨,담배피면 얼마나 몸에 안좋은데요.백해무익하고 그런데요.손도 꼬물대며 포장하면서 입도 꼬물거리며 웅얼거리듯이 꾸중한다.알바생은 담배안펴요?내가 묻자 크게 눈을 뜨곤 알바생이 아니라며 포장에 사용되던 가위를 째각거린다.그러면 누군데요?적잖이 놀란 그도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하늘꽃집 주인 변백현인데요? 포장된 꽃을 들고 그닥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묘지에 도착했다.아직도 비는 그칠줄 모르고 추적추적 내려왔다.내릴만도 하겠지.억울하니까.질퍽거리는 흙을 밟고 묘지에 올라서니 비에 젖은 묘비와 무언가가 보였다.조금은 서두른 걸음으로 올라가자 꽃이 보였다.자신이 들고 있는 꽃과 같았다.다만 포장지가 노란색이였다는 차이점.찾아올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텐데 무언가 미심쩍었지만 잘못놓고 갔겠다는 생각으로 넘겼다.다른 꽃 옆에 자신이 사온 꽃도 놓았다.아저씨 저 왔습니다.고개를 숙여 묵묵히 인사를 했다.벌써 3년이 지나갔네요.그동안 아저씨도 많이 늙으셨네요.속으로 묘지에 대해 꺼내지 못할 말들을 맴돌아냈다. 아저씨,찬열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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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여러분들
셰이나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아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