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총/첸백] 벙어리
W. 달 다
[종대씨, 알죠? 내 동생이에요. 엄마랑 나랑 외국나가있는 동안만 잘 돌봐줘요.]
[김종대에요, 이름이 변백현 맞죠?]
[… …]
[우리 백현이가, 말을 못해요. 옛날에 사고가 있어서.]
종대가 착한 웃음을 지어 백현을 쳐다봤다.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한 백현이 저와 비슷한 누나의 뒤에 가서 숨었다. 소현이 백현의 손을 잡으며 괜찮다고 옆에 세우자, 종대와 눈이 마주쳐 꾸벅 인사를 했다. 귀여워. 종대가 생각했다. 소현이 백현의 짐을 받아 들었다. 따라오라는 소현의 말에 백현이 고분고분 따랐다. 2층에 왼쪽방. 그 방이 백현의 방이었다. 건너편 방은, 종대가 가끔 일하는 방. 언제 꾸며놨는지, 백현이 좋아하는 하늘색으로만 꾸며놓은 방 침대에 백현이 앉았다. 자신의 몸을 편하게 감싸오는 침대에 기분이 좋아 그새 침대에 누웠다.
[백현아 좋아?]
[…]
[누나랑, 엄마랑 한달동안만 떨어져 있자.]
[…]
[누나도 가기 싫어. 근데 어떻게 아빠가 오시라는데. 그치?]
[…]
[그래, 그래야지. 매형이랑 재밌게 놀고 있어. 매형 재미있는 사람이야.]
소현이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 잘듣네, 우리 백현이. 소현의 손보다 더 하얗게 변해버린 얼굴이 소현에 눈에는 그저 안쓰러워 보였다. 13살때였나, 그때 사고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백현은 그날부터, 조용해졌다. 누구보다 밝고, 예뻤던 백현은 그렇게 어두워진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과, 소현의 보호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피곤했는지, 잠에들어버린 백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또 한번 얼굴을 쓰다듬고는 소현이 일어났다. 누나갈게, 백현아.
***
[소고기사왔는데 안드실래요?]
[…]
[정말이네, 소고기라는 소리만 들으면 일어난다는게? 옷 갈아입고 밑으로 내려와요.]
종대가 웃음을 머금고 뒤로 돌았다. 백현이, 아직도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소현이 정리해 놓고간 옷을 찾으려 옷장을 열었다. 옷장도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에 걸린 옷도 모두 파란색 계열이였다. 티셔츠와, 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 입은 백현이 천천히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소고기 특유의 냄새가 코 주위를 멤돌았다. 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종대의 모습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누나가 남편을 잘 얻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비짓 흘러나왔다. 웃는 소리에 종대가 뒤를 돌았다.
[어, 웃었네? 나 많이 웃겨요?]
백현이 고개를 저었다. 멋있어서요. 라는 말은 나오지 못해 다시 삼켜졌다. 종대의 자상하게 웃는 모습에 백현도 자꾸만 웃음짓게 되었다. 문득, 백현이 방에 놓고온것을 가지러 올라갔다. 곧, 메모장과 볼펜을 들고 내려왔다. 요리를 다 하고, 예쁘게 차려놓은 종대가 백현에게 먹으라며 젓가락을 건냈다. 그런데, 젓가락질이 매우 서툴렀다. 백현이 종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이 들고온 메모장에 글씨를 썼다.
' 포크 좀 주세요 '
종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젓가락질을 못하는구나. 내가 몰랐네. 종대가 은색의 고급스러운 포크를 건냈다. 그러자, 접시에 놓인 고기를 집어 먹기시작했다. 밥도 잘 안먹을것 같이, 마르고 야위어서는 고기는 정말 잘먹었다. 백현이 포크를 내려놓고 또 다시 메모장에 글씨를 썼다.
' 안드세요? '
백현이 종대를 쳐다봤다. 강아지마냥 반짝거리는 눈이 예뻤다. 미용렌즈라도 낀것처럼 검게 빛나는 눈동자가 저를 쳐다봐 종대가 슬쩍 눈을 피했다. 백현은 아무생각 없이 종대를 쳐다봤다.
[나는 고기를 별로 안좋아해서요.]
[…]
[사실, 내 음식이 맛없다고 하면 어쩔까 계속 맛보면서 요리를 했더니, 배가 안고프네요.]
백현이 예쁘게 웃어보였다. 맛있어요. 또 다시 나오지 못한 말을 삼켰다. 누나와, 엄마가 없이 생활하는게 힘들것 같았는데, 종대랑 있으면 힘들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에 백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앞에 앉아있는 종대는 자신의 그런걱정을 알까 모를까 생각했다. 천천히 먹던게 어느새 한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한시간동안이나 옆에 있어준 종대를 한번쳐다보다가 물을 한모금 마셨다.
[다 먹었어요? 더 드릴까요?]
[…]
그럼 씻으실래요?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잘먹었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종대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치웠다. 화장실로 들어간 백현이 씻는 소리가 주방까지 들려왔다. 종대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번 웃었다.
샤워가운을 입고 나온 백현이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단것을 좋아하는 백현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코코아나, 초코우유를 먹곤 했다. 하지만, 저의 집이 아닌지라 집에 없을거였고, 백현은 자신이 챙겨온 초콜렛을 먹으려 2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자신의 방 책상에 올려져 있는 초코우유를 보고는,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에 얼굴을 두드렸다. 자꾸만, 모든행동이 맘에 들게하는 종대의 행동에 얼굴이 붉어졌다. 초코우유를 다 마신 백현이 1층으로 내려갔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종대가 백현을 쳐다봤다.
[내가 치우려고 했는데, 가지고 내려오셨네요.]
[…]
[머리 말려줄까요?]
백현이 천천히 종대의 앞에 가서 앉았다. 또 뜨거운 바람을 싫어하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시원한바람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쥐는 느낌이 좋았다. 어느새 종대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백현이 그에 맞춰 눈을 감았다. 나른해지게 하는 느낌이 눈커풀을 무겁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들린 드라이기 끄는 소리에 백현이 잠시 깼다가, 곧 잠들었다. 종대가 백현을 안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어쩌면 소현보다 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종대가 어둠을 싫어하는 백현을 위해 스탠드조명을 키고 방에서 나왔다. 백현은 자신의 볼에 입술이 닿았다고 느꼈다. 그게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의심없이 잠든 백현의 얼굴이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