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웬 초콜릿이야?"
"너 주려고."
오늘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더니, 저녁에 대뜸 잠깐 나올 수 있냐고 연락이 온 김재환이다.
집 앞에 있다고 하기에 모자를 쓰고 나갔더니, 김재환은 초콜릿과 사탕 등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이 잔뜩 들어있는 봉지를 내게 건넨다.
기분이 좋아 웃었더니 김재환은 덩달아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날짜 잘 보고."
"응?"
"들어가, 이거 주려고 잠깐 들렀어."
"아, 응. 놀다 와."
"연락할게."
김재환은 그대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 내 볼을 살짝 끌어당겨 입을 가볍게 맞추고는 떨어진다.
집에 들어와 초콜릿 봉지를 하나 까서 먹으며 생각을 했다. 갑자기 무슨 날짜를 잘 보라는 거지.
오늘이, 어.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플 하나를 들어갔다. 와, 잊고 살았는데.
나도 까먹고 사는 그날의 예정일을, 얘는 어떻게 기억하는 건지.
그날이 오면 일주일 동안 단 음식을 끼고 사는데, 김재환도 그걸 알기에 일부러 초콜릿을 사 온 것 같다.
김재환에게 감동받아 우는 이모티콘을 잔뜩 보내놓으니, 금방 전화가 걸려온다.
-왜 울어.
"너 어떻게 알았어?"
-내가 모르는 게 어디 있어.
"아... 고마워, 재환아."
-맛있게 먹고 푹 자.
"응. 너도 너무 늦게 들어가지 말고."
-알겠어. 벌써 너 보고 싶다.
아까 봤으면서. 내 말에 김재환은 무드 깬다며 장난을 쳤고, 우리는 금방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5년째 연애 중
김재환이 부쩍 애교가 늘었다.
뭐, 예를 들어서.
"자기야."
쿨럭.
음료수를 마시다 당황해 잔기침을 하자, 오히려 김재환이 더 당황해 내게 휴지를 건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을 살짝 토닥인다. 괜찮아?
"아. 갑자기, 진짜. 놀랐잖아."
"뭐가. 자기?"
갑자기 -아직 우리에게- 낯간지러운 호칭을 쓰지를 않나.
<끝났어?
아니 아직>
보고 싶다>
ㅠㅠ>
"...?"
생전 안 쓰던 'ㅠㅠ' 같은 이모티콘을 쓰지를 않나.
그리고.
부쩍 늘어난 스킨십.
"뭐 해?"
"설거지. 양치 다 했어?"
"응. 양치 다 했어. 내가 할게, 줘."
김재환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 준비는 김재환이 해서, 잠시 김재환이 양치를 하러 간 사이에 내가 설거지를 하려고 한 건데.
내 옆에 와서는 자기가 한다며 고무장갑을 벗기려 한다. 나는 됐다며 묵묵하게 그릇을 닦는데, 갑자기 볼에 짧은 감촉이 느껴졌다.
"왜?"
"응? 그냥."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는 고개를 숙여 내 어깨에 부비적대는 김재환이다. 무슨, 진짜 강아지같이.
내가 눈길조차 주지 않자 심심했는지 몇 초를 간격을 두며 내 볼에 짧게 뽀뽀를 하며 장난을 친다.
움직이는데 불편해서 몇 번 고개를 돌려 피했더니, 싫다는 뜻인 줄 알았는지 다시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를 기댄다.
솔직히 싫은 건 아니었다. 애정을 가득 담아서 강아지처럼 내게 치대는데, 누가 싫겠냐만.
설거지를 끝내자 김재환은 고맙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김재환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김재환은 내 행동에 놀란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익숙하게 내 어깨를 감싸며 입을 맞춘다.
"옆에 누워도 돼?"
"응."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방으로 가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김재환의 모습이 보였다. 김재환은 내 말에 자리를 내어주었고, 나는 그대로 김재환 옆에 누워 품에 안겼다.
그와 동시에 내 어깨를 감싸는 김재환의 팔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가만히 김재환의 눈을 쳐다보았다.
"요즘 좋은 일 있어?"
"나? 왜?"
너 전보다 애교도 늘었고, 어. 부쩍... 스킨십도 늘고.
김재환은 내 말에 계속 말해보라는 듯 나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뭐, 요즘 부쩍 기분이 들떠있는 것 같아서. 좋은 일 있나 하고."
"음."
김재환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곧이어 옅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김재환을 올려다보자, 이번엔 내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특별한 일은 없고."
"응. 그러면?"
"그냥, 좋으니까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을 한 건데. 내가 최근에 더 스킨십이 늘었다고 느낀 건, 좋아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서 그런가. 솔직히 나는 내 행동을 잘 몰라."
"..."
"혹시 귀찮거나 불편했어?"
전혀 아니었다.
티는 안 냈지만 사실 많이 놀랐다. 얘가 요새 왜 이렇게 애교가 늘었지, 이렇게만 느꼈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도 못 했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김재환을 끌어안았다. 김재환은 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다 아는 듯, 익숙한 손길로 내 등을 토닥인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 감았던 눈을 떴다. 잠들었겠지.
조심스럽게 김재환의 품에서 빠져나와 침대에 걸터앉은 뒤, 곤히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김재환과 만난 기간이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래서 솔직히, 혼자서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나를 아직 진심으로 좋아할까, 혹시 정으로 만나는 건 아닐까.
아까 김재환의 말을 들었을 때, 지난 날 했던 고민들이 헛된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데.
"..."
피곤했는지 곤히 잔다. 나는 그런 김재환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김재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김재환은 그와 동시에 눈을 떴는데, 아직 졸음이 가득한 눈이다. 나는 웃으며 김재환의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 언제 깼어."
"아까. 더 자."
"안아 줘."
귀여워. 김재환을 안는다고 안았는데, 내가 안긴 꼴이 되어버렸다. 김재환은 졸린 틈에도 이불을 끌어올려 나를 덮어주더니 중얼거린다.
아까 꿈에서, 네가 나한테 뽀뽀했어.
나는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만다.
5년째 연애 중
가끔 잠을 설치는 날이 있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날.
창문 밖에서 투둑투둑, 빗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기에, 무드등을 켜고 몸을 일으켰다.
천둥 안 치겠지.
무섭다.
... 보고 싶다.
< 자?
김재환에게 먼저 잔다는 연락을 했었지만, 몇 시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연락을 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자고 있을 텐데, 괜히 보냈나.
보낸 것을 삭제하려고 방에 들어감과 동시에 1이 사라졌고,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응."
-잠 깼어?
"... 아니, 잠이 안 와서."
-지금 앉아있지.
"다 아네."
나 누워 있는데, 너도 같이 누워서 얘기하자. 김재환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김재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따로 없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서로 하고 싶은 얘기.
"노래 듣고 싶다."
-뭐 듣고 싶어.
"자기 전에 들으면 좋은 노래."
-자기 전에?
잠시만. 김재환은 목소리를 몇 번 다듬더니, 조용히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가만히 노래를 듣는데, 연애 초기가 떠올랐다. 학생 때도 내가 잠이 안 올 때 이렇게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노래가 끝나고, 멋쩍은 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옛날 생각난다."
-그때도 이렇게 노래 불러주면 너 완전 설렌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도 그래."
-기분 좋다.
나른한 김재환의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재환아, 나 슬슬 졸려.
-눈 감자. 너 완전히 잠들기 전까지 전화 안 끊을게.
"미안해, 너도 피곤한데."
-미안할 것도 많아.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자.
"재환아, 좋아해."
-응. 나도 사랑해.
김재환은 내 말의 뜻을 다 안다는 듯,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김재환의 말을 끝으로 잠이 들었다.
실제로 옆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밤이었다.
5년째 연애 중
"자?"
-...
"잘 자."
재환은 전화 너머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잘 자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길지도 않고, 또 짧지도 않은 전화 통화를 곱씹었다. 완전 설렌다고 좋아했었는데, 지금도 그래.
재환아, 좋아해. 좋아해.
"..."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귀 끝이 조금 빨개진 재환은 생각했다.
아, 오늘 잠 설치겠다.
잘 지내셨나용 독자님들♥
저는 과제에 치여 잘 살고 있답니다 ^v^... 우리 모두 힘내요 ㅠvㅠ!!!!!!
틈틈이 쓴다고 썼는데, 너무 늦어버렸네요 ㅠvㅠ... 다음 편은 조금 더 빨리 가져오도록 할게요!!!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댓글도 항상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암호닉분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ㅠvㅠ 늘 힘이 돼요♥
좋은 밤 보내세요♥
사랑해욥!!!!!!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