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사귄 남자친구랑 연애하기 그 이름은 옹성우 (외전) w.워너워너
첫 연애는 그렇게 어설펐다. "야 투투는 챙기면 빨리 깨지는 거 알지?" 투투...? "설마 오십일 챙기는 건 아니지?" 오십일..? "뭐? 백일에 아무것도 안 했어? 서로?" 남이사...? "우린 이백일에 여행갔는데 너네는 뭐 했어?!" 응... "너네 솔직히 말해. 사귀는게 아니라 그냥 친구지?" 백단위의 기념일을 지나 어느덧 그 아이와 사계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주변 친구들의 장황한 러브 스토리를 (거의 귀에서 피가 날듯이) 들으며 쉬는 시간을 허비하는데 귀에 꽂히는 비수 하나. "에? 그런거 안 챙기면 사귀는 사이가 아닌거야?" '나 정말 당황스럽다'를 표정으로 표현하라면 지금 내 표정일테다. 더 놀라운건 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도 나와 같다는 것.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던 짝꿍이 떡 벌어진 입을 다물며 물어온다. "아니 그럼 그때 뭐 했어?" "그때...?" 그때가 언제더라... 대충 4-5월에 성우를 만났으니까... "100일 쯤엔... 아마... 음... 아! 베라 갔을걸? 여름에 진짜 많이 갔었거든" '그래 얘는 포기했다' 라는 투로 아이들은 더 말해보라고 나를 부추긴다. "200일때는 아... 기말고사 기간이잖아. 그럼 당연히 도서관갔겠네" "어머... 야 너 오늘은 며칠째인지 알아?" "그거 맨날 세고 있어야 되는 거야?" 넉다운. 아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얘는 글렀다, 라고 말하기 일쑤다. 난 좋았는데. 우린 충분히 좋았는데! 무더운 여름 날 시원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큰 통에 가득 우리가 좋아하는 맛을 채워서 퍼먹는 것도 좋았고, 성우 집에서 여름이 생각나는 드라마인 '커피프린스'를 돌려보는 것도 좋았다. 아 성우 생일에 놀이터에서 먹은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휴대폰 조명 하나 켜놓고 뭔 얘기를 그렇게 오랜 시간 했는지 그때 그 정자 아래도 좋았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다던 성우와 함께 계획없이 오른 부산행 열차도 잊지 못 한다.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부채질해준 것도 (물론 내가 다 졌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줬지) 에어컨 빵빵한 도서관에 가서 만화책 실컷 읽다 온 것도 좋았다. 식객을 읽는 성우에게 내가 보고 있던 공포만화 한 부분을 쓱 보여주니 그렇게 기겁해했는데! 기말고사 기간엔 (아마 그 중 이백일이 있을법한)도서관에 밥 먹듯이 가는 성우 덕에 나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도서관에 출첵했다지... 하지만 도서관 마감시간까지 공부하다가 손잡고 돌아오는 밤 길도 좋았고, 배고프다는 내 칭얼거림에 편의점에 들어가 같이 먹은 라면도 맛있었는데... 공부 시작하기전 캔 커피를 내꺼 하나, 자기꺼 하나 올려놓고 힘내자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우도 좋았고 꾸벅꾸벅 조는 나를 데리고 밖에 나가 달을 쳐다보는 성우도 좋았고. 별다른 이벤트가 필요한가? 숫자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거 아닌가? 숫자에 연연해 하면 이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보다 '오늘은 며칠인가, 우린 얼마나 사귄 건가' 하는 감정에 치우치지는 않을까.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그럼 커플 아이템은 있어?" 아 그 질문에는 내가 또 자신있지. 어느새 '성우와 나' 사이의 호구조사가 된 듯한 우리의 쉬는 시간이었다. "이거 볼펜...귀엽지? 성우가 여행가서 사왔다.. 걔도 이거 가지고 있어" 나는 필통을 뒤적거리다가 한 볼펜을 아주 소중하게 꺼냈다. 노랑색 바탕에 내 이니셜이 박힌 볼펜이었다. 스페인 장인이 만들었다던데... 이쁘지 "아 이거 가방에 인형도 성우가 뽑아준거야! 성우껀 내가 뽑아줬다" "아... 그래...? 좋겠네..." "아 그리고 이거!" 나는 목에서 주섬주섬 숨겨진 목걸이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내가 이런거까지 자랑 해야겠어?! "이거 액자 들어있는 목걸인데 여기에 뭔 사진있는 지 알아?" 성우 애기때 사진... 진짜 귀여우니까 나만 볼거야.. 소중히 목걸이 팬던트를 쥐고있는 나를 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쉬는 시간을 끝마치는 종이 울렸다. "너네는 진짜 오래갈거다. 그니까 국어책이나 피자.." 짝꿍은 이 말을 하며 내 사물함에서 국어책을 가져와 친히 펴주었다. "성우야 야자가 그렇게 좋아? 그럴꺼면 야자랑 사귀지 그래?"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는 열심히 공부하는 성우를 꼬드기는 사탄의 목소리 입니다.. 석식을 먹고 매점에서 후식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들고 먹는데 딱 삘이 왔지, 아 오늘은 각이다. 야자(야간자율학습) 째는 각. 성우는 내 말에 웃다가도 금새 멈추고 입술을 삐죽이며 진지하게 고민을 한다. "기말도 끝났는데? 응?" 라고 사탄이 말했다. "음.. 그래, 대신 내일은 야자하고 집에 같이 가" "누가보면 내가 야자 맨날 빼는 줄 알겠다 야" "포인트는 야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가는 건데" 심-쿵 "어우야.. 나 그런 멘트에 약한 거 알면서.. 좋아 내일은 불나게 공부하고 꼭 같이 가자!" 성우는 내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가지러 올라갔다 오겠다고 한다. 개-조-아 기모 스타킹에 일어난 보풀을 뜯으며 성우를 기다리다가 등 뒤에 자신의 가방 하나, 앞으로는 내 가방 하나를 메고 계단을 내려오는 그를 보고 벌떡 일어났다. "성우야!" 행복이라는 건 참 별거 없다. 가방을 등 뒤에 메고 나란히 손 잡고 걸어가는 우리 위로 펼쳐지는 노을. 그걸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너랑 결혼해야지" "뭐?" "결혼해줘야 돼 나랑" 이거 프로포즈야? 성우는 눈을 접으면서 크게 웃었고 나는 굳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는 내 여자다!!!!!! 왜 말을 모태!! "나중에 제대로 프로포즈 할게" 리얼 순도 100%의 진심을 담아서 성우에게 거듭 강조했다. 아무도 못 채간다... 나의 것... 옹성우.. "기대할게 프로포즈" 성우는 입을 가리면서 크게 웃다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리 둘이 함께 할 미래 그거 나만 상상해본 거 아니잖아? 부끄러워하기는... 또 우리의 주특기인 아무 생각없이 걷기를 시전하다가 우리 집 앞 놀이터까지 왔다. 나란히 사이좋게 그네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성우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 "난 시험보기 전에 꼭 이 목걸이를 본단말이야?" "설마 그 목걸이 팬던트?" "당연하지. 팬던트 안에 있는 너의 애기때 사진을 보고 시험을 봐야 마음이 안정된단말이지.." 그니까 ㅇㅇ교 같은거구나? 나는 너의 교주이고. 뿌듯한데? 처음듣는 성우의 이야기 보따리에 너무 귀여워서 혼났다. "근데 이번 기말에도 평소처럼 이 액자를 열어보는데 감독 선생님이 슬쩍 오셔서 뭐 보냐고 조용히 물어보시는거야" "어" "그래서 그 사진 보여줬어! 나만 보려고 했는데... 의심하실까봐..." 하 귀여워ㅠㅠㅠㅜ 심,,쿵,,, "아이고 그랬어?(ㅠㅠㅠㅠㅠ)" "웅...그래가지고 이거 말하려구 해찌... 애들이 다 와서 보여달라는거야... 근데 내가 딱 싫다구 했어!" 내가 귀여워하면 더 귀여운 척하는 옹성우(오열) 잘했지! 하며 고개를 (드디어) 돌려서 나와 눈을 마주치는데 사랑스럽겠어요, 안 사랑스럽겠어요? 당연히 너무 사랑스럽다 이거에요.. 그래서 홧김에 성우의 볼을 잡고 입술에 콩하고 입술박치기를 해버렸다. 가로등은 또 왜 눈치있게 그네 옆에 있어서 성우를 더 무드있게 만들어 주는거야? 왜 성우 속 눈썹이 더 잘 보이게 만들어 주는거야? 고맙게... 저기요 루브르박물관에서 기사 하나 안 나왔나요? 여기 내 앞에 조각상이 하나 탈출했는데... 그의 볼을 잡고 두어번 더 쪽쪽하고 놓아주니 실실 웃고 있는 옹성우의 얼굴이 보인다. "너 너무 귀여워서 문제야" "알아" "너 잘생겨서 문제인것도 알지?" "알지" 그래 너무 잘 알아서 문제라니까... 내가 자신의 얼굴에 취약한 존재라는 걸 너무 잘 알아.. "그래도 결혼은 누구랑?" "음 글쎄?" "씁 나랑! 이건 고민할게 없는 문제라니까?" 거의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처럼 성우에게 또다시 거듭 강조했다. 결혼은 ㅇㅇㅇ... 결혼은 ㅇㅇㅇ 외우시오... "다시, 결혼은!?" "너랑" 가로등이 문제라니까. 너무 얼굴이 적나라하게 잘 보인다구. 봐봐, 오죽하면 옹성우 눈알 속에 비치는 내 모습까지 보이겠어. 이 집 전구 일 잘하네.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서 몹시 뿌듯하고 성우가 너무 기특하고 그랬다. 한밤중에 달빛이 그렇게 애틋한 감정을 만들어내듯이 한밤중 가로등도 나름의 무드를 가지고 있다. "뭔가 우리 뽀뽀할 타이밍같지 않아?" "그럼 그럴까?" 성우는 내 그네 줄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더니 짧게 두어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잠깐 아무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좀 더 길게 입을 맞췄다.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장 보고 돌아오는 엄마라도 있었어봐 얼마나 민망 했겠어! 그네 줄을 잡고 있는 성우의 손 위로 내 손을 포개어 잡았다. 겨울이 오고 있기는 한가 보다. 성우의 손이 시렵다. 내일부터는 핸드크림 가지고 다녀서 맨날 발라줘야지. 키스를 하고 내 볼을 쓸어주는 성우의 행동이 좋았다. 당신은 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달까? 오늘도 어김없이 내 볼을 쓰다듬는 성우가 좋아 헤벌레 웃으며 성우 손이 트기전에 핸드크림을 가져와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귀를 파고드는 낯선 타국의 언어... "我想和你结婚" (나는 너와 결혼하고싶어) "응?" 제 2외국어 일본어인 나는 (물론 일본어로 말했어도 절대 못 알아들음) 갑작스러운 성우의 중국어에 여러번 되물었지만 성우는 그저 웃고만 있다. "뭐라고 한거야?" "나중에 알려줄게" 그래 좋아..오늘만 그냥 넘어갈게.. 오늘은 너와 같이 보내는 우리의 첫 번째 겨울이니까 그렇게 밤이 가장 길다던 우리의 동지(冬至)가 저물어갔다. 앓다주글 옹.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