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녈아."
"왜."
"내일 경수 와, 경수!"
경수는 백현이가 거의 매일 말하던 친구다.
중3 때 유학을 갔다가 내일 온단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2년만인데!"
내일 오면 이 백구가 그렇게나 말하던 도경수의 낯짝이나 봐야지, 생각하는 찬열이다.
그리고 백현이 그렇게 기다리던 내일이 되었다.
*
"도 경수 라고해. 잘 지내보자."
잘 지낼 생각 없다면.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말을 참는 찬열이었다.
"그래, 그럼 자리는……."
"선생님, 저 백현이랑 앉고싶은데 안될까요?"
"안돼, 이 새끼야."
선생님에게 말했는데 다른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경수가 소리가 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맨 뒷자리에 앉은 백현의 옆자리에 찬열이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하게 경수를 보고있었다.
"야, 너는 친구 많잖아! 니 친구랑 앉아!"
"아 씨, 왜 때려."
"선생님, 그럼 백현이 뒤에 책상 가져다 혼자 앉을게요."
그래, 그럼 그래라. 하고 아이들에게 몇가지 말을 더 하고 선생님이 나가자 백현이가 경수쪽으로 뛰어가 안겼다.
"경수야!!!"
"아유 우리 똥개, 많이 컸네?"
"그래! 내가 이제 너만해!"
찬열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는것인지, 둘이서 계속 대화를 하자 참다못한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둘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보고싶었다는둥 이야기를 하며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거기에 더 발끈한 찬열이 결국에는 둘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야 너 뭐야!! 죽고싶어?!"
뒤에서 백현이 뭐라고 찡얼대던 무시하고 찬열은 그저 경수와 찌릿찌릿한 눈싸움을 할 뿐이다. 물론 뒤에있는 백현은 모르겠지만.
"야, 변백현."
"뭐 이 자식아!!"
"니 친구면 나도 소개를 해줘야지."
백현은 그 순간 아, 그런가? 내가 잘못했나? 그럼 소개 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찬열의 뒤에 숨어있던 백현이 폴짝 튀어나와 여전히 눈 싸움을 하고있는 둘의 옆에 섰다.
"자자, 경수야! 얘는 찬열이, 박찬열. 성격이 좀 드러운데 그냥 니가 이해해줘!"
"그런 것 같네."
"뭐 임마?"
"그리구 박찬열아, 경수 알지? 말했다시피 경수는 2년 전에 유학갔다가 오늘 우리학교로 전학..."
"야, 왜 나는 박찬열이고 얘는 경수야?"
자신의 말을 잘라서인지, 별 시덥지않는 것으로 태클을 걸어서인지 백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고는 찬열의 팔을 때린다.
"아, 진짜 쫌!! 때리지 좀 말라고!!! 찌깐한게 진짜, 쳐맞을래?!"
찬열이 악에받쳐 소리지르지만 백현은 박찬열이 그래봤자지, 하고 생각하고는 경수에게 책상을 가지러 가자며 말하며 찬열을 두고 나가버린다. 더 화가 난 찬열이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책상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뭘 야려, 이 시발!!!!!!"
뭐 금방 다시 책상을 봐야했지만.
*
화가 난 찬열이 교실에 앉아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찬열은 지금 급한대로 화장실에서 한대 피워야지, 하고 화장실로 왔다.
"아, 이 시발. 별게 다 지랄을 하네."
불이 켜지지 않는 라이터를 아무데나 집어던지며 나가려고 고개를 들자, 경수가 있었다.
"불 빌려줄까?"
"변백현 앞에서는 같잖은 착한척 하더니. 담배도 피냐?"
"응, 착한척 하고있으니까 백현이한테는 말하지 마."
"허, 똥을 싸세요. 미친놈."
라이터를 다시 건네받은 경수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고는 능숙하게 불을 붙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찬열은 혼자 생각했다.
변백현 앞에서 헤벌레- 웃고있을 때는 그냥 억울하게 생긴것 같았는데.
찬열이 경수를 관찰하는 사이, 담배를 다 피운 경수가 입에 껌을 하나 물고는 찬열의 어깨를 툭툭 치고 뒤돌아 나간다. 왠지모를 패배감을 느낀 찬열이 화장실 타일에 담배를 지져 끄고 거울 앞으로 간다.
"내가 더 잘생겼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백현이 경수의 큰 눈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눈을 부릅떠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눈을 벌려보는 찬열이었다.
"응?"
"너 박찬열 좋아해?"
"…응?"
나 다 봤어, 백현아.
박찬열 잘 때, 너…….
*
"똥, 이리와서 앉아봐."
"왜 왜 왜에."
"일로 와, 콩알만한 자식아."
찬열이 백현의 손목을 잡고 끌어다 벤치에 앉히자 백현이 씩씩거리면서도 자리에 앉는다. 백현이 앉자마자 찬열이 백현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거기에 가만히있을 백현이 아니다.
"아 뭐야, 이 이빨만 많은 놈아!!!!!"
"아, 아, 좀. 아파, 때리지 좀 마!! 쬐깐한게 왜 이렇게 손이 매워?"
진짜, 내 인생의 오점은 너인거 잘 알지?
당연하지. 오점님 잠 좀 자자.
불퉁대면서도 찬열의 머리를 밀어내지않고 가만히 있는 백현이었다.
찬열이 잠들었는지 아무런 말이 없자, 지루함을 느낀 백현이 찬열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 자식. 진짜 잘생기긴 했단말이야. 성격이 개똥같아서 문제지만.
"야, 개똥."
"……."
"자?"
"……."
"야, 어디 노예주제에 주인님 무릎을 베고 잠을 자냐?"
"……."
진짜 잠들었나보네.
찬열의 눈 앞에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본 백현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백현이 어디있는지 알아?"
"어? 아까 찬열이랑 음악실 쪽으루 가던데……."
"그래, 고마워."
경수가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러간 사이 찬열이 백현을 데리고갔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상한 경수가 학교를 이리저리 뒤지며 음악실을 찾아 헤맸다. 4층으로 올라가자 음악실이 보였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음악실로 들어가려던 경수는 음악실 안에서 나지막히 흘러나오는 백현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문이 열려있는 음악실 안에는 백현의 무릎에 누워 자는 찬열과 그런 찬열의 머리를 작은 손으로 매만져주는 백현, 둘 뿐이었다.
찬열아.
너한테 꼭 말해주고 싶어.
……좋아해.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뜨던 경수는 허탈한 얼굴로 교실로 돌아가려 시선을 돌렸을 때, 벽에 있는 글씨들을 봤다.
[박찬열은 이빨밖에 가진게 없으니까 백현이 노예 !]
[ㅈㄹ]
[넌 내 농노야ㅋㅋ]
[ㅇ]
잘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쓴 글씨는 분명 백현의 것이었고, 그 밑에 성의없이 휘갈겨쓴 자음들은 분명 찬열일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 등쌀에 떠밀려서 갔던 유학생활 동안에 있었던 일들 중 이야기 해줄 것이 없어.
난 네가 하루라도 빨리 보고싶어서 내 할일에만 열중했거든.
근데 너는 내가 없는 동안에 박찬열과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행복했구나.
*
"백현아."
"응?"
"너 박찬열 좋아해?"
"……응?"
"…좋아하니?"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두, 너는 나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경수야."
"……."
응. 나…, 찬열이, 많이 좋아해.
아니라고 대답하길 바랬던 경수의 바람이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아우, 저 새끼. 몇번째야? 같이 가자고를 하지말던가!
속으로 찬열을 욕하며 발을 동동 구르지만, 현관문 앞에서 백현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꼴을 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다 백현이 혼자 등교하려 발걸음을 돌릴때 쯤 급히 나온척 하는 찬열을 절대로 알지 못할것이다.
"차녈!!!!!! 나 간다!!!!!!!!"
"아오. 야, 좀 일찍 와서 깨웠어야지! 지각할 뻔 했잖아!"
뭐야?!! 이 노비주제에?!!
티격태격 하면서도 나란히 걸어가는 둘이다.
"근데 차녈."
"뭐."
"나 언제까지 아침마다 너네집 가야돼?"
"오기 싫으면 오지마."
"너 그럼 점심시간쯤 해서야 오잖아!!!"
"근디."
"깐디."
"에브리바디."
"노바디."
"씨디."
"버디버디."
"…디브이디."
"스무디."
"……이 쥐알탱만한게 질 줄을 몰라."
이런 의미없는 대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말이다.
"백현아."
"응?"
"나 너 좋아해."
"…경수야."
백현의 눈동자도 커졌지만, 그 뒤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찬열의 눈동자는 백현의 것보다 더 커졌다. 경수는 고개도 들지 못하는 백현을 바라보다 뒤에있는 찬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부터 였어."
"……."
"공부하러 갔을 때도 너만 생각했어. 다시 한국으로 오는 날 너 볼 생각에 잠도 못잤어."
"경수야, 그때 말했듯이 나는……."
"아니, 니 마음이 어떻든간에 상관 안해."
"……."
"나랑 사귀자."
백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는 재빨리 찬열을 보던 시선을 백현에게로 옮겼다. 찬열이 등을 돌려 그 곳을 벗어났다.
*
"야, 너 왠일로 오늘은 백구랑 안가냐?"
"말걸지 마. 지금 미치겠으니까."
"왜. 너 차였냐?"
"백구가 바람난거 아니야?!"
번갈아가며 찬열의 심기를 불편하게하는 세훈과 종인을 찬열이 죽일듯이 노려보자, 딴청을 하며 찬열의 시선을 피한다. 찬열이 화를 눌러 참는 듯 눈을 감더니 입을연다.
"도경수 알지."
"알지! 백구 친구."
"그것도 아주 오―래된."
아니, 근데 이것들이 진짜!
찬열이 소리높혀 말하자 또다시 깨갱하는 세훈과 종인이었다.
"무슨 일인데. 이 엉아한테 말할 기회를 주겠다."
"…그 새끼가 백현이한테 고백했어. 사귀자고."
"오 마이 갓!!!!!!"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어떻게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자리 피해서 왔지……."
"야 이 등신새끼야, 가서 백구를 멋있게 데려왔어야지!!!!!!"
"이 백구는 내 백구다, 하고 박력있게 말했어야지!!!!"
그랬어야했나? 하고 생각하던 찬열이 바보새끼들한테 말한 내가 등신이지, 하고 깨닫는 찬열이었다. 그래서 무시하던 찰나,
"야, 그럼 너도 빨리 말해야지. 좋아한다고."
"맞아. 그러다 둘이 러브러브 되면 어떡해!"
러브러브…? 도경수랑 둘이……?
순간 찬열의 머릿속엔 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경수와 백현이 손잡고 나란히 걷는 모습, 경수가 백현의 집까지 데려다주고 안아주는 모습, 경수가 백현의 입에 입맞추는 모습, 둘이 침대에서…….
"아, 시발!!!!!!!!!!!"
갑자기 찬열이 발악하는 모습을 본 세훈과 종인은 놀라서 찬열에게 왜, 왜그래! 하며 다가갔다. 세훈과 종인이 있다는 것을 생각 못한 찬열이 핸드폰을 꺼내 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를 받는 백현에게 찬열이 너 어디야!!!! 하고 소리치자 핸드폰 건너편에서 지지않고 왜 소리지르구 난리야!!!!! 하며 빽빽거리는 백현이었다. 자신보다 큰 목소리에 흠칫한 찬열이,
"……어디니, 백현아?"
하고 묻자 만족한다는 듯이 집이야, 왜? 하고 묻자 찬열은 다짜고짜 지금 갈게, 가만히 있어 라고 하고는 전화를 뚝 끊고 택시를 잡아탔다. 옆에있던 세훈과 종인이 야, 너 어디가! 하며 소리지르지만 찬열은 바보들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지고 않고 출발하는 찬열이었다.
*
"야, 변백현!!!! 문열어!!!!!!"
찬열이 백현의 집 문을 부술듯이 두드리자 놀란 백현이 허겁지겁 나온다.
"야, 너 미쳤어?! 옆집에서 쫓아오면 어쩌려구 이래!!"
백현의 잔소리를 들은체 만체 하며 집으로 들어간 찬열이 집 안에 있는 경수를 발견하고는 눈썹을 찡그린다.
"…너 왜 여기있냐?"
"그러는 너야말로 왜 왔냐?"
고백하려고 왔다, 이 새끼야! 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입을 꾹 다무는 찬열이었다. 아, 시발. 자존심 상해.
"야, 박차녈. 너 왜 왔…, 아, 머야 너!!!"
현관문을 닫고 찬열에게 다가온 백현을 찬열이 백현의 팔을 잡고 백현의 방으로 들어갔다. 빽빽 거리지만 어쩔 수 없이 찬열에게 끌려가는 백현이었다. 찬열이 백현의 방 문을 쾅- 닫고 문을 잠갔다.
"왜 이래?!"
"너 저 새끼랑 사귀냐?"
"…ㅁ,뭐?!"
"말해!!! 도경수랑 사귀냐고!!!!!!"
"아, 진짜 귀 터지겠네!!! 멀 사겨, 이 농노야!!!!!!"
"근데 왜 여기있어?!!!!!"
"그럼 넌 왜 여기있냥?!!!!!"
"나랑 사귈래?!!!"
흥분한 찬열이 머릿속에 있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 놀란 찬열은 속으로 미친듯이 자책했다. 이게 무슨 뜬끔없는…….
"…야, 너 왜 울어?!"
울먹거리던 백현이 찬열이 당황하며 왜 우냐고 물어오자 자리에 주저앉더니 이젠 아예 소리내서 우는 백현이었다.
"이이이…, 이잉…, 흐이잉……."
"야, 너 왜 그래……."
같이 쪼그려앉아 고개숙인 백현의 얼굴을 보려 찬열도 따라 고개를 숙이자 백현이 고개를 돌렸다. 아, 얘는 우는것도 왜 이렇게 귀엽고 난리야? 더 보고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백현을 안아버릴 것 같아서 다리를 펴 일어난 찬열이 어찌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서있자 갑자기 백현이 몸을 일으켜 찬열의 목을 껴안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굳어버린 찬열이 배…백현아, 하자 백현은 또 이이잉- 거리며 울자 찬열이 부자연스럽게 백현의 등을 토닥인다.
"이잉, 나두 너…, 히잉, 죠아해떠, 이이……."
우느라 발음이 뭉게진 백현이 이이, 거리며 말하자 참을 수 없던 찬열이 백현을 꽉 껴안았다. 아오, 이 귀여운 것!!!
*
"백구."
"뱃꾸 아냐."
급식실에서 마주앉아 밥을 우걱우걱 먹는 백현을 보며 찬열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찬열이 자신의 불고기를 백현의 식판에 덜어주며 많이 먹어라- 한다. 백현은 자신이 안먹는 나물같은 것을 찬열의 식판에 옮겨놓았다. 찬열은 군말없이 백현이 옮겨놓은 나물과 밥을 먹으며 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백현이 다 먹고 식판을 정리하려 일어나자 찬열은 다 먹지도 않은 밥을 버리며 뒤따라 일어난다. 백현이 쫄랑쫄랑 나가자 그 뒤를 따라가던 찬열이 뒤에서 백현을 껴안았다. 백현은 이미 익숙해진듯 아무런 반응없이 찬열을 뒤에 매달고 걸었다. 세훈과 종인이 뒤에서 나타나 찬열의 뒷통수를 살짝 때렸고,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돈 찬열이 세훈과 종인을 보고 이런 씨ㅂ…, 하고 중얼거렸다. 그 뒤에 있던 경수가 찬열에게 말했다.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세훈과 종인을 백현이 심심하지 않게 옆에 붙여놓고 찬열은 경수와 함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 노려보는 찬열에 비해 온화하게 찬열을 바라보던 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냐?"
대답을 바란건 아니었다는 듯 경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때, 일부러 그런거야."
"…뭐?"
"너 보는 앞에서 백현이한테 사귀자고 한거, 일부러 그랬다고."
"……."
"딱 봐도 넌 백현이 좋아하는 것 같고, 백현이도 너 많이 좋아하길래."
"……."
"근데 내가 좋아하는 백현이가 먼저 너한테 좋아한다고 말하는 꼴은 못보겠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너 올 때까지 뜸들이다가 너 오고나서 말했어."
"야."
"그러니까 나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난 백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껄끄럽게 지내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나랑 잘 지내고 싶으면 백현이 앞에서 착한척 좀 그만해, 임마."
"그건 안되겠는데."
말은 사납게 하지만, 찬열과 경수 둘 다 미소를 띄고 있었다.
*
"박찬열이 많이 괴롭히지?"
"백현이 니가 이해해. 원래 성격이 거지같은 놈이라."
"별루 안괴롭혀. 찬열이 내 노예야."
"뭐?!"
"야, 백현아. 찬열이한테는 그런말 하지마. 아무리 너라도……."
"이미 알아. 자기가 내 노예인거!"
이럴 수 가. 세훈과 종인은 멘붕이었다.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해…….
"어? 차녈!!!!"
저 멀리서 찬열이 오자, 백현은 찬열에게 다다다 뛰어갔다. 찬열의 등을 찰싹찰싹 때리며 업어줘, 업어줘! 하자 찬열이 못이기는 척 등을 내민다. 찬열의 등으로 폴짝 뛴 백현이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운동장으로! 하고 외치자 이 쪼그만한게…, 라고 하면서도 계단을 내려가는 찬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