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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오(알파x오메가)물 입니다.







W. LIGHTER







[워너원/옹성우/황민현] EAT, HIT, ME, SIR | 인스티즈

EAT ME,







[워너원/옹성우/황민현] EAT, HIT, ME, SIR | 인스티즈

HIT ME,







SIR.











1. 




알파. 오메가. 베타. 초등학교 5학년의 나이에 배우는 성교육은 매우 단순했다. 알파와 오메가는 각자의 체취를 가지고 있어요. 친절한 말투로 호기심에 들뜬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선생님은 알파와 오메가, 베타의 성질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지만 결국 결론은 한 가지였다. 오메가로 태어난 애는 이번생은 글러먹은 셈이었다. 알파는 신체적으로 우월한 인간들이라고 했다. 우월, 이라는 단어를 자세하게 알기엔 어렸지만 그래도 그것들을 깨닫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굴러다니게 하는 인간들 중 반이 넘는 사람들은 알파였다. 우리가 쉬이 넘보지 못할 자리를 태어나면서 얻는 그들은 그래 때깔부터 달랐다. 그래서일까 열 두 살, 내가 꿈 꾼 건 다른 아이들처럼 가수나, 선생님, 대통령이 아닌 알파였다. 제 꿈은 알파입니다. 어린 나이에 다들 웃으면서 넘어간 그 꿈은 십 년이 지난 스물 두 살이 된 지금까지도 내가 꿈 꾸는 것이었다고. 그 누가 믿어줄려나.




"저기."




빌어먹게도 내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오늘은 위험한 날이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생리주기보다도 정확한 히트사이클 기간엔 몸이 가만히 있어도 열에 달아오른 기분이었다. 전공책을 가방에 넣을 정신도 없이 대충 끌어안으며 뛰어갔을까 눈 앞에 갑자기 들이닥친 형체로 인해 내 모든 물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날 가로막은 인물이 누구인지도 알아볼 새도 없이 지퍼가 반쯤 열려진 가방 안으로 물건들을 넣어댔다. 혹시라도 내 억제제를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생각만 해도 곤역이었다. 답지 않게 손까지 벌벌 떨어가며 가방으로 책을 마지막으로 넣고 나서려고 하자 또 한 번 검은색의 구두는 내 걸음을 막아섰다.




"이거, 떨어트린 거 같은데."




그의 손에 들린 건 하얀색의 알약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이었다.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내가 오메가인 걸 들킨 적은 없었다. 그렇게 삼학년을 보냈는데. 앞으로 잘만 버티면 그렇게 지나갈 수 있을 듯싶었는데. 잃어버리면 안되잖아, 이거. 문득 얼굴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는 나를 보고 있었고.




"체리향인가. 엄청 진하네."




나를 낳아준 부모님조차도 모르는 내 향을 간파하고 있었다. 무슨 정신으로 억제제를 받아왔는지,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내가 기억나는 건 날 가로막고 있는 검은 구두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진하디 진한.




"또 봐요."




너른 등과 소나무의 향이었다.






2. 




민현은 영문학과 내에서 잘 알려진 조교였다. 교수를 꿈꾸고 있지만 좀처럼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스물 여덟의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그의 얼굴이 유명했고 학교 내에선 그의 이름이 더 유명했다. 황지석 작가의 외동아들 황민현. 그의 아버지를 따라서 작가를 꿈꾸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학교에서 그를 알아보는 교수들은 하나같이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왔고 조만간 그의 글을 기대하겠노라, 말을 했다. 정작 그는 별다른 꿈도 목적도 없이 그저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저기."




민현이 제 특유의 성질을 알아챈 건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오고 나서부터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의 옆에는 여자든, 남자든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들끓었다. 대부분이 오메가라는 게 함정이었지만서도. 그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아니지, 자신이 아니라 제 체향을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가끔씩 그와 몸을 섞는 사람들은 간간히 제 목에 얼굴을 쳐박고선 끝도 없이 자신의 냄새를 맡아대곤 했으니. 그래서 그는 세상에 나는 모든 냄새에 민감했다. 특히나 오메가의 냄새엔 더욱이. 온갖 과일의 냄새부터 꽃의 냄새까지. 조금만 다가가도 여과없이 뿜어져 나오는 그 냄새들은 달콤했다. 달큰해서 설탕에 푹 절여져 있는 듯한 오메가의 체취는 민현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었다. 근데.




"체리향인가. 엄청 진하네."




체리향은 처음이었다. 과일이란 과일은 다 알았다. 오메가의 냄새를 비교할 데라곤 과일과 꽃이 가장 근접한 경우의 수였고 그가 먹어본 과일보다 맡아서 알게 된 과일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민현이 기억하는 향은 수도없이 많았거늘. 이상하게 말이지. 그가 체리라는 과일을 알게 된 이후로부터는 딱히 다른 과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현은 제 말에 있는대로 몸을 웅크리고선 학교를 벗어나는 아이의 이름을 몰랐다. 분명 영문학의 책을 들고 있는 걸 보면 학생인 게 분명했는데 책 위에 흔하게 적혀져 있는 이름도, 학번도 없었다. 




"또 봐요."




그럼에도 친근하게 말을 꺼내보였다.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보면 알겠지. 여지껏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던 그가 아니었으니 이번에도 이름이나 학번보다도 더 먼저 냄새로 민현은 그녀를 알아낼 것이다. 조만간 한 번은 만나겠네. 문득 영문학과의 조교로 들어온 것을 처음으로 반가워 하던 그는 가는 길을 몇 번이고 멈춰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가는 길에 체리나 사갈까."




지금 당장 체리가 먹고 싶다는, 그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3.




나는 화장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히트사이클이 다가오는 날이면 내 몸에서 끊임없이 풍겨대는 냄새 때문에 오늘도 몇 번이나 몸을 닦아냈는지 모른다.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는데도. 그냥 이건 내 습관 중 하나였다. 히트사이클이 오는 날이면 난 체리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보다 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사람이 없듯이 오메가로 태어나기를 바란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맘때쯤이면 내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오메가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아직도 씻고 있어?"




밖에서 옹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번 더 샤워젤을 몸에 들이붓던 나는 급하게 씻어내면서 대충 소리를 내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가, 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이며. 매일 같이 내 자취방으로 찾아오는 옹성우 덕에 난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이 내 집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어쩌다 태어나보니 옹성우가 친구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끝내 나를 따라붙어서 대학교까지 쫓아온 사람이 옹성우였다. 지금 내가 있는 오피스텔의 바로 옆 집을 구한 그는 이번 년도 봄부터 내 집안을 들락날락 거리더니. 




"이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여름 초입부터 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같이 공유하고 있었다. 내 팔뚝을 그러쥔 그는 잔소리인지 걱정인지 구분이 안 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너 또 살 부어올랐잖아. 그와 십 년도 더한 친구로 지내면서 옹성우는 내 모든 걸 알았다.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것까지 다. 억제제는 먹었어?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물기만 닦고 나온지라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졌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나를 수건으로 닦이고 속옷부터, 옷까지 다 챙겨준 그는 또 여느 때처럼 내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나는 옹성우를 좋아하지 않았다. 딱히 그에게 그런 감정이 생길 틈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내게 해주는 챙김을 좋아했다. 내 머리카락을 통과하는 따뜻한 드라이기 바람과 함께 다정한 손길이 좋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주친 낯선 남자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감정이 한순간 안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소나무였던 것 같은데."

"뭐가?"

"나 아까 오다가 알파 만났어."

"알파?"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손길이 잠시간 멈칫했다. 나랑 부딪혔던 남자한테서 소나무 냄새가 나더라. 그거, 알파 냄새잖아. 그치? 몸을 돌려 옹성우에게 묻자 그는 맞다는 대답도 아니라는 부정도 해주지 않았다. 단지 어디서 만났고 누구냐는 말만 이어갈 뿐.




"인문관에서 나오다가 넘어져서 그 남자가 내 억제제 주워줬거든."

"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이 묻는 말을 난 알았다. 응. 내가 오메가인 거 다 아는 것 같아. 차마 내 체취까지 알고 있다고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이만한 얘기를 옹성우에게 해본 적도 별로 없었다. 나는 오메가였고 알파를 두려워했다. 알파가 뱉는 한 줌의 냄새에 난 가뿐히 병신이 되었다. 그래서 피하고 다닐 수 있다면 피할 수 있는 게 좋았는데 열다섯이 지나고 나서 내 주변에 남자는 물론 여자까지 하나씩 사라졌다. 자세하게 말하면 알파가 사라졌다. 그것도 옹성우 때문에.




"웬만하면 마주치지 마."

"응."

"마주쳐서 좋을 거 없으니까."

"응."




옹성우는 과도하게 나를 애워쌌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내 오메가의 형질이 발현되기 전까진 그래도 나름 형제처럼 지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난 오메가였음에도 나름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 옹성우가 만들어준 틀 안에서 내게 있어 알파는 옹성우, 이 놈 하나 뿐이었다. 




"머리 다 말랐다."




생글하니 웃는 옹성우의 눈은 웃지 않았다. 내가 괜한 말을 꺼냈나. 신기하게도 그는 제 자신도 알파였으면서 알파들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그에게 수도 없이 달라붙는 오메가와 여자들이 있었음에도 그가 딱히 연애를 한다거나 사람을 만난다는 말을 듣지 못한 걸 보면. 그는 알파 뿐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싫은 것 같았다. 




'나는 오메가도, 알파도 다 싫어.'




처음 성질이 발현되고 나서 혼자 방 안에 숨죽여서 울던 나를 찾아온 건 옹성우였다. 오메가인 나를 보러 알파인 그가 왔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나와 달리 어깨도, 키도, 손도 커지고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더라. 가끔은 알파인 옹성우를 부러워했다. 부러워하다가 자신은 함부로 제 체취를 풍기지 않을 거라고 맹세 아닌 맹세를 하고 있는 옹성우에게 고마웠고.




'너, 엄청 작다.'




허벅지의 반을 가리고 마는 널널한 그의 티셔츠를 입은 나를 보는 그에게 일순간 다른 감정을 느꼈던 것도 같았다.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네가 큰 거겠지. 아무렇지 않게 대꾸를 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티셔츠의 끄트머리를 잡고 있는 손에는 땀이 났다. 열여덟의 나이에, 내 친구가 나와는 다르다는 걸 알았을 무렵. 그는 내 체향을 알았고 난 옹성우에게서 나는 머스크의 향을 맡았다.




"걱정하지 마."




무슨 걱정이라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단순간에 눈치로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애초에 걱정을 한다면 그건 그가 아니라 내가 해야할 지도 모르는 판국에 난 어느새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에게 꽤나 바보같은 말을 꺼냈다. 내 말에 곧장 낮게 웃는 웃음소리가, 좋았다.






4.




성우에게 딸이 생긴다면 그건 ㅇㅇ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딱히 결혼을 하고 싶지도,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에겐 그녀가 아이같았고 꼭 챙겨줘야만 될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그녀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성우가 알파라는 걸 알고 그녀가 오메가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녀는 그와 많이 달라졌다. 점점 손과 발이 커져가는 자신과 다르게 그녀의 손은 제 한 손에 다 잡히고도 남았다. 그녀를 가끔씩 안게 되면 자신보다 훨씬 작은 몸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와 엇비슷했던 키가 점점 커져서 한 뼘 내지 두 뼘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되었을까.




'너, 엄청 작다.'




그는 괜스레 목이 마르는 기분을 느꼈다. 우산 없이 둘이서 비를 맞고 온 날, 그의 집에서. 그의 옷을 주고. 그걸 입은 그녀를 보는 건 정말이지. 알파였음에도 성욕이란 성욕은 다 바닥에 떨어진 건 아닐까 했던 고민을 단번에 고쳐주었다. 성우에게 불쑥 체리향이 다가왔던 그 날. 그는 제가 해왔던 것들이 전부 부질 없는 짓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했다. 그녀 옆에 알파가 있는 건 상상이 되질 않았다. 아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누구에게 꺼내는 지 모를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성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억제제를 먹었음에도 또 한 번 훅, 하고 끼쳐오는 체리의 향기에 그는 보이지 않게 인상을 썼다. 오메가인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 성우가 가장 많이 배운 건 인내심이었다.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그녀에게 다른 알파들이 다가오는 걸 막기 위해서. 그녀 옆에 있는 알파는 자신 하나면 충분하다는 괴이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걱정 안 해."




제게 다가오는 작은 몸을 품에 넣고 싶었다. 종알종알 쉴 새 없이 말하는 붉은 입술을 단숨에 집어 삼키고 싶었다. 그녀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비밀을 목울대로 넘긴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알파가 누구이던지 간에 얼마 안가서 그녀의 주변에서 사라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렇게.






6.




적어도 민현을 마주하기 전엔 말이다.




"ㅇㅇㅇ 학생 맞죠?"




네? ㅇㅇ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성우는 그러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성우는 갑자기 제 앞에 나타난 민현에게 있는대로 적의를 표시했다. 보지 않아도 물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제 앞에 서 있는 놈은 알파다. 심지어 성우 자신과 같은 성질의 우성 알파. 등굣길에 느닷없이 알파들 사이에 끼어버린 ㅇㅇ는 눈동자를 조용히 도록도록 굴려댔다. 당황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못한 ㅇㅇ를 본 민현은 그걸 보고 기분 좋게 웃었다. 세상에나 당황하는 게 이렇게 귀여울 수도 있구나. 처음엔 민현의 느긋한 성격대로 천천히 ㅇㅇ를 알아차릴 요량이었다. 허나 ㅇㅇ는 아직 히트사이클 기간이 끝나지 않았고 고작해봐야 억제제 몇 알을 주워 먹은 게 전부였다. 교내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나오기가 무섭게 코 끝으로 다가온 체리향에 그의 발걸음은 오늘따라 유난히 경쾌했다.




"안녕하세요. 조교님."

"아, 그옹성우라고 했나?"




민현이 세상사에 관심이 없을 뿐이지 학교 내에서 ㅇㅇ는 꽤나 유명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보다 그녀의 옆에 있는 옹성우라는 이 남자로 인해서. 오죽하면 옹성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면 먼저 ㅇㅇㅇ를 찾아라, 라고 알려질 정도였으니 그 둘 사이를 눈길로 가늠하고 있던 민현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가 부른 건 ㅇㅇ였음에도 대답하는 장본인이 성우라는 사실이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은 민현이 보내는, 작은 신호였다.




"오늘은 그냥 안 나오는 편이 좋았을텐데."

"네?"

"괜히 알파한테 걸려서 잡아 먹히는 것도 썩 좋진 않잖아요."




그쵸? 민현이 뱉은 말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부채가 되었다. 다분히 의도적인 들쑤심. 그걸 모를 성우가 아니었다. 성우는 제 뒤로 ㅇㅇ를 끌어 당기고선 있는대로 제 체취를 풀어댔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한적하기만 한 교내 건물이 순식간에 머스크 향으로 둘러싸여지기 시작했다. 말 한 번 좆같이 하네, 시발. 원체 조용한 성격이었던 성우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좀처럼 그의 체취를 알기가 어려울 정도인 성우가 온 곳곳에 제 체향을 풍긴다는 건. 어쩌면 제 것을 뺏길 지도 모른다는 그의 본능이 먼저 나선걸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가 내가 아니라 ㅇㅇ씨가 먼저 쓰러지겠는데."




성우는 민현의 말이 들렸음에도 한 번 풀린 제 체향을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ㅇㅇ를 누가보면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마냥 친숙하게 부르는 이름이 개 같았다. 나름의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지낸 성우는 제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람과 개로 구분하곤 했다. 개 같은 인간을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 번은 ㅇㅇ에게 찝쩍대던 베타의 남고생이 개새끼였고. 고백을 받았다며 신나서 돌아온 그녀에게 제 체향을 가득 묻힌 과대 새끼가 개새끼였다. 그리고 지금 그에겐 민현이 그가 구분지은 세 번째의 개새끼였다. 나름 괜찮게 생각한 조교가 개새끼일 줄이야. 그녀의 손목을 감싸 쥔 성우가 보이지 않게 작게 떨고 있었다. 




"괜찮아?"

"하, 진짜."




그걸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ㅇㅇ는 손을 풀어 성우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혔다. 그 때일까. 건물엔 소나무의 푸른 냄새가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이미 충분히 성우의 체향으로 서있기도 버거운 그녀는 갑자기 다가온 또다른 알파의 향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듯했다. 아랫배가 저릿했다. 단자에서부터 올라오는 열은 조만간 그녀를 잠식해버릴 것처럼 굴었다. 이대로 정신을 놓게 된다면 그대로 둘 중 아무나라도 붙잡고 두 다리를 비벼댈지도 모른다. ㅇㅇ는 죽어도 그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있는대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기된 피로 인해 ㅇㅇ의 입술이 붉게 물들고, 두 눈에 눈물이 그렁히 맺혔다. 성우야. 우리 가자.




"제발, 그냥 가자. 응?"




이건 사정이었다. 부탁이고 구걸이었다. 이대로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서 오메가라는 걸 알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성우는 ㅇㅇ의 손바닥을 힘있게 맞잡았다. 마음 같아선 제 앞에 있는 민현을 당장에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는 남은 한 손으로 ㅇㅇ의 눈물을 닦는 것 외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를 이끌고선 지금의 자리에서 피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의 손을 붙잡고 제 이름을 부르는 ㅇㅇ만으로 이미 충분했다. 꼭 그, 자신이 구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눈동자가 퍽이나 사랑스러웠다.




[워너원/옹성우/황민현] EAT, HIT, ME, SIR | 인스티즈

"이래서 알파 새끼들은."




민현을 스치면서 작게 읊조린 성우의 목소리가 정확히 그의 귓가에 파고 들었다. 저도 알파 주제에 저리도 알파를 혐오하는 눈빛은 민현이 살면서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다. 주인 앞에서 충성스러운 개라도 된 것처럼 으르렁 거리는 꼴이 우스웠다. 자신은 남들과 다를거라고 생각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종자가 제 아버지 말고 또 있었다니. 처음부터 오메가와 알파가 붙어다니는 폼새가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민현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물고선 밖을 향했다. 그의 예상컨데 저 둘 중 누구든 어느 한 쪽이 이성을 잃는 순간이 오리라. 바로 그의 앞에서 바들바들 떨어대던 그녀를 눈 앞에 두고선 견딜 수 있는 알파가 있긴 할까 의문이었으니. 못내 민현은 제가 물고 있는 게 하얀 담배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7.




학교 내에 폐건물로 곧 새로이 지어질 강의동이 있었다. 예전엔 여기서 여러 학년들이 모여 강의를 들었던 것도 같았는데 지금의 성우는 눈 앞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달뜬 몸을 어쩔 몰라하는 ㅇㅇ가 그의 앞에 있었으며, 그녀가 뱉는 숨 한 줌에 본능과 이성이 뒤바껴버릴 듯했다. 




"성우야"




성우는 주먹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그의 손에는 벌겋게 핏줄이 돋아 있었다. 두 눈은 조만간 그녀를 잡아 먹어 버릴 것처럼 보이다가도 곧이어 그는 가방을 뒤져 억제제를 꺼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ㅇㅇ의 앞에서 제 체향을 풀 일은 죽어도 없을 것이라 맹세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더구나 히트사이클로 가장 예민해 있을 그녀에게 몹쓸 짓이란 짓은 다 하는 기분이었다.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두 개의 알약이 쥐어졌다.




"입 벌려."




온 힘이란 힘은 다 빠져나간 ㅇㅇ의 등을 받친 손이 거칠었다. 별 수 없이 성우의 말을 따라 벌린 ㅇㅇ의 입술이 새빨갛다. 성우는 제 손바닥에 있던 약을 입에 넣고선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오랜 시간 사람 발길이 끊긴 곳에서 하얀 먼지가 성우가 움직이는 선을 따라서 공중 위를 나폴거렸다. 어느때가 오든 그는 제 이성을 믿었다. 숱한 오메가들이 그의 곁을 지나가도 애먼 눈길 하나 주지 않았으니 그리 자부했던 것도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 지도. ㅇㅇ가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오랫동안 성우의 입술 위를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알약은 그녀에게로 넘어간지 오래고 고작 입술을 맞물린 것이 다인데 뭐라도 더 얻고 싶은 모양새로 그녀의 혀가 그의 안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성우의 미간 사이가 좁혀지고 ㅇㅇ를 받쳐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이상의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다 알면서도 성우는 책상 위에 걸터 앉은 ㅇㅇ가 제 허리 위로 두 다리를 감는 순간. 그와 그녀의 입에서는 옅은 신음 소리가 베어져 나왔다. 고개를 모로 돌려 조금 더 숨을 쉴 수 있게 그녀를 배려하면서도 안은 손은 풀지 않은 그는 그랬다. 어떤 것보다도 ㅇㅇ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무엇보다 가득히 열망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상상 속의 나체와 모든 야한 것들, 그 전부가 모두 그녀였다. 애절하게 얽힌 혀가 그녀의 치열을 훑고 지나갔다. 여기, 그 이상은 넘지 말자고 암묵히 선을 그어놓고서. 그 선이 아쉽고 넘고 싶은 게 비단 선악과와 다르지 않을 것인데. 




"안아줘."




긴 시간의 키스와 더불어 저의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침으로 범벅이 된 입술을 다시금 오물거린 ㅇㅇ는 칭얼거리듯 두 팔을 벌려왔다. 그러면 별 말 없이 성우는 제 품에 그녀를 끌어 당겼다. 과연 그녀는 알고 있을까. 얼마나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강한 소유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못난 인간인지. 미약한 장난 같은 짓이었다. 그와 그녀가 입을 맞춘 건 그렇게 치부가 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근데 제 어깨 위에서 가뿐히 숨을 몰아내쉰 ㅇㅇ를 볼 때면 성우는 이따금씩 제 욕구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안고 입 안을 헤집고 몸을 섞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8.





좀처럼 옹성우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 때 이후로 옹성우는 틈만 나면 날 피하려 들었고 내가 다가갈 때마다 한 걸음씩 거리를 두었다. 꼭 뭐가 두려운 사람처럼. 내가 옹성우와 떨어져 본 시간은 한 번도 없었다. 기억하는 모든 순간부터 난 그와 함께였다. 어디서든, 언제서든 날 지켜주겠다고 했던 그 말을 잊지 않았다. 오메가로 변이가 되고 맞이한 세상은 모든 게 낯설고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디선가 날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밤은 물론이고 낮까지 무서웠다. 혹시라도 내 냄새가 그들의 먹잇감이 될까 마음 편히 잠을 자본 적도 없었다. 베타의 부모 밑에서 오메가라니. 신이 있다면 내게 이래선 안되었다. 독실하게 믿었던 십자가도, 성경 구절도 내게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 날 이후로 나에겐 신이란 없었다. 없으니만도 못한 존재였다.




'나 봐. 나 여기 있잖아.'




그럴 때마다 날 구원해 준 건 너였다. 숨으려고 하는 모든 공간을 쥐 잡듯이 찾아내더니, 학교를 결석한 채 어딘가로 도망이라도 가는 날이면. 그는 학교에 가려고 했던 가방까지 내팽겨치고 나에게 달려왔다. 어디를 가든 혼자 가지 말라고. 무서움에 짓눌린 내 손을 잡아다가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쿵, 쿵, 쿵. 조금은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 물씬 풍겼던 땀에 젖은 머스크향. 내가 오메가로 변했을 무렵 그가 알파가 된 것은 맞는 듯한데. 왜인지 모르게 그 머스크 향이 좋았다. 나를 잡아 먹으려는 숱한 알파의 냄새와 다른 기분. 




'무서워?'

'….'

'내가 무서워?'

'아니.'




옹성우를 무서워하기는 커녕 그는 내 구원이었다. 신이라는 존재가 눈 앞에 나타난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그가 대충 교복 셔츠를 벗어 내 어깨 위로 덮어주자 그 찰나에 짙게 다가온 그의 향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스크 향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숨는 날은 대체적으로 하늘이 어둡고 희뿌연 날이었고. 네가 날 찾는 때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툭, 하고 떨어지는 빗물이 그의 어깨를 적셨다.




'앞으로는 이렇게 숨지 마. 너 찾으러 다닐 때마다 내가 어떤 기분인 줄 알아?'




나는 가끔 네가 내 눈 앞에서 사라질까봐 무서워. 죽을 것 같다고. 화 한 번 내지 않던 옹성우라서 그런가. 큰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널 힘들게 했어? 멋 모르던 학창시절과 숨기에 급급했던 나는 때때로 내 옆에 옹성우가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베타인 부모님들이 날 알아줄 리가 만무했다. 학교도 싫었고 집도 싫었다. 갈 곳을 잃은 것처럼 도망치고 도망쳐도 그 자리였다. 차라리 알파에게 붙잡여서 그에게 먹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을 적도 있었다. 내 얼굴에 물기를 닦던 차가운 손을 알기 전에는. 어차피 먹여버릴 운명일 거 누구든 상관 없겠다 했는데.




'도망치고 싶을 땐 어떻게 하라고 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난 그의 품에 안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던 티셔츠마저 젖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옹성우의 머리카락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기가 코 끝에서 느껴졌다. 이렇게 하라고 했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꺼낸 말은 웅얼거려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지만 상관 없었다. 버릇처럼 도망치고 싶으면 차라리 제게 안기라고 했던 그 기억에 물 밀듯이 찾아온 불안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사라져 버렸으니까.




'잘했어.'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을 때면 제게 안기라고 하던 그가. 언젠가부터 매번 겁쟁이마냥 그를 찾는 나에게 단 한 번의 귀찮음도 없이 달려왔던 옹성우가. 그의 한 쪽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날 토닥여주는 손길, 그 끝에 저렇게 잘했다며 칭찬을 해줄 잔잔한 목소리가 그리웠다. 내가 먹히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언제일지는 몰라도 그게 머스크의 향이길 바랐다. 뼈 한 톨 남기지 않고 나를 잡아 먹어도 돼. 더이상 내 앞에서 본래 알파의 성질을 못 참겠으면 다 토해내도 괜찮았다. 그가 내 위에서 날 내려다 보는 시선에 가끔씩 밤을 지새울 때도 많았으니 공평한 일이지. 그러니까.




"우리 잠깐만 거리를 두자."




울 것만 같은 얼굴로 그런 말만 하지 마, 성우야.






9.




며칠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옹성우 없이 살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빈자리는 문득, 문득 외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밥을 먹을 때도 혼자. 수업을 들을 때도 혼자. 학교를 가고 내 자취방에서도 혼자. 아직도 내 방 안에는 그가 해준 반찬들과 그가 좋아하는 인스턴트 커피들이 쌓여져 있었다. 화장대에도, 화장실에도 그의 것을 나타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가 내게 언제쯤 돌아올지를 가늠하기란 꽤 힘들었다.




-전화 좀 받아.




내 자취방 바로 옆에 있는 그의 집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간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도 답이 없으니 그 짓도 얼마 가지 못했다. 이쯤되면 내가 사과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에게 입을 맞춘 것도, 한순간 페로몬에 들끓어서 그를 안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다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함이 마땅한 일인듯 했다. 무릎이라도 꿇고 울어 볼까. 내가 울 때면 항상 져주고 마는 그였으니까 또 그렇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움과 실망감, 답답함으로 잘 받지도 않는 술이라도 먹고 싶어졌다. 




"야, 이거 체리향이지?"




순간 몸이 굳었다. 술을 먹어보겠다고 집 앞 편의점까지 나오는 건 호기로운 짓이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요즘은 히트사이클의 주기가 제멋대로였다. 원래대로라면 다음주였을텐데, 내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인해 쓰고 있는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빨리 도망치자. 볼캡 위로 후드집업의 모자까지 둘러쓰고선 도망칠 생각을 하다가 다시금 다리가 얼어 붙은 것 같았다. 도망치면 뭐해. 갈 곳이 없는데.




이젠 나를 안아줄 옹성우는 없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더니 그의 머스크 향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왜인지 모르게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 없이 마주한 히트사이클은 처음이었고 이제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두려움마저 다시 나를 찾아오고 있었다. 내 향을 감추어주던 옹성우의 냄새가 이토록 그리워질 줄이야.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기요."

"ㅇㅇ씨."




그 때 날 부르는 낯선 목소리와 친숙한 목소리가 뒤섞였다. 내가 오메가임을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낯선 남자는 대뜸 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기려 들었다. 다행히 그 손이 누군가에 의해서 막혔지만.




"조교님?"




예전에 내 알약을 주워줬던 남자. 옹성우 말에 의하면 영문학과 조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그가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정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은 흐트러진 셔츠와 넥타이를 하고선.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그의 물음에 한참을 가만히 그를 올려다 보았다. 내가 오메가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뜬금없이 포함된 사람인지라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나를 뻔한 눈으로 보고 있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에 난 그 생각마저 멈추었다. 뻔하디 뻔한, 알파의 오메가를 향한 시선들에.




"우선 가죠."




어디를 가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내 몸은 그의 차에 타 있었다. 친절하게 앞 자리 문을 열어주더니 안전벨트까지 매준 그는 창문 밖으로 여적 나와 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핸들을 돌렸다. 길게 뻗은 눈꼬리는 여전히 그의 감정을 알기가 어려웠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을 보는 그의 눈빛이 꼭 누군가에게 느끼는 살의가 씌여져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워너원/옹성우/황민현] EAT, HIT, ME, SIR | 인스티즈

"이젠 막 나가기라도 할 모양인가 보죠."

"네?"

"아니면 뭐, 대놓고 알파들을 꼬시려고 그러는 건가."




아니다. 그는 분명 화가 나 있었다. 그런데 왜? 핸들을 쥐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말하는 말 끝마다 그의 분노가 여실히 느껴졌다. 내가 안 왔으면 어쩔려고 그랬어요. 별안간 내게 던진 말에 난 부러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안 왔다면, 이라. 그럼 난 어떻게 되었을까. 옹성우를 찾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그 대신 옹성우가 매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그가 내게로 왔다. 그의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야말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는데. 피하려고 했던 사람한테 도움을 받았고 그가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퍽이나 질투라도 하는 모양새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작정 고른 이 선택지가 최선인지, 최악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화 나셨어요?"

"네."

"왜요?"




갑자기 켜진 빨간색의 신호등 때문에 달리던 차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괜한 불안함으로 두 손만 땀이 날 정도로 쥐고 있자. 일순간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차 안은 온통 소나무의 향기가 가득했다.




"난 당신을 누군가랑 나누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예상치 못한 변수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대답이었다. 






10.




다른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친 것까진 좋았다. 다만 도망친 종착지가 낯선 남자의, 알파의 집이라는 것만 빼고는. 저 조교님.




[워너원/옹성우/황민현] EAT, HIT, ME, SIR | 인스티즈

"황민현이에요."

"네?"

"그냥 내 이름 모르는 것 같길래."




그는 내게 따뜻한 카모마일을 쥐어주고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씻고 나올테니까 기다려요. 무슨 길고양이라도 주워 온 것처럼 그는 자신의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내 어깨 위로 담요를 덮어 주고 얌전히 있기를 종용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딘가로 또 도망치지 말라는 어투로. "어디 도망가지 말고." 괜히 그 말 하나에 오는 내내 별 탈 없던 내 몸에 열이 오르는 듯했다.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은데."




아무리 괜찮은 척을 해보려 했지만 줄곧 난 주기에 맞지 않은 히트사이클에 애를 먹고 있었다. 더구나 그게 알파의, 멀리서 맡아도 확연하게 우성의 것의 냄새가 잔뜩 베어있는 집에 들어온 것부터가 잘못 된 것 같았다. 그의 집에 오메가용 억제제가 있을리가 없겠지만 혹시라도 있다면 그거라도 먹고 얼른 집을 나서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물소리가 들리는 화장실 문 앞까지 오자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였지만.




"ㅇㅇ씨?"




이런 쪽팔림도 없었다. 수치스러움으로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가 문을 열고 나오자 눈 앞에 일렁이는 뿌연 연기 속에서 다리가 풀렸다. 저, 저 억제제가 있을까요?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해 어눌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앞에서 구걸하는 모양새로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빌어먹을 몸뚱아리. 빌어먹을 오메가. 존재 자체가 이렇게나 성가시고 거지 같을 수가 없다.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눈물에 겨웠다. 이젠 내 눈앞에 보이는 그가 눈물에 가로막혀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만난 적은 두 번이 전부였고 난 그의 이름을 지금 이 곳에서 처음, 알았다. 영문학과의 조교로 앞으로 졸업하는 내내 그를 얼마나 더 마주해야할지. 그 따위의 것들을 생각하면서도 와중에 미처 갈무리 하지 못한 그의 페로몬에 당장이라도 그를 안고 싶었다. 쾌락에 몸을 던지는 일이란 매우 추잡스럽다고 생각했으면서. 본능이 이성을 이기는 것에는 순응하지 않겠다고 그랬으면서. 자칫하다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이성의 끈이 아득해질 일만 남아 있었다.




"나 봐요. 나 여기 있으니까."




어느 순간 익숙한 말이 내게 들렸다.






11.




그는 내게 오메가용 억제제 두 알을 내밀었다. 혹시 몰라서 찾긴 했는데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미지근한 물컵과 약을 들이미는 그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ㅇㅇ씨."




하얀 알약보다 살색이 더 눈에 들어찼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과 미처 다 여미지 못한 샤워가운. 말을 할 때마다 넘실거리는 목울대. 더운 열기가 머문 그의 방 안에서 내 향을 가로질러서 묵직한 페로몬이 그 사이를 메꾸고 있었다. 아닌데.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본능은 계속해서 나를 그에게 이끌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그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먼저 본능에 두 손을 들기를 바라는 듯이. 저를 향해 다가오라고 채근하는 것 같았다.




"잡고 싶으면 잡아도 돼요."




음습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날 보았다. 나를 원해요? 이미 약은 내게서 쓸모가 없어진지 오래였다. 한껏 제 페로몬을 풀어대던 그는 나를 갖고 노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고 내가 움직이는 모든 걸 눈에 담았다. 한 손에는 약을, 또 한 손에는 제 손목을 그대로 내어주고선.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는 잘 알았다. 손을 뻗는 순간이 길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 사이에 난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했을까. 난 졌다. 상기된 눈으로 그를 보며 말을 대신했다. 




내가 졌고 당신이 이겼어요. 




내가 다가가기가 무섭게 제 허벅지 위로 끌어 앉힌 그는 있는 힘껏 내 쇄골 부근에 입을 맞추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행위가 야했다. 두 다리 사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바로 앞에 있는 그에게서 나 못지 않은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본능에 치우쳐 안은 그의 낮은 숨소리가 귓가를 배회했다. 생경하기만 한 알파의 페로몬은 점점 더 나를 그에게 가까이 밀어 붙였다. 그가 내 허리를 감쌌다. 묶고 있던 머리카락이 풀리면서 마치 이 순간에 그와 나만이 존재하는,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게 했다. 조교님.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목소리가 볼품 없이 갈라졌다. 그리고 목을 긁듯 들리는 목소리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말을 들려줬다. 겨우내 붙잡았던 이성이 끊어지는 때였다. 




"잘했어요."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소나무의 짙은 냄새를 담고선. 






12.




오피스텔 복도 전체가 온통 머스크 향으로 범벅이었다. 성우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입술을 물어 뜯었다.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애써 부정을 하다가도 그녀가 보낸 수많은 문자 뒤로 제가 보낸 문자가 보였고. 한참이나 답이 없는 메세지 창을 보며 그는 자신의 페로몬을 도무지 조절할 수 없었다. 이미 그에겐 인내심이 사라져버린 공격적인 페로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너야말로 도대체 어딘데?

-제발 전화 좀 받아.

-ㅇㅇ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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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불안하게 하지마.
















EAT ME, HIT ME,

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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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참다 못해 정지해제권을 사버린 라이터입니다


맘터가 먹고 싶었으나 우리 독자님들을 위해서 마지막 비상금을 깼어여.....ㅎㅎㅎ 많이들 기다리셨나요? 저를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네요...뭐 한 것도 없는데 벚꽃이 피었더라구요...?

요즘 근황이라 하면 저는 일 복이 터져가지고 일에 치여 살고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글들이 많이 있는데 항상 집에 오면 쓰러지듯 잠만 자고 또 일가고 하니까 한 주, 한 주가 금방 가요ㅠㅠ

진짜 주말에도 일하러 가고 근 몇 주를 4시간도 못 자고 나가는 것 가타여8^8 진짜 눈도 충열되고 사람 행색이 아닙니다. 흐흐규ㅠㅠㅠ


이 와주엥 욕심은 많아가지구....그냥 이 글은 차기작 구상하다가 제 입맛대로 꼴려서(?) 쓴 글이에요

뭐 별다른 특집은 아니고 95즈 글 하나 96즈 글 하나 이렇게 하나씩 써보고 싶어서 다음에는 96즈 글이 올라갈 것 같습니당 후기는 다 모아서 한꺼번에 하는걸로!


아무튼 아프지 말고 예쁜 봄 맘껏 즐기고 가끔 가다가 우리원이랑 제 생각도 해주세여**^^**

다음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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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5년 전
독자2
우와 알파오메가물은 첨인데 재미있네요ㅠㅠㅠ 우리원 우리 워너원 글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더더더 재미있고ㅠㅠㅠ 작가님 너무 반갑고 저희 오래 봤으면 좋겠어요!
5년 전
Lighter
안녕하세요 우리 독자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워너원 글로 자주 찾아뵙도록 할게요 우리 오래갑시답!!!!
5년 전
독자3
헉 세상에 뿜뿜이입니다...보는데 제가 막 무섭고 놀래거 당황하고 다해먹네요 허허 번외는 제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5년 전
Lighter
우리 뿜뿜이님 이게 정말 얼마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번외는 우리 독자님 속에서 마구마구 이어지기를 바랄게요ㅎㅎ 정말 오랜만인데 어김없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구 예쁜 꿈 꾸면서 굿밤 보내용!
5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엉엉 제가 알오물 사랑하는 거 어떻게 아시구 .... 넘넘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5년 전
Lighter
알오물은 처음 써보는 장르였는데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로 또 만나용
5년 전
독자5
우와 작가님 필력 무엇,... 우와아아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
비회원7.169
작가님 완전 오랜만이에요 ㅜㅜㅜㅜ 글로 다시 찾아와주셔서 정말감사해요 이번글도 정말 ... 너무 좋습니다 혹시 이번 글 배경음악 제목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 너무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얼른 넣고싶네요 ㅜㅜ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브금은 William Bolton-Nowhere 입니당 답글을 빨리 달아드리고 싶었는데 비회원 댓글이 이제야 확인이 가능한 바람에ㅠㅠㅠㅠ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독자님 찾아올게용❤️💕

5년 전
독자6
아진짜ㅠㅜㅠㅠㅠ제 취향저격 탕탕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 들로만 쓰시는지...제 맘 아시져?!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5년 전
Lighter
그럼요 우리 독자님 마음 잘 알고 있지여~~ 제 글이 우리 독자님 취향 저격하는 글들이라서 너무 다행이고 기쁘네옄ㅋㅋㅋㅋ댓글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또 만나요!!
5년 전
비회원14.250
악 민현이는 악한 것도 잘 어울리네요 민현이라 그런가 성우도 넘 아련하구ㅜㅜㅜㅜ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개안즈는 뭐든지 다 잘 어울리죠ㅠㅠㅠ 덕분에 글 쓰는 맛이 샘 솟습니다!!
5년 전
독자7
작가님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잘 읽구 갑니당!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8
원래 댓 잘 안 다는데 자꾸 생각나서 달아요... 알오물은 처음 봤는데 재밌네요ㅠㅠ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져요ㅠㅠ 다음에도 또 뵀으면 좋겠어요!
5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자꾸 생각이 났다니ㅠㅠㅠㅠㅠ괜히 뿌듯해지네욬ㅋㅋㅋㅋㅋㅋ다음에 또 다시 만나요!!
5년 전
독자9
우아 ㅠㅠ 몰입도가 짱이에요 스크롤 아껴가며 읽었어요 ㅋㅋㅋㅋ 1편이길 바랐다가 단편인것같아서 절망 ㅠ 갑자기 작가님 머릿속에 다음 에피소드들이 막 떠올라버려서 도저히 글을 쓸 수밖에 없어졌으면 좋겟어요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5년 전
독자10
아이고 선생님,,, 그래서 다음 장면은 언제 들고 와 주시는 건가요,,,,,, 제가 성우보다 먼저 주글것 같슴니다,,,.,,
5년 전
독자11
작가님.. 저 대체 이거 왜 이제 봤는지... ㅠㅠㅠㅠ 보면서 이마 삼백번은 때린거 같아요..ㅠㅠㅠㅠ 혹시 브금 제목 알 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
5년 전
독자12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ㅠㅠ 어디 계시든 건강하시길 바라요ㅠㅠㅠㅠㅠ 꼭 다음편 신알신이 울리길 기다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13
작가님 저는 이 글을 왜 이제 봤을까요 하하 알파 옹성우 황민현은 언제나 옳습니다.... 소나무향, 머스크향은 또 얼마나 찰떡이게요.... 후편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작가님 체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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