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진들바들] atrocious 03 |
진영이 나가고, 정환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진영은 저를 묶어두지 않았고, 그랬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도 했으므로 묶였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나갈 수 있는 확률은 높아졌다. 진영이 집 안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되는데 이 방을 나가면 당연히 소리가 들릴 것이고 소리가 안 들린다고 해도 눈치빠른 진영은 알 게 틀림없었다. 별 방법을 다 생각해보던 정환이 무언가 떠올라 몸을 눕혀 그의 침대 밑을 살펴보았다.
“…역시 있었어.”
늘 시끄럽다고 침대 밑에 놓아두었던 휴대폰, 그리고 그런 습관을 버리지 않은 진영. 정환의 핸드폰이 침대 밑에서 그를 반겨주고 있었다. 살짝 미소를 띈 정환이 핸드폰을 꺼내었다. 이렇게 허술해서야, 이게 납치고 강간인가? 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열어보니 배터리 상태도 그대로고, 시계도 11:37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제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도 아직까지 금방 전의 진영에 대한 무서움은 사라질 수 없었다.
지금 전화를 하다간 들킬 게 뻔했다. 문자는 안 볼 지도 몰라 확실하게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전한 방법이 나을 것 같아 정환은 문자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었는지 문자를 보내는 손은 약간씩 떨려왔다. [선우야 나 구하러 와 줘 지금 진영이형이 가둬서 못 나가고 있어] . 이거면 선우는 지금 당장이라도 올 것이다.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정환이 베란다와 통하는 창문을 들키지 않게 내다보았다.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래봤자, 들리는 소리라고는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와 진영이 그것을 보며 흥얼거리는 소리 뿐이었다. 허탈하게. 하지만 곧 선우가 올 것이고, 자신은 이 악독한 사람이 있는 곳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한 정환이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어. 강간…괜히 입에 담기도 싫은 글자가 머릿속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끼이이ㅡ. 한 3분 정도가 지났을까, 문이 열렸다.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아갔을 땐 진영이 저를 무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이 마치 저에게 뭐라고 할 것만 같아 정환은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진영은 문을 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영문 모를 한숨이었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발신자 들어가서 번호 봐.”
발신자?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눈치챘나? 소리도 없었는데? 정환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빼냈다는 것을 들킬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홀드를 해제하여 발신함을 들어갔다. 그리고 보이는 번호, [차선우 010-xxxx-xxxx] . 뭐가 다른거지‥? 한참동안 그 번호와 저장 되어있던 이름을 들여다보던 정환은 핸드폰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빠져나갔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굳었는데. 진영은 곧 정환 쪽으로 다가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렇게 신중하다는 들이가, 번호 바꿔서 저장한 걸 눈치 못 챌 줄이야. 그냥 던져본 미끼를 딱 물었네?”
정말 지독히도 잔인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첫 날의 잔인함이라면 앞으로는 어떨까. 일단 정환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집에서, 당분간은 나갈 수 없다. 정환의 표정을 대충 파악한 진영이 일순간에 다가와 정환의 손목을 잡아 침대 위에 눕혔다. 이젠 안 봐줄거야, 들아. 어떻게 저런 애칭이 이렇게 무섭게 들릴 수 있는거지? 생각은 곧 멈춰졌다. 하나만 떨어져나갔던 와이셔츠 단추가 이미 남김없이 떨어져 나가버렸다. 상체가, 휑해졌다.
“내가, 한 번은 봐줄려고 했어. 근데 씨발, 우리 착한 산들인, 형을 배신했더라?”
“……나한테…갑자기 왜 이래 형…?왜 하루만에 이래?어제까지도…웃으면서 인사했잖아. 그럼 형이 날 배신한 거 아니야…?”
“아~ 그게 그렇게 되는거야? 내가 널 배신한 게 되는거구나…. 또 맞고싶어서 발악하는 거로밖에 안들리는데?”
“…선우야….”
아, 저도 모르게 입에서 선우의 이름이 나와버렸다. 진영의 얼굴은 찌푸려질대로 찌푸려졌다. 이건 실수다. 분명 그럴려던 게 아닌데. 지금 변명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 진영의 표정과 분위기가 그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형,ㅇ,이건 실수야. 진짜, 진짜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산들아. 우리 산들이 봐주려고 해도 안 되겠어.”
…설마…? 불안한 예감에 정환이 진영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것만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지만 진영이 들을 리는 만무했고, 그만 둘리도 없었다. 언제 가져온건지 알약을 꺼낸 진영이 정환의 입을 억지로 벌렸다. 으으,혀엉,진영이형!!!! 열린 입에서 뭉개진 소리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진영은 여전히 올라간 눈꼬리로 정환을 쳐다보며, 손으로는 약을 우악스럽게 집어넣을 뿐이었다. 이거 먹으면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제 체면이 모두 망가질 것을 알았기에 정환은 최후의 발악으로 삼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곧 몇 개 더 입에 들어오는 알약들 때문에, 결국 그것들을 삼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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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막장픽을 쓰는 사람은 막장필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이제 불마크 달겠다..
봤으면 댓글 달아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