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날 때쯤 되니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며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며 귀를 간질이는 빗소리에 눈을 감았다.
'내가 배란다 문을 닫았던가...?'
실장이 철렁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닫았겠지' 하고 생각하며 넘겼다.
팡-
사물함에 처박혀 있던 우산을 꺼내 펼쳤다.
먼지가 조금 퍼지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빗물에 씻겨 내려갈테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애매한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대문앞에 앉아있었다.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내딛으며 경계하는 눈으로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갔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내밀며 앉은 사람을 살펴보았다.
'...노숙자...?'
못 본 척하고 조심스레 대문에 열쇠를 꼿아 넣었다.
'탕-' 하고 조금 크게 울리는 소리에 남자의 몸이 움찔거렸다.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