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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요섭] 


 

용준형이 내민 사진 속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파란 머리카락이 먼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염색한지 오랜 된 것인지 반은 파란색이었고 반은 검은색이었다. 

낡은 옷을 입은 여자는 내 기억과는 조금 달랐지만 단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그 여자다. 게임에서 만났던. 

용준형은 사진 속 여자를 기억해 두라고했다. 

“... . 알아보겠어?”  

“... ? 심 청...?” 

이 여자가 청이라고 

많이 달라졌지.” 

용준형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짐작 할 수는 없었지만 등골이 서늘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며칠 뒤 용준형이 회의장으로 불렀다. 

평소 사용하던 사무실을 두고 훈련장에 마련된 회의장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텅 빈 훈련장을 지나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이기광 저 새끼는 그렇다 쳐도 윤두준이라니!! 

일그러진 내 표정을 본 용준형은 그저 의자를 가리킬 뿐이었다. 

불편한 이 상황에서 용준형은 한 명이 더 올 거라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등장한건 다름 아닌 청이었다. 

미친...  

옆에 앉은 윤두준을 보니 이미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청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 내켜. 포지션이 뭐야?”  

청이에 대한 불만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기광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살인을 위해 훈련받은 청이가 게임에 참가 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우리 막내는 저격수를 맡게 될 거야. 그렇게 훈련시킬 거니까.”  

"훈련... 시킨다고? 지금 뭐하자는 거야. 용준형.”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용준형을 쳐다봤다.  

한참을 말없이 화를 삭히는데 기광과 대화하던 청의 말에 용준형의 멱살을 잡았다.  

... 몰라. 그냥 파란색이더라. 사실 기억이 없거든. 왜 파란색인지, 왜 염색했는지 몰라..”  

기억이 없어!!!! 용준형 너 이 새끼 뭐하자는 거야.” 

용준형은 말없이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힐끗 본 윤두준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게임 참가 신청서를 대충 작성하고 윤두준과 따로 만났다 

돌았냐? 할 게 없어서 용준형이랑 붙어 먹냐?” 

입 조심해. 나도 청이가 올 줄은 몰랐으니까.” 

네 아버지 죽인 놈이 뭐가 좋다고 지금까지 여기 붙어있냐? !! 아직까지도 심청을 못 잊어서 이 난리냐고!” 

“... 어떻게 잊어! 내가! 내 손으로 청이를 쐈는데...” 

"미친 새끼.” 


 


 


 

도둑놈처럼 몰래 훔쳐본 청이는 기억을 잃은 것 치고는 잘했다. 

몸이 기억을 하는지 쏘는 족족 중앙을 맞췄다.  

3년 전만해도 청이가 윤두준을 가르쳤었는데... 그 때 귀찮다고 청이를 보내지 말걸. 

그냥 다른 킬러를 보낼 걸. 아니, 내가 가르쳐 줄 걸...  

그랬다면 지금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처음 폐건물에서 청이를 만난 후로 나는 청이를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는 청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나를 잡으러 온 조직원들과 청이가 한 패라면 용준형은 뭘까.  

나는 누구에게서 도망쳐야 할까.  

 내 안개는 누가 걷으려는 걸까. 

이름조차도 모르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너를... 


 


 


 

그러다 나는 마침내 너를 찾아냈다. 

너는 그 나잇대의 아이처럼 웃고있었다. 

일하는 가게에서 네 또래로 보이는 여자와. 

그 웃음을 나는 하염없이 지켜봤다. 

너를 처음 만났던 그 사무실에서부터 너와 함께 했던 훈련기간, 조직원으로서의 시간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 예쁜 웃음을. 


 

그렇게 평범한 일상은 얼마 가지 못하고 깨졌다. 

횡단보도에서 너를 쳤던 차. 

힘없이 날아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너. 

도로 위로 퍼지던 붉은 피.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게임에 참가하기 하루 전 용준형은 나를 따로 불러냈다. 

사무실에 앉아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한 모금 삼키려는데 용준형이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 심청을 죽여.”  

들이키던 물을 그대로 뱉어냈다. 아니 뿜어버렸다.  

맞은편에 아무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코에서도 물이 나왔는지 콧구멍이 따가웠다.  

기침을 미친 듯이 하는데 용준형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미친 새끼. 전회장님을 죽인 게 청이야. 그런데 얘를 죽이라고. 진짜 돌았냐?”  

알고 있는 게 너무 많아. 회장님을 죽인 그날 이후 나도 본 적이 없어.”  

“2년 동안 뭘 했는지 네가 제일 잘 알겠지. 찾아낸 것도 너니까. 청이가 기억 잃고 한 건, 네가 심어놓은 그 망할 새끼를 동생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산 것 뿐이야.”  

죽여. 첫 게임 참가 전에 어디 있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6년 전에 청이를 여기 데려오지 않았을거다. 용준형.”  

나한테 먼저 청이를 데려 온건 너지. 양요섭.” 


 


 


 

6년 전 나는 사무실 청소나 심부름을 하며 허세만 부리는 그런 고등학생인 일개 조직원이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물건 하나를 전달해주고 서류 한 장 받아오기.  

익숙하게 낡은 폐건물 사무실로 들어갔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걸 느꼈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물건이 도착해 있었다. 내가 전달하려던 물건이. 

그대로 뒤돌아 뛰었다.  

'뭐야, 씨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근처 골목 사이사이로 숨어 거리를 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폐건물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뭐야... 형님들이잖아?‘  

형님들을 보는데 누군가가 손에 있던 칼을 펼쳤는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는 소리가 이 곳 저 곳에서 들렸다. 

건물 안에서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한참을 벽에 기대에 있었다. 

소리가 잦아들고 형님들이 사람들을 끌고 나오는 동안에도 나는 골목에 숨어있었다. 

봉고차가 떠나고 슬그머니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은 엉망이었고 바닥 여기저기에 붉은 얼룩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무실 구석진 창고 안에서 나는 내 또래의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매번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까지 누굴 죽이면서 들지 않던 죄책감까지 들었다. 

경계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청이 덕분에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다. 


 

시작하자마자 무기를 찾기 위해 겁도 없이 흩어지자는 너. 

경계하지 않고 홀로 돌아다니는 너. 

나에게 끊임없이 등을 보이는 너. 

옥상으로 홀로 올라가는 너. 

상대팀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나를 등지는 너.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나는 매번 망설였다. 

청을 향한 내 총을 볼 때면 교복을 입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구석에 쓰러져있는 그 모습이 떠올라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 했다. 

아무런 의미도, 희망도 담기지 않은 초점 없는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너를 죽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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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돌아오신거예요?!?!?! 알림 뜨자마자 바로 와써요ㅠㅠㅠㅠ호오오오ㅠㅠㅠㅠ보고싶엇러여ㅠㅠㅠ
6년 전
동E
정말 죄송해요..ㅜㅜㅜ 제가 현생에 치여 그만... 오랜만에 올려서 실수 투성이네요.. 너무 반갑고 미안하고 기뻐요..ㅜㅜㅜㅜ 이제 그만 끝내야죠..
6년 전
독자2
호어어어어어 ㅠㅠㅠ 아니예여 ㅠㅠ 글을 읽을수 잇는것만우로도 너무 감사해여 ㅠㅠ 헝헝 ㅜㅠ 갠적으론 안꿑았음 하는데.. 혐생이..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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